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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융합의 새물결 ]

세계관으로 중심잡고
디지털미디어로 확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규열
(동아일보 DBR 기자)

  •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원천 IP를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및 신기술과 융합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사업 다각화는 불확실한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며, 특히 NFT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의 융복합 시도는 잠재력 있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IP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는 팬들과의 합의를 거쳐 통일된 세계관을 구축해야 한다. NFT 사업을 전개하고자 한다면 원천 IP와 적합한 형식의 NFT 사업을 구상하고 NFT 커뮤니티의 가치를 신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 1머리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질은 단연 ‘콘텐츠’다. 아이돌이 주축이 되는 연예기획사라면 음반을, 방송사라면 예능과 드라마 등 프로그램을 완성도 있게 제작해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이 각 회사의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바라보면 하나의 콘텐츠에만 집중하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각 회사가 소유한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굿즈는 물론이고 각 회사가 기존에 영위하던 핵심 영역을 뛰어넘은 융복합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IP 확장 행보를 보이는 건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다. BTS를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하이브의 소속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세계관을 갖고 있으며, 이 세계관을 중심으로 웹소설, 웹툰, 게임 등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개관한 하이브의 음악 뮤지엄인 ‘하이브 인사이트(HYPE INSIGHT)’에는 ‘소리’, ‘춤’을 테마로 한 공간을 비롯해 아티스트들의 세계관 속 요소를 구현한 ‘스토리’ 공간을 구성하며 팬들이 하이브 세계관을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부터는 팬데믹으로 비대면 경제의 보편화가 가속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시 메타버스, NFT(Non-Fungible Token) 등 새로운 기술을 등에 업고 기존 사업을 개선하거나 신사업을 기획해 수익 창출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글은 글로벌 팬데믹을 지난 이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적극적으로 신기술 도입 및 사업 다각화에 나선 원인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전략 등을 국내 사례를 통해 통찰하고자 한다.
  • 2원인 분석
    팬데믹 초기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에서 회사들 간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넷플릭스(Netflix), 유튜브(YouTube) 등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바탕으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들은 반사이익을 얻으며 코로나19 수혜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음반, 공연, 영화 등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난항에 부딪혔다. 특히, 공연 사업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 따라 수차례 중단됐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공연 취소 및 환불 사태로 수입이 감소되는 것은 물론 재무 계획을 안정적으로 세우고 집행하는 일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사업 다각화는 기업의 전통적인 위기 관리 방법 중 하나다. SWOT 분석으로 유명한 케네스 앤드루스(Kenneth Andrews) 하버드경영대 교수는 “사업 다각화는 수익의 안정성 제고, 기업 자원 활용 효율화, 마케팅 운영의 경제성, 예상치 못한 기회와 특수한 경제 상황의 활용 등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의 분산 투자와 비슷한 개념이다. 다양한 산업과 기업의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경제 변화에도 일정 수준 이상 수익을 도모하듯 기업 역시 다각화 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어야 갑작스러운 위기에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업을 다각화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자본을 더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Kuppuswamy, Villalonga, 2016).

    지난 팬데믹 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에서도 비슷한 통찰이 발견됐다. 영화 산업의 경우 영화의 핵심 유통 채널인 극장으로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자 영화 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영화산업 매출은 1조 239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조 5,093억 원에 비하면 60% 가까이 감소했다.
    그림 12019년 대비 2020년의 빅4 연예기획사 매출 및 영업이익

    그림 1 2019년 대비 2020년의 빅4 연예기획사 매출 및 영업이익출처: 금융감독원

    연예기획사의 경우 영화 관련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소위 ‘빅4’ 연예기획사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SM), JYP엔터테인먼트(JYP), YG엔터테인먼트(YG), 하이브(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YG, 하이브는 매출이 늘었고, JYP는 소폭 줄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SM을 제외한 3개 회사 전부 전년도보다 늘었다.

    4개 회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둔 회사는 하이브였다. 공연 매출은 98% 감소했으나, 콘텐츠 매출은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하이브가 운영하는 글로벌 팬 플랫폼 ‘위버스(Weverse)’의 매출도 증가했고, MD 및 라이선싱 매출 역시 5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YG, JYP 역시 공연 매출이 90%가량 감소했지만 음반, 음원 사업으로 손실을 메꿨다.

    단일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콘텐츠의 유통 경로가 제한적이었던 영화 산업에 비해, 아티스트라는 핵심 IP를 기반으로 공연, 음반,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연예기획사들이 더욱 위기 대응에 유리하다. 특히, 팬데믹 이후 대규모 공연이 불가능해지자 AR, VR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콘서트를 여는 등 기술을 통한 위기 대응 역시 매출 방어에 주효했다. 팬데믹 이후로 영화 산업이 침체되자 영화제작사들이 전통 영화 유통사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왓챠 등 OTT에서 개봉을 결정한 것 역시 채널을 다각화 해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지난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콘서트, 글로벌 팬과의 소통 플랫폼 개발 등 디지털 전환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고, 지금은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이브는 2021년 가요계 최초로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 산업 역시 개봉을 미뤘던 기대작들이 개봉에 재개되며 서서히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


    최근 산업의 영역을 불문하고 가장 주목받는 신사업 분야 중 하나로 단연 메타버스와 NFT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SM은 2021년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asepa)’를 기점으로 아티스트들의 세계관을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2021년 11월 하이브는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협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상호 지분을 매입했고, 올해 2월에는 미국에서 글로벌 NFT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2021년 7월 두나무는 JYP의 지분 2.5%를 인수하기도 하며 합작법인 설립을 예고했다. 올해 4월 두나무는 JYP와의 합작법인 설립은 백지화됐으나 NFT 사업 관련 다양한 협업안을 계획하여 모색할 것이라 밝혔다.

    단, NFT와 메타버스가 현재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쏠쏠한 수익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예기획사들에 앞서 방송사들 역시 NFT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MBC에서 NFT 사업을 이끈 박재훈 MBC 미래정책실 신사업전략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NFT를 통해 수익을 얻겠다는 예측보다는 계속 시장의 반응을 보는 용도다”라고 말했다. 다른 방송사 관계자 역시 “프로젝트로 내놓은 NFT가 완판되더라도 회사 전체의 매출을 견인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개별 NFT가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고 하더라도 방송사 내부에서 NFT로 제작해 판매할 만한 아이템이 충분하지 않다. 희소성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판매 수량을 제한하기도 한다. NFT 자체의 버블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 역시 적신호다.

    수익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엔터테인먼트 회사에게 돌아오는 몫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초기 단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사업은 기업 내부에서 사업, 기술적 제반을 갖추고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파트너사와의 업무협약(MOU)를 통해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이브, JYP와 두나무와 지분을 거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신사업을 진행하려는 수요에 비해 기술력을 가진 파트너사들이 부족하다 보니 기술협력업체들의 협상력이 높아졌다. 심지어 IP를 보유한 회사보다 협력업체가 더 많은 몫의 수입을 챙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당장 돈이 안 되는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파괴적 혁신으로 입지를 잃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투자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테이프, CD 등 기기로 음반을 판매했던 음반 산업은 디지털 스트리밍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영화산업, 방송산업 역시 OTT에 콘텐츠 유통에 대한 주도권을 뺏기고 있으며, OTT가 독점 콘텐츠를 섭외하거나 직접 제작하기에 나서면서 주도권의 이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수차례 디지털 중심으로 모든 사업이 재편될 것이라는 신호가 있었지만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끝내 IT로 중무장한 플랫폼에 사업의 패권을 넘겨줬다. 현재 또 다른 신기술을 필두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기존 사업을 지켜야 할 새로운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동시에 팬덤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바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자사의 IP와 새로운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기술을 탐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3IP 확장을 통한 사업 다각화 전략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사업 다각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경영학에서 사업 다각화는 본래 관리 비용을 증가시키며, 특히 핵심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오히려 기업의 실적과 가치 창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이다. 이 같은 사실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적용하면 일관성 있는 IP를 구축하고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통찰이 도출된다. 이때 IP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게 ‘세계관’의 역할이다. BTS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 <BTS WORLD>를 총괄하고 BTS의 세계관을 구축한 김동은 메타버스제작사 대표는 ‘해와 달 오누이’를 통해 세계관을 설명했다. 해와 달의 핵심적인 스토리가 유지된다면 어떤 형식의 콘텐츠로 재창작 되든 사람들은 ‘해와 달’ 이야기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BTS라는 IP가 확장되는 중심에도 ‘학교 3부작’ ‘화양연화’ ‘윙스(Wings)’,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 Self)’ 등 각 앨범 콘셉트가 유기적으로 엮여 구성된 ‘BU(BTS Universe)’가 있다. BTS의 IP가 앨범을 넘어 웹툰<7 Fates: CHAKO>, 게임(BTS WOLRD), 드라마<유스> 등 트랜스미디어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도 BU가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들이 최근 슈퍼 IP 사냥에 열을 올리는 것도 탄탄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원소스 멀티유즈(OSMU)’를 꾀하기 위함이다. ‘웹소설-웹툰-영상(영화, 드라마, OTT 등)’으로 확장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네이버 시리즈에서 웹소설로 시작한 <재혼 황후>는 2018년 연재 시작 후 반년도 안 돼 40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후 네이버 웹툰에도 연재됐다. 네이버클립에서는 오디오 드라마로도 제작됐으며, 향후 영상 드라마로도 제작될 계획이다. 이처럼 원천 IP가 연쇄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자 네이버는 전 세계 1위 웹소설 업체 ‘왓패드(Wattpad)’를 인수했다. 카카오 역시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tapas)’와 집단 웹소설 창작 플랫폼 ‘래디쉬(Radish)’를 인수했다.

    세계관은 팬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기도 한다. 보통 하나의 콘텐츠를 통해 세계관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소위 세계관의 일부 내용을 암시하는 ‘떡밥’을 개별 콘텐츠를 통해 하나 둘씩 공개한다. 게임과 웹툰에 흥미가 없는 아이돌 팬이라도 세계관의 조각을 확인하고 팬 커뮤니티에서 토론하기 위해 게임과 웹툰을 소비한다. 일부 게임, 웹툰의 팬이 아이돌 팬으로 유입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IP기반 세계관 기획·제작 전문기업 (주)메타버스제작사의 김동은 대표는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세계관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팬들이 어떤 가치에 공감할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개성이 다양해진만큼 20대 여성, 30대 남성과 같이 인구통계학적 접근보다 팬들의 ‘부캐’를 공략하는 것이 타당하다. 팬들의 부캐는 큰 투자 한방으로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일수도 있고, 사회적 메시지에 반응하고 행동하는 ‘활동가’일수도 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정해졌다면 이와 관련된 키워드를 인물, 사건, 사물, 배경으로 나눠 도출하라. 3,000~4,000개 정도의 키워드를 뽑고 연관된 키워드끼리 서로 연결해보자. 가장 연결이 많은 키워드가 핵심 키워드로 사용될 수 있다. 이 핵심 단어들을 묶어 연산 작용을 이끌어내면 된다. 예컨대, ‘은잔’ ‘키스’ ‘루비’라는 키워드를 보면 ‘뱀파이어’가 연상된다. 이후 적합한 장르를 선택하고 이후 작업은 아트 디렉터의 몫으로 남기면 된다. 콘셉트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세계관의 요소들 역시 일부를 덜어내거나 더하는 등 변형을 거쳐도 된다.
    세계관은 팬들과 합의한 규칙을 통해서 향유된다. 세계관이 변형되고 확장될 수 있는 것도 팬들이 이를 규칙의 한 과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관을 이끄는 과정의 한 축에 팬들이 존재하는 만큼 회사가 전면적으로 나서서 세계관을 주무르려 해선 안 된다.

    과거 JTBC에서 ‘펭수의 신원 확인’이라는 주제로 뉴스를 보도했다. 당시 펭수가 외교부 행사에 참석했고 기자가 외교부 관계자에게 펭수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외교부 관계자는 ‘10살짜리 펭귄이다’라는 답을 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외교부 관계자의 대응이 현명했다고 평가한다. 펭수 탈 속 인물이 누구인지 공공연하게 선포되는 순간 팬들은 펭수 세계관에 대한 몰입이 깨지게 된다. BTS의 팬들은 각자 세계관에 대한 해석을 내놓지만 하이브나 BTS는 말을 아낀다. 어떤 해석도 용인된다는 뜻이며 팬들의 해석을 통해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과정은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브와 네이버웹툰이 BTS를 테마로 제작한 웹소설·웹툰 <7FATES: CHAKHO>는 공개 이틀 만에 누적 조회수 1,500만 뷰를 기록하며 네이버웹툰 신기록을 달성했다. 네이버 웹툰의 한국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태국어 등 홈페이지 역시 일간 활성이용자수(DAU)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7FATES: CHAKHO>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으나 프롤로그와 1화의 별점은 각각 10점 만점에 6.67, 7.51 수준으로 해당 화의 댓글에는 ‘BTS 세계관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 모든 팬들의 반응이 곱지만은 않았다. <7FATES: CHAKHO>는 2화 이후부터는 별점이 8점대로 회복됐고 연재 말기에는 9점대의 평가를 받았다. 초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팬들이 빠져나간 동시에 남은 팬들이 세계관의 떡밥을 회수하며 작품에 몰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 4NFT를 통한 사업 다각화 전략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기술은 NFT일 것이다. 최근 NFT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람들은 같은 커뮤니티의 일원임을 증명하기 위해 PFP(Profile Picture) 형식의 NFT를 구입해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 둔다. NFT 발행자는 지속적인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해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며 NFT의 가치를 유지 및 증진해나간다. 이 같은 NFT 사업의 메커니즘은 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팬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팬덤을 강화해 나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생리와 유사하다. 어느 정도 팬덤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IP라면 세계관을 바탕으로 NFT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더욱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송사 사이에서 NFT를 활용한 다양한 융복합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방송사 최초로 NFT 사업을 선포한 것은 MBC다. MBC는 2021년 7월 NFT 전용 플랫폼 ‘아카이브 by MBC’를 열어 NFT 판매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아카이브라는 이름에 걸맞게 MBC 창립 이후 60년 방송 동안 기록할 만한 순간을 NFT로 제작했다. 5월 말 기준 20여 개의 NFT를 발행했으며 이 중 12개가 매진됐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패러디를 만들어 낸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속 한 장면 최규재 할아버지의 ‘무야호’ 영상은 950만1000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다. MBC는 해당 NFT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영상 속 출연자들과 초상권, 수익 분배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는 국내에서 최초로 예능 프로그램을 테마로 기획한 NFT를 발행했다. MBC가 60년 전통을 강점으로 NFT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채널A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살려 NFT 사업을 기획했다.

    그림 2MBC에서 선보인 NFT

    그림 2 MBC에서 선보인 NFT
    출처: 아카이브 by MBC

    채널A에서 NFT 사업을 전담하는 X-스페이스의 김상하 팀장은 “NFT가 아트, 게임 등 다양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며 “각 예능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고려해 가장 핏(fit)이 맞는 조합으로 NFT와 프로그램을 연계했다”고 밝혔다.

    채널 A는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에 그동안 등장한 낚시 스팟을 전체 지도 이미지로 제작해 5,401개로 쪼개 각각을 NFT화 했다. 로컬을 돌아다닌다는 도시어부의 콘셉트를 NFT 아트로 구현한 것이다. 5,401개의 이미지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특정 요소가 임의로 변형돼 생성되는 ‘제너러티브 아트’ 형식으로 제작됐다. 올해 2월 NFT 플랫폼 ‘오픈시(Opensea)’에서 3,800개를 판매했는데 약 1분 30초만에 매진됐다.

    지난 5월에는 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의 NFT를 발행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NFT 프로젝트 ‘메타 토이 드래곤즈’와 함께 강철부대의 8개 부대를 PFP로 구현한 ‘메타 토이 스쿼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총 8,888개의 NFT가 PFP 형식으로 출시됐고, 각 NFT는 메타 토이 드래곤즈의 게임 내에서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강철부대> 콘텐츠와 게임을 전투라는 요소로 풀어낸 것이다.
    그림 3채널A와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출시한 강철부대 NFT ‘메타 토이 드래곤 스쿼드’

    그림 3 채널A와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출시한 강철부대 NFT ‘메타 토이 드래곤 스쿼드’출처: 채널A

    내부에서 NFT 관련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MBC, 채널A 모두 외부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NFT 사업을 전개했다. MBC은 블록체인 전문 기업 블로코와의 MOU를 통해 기술을 지원 받았다. 채널A의 <도시어부> NFT는 제너러티브 아트 프로젝트에 전문성을 가진 트레져스클럽과 협업했고, <강철부대> NFT는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손을 잡았다.
    NFT의 구매자들은 ‘제작-출시-판매’로 끝나는 굿즈와는 NFT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NFT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커뮤니티의 일원들에게 계속해서 혜택을 제공해 NFT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발행자의 역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NFT가 하나의 제품인 동시에 가치가 변동하는 재산이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NFT에 가치를 부여하는 커뮤니티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재 NFT 시장이 창작자 개인에게도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만큼 기업은 더더욱 NFT 커뮤니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채널A는 강철부대 NFT 보유자들은 강철부대 출연진과 커뮤니티 소통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도시어부 NFT의 후속 프로젝트로는 도시어부 메타버스 맵을 제작해 올해 중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발행한 NFT가 메타버스 안에서 다양한 아이템으로 활용 가능하다. 강철부대 NFT 역시 게임 아이템 형식으로 제작 됐으며 게임 내에서의 가치에 따라 NFT의 가치도 변동될 것으로 보인다. 강철부대 IP와 게임의 인기, NFT의 아이템으로서의 가치가 지속된다면 NFT의 가치 역시 유지되거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 5시사점
    팬데믹 이후에도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사업 다각화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글로벌 팬데믹의 가능성을 경고하며 기업의 혁신 파트너로 활동 중인 미래학자 조너선 브릴(Jonathan Brill)은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팬데믹과 버금가는 위기는 이전보다 더욱 자주 찾아올 것이다. 하나의 충격이 가시기도 이전에 새로운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기후 위기, 고령화, 인구 문제 등 언제 어떻게 다가올 지 모르는 락다운(Lockdown)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사업 다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팬들의 반응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기존 팬들이 바라는 세계관의 확장 방향성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새로 진출하고자 하는 사업의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경제를 낳으며 그 경제 속의 소비자들은 과거와는 다른 니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술과의 융복합 지점을 찾는 일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지만 핵심 역량인 기술이 외부에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외부와의 협업은 빠르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지만 파트너를 잃으면 언제든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현재는 IP를 가진 엔터테인먼트 회사보다 기술을 가진 파트너사의 협상력이 높은 상황이다. 당장은 외부에 기술을 의존하더라도 실제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관련 인프라와 인재를 유치해 나갈 필요가 있다.
  • Reference

    1. A New Playbook for Diversified Companies, Ulrich Pidun, Ansgar Richter, Monika Schommer, and Amit Karna, MIT Sloan,
      2018.11.05
    2. 2021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 영화진흥위원회, 2022.04.13
    3. 코로나19 폭격 맞은 2020년 K팝, 의외로 선방했다, 중앙일보, 2021.03.29
    4.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세계관 형성, 김동은,이규열, DBR, 2021.12.1
    5. 개방적 세계관을 위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박기수, DBR, 2021.12.1
    6. V. Kuppuswamy and B. Villalonga, “Does Diversitification Create Value in the Presence of External Financing Constraints?
      Evidence From the 2007-2009 Financial Crisis,” Management Science 62, no.4(April 2016): 905-1,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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