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는 서로 다른 전략을 통해 콘텐츠 산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협업을 통해 플랫폼을 강화하고자 하는 반면 카카오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내부 역량을 통합하고 자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소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글로벌 확장성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는 목표가 동일하다.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가 콘텐츠 IP 확보를 통해 2차 콘텐츠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이미 검증한 상품을 재가공·재활용하는 형태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2차 콘텐츠가 흥행하면 1차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관심도 한층 높아져 1차 콘텐츠 자체의 상품성과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우선 네이버는 2004년 웹툰을 시작으로 콘텐츠 IP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1월 기준 글로벌 월간 이용자 7,200만 명, 연간 글로벌 거래액 8,200억 원을 기록했다. 주요 웹툰 IP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2차 콘텐츠 육성 사업을 본격화하고자 2018년 8월에콘텐츠 기획 개발사인 ‘스튜디오N’을 설립했다. 네이버는 지난 2020년 12월에 올해 웹툰 기반의 영상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그림2 참조).
출처: 전자신문(2020.12.28.).네이버웹툰, 웹툰·웹소설 IP 영상화 계획 발표
웹툰 시장과 더불어 국내 웹소설 시장은 네이버, 카카오, 문피아, 조아라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0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50% 성장한 약 4,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뿐만 아니라 조아라, 문피아와 같은 웹소설 전문플랫폼들이 함께 경쟁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웹툰IP와 더불어 웹소설IP를 확보하고자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의 지분 100%를 6억 달러(6,533억)에 인수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왓패드는 매월 9,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230억 분을 사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 스토리텔링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를 통해 네이버웹툰과 왓패드를 통해 약 1억 6,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글로벌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가 됐다(파이낸셜뉴스, 21.1.20).
이번 인수를 통해 웹툰과 웹소설 분야에서 모두 세계 1위 플랫폼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왓패드는 글로벌 영상 사업을 전개하는 왓패드 스튜디오도 보유하고 있어 네이버웹툰의 스튜디오N 등과 함께 원천 콘텐츠를 더욱 다양하게 영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콘텐츠 IP 확보를 더불어 콘텐츠 IP를 활용하기 위해 관련 사업자와 협력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미 CJ ENM과 지난해 네이버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 등을 드라마로 만들어 각각 tvN과 OCN을 통해 선보인 바 있다.
출처:이데일리(20.10.26). "네이버-CJ ENM의 시너지···콘텐츠 시장 '금수저' 탄생 예고"
최근 네이버와 CJ그룹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지분 맞교환 및 포괄적 협력에 관한 안건을 의결했다5. 이번 협력을 통해 네이버는 보유 중인 콘텐츠 IP를 영상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제작 및 기술력을, CJ ENM은 풍부한 IP창구와 온라인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업무 제휴로 양사는 공동으로 투자한 프리미엄IP 중 일부를 CJ가 우선적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네이버웹툰 IP로 드라마를 제작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 유통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출처:교보증권(2021.21.01).카카오 & 네이버 엔터 진출 행보 가속화, SPOT Brief
카카오 역시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콘텐츠 IP를 확보하고자 한다. 지난 3월 4일에는 카카오 페이지와 카카오M 간 합병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출범했다. 이번 합병으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웹툰·웹소설 등 원천 스토리 IP, 음악·영상·디지털·공연 등 콘텐츠 기획 제작,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 및 밸류체인을 확보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웹소설 IP 사업을 중심으로 지난 2013년 출시된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으로, 누적 가입자 수 2,200만 명, 누적 작품 수 6만 2,000여 개에 이른다. 2014년 ‘기다리면 무료’라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시장의 유료화를 끌어냈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16개의 자회사 및 관계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약 8,500개의 원천 스토리 IP를 보유하고 있다.
출처:교보증권(2021.21.01).카카오 & 네이버 엔터 진출 행보 가속화, SPOT Brief
카카오M은 매니지먼트 7개사와 레이블 4개사를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를 산하에 두고 모바일부터 TV, 스크린, 라이브 영역까지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음악·영상 콘텐츠의 기획,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축적한 IP 비즈니스 노하우와 역량을 기반으로 콘텐츠 IP의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3월 23일 미디어 콘텐츠 전략 간담회에서 KT그룹 미디어 플랫폼을 연결해 2023년까지 원천 IP 1,000여 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위해 약 4천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회사 등이 보유한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올레TV 등을 통해 유통한다는 게 골자이다.
자회사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웹소설·웹툰 관련 IP를 바탕으로 KT 스튜디오지니가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KT 스튜디오지니는 2023년까지 매년 10~20개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해 시즌과 자사 IPTV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스토리위즈는 최근 테이크원컴퍼니, 필콘미디어 등과 자사 IP 영상화 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KT는 자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통해 영상 제작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KT가 보유한 유료 방송가입자 1,300만 명의 콘텐츠 시청 집중도와 이용 패턴 등을 분석해 도출한 ‘흥행 예측 모델’을 영상 제작에 활용한다는 뜻이다.
출처:연합뉴스(2021.3.23)."KT, 콘텐츠에 '승부수'···2023년까지 원천 IP 1천개 확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게임 업계에서도 IP를 활용해 웹툰과 웹소설, 드라마, 영화 등 분야를 넘나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들이 영상 제작 기업에 잇달아 투자하며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하나의 통합된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게임을 넘어 문화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미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갖춘 게임 IP를 보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리니지2·아이온·블레이드&소울 등의 IP는 게임뿐 아니라 뮤지컬·웹툰·OST 등의 분야 IP를 보유한 업체이다. 엔씨소프트는 2014년부터 웹툰·웹소설·영화 등 문화 콘텐츠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50억원, 2018년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에 50억 원을 투자했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MBC와 IP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보유한 원천소스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며 신규 IP를 창작하거나 외부 IP를 발굴하기 위한 협력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공동개발 대상 IP의 웹툰화, 웹소설화, 게임화를 맡아 진행, MBC는 IP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과정을 담당한다. IP 및 콘텐츠 개발을 위해 양사가 보유한 원천소스 데이터와 각종 기술 및 인프라,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자체 IP기반 영상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곳 중 하나로 스마일게이트를 들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현지 드라마제작사와 함께 자사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기반으로 한 36부작 드라마 <천월화선>을 제작해 총 18억 뷰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한 소니 픽처스와 제휴를 통해 해당 IP를 기반으로 영화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스마일게이트는 영화 <신과 함께>,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으로 유명한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합작법인(Joint Venture)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설립했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는 단순히 게임IP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을 넘어 여러 IP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어내는 작업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영상 포맷의 경계를 넘나드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통해 시청자들이 영상, 게임 및 기타 콘텐츠들까지도 연속성 있게 같이 즐길 수 있는 ‘영상 서비스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