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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OTT사업자의 콘텐츠 IP 전략

글로벌 OTT 사업자의 콘텐츠 IP 전략과 시사점:
디즈니와 넷플릭스 사례 비교를 중심으로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이 글은 대표적인 글로벌 OTT 사업자인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IP 전략을 비교 검토함으로써 OTT 전쟁이 격화되는 현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랜 기간 축적된 IP와 팬덤을 보유한 디즈니는 수직-수평 계열화된 자신의 IP 생태계로의 락인(lock-in)을 높이는 팬덤 플랫폼으로서 디즈니플러스를 활용한다. 넷플릭스는 190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서비스로서의 장점을 활용하며 각국의 창작자들과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IP 발굴과 연계에 집중한다. 이들 기업의 사례는 향후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텐츠 IP기반 팬덤 연계 경험의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 1들어가며
    OTT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OTT 시대로의 전환은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파괴적 혁신으로 스트리밍 기반의 영상 생태계로의 이전을 단숨에 불러온 넷플릭스(Netflix)를 선두에 두고, 전통적인 미디어 강자인 디즈니(Disney)와 워너미디어(WarnerMedia) , NBC유니버설(NBC Universal) 등의 기업들이 과감하게 OTT 중심의 사업 재편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통과하는 동안 글로벌 텔레비전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던 넷플릭스의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의 성공은 각 나라의 미디어거버넌스와 생태계 전반에 큰 충격을 가져오고 있다.

    OTT 중심의 영상 미디어 산업 재편이 가속화될수록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구독 기반 OTT 서비스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2~3개 이내의 구독 레퍼토리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콘텐츠 경쟁을 부추기는 배경이 된다. 스트리밍 기반의 서비스라는 유사성이 부각되자 차별화를 위한 조건으로써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OTT 서비스 간에 공격적인 콘텐츠 제작 투자에 대한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Disney Plus), HBO 맥스(HBO Max),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들의 최근 전략에서 주목할 부분은 강력한 팬덤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 IP를 활용한 전략들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첫 번째 오리지널 작품은 강력한 팬덤을 가진 스타워즈 세계관과 연결된 <만달로리안(Mandalorian)>이라는 스핀오프 작품이었다. HBO 맥스는 최근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대표 작품인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의 감독판 <스나이더 컷(Zack Snyder’s Justice League)>을 4시간이 넘는 분량으로 공개했다. 이는 HBO 맥스가 스나이더 컷을 공개하라는 팬덤의 강력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IP 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으로서 OTT 서비스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점차 OTT 서비스가 콘텐츠 IP 팬덤을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하에서 콘텐츠 자체 보다, 콘텐츠가 지식재산으로서 만들어낼 수 있는 확장적 가능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존에 개별 미디어 단위로 분열되어 있던 수용자 집단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 IP를 단위로 팬덤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정의되기 시작했다(이성민, 2020a). 하나의 완결된 작품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계된 요소들에 대한 자발적 해석과 공유와 같은 참여적 소비가 활발해지는 ‘연계 패러다임(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6)’의 부상은 콘텐츠 IP 중심 산업 재편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단순히 개별 콘텐츠를 수급하는 전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가 이후의 다양한 콘텐츠 소비와 연계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콘텐츠 IP 비즈니스로의 확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OTT의 입장에서 콘텐츠 IP는 이용자의 연계 소비를 높이고 특정한 IP의 팬덤유입을 촉진하는 등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유료 구독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SVOD 기반의 OTT 들엔 월 구독료를 지불할 가치를 지속해서 창출하는 데 있어서 직관적인 효과가 있는 우수한 IP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각자의 고유한 콘텐츠 IP 전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글은 대표적인 글로벌 OTT 사업자인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IP 전략을 검토함으로써 OTT 전쟁이 격화되는 현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검토 대상으로 두 기업을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디즈니는 전통적으로 우수한 콘텐츠 IP를 다수 보유하면서 전략적인 연계 전략을 통해 체계적인 팬덤 생태계와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온 기업이다. 최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이러한 IP 생태계와 유기적 연계를 맺는 작품들을 공개하면서 OTT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IP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OTT 서비스 중 선발 주자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큰 확장을 성취했지만, 디즈니의 자사 IP 회수를 시작점으로 자체 오리지널 IP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왔다. 특히 글로벌 서비스로의 확장 과정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IP 확보와 연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자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두 사업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IP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현지화라는 OTT 서비스의 핵심목표를 위한 선도적인 IP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2디즈니의 IP 전략
    디즈니는 OTT 서비스가 중심이 되기 이전 가장 강력한 콘텐츠 IP 전략을 전개하는 기업이었다. IP 전략 측면에서 디즈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팬덤 기반이 강한 소위 ‘슈퍼 IP’를 보유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하여 거대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것과 이를 체계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IP 비즈니스 생태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디즈니는 루카스아츠(Lucas Arts Entertainment Company) 인수를 통해 스타워즈 IP를 확보하고, 코믹스 IP를 대거 보유한 마블(Marvel)과 픽사(Pixar)의 인수를 통해 3D 애니메이션 IP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기업을 IP 강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인수하여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IP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렇게 확보한 IP는 디즈니가 보유한 방송, 영화와 같은 미디어 기업과 더불어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와 관련 MD상품 판매, 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장르 및 산업 확장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미디어 복합 기업으로서 디즈니의 총체적 IP 전략은 많은 기업의 참고 대상이자 최종적인 목표로 자리잡고 있었다.

    디즈니의 IP 전략에 있어서 OTT 서비스가 갖는 위치는 이러한 IP 생태계와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특히 디즈니플러스는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디즈니 IP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하게 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의 디즈니 작품들을 하나의 서비스에 집중시키고, IP 팬덤의 관심을 지속해서 환기하는 수단으로서 OTT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디즈니는 자신의 IP의 팬덤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OTT의 위치를 새롭게 설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디즈니는 글로벌 IP 전략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영화를 가장 중요한 전략 수단으로 활용했다. 개별 영화 작품들을 서로 연계하여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는 영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IP 전략의 핵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디즈니는 일정한 주기의 개봉 기간을 바탕으로 작품을 연계하고 홍보하며, 관련 VOD 판매와 상품 연계를 전개하는 체계적인 방식을 통해 지난 몇 년 간 극장 산업을 주도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극장 중심의 IP 전략이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디즈니랜드와 같은 오프라인 기반의 테마파크 전략은 팬데믹 기간 중오히려 사업적인 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가 첫 작품으로 <만달로리안>이란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를 선택한 것은 이들이 IP 전략에 있어서 OTT에 어떠한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디즈니는 지속해서 IP를 모으고, 다시 만들고, 확장하며, 연결해왔다(이성민, 2017). 디즈니는 영화 중심의 세계관 전개가 가질 수 있는 흥행의 리스크를 안정적인 구독 기반 OTT를 통해 해결하면서, 팬덤의 지속적인 관여(engage)를 높일 수 있는 팬덤 플랫폼(이성민, 2020b)으로서의 역할을 디즈니플러스에 맡기고 있다. 디즈니 IP의 세계관을 온전히 누리고자 하는 팬덤이라면,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을 포기할 수 없다. 이는 최근 한국의 주요 아이돌 셀러브리티 IP의 팬덤 플랫폼을 표방한 위버스(Weverse)나 유니버스(UNIVERSE)와 같은 서비 스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되는 전략이기도 하다. 디즈니플러스 없이는 디즈니 유니버스의 온전한 일원이 되기 어렵게 된다. 즉,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의 IP 생태계를 온전히 즐기기 위한 팬덤을 위한 일종의 ‘여권’이 되고 있다.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의 IP 전략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재 미국 현지에서 가시화된 ‘팬덤 플랫폼’ 구축 전략이고, 두 번째는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화 전략이다.

    1) IP 팬덤 플랫폼의 구축 전략

    먼저 콘텐츠 IP 단위의 세계관 연계의 거점으로서 디즈니플러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완다비전(Wanda Vision)>과 <팰컨과 윈터솔져(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는 디즈니 IP 전략의 대표 주자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새로운 페이즈(phase)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앞서 3번의 거대한 연계 시리즈의 단위인 페이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바 있다. 개별 히어로의 이야기를 담은 단독 영화를 통해 세계관의 연계 지점들을 구축하고 그 결과물을 <어벤져스(Avengers)> 영화를 통해 종합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표현이 말해주듯이 그동안 이러한 연계의 전략은 주로 영화를 통해 전개되어 온 것이 특징이었다. 기존에도 <에이전트 오브 쉴드(Agents of S.H.I.E.L.D.)>와 같은 드라마 시리즈가 존재했지만, 이들은 전체 세계관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기 보다는 스핀오프 형태의 부가적인 콘텐츠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에 디즈니플러스를 통해서 공개한 완다비전에 사람들이 주목한 이유는 공식적인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의 4번째 페이즈의 시작을 여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완다비전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서사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공개된 세계관의 요소들이 이후의 페이즈4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임이 확실히 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기존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팬덤은 직접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해서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즐기고 있으며, 디즈니플러스에 직접 접속할 수 없는 미진출 국가의 팬덤들이 관련 정보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상호 공유하고 토론하고 있다.

    기존에도 이러한 세계관 연계 전략은 영화 개봉 이후의 VOD의 지속적인 매출을 견인하고 ‘팀-업(team up)’ 영화인 <어벤져스(The Avengers)>의 흥행 규모 증대에 기여해왔다. 다만 이러한 VOD들은 개별 미디어 플랫폼들로 파편화되어 있었고, 팬들의 활동도 다른 커뮤니티 등으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쉽게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디즈니플러스 출범과 함께 디즈니는 이렇게 흩어져 있던 기존 작품들의 서비스 권한을 회수했고, 온전히 자신의 플랫폼 위에서 연계 소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다.

    OTT의 추천 시스템은 이러한 연계 전략을 돕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하나의 작품을 시청한 이후 연계 작품을 추천할 수 있다는 점은 다수의 ‘레거시 IP’를 보유한 디즈니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기존에 축적된 ‘홈 비디오’ 시절의 작품들과 극장 개봉작 중심의 레전드 작품들이 상호 연계되어 소비될 수 있게 한다. 이제 디즈니 IP의 팬덤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신작과 구작을 끊임없이 연결해서 시청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연계 소비의 데이터는 디즈니의 IP 전략을 위한 자원으로서 축적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속 작품의 기획과 연계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마블뿐 아니라 기존의 디즈니가 보유한 IP 간 연계 및 활용 전략 역시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보다 정교하게 조직화되고 있다. 앞서 제시한 <만달로리안>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IP 연계에 있어서 영화 중심의 전략이 가진 흥행 위험과 서사 연결의 한계를 드라마 시리즈를 통해 극복하는 전략이 가장 대표적이다. 기존에 디즈니는 영화 중심의 핵심 서사 구축이 성공하면 이에 대한 ‘홈 비디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던 적이 있다. 기존에 철저히 영화-비디오-테마파크로 이어지는 위계적 경험 구조를 지켜왔다면, 이제 OTT 우선 전략을 통해 IP 세계관의 핵심 서사를 경험하는 순서를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현지화 전략의 정교화

    디즈니플러스는 북미 지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에 이미 진출했으며, 2021년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이 계획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 지역 확대를 위해 현지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디즈니의 IP 전략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디즈니는 OTT 서비스 이전에도 지속해서 콘텐츠 소비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현지화 전략을 고민해왔다. 기존의 현지화 전략의 특징은 특정 지역의 문화 요소를 차용한 하나의 서사를 만들되, 기존 디즈니 작품들과의 일정한 형식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었다. 예를들어 ‘뮬란’의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는 모두 중국 및 아시아 시장에 대한 현지화 전략이 담겨 있으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프렌차이즈가 공유하는 서사 전략들의 틀 안에 포함된다. 여주인공 뮬란이 ‘디즈니 프린세스’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021년 개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Raya and the Last Dragon)>은 아세안 지역의 문화요소를 다수 차용하고 있으면서도 ‘디즈니 프린세스’라는 IP 전통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디즈니식 현지화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디즈니 IP의 유니버스에 특정한 문화권의 배경을 가진 인물을 추가하고 관련 서사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해당 작품이 아세안 지역으로의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진출을 앞두고 기획된 작품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OTT 현지화 전략에서도 기존의 IP 연계 현지화 전략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 진출을 앞두고 한국에서 제작한 드라마와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아시아에서의 성공에 한국 드라마의 기여가 높았다는 인식에서 디즈니도 현지화를 위해 한국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는 자체 IP 기반의 팬덤 플랫폼이라는 디즈니플러스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다소 의외의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진행한 루크 강(Luke Kang)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의 인터뷰 내용에는 흥미로운 언급이 담겨 있다(중앙일보, 2021.3.24.). 웹툰 등을 원작으로 한 한국 드라마는 ‘스타(Star)’라는 콘텐츠 브랜드의 일부로 디즈니플러스에 담기게 된다는 것이다. ‘스타’는 훌루(Hulu)의 글로벌 버전으로, 디즈니 산하 스튜디오의 프로그램들이 포함되게 된다. 디즈니가 최근에 인수한 20세기 스튜디오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그림1 스타 브랜드가 포함된 디즈니플러스 화면출처: The Walt Disney Company (2021.2.23.)

    디즈니는 지속해서 인수합병 등을 통해 IP 유니버스의 범위를 넓혀왔다. 이들 중 온전히 디즈니의 세계에 정착한 것들도 있지만, 아직 여전히 체계적인 발굴과 관리가 필요한 IP의 원석들도 존재한다. ‘스타’라는 카테고리가 디즈니플러스의 현지화 전략의 일부로만 남게 될지, 보다 전략적인 IP 전략의 자원으로 활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디즈니가 스트리밍 기반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더욱 정교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라는 형태로 IP 확보 전략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 3넷플릭스의 IP 전략
    넷플릭스의 IP전략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글로벌 단위의 오리지널IP의 지속적인 축적과 활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의 성공을 시작으로 자신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략을 지속해왔다. BMO 캐피털 마켓은 넷플릭스가 2020년 한 해 동안 173억 달러의 콘텐츠 제작 투자를 할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Todd Spangler, 2020.1.16.). 넷플릭스는 OTT 서비스의 경쟁력이 독점적 콘 텐츠, 즉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보에 있다는 명제를 확산시킨 주인공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의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2021년 1월, 16,000제곱미터 규모의 스튜디오를 장기 임대했으며, 같은 해 2월에는 한 해 동안 약 5,500억 원의 제작 투자를 계획하고 있음을 발표했다.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2020년 터키에서도 10여 편의 오리지널 작품 제작 계획을 발표했고 파리에서도 2020년 1월에 신규 지사를 설립하고 20편 이상의 작품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2020년 6명의 크리에이터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1년에는 도호 스튜디오에 방음 스튜디오 두 곳을 임대하며 지속적인 일본 작품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국경을 넘어선 새로운 텔레비전(임종수, 2021.3.2)으로서 OTT 중심의 미디어 시장 재편을 선도하고 있다. 190개국에 진출하여 확보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전 세계에 서 확보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동시에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아직 넷플릭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글로벌 생산-소비 기반을 바탕으로 철저한 현지 기반의 작품 수급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콘텐츠 IP의 라이브러리를 확보한 디즈니와 같은 기존 미디어 사업자와 달리, 넷플릭스는 후발주자로서 자신만의 IP를 축적하는 것 자체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IP의 연계 콘텐츠를 제작하며 그 팬덤이 넷플릭스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선순위는 오리지널 IP의 축적에 기울어져 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원칙으로 알려진 ‘창작의 자유’는 이러한 ‘축적의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기존의 콘텐츠 IP는 이미 구축된 세계관과 팬덤의 기반이란 강점이 있지만, 한편으론 그렇기에 창작에 있어서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한다. 반면 새롭게 창출되는 IP의 경우, 그 매력을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보다 자유로운 창의성이 발휘될 필요가 있다. 창작의 자유와 글로벌 동시 공개라는 파급력은 넷플릭스로 새로운 창의적 시도들이 모일 수 있는 원천이 되어 준다.
    넷플릭스가 가진 글로벌 동시 유통이라는 강점은 IP 전략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넷플릭스의 최근 오리지널 작품들의 특징 중 하나는 IP 연계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IP를 활용한 연계 작품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해서 글로벌 이용자에게 동시 공개하는 방식이다.

    얼마 전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되었던 <승리호>의 경우도 웹툰과 연계된 ‘슈퍼IP’ 프로젝트로서 준비된 작품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고질라 VS 콩(Godzilla VS. Kong)>의 인기로 다시 주목을 받는 몬스터 버스(MonsterVerse) 세계관의 작품으로 콩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컬 아일랜드(Skull Island)>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이 확정되었다. 넷플릭스는 이미 고질라 IP를 활용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바 있으며, <울트라맨(The Ultra man)>, <소닉(Sonic the Hedgehog)> 등 다수의 레거시IP로 최신 작품들의 제작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콘텐츠 IP를 확장하려는 사업자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팬덤의 유입과 기존 팬덤의 활성화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글로벌 이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의 도움이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이렇게 기존IP를 보유한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디즈니와 같이 수직-수평적 통합을 이룬 거대 IP 기업이 아닌 이상, IP의 대형화를 위해 넷플릭스와 협력하는 것은 현재로서 가장 유용한 선택지인 것이다.

    초기의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등 성공한 오리지널 콘텐츠 IP들의 팬덤 확대에 관심을 기울였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서비스 범위가 단기간에 빠르게 확대되면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확보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물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작품에 대해 서비스 화면의 상단에 지속 노출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다만 개별 IP 단위로 볼 때 넷플릭스에서 지속적인 연계의 기회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수 있다. 넷플릭스 안에선 이미 수많은 개별 IP들이 서로 제작과 홍보의 기회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일견 넷플릭스의 IP 전략은 다소 혼란스러워 보인다. 추천 알고리즘을 토대로 작품 간의 연계 소비를 돕기는 하지만 개별 IP의 팬덤들을 적극적으로 묶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은 아직 강하지 않다. 다만 일정한 규모의 팬덤을 가진 IP의 연계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서, 점차 복수의 팬덤을 유입시킬 기회를 늘려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넷플릭스는 우수한 콘텐츠 IP를 보유한 기업과 창의성을 가진 창작자, 그리고 IP 팬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위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비교적 축적된 IP가 부족했지만,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다양한 창작자와 연결되고, 글로벌 동시 유통이란 유인으로 IP 연계를 위한 최적의 플랫폼으로서 위치를 차지한 넷플릭스이기에 가능한 방식일 것이다.
  • 4시사점
    OTT 서비스의 두 강자인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서로 다른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각자 고유의 IP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된 IP와 팬덤을 보유한 디즈니는 수직-수평 계열화된 자신의 IP 생태계로의 락인(lock-in)을 높이는 팬덤 플랫폼으로서 디즈니플러스를 활용한다. 상대적으로 자체 IP가 부족한 넷플릭스는 190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서비스로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며 각국의 콘텐츠 창작자들과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IP 발굴과 연계에 집중한다. 디즈니플러스가 디즈니 유니버스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여권’과 같다면, 넷플릭스는 창작자들이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놀이터에 가깝다.

    글로벌 OTT의 IP 전략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사점을 플랫폼과 콘텐츠 측면으로 나누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플랫폼 측면에서는 IP 측면에서의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즈니가 자신의 풍부한 아카이브를 활용하고 넷플릭스가 글로벌 서비스로서의 강점을 이용하듯 국내 OTT 사업자들도 각자의 강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국내 주요 OTT 사업자들은 방송 서비스와의 깊은 연계를 가지고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편성표에 따른 실시간방송과 퀵VOD를 제공하며 방송사의 라이브러리를 제공받는 방식으로 콘텐츠의 풀(pool)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이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강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방송 사업자의 오랜 레거시를 바탕으로 IP자원을 발굴해내고, 이에 대한 파생 콘텐츠나 큐레이션을 유기적으로 기획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팬덤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최적의 IP 연계 소비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해당 팬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서비스의 지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최근 왓챠에서 진행하는 ‘#헐 왓챠에’ 캠페인이 바로 이러한 팬덤 단위의 연계 소비 활성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IP 팬덤이 경험의 연계를 이어갈 수 있는 서비스의 기획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IP 생태계 측면에서의 특성도 중요한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웹툰 IP를 중심으로 기업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글로벌 IP가 나오진 않았지만, 웹툰 플랫폼의 진출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OTT 플랫폼은 이들 IP를 중심으로 한 연계 프로젝트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넷플릭스의 전략을 참고한다면, 본편 이후의 파생 콘텐츠들의 제작에 관여함으로써 해당 팬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현재 웹툰과 드라마 중심으로 창작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IP 경험의 복합성을 고려한다면, 특정 창작 방식에 제작 역량이 집중되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또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해외 팬덤을 만날 수 있는 확장의 기회를 만나는 건 좋은 일이지만, 팬덤을 적극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IP 자원을 너무 쉽게 흘려보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오리지널 콘텐츠’만 있으면 된다는 방식의 접근으로는 국내 사업자들이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IP 경험의 다각화와 팬덤 활동의 기반 구축이란 측면에서 현재 생태계 내에서 서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협력의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IP 기반의 수직적 계열화가 잘 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디즈니와 같은 팬덤 활성화 전략을, 다수의 IP 사업자들과의 협력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IP 연계를 위한 핵심 파트너의 역할을 담당하는 방식을 취하는 등 상황에 맞는 전략의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은 해외 사례를 통해 OTT 서비스가 IP 팬덤과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음을 확인하고 국내 OTT의 IP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국내에서도 논의의 초점이 콘텐츠 IP 기반 팬덤 연계 경험의 고도화를 위한 노력으로 이동해야 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앞으로 우리의 상황에 맞는 IP 중심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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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성민(2020a). TV 떠난 이용자 찾아나선 ‘부캐’들... 채널과 플랫폼 경계 넘나든다, 신문과방송 2020년 10월호, 37-41쪽.
    3. 이성민(2020b). “팬덤 플랫폼의 성장”. 문화예술지식정보시스템. 아키스브리핑 제250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4. 임종수(2021.3.2). 넷플릭스는 과연 어떤 텔레비전인가?: 산업과 정책을 위한 넷플릭스 개론,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5. 한국문화관광연구원(2016). 융복합 콘텐츠 산업 현황 진단 및 대응 전략, 문화체육관광부.
    6. “넷플릭스 천하? 디즈니플러스가온다...웹툰‧K드라마 들고”, 중앙일보(2021.3.24.)
    7. Disney+ Launches Star in Select Overseas Markets, The Walt Disney Company Press Releases(2021.2.23.)
    8. Todd Spangler(2020.1.16.). Netflix Projected to Spend More Than $17 Billion on Content in 2020, Var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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