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 사이니지의 기술 수준은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정보통신 기획평가원(2019)의 ICT 기술 수준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스마트미디어 서비스의 기술격차는 미국과 0.4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5G 통신 환경과 정보통신 기술 강국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한국의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과 소프트웨어 기술력, 새로운 디지털 사이니지의 개발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경쟁 상황에 들어서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된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대표적인 경쟁력은 실제 기업이 경험한 레퍼런스로 평가된다. 즉, 얼마만큼 크고 고급스러운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보았는지, 여러 디스플레이를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통제하거나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만든 경험이 있는지, 이용자들에게 와우(WOW) 효과와 바이럴(VIRAL) 효과를 줄 수 있는 탁월한 콘텐츠나 새로운 서비스 미디어를 만든 경험이 있는지 등이 현재 디지털 사이니지의 글로벌 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들은 회사의 실적, 핵심 기술력, 거래처, 신용도 등 다양한 지표들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서 해외 기업들의 경쟁력이 국내 기업들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과 해외 기업들의 시장 경쟁력 차이는 시장의 크기, 투자 규모와 가능성, 국가적 지원 정책 등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동, 미국, 유럽 등에서 디지털 사이니지의 보급이 확산하면서 해당 국가별 기업들은 자국의 지원과 투자 및 보호를 받으면서도 자국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활동하였다.
해외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상황을 몇 가지 살펴보면 LED 디스플레이와 관련해서는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의 50% 이상을 보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중국의 리야드(Leyard)社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였고 현재 LED 출하량 기준 세계 1위를 달리는 기업이 되었다. 미국 내 디지털 사이니지 CMS 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였던 SCALA社는 2016년에 스트라타캐시(STRATACACHE)社에 인수되었는데 그 투자를 통해 보다 더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캐나다의 모멘트팩토리(Moment Factory)나 일본의 팀 랩(Team Lab) 역시 글로벌 레퍼런스를 토대로 점점 더 큰 사업 성장과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금은 세계 최고의 실감 콘텐츠 제작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에서 작은 레퍼런스 밖에 만들 수 없는 상황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규모가 큰 글로벌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수주하기에는 레퍼런스나 실적, 회사 규모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으며 자본, 인력, 기술 개발 측면에서 도전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사업 리스크가 커 주저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소규모의 조직으로 검증된 사업 분야에서 조심스럽게 해외 시장을 노크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러한 시도 역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 국내 기업들은 꾸준히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고 긍정적 성과들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과 계기 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레퍼런스를 통해 해외 클라이언트에게 초대받은 경우가 가장 많은 편이다. 인터넷이나 뉴스 등을 통해 기업 인지도가 높아지면 해외 영업에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두 번째는 해외 전시회나 온라인 등의 적극적인 해외 홍보를 통해 고객을 발굴하고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지속적인 수출을 하게 되는 경우이다. 완제품 형태의 무인 결제 키오스크, 주문기 등의 디지털 사이니지 기기들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해외 법인을 만들어 현지에 진출하고 직접 경쟁하는 경우이다. 이 방법은 해외에서 직접적인 영업을 통해 빠르게 대응하고 고객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 번째로는 국내 대기업과 동반 진출하여 해외 레퍼런스를 만드는 경우가 있으며 그 밖에도 국내나 해외 관계사, 투자자 등으로부터 소개를 받거나 해외 거래처와의 협력 형태로 글로벌 입찰에 참가하여 수주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로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기회가 많다는 점은 시장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크다는 것도 있지만 우리만의 강점이 그 시장에 쉽게 적용될 수 있거나 우리의 기술과 제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럼 해외 진출의 기회요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국내에서 적용하고 경험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현지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무인안내시스템이나 주문기, 발권기 같은 언택트 키오스크의 경우 UI, UX 디자인이나 소재 적용 측면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친 제품을 해외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개발 경험이 적은 다른 국가의 기업들에 비해 국내 제품의 경쟁력이 높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기능의 새로운 서비스 기기들을 여러 사이트에 운영하면서 기능성과 효과성 여부를 이미 검증해 보았기 때문에 해외 바이어 설득이 용이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남아시아나 중국, 호주, 캐나다 등의 국가들에서는 한국의 기술과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해외 시장의 디지털 사이니지 수요와 공급 측면의 시장 상황 등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유리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증가와 디지털기기의 사용 경험이 많아지고 해외에서도 공간 및 서비스 개선, 운영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디지털 사이니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공급처는 제한적이고 부족하다. 즉 대형 유통점과 쇼핑몰, 교통시설, 공공기관 등에서 대규모 발주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고 해외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이 적으며 해당국가에 경쟁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입장에서는 좋은 영업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상징적인 장소의 디지털 사이니지 공급이 다른 사이트 영업으로도 이어 질 수 있어 시장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해외 국가의 초기 진출은 사업 확장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장 수요 증가 요인과 더불어 신기술 솔루션 상품이나 서비스의 원가 구조와 비경쟁 상황 등도 높은 이익을 창출할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