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브비주얼

Featured Report

[기획] 디지털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디어 플랫폼화

차우진
(작가, 문화산업평론가)

  • 2021년 상반기,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로 이름을 바꾸고, 자사 플랫폼인 ‘위버스’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환한 일일 것이다. 인터넷 포털, 통신사로 불리던 기업들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지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의 지분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음악 비즈니스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IP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이어지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를 하고 있다. IP 비즈니스 위주로 콘텐츠 비즈니스가 전환된다는 큰 흐름이 존재한다. 지금의 엔터테인먼트 혹은 콘텐츠 비즈니스는 콘텐츠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것 뿐 아니라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무형의 가치를 상품화하고, 그것이 연결하는 사람들을 더욱 늘려나가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 ‘팬’이 바로 플랫폼과 서비스, 콘텐츠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모두에게 핵심 자산이자 가치가 되는 것이다.
  • 1들어가며
    2021년 상반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로 이름을 바꾸고, 네이버의 브이(V)라이브와 연계해 자사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환한 일일 것이다. 방탄소년단 뿐 아니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엔하이픈, 뉴이스트, 피원하모니, 씨엘, 드림캐쳐, 선미, 체리불렛, 헨리, 트레져 등 한국 아티스트 외에 그레이시 에이브람스(Gracie Abrams), 제레미 주커 (Jeremy Zucker), 알렉산더23(Alexander23), 프리티머치(Pretty Much), 맥스(MAX) 등 해외 아티스트들도 자리를 잡았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는 애초에 ‘리슨(Lysn)’이라는 팬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아티스트와 1:1 대화를 제공하는 ‘디어버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1:1 채팅방으로 수신하면 그 메시지에 답장을 보낼 수 있는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로 자동으로 갱신되는 월 구독형 모델이다. 팬들은 수신을 원하는 SM의 그룹을 선택한 후 원하는 멤버 수만큼 구독권을 결제한다. 이후 수시로 해당 아티스트가 보내는 텍스트와 이모티콘, 음성메시지, 사진, 동영상 등을 수신할 수 있다.

    NC소프트는 ‘유니버스(UNIVERSE)’라는 팬덤 플랫폼을 운영한다. 유니버스는 입점 아티스트의 독점 콘텐츠 뿐 아니라, 사용자가 게임 캐릭터를 고르듯 아티스트의 아바타를 직접 꾸밀 수 있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월 구독형 모델을 제공하며, 글로벌 서비스로 제공된다. 론칭 몇 개월 만에 1,000 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팬덤 플랫폼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은 왜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한류 팬이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고, 팬덤 경제 규모가 8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네이버와 하이브가 손을 잡고, NC소프트의 유니버스가 134개국에서 동시에 출시되며 스포티파이(Spotify)가 한국에 진출하고, 카카오M과 카카오 페이지가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되는 모든 일들에는 팬덤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구조가 재설정된다는 맥락이 있다.

    그림1 리슨(Lysn), 위버스(weverse), 유니버스(UNIVERSE)(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출처: 해당 기업 웹사이트

  • 2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왜 ‘하이브(HYBE)’로 바꿨을까?
    하이브(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에 대해 연결과 확장, 관계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사업을 아우르는 동시에 이를 연결, 확장할 수 있는 구조의 상징으로 새로운 사명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이유다. “빅히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빅히트를 담아낼 보다 큰 그릇이 생긴 것”이라는 얘기도 보탰다.

    하이브의 조직은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이라는 세 축으로 구성된다. 음악 콘텐츠를 선보이는 레이블 영역에는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KOZ 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이 포함되고 빅히트는 ‘빅히트 뮤직’이란 이름으로 존속된다.

    솔루션 조직은 기존 자회사들로 구성되는데 공연/영상 콘텐츠, IP 비즈니스, 학습 콘텐츠, 게임 콘텐츠 등 음악 기반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버스’를 비롯한 커뮤니티 플랫폼은 위버스컴퍼니가 맡는다. 하이브는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사업 모델을 혁신하고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솔루션 조직은 언제든 가변적으로 조합될 수 있는 독립적인 구조를 가지며 레이블 조직에서 나오는 콘텐츠를 바로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개발하는 역할을 가진다.

    이런 관점으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리브랜딩을 다시 볼 때, 빅히트가 말하는 회사의 본질은 ‘음악’에 있고, 그 방향성은 ‘음악으로 감동을 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나누며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조직 개편으로 쪼개진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이라는 구조는 바로 이 목 표를 위해 기능한다. 궁극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비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로 사명을 바꾸고 새로운 회사명에서 ‘엔터테인먼트’라는 말을 빼버린 것은 엔터테인먼트를 버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본질적인 부분, 음악의 힘과 영향력, 그로부터 발생하는 가치는 엔터테인먼트 밖으로 무한히 확장 가능하다. IP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삼은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이브에는 매니지먼트 소속사들을 비롯해 IT, 출판, 게임 분야에 이르는 여러 계열의 자회사가 있다. 2021년 5월에는 미국의 스쿠터 브라운(Scooter “Scott Samuel” Braun)이 소유한 이타카 홀딩스(Ithaca Holdings)를 전격 인수했다. 이타카 홀딩스는 저스틴 비버(Justin Drew Bieber),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의 팝 스타의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로, 스쿠터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하고 싸이와 CL 등의 미국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이타카 홀딩스의 아티스트들은 위버스 플랫폼에 입점해 팬들을 직접 만나게 된다.

    위버스의 회원 가입은 무료지만, 서비스 내에서 유료 콘텐츠를 별도로 구매하거나, 그 외 굿즈 및 콘서트 예매 등을 할 수 있다. 위버스는 ‘음악 산업의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한다. 단순히 아이돌을 기획하고 매니징하고 콘서트와 광고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 기 반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콘텐츠 기업들과 차별화된다.

    위버스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2020년 11월 유니버설 뮤직(Universal Music Group, Inc.) 소속의 그레이시 에이브람스가 위버스에 추가된 사례다. 미국의 10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로스트(Lost)>, <스타워즈(Star Wars)>등으로 유명한 영화/드라마 제작자 J.J.에이브람스(J.J.Abrams)의 딸이기도 하다. 1999년생으로 올해 21살인 그는 젊은 아티스트들처럼 사운드클라우드,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의 플랫폼에서 알려지면서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 중이다.

    이런 아티스트가 위버스에 입점하면서 케이팝과 아이돌 중심의 팬 서비스로 알려진 위버스의 위상과 방향은 크게 확장되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정도의 매우 중요한 이슈가 있다. 먼저, 전 세계에서 1,0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위버스의 규모다. 전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되는 위버스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번역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하이브가 얘기하는 ‘플랫폼 기반의 음악 생태계’는 위버스의 영향력으로 수렴된다. 위버스 내에서는 아티스트와 팬의 직접적인 소통, 팬들을 위한 독점 콘텐츠, 그리고 관련 굿즈의 판매까지 한 번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유니버설 뮤직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면 위버스는 글로벌 아티스트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

    또 하나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영향력이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은 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인 비방디(Vivendi)가 대주주인데, 중국의 텐센트(腾讯, Tencent)도 1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티스트와 음악 점유율을 확보한 회사이기도 하다. 1998년에 유럽의 폴리그램(PolyGram)을 인수하고, 2011년에는 EMI의 음악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압도적인 규모를 기반으로 한국 가수들을 포함한 전 세계의 대다수 음악가들의 글로벌 유통을 맡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전폭적, 전략적 지지를 받고 있는 그레이시 에이브람스가 위버스에 입점한 것은 단순히 인기 있는 해외 아티스트가 참여했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위버스는 실제로 그레이시 에이브람스 이후에 다양한 중견 해외 아티스트들을 영입하며 업계의 영향력을 키운다. 심지어 이 플랫폼 서비스를 기반으로 수익, 매출 구조를 새로 짜게 되면서 음악이 아닌 IT 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헤게모니가 지금보다 좀 더 디지털, 가상세계, 팬덤 중심으로 전환될 때 오랫동안 견고하게 유지되던 미국 중심의 산업 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경쟁 구도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IP 비즈니스 위주로 콘텐츠 비즈니스가 전환된다는 큰 흐름이 존재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로 이름을 바꾼 것도 결국 이런 구조 변화 때문이다.
  • 3통신사에서 IT 기업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헤게모니 변화
    글로벌 관점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음악 시장이 형성된 지역이다. SKT의 멜론과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시장 변화를 주도했던 것이 2004년 무렵이었다. 미국의 아이튠즈가 디지털 음원을 주도한 것이 2008년 무렵이니 한국은 그보다 몇 년은 더 빨랐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신사가 음악 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곳이었다. 이런 구조는 카카오가 멜론과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2016년까지 공고하게 유지되었다. 2017년에는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 원 투자를 감행했고, 2018년 12월에 SKT는 새로운 음원 서비스 플로(FLO)를 출시했다. 이즈음 SKT는 통신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하겠다고 선언하며 카카오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2021년의 변화는 이런 소소한 변화가 비로소 가시화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침 KT도 통신사가 아닌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며 ‘스튜디오 지니’를 출범하고, 단계적으로 구조 변화를 단행할 것을 예고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바야흐로 통신사에서 플랫폼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과 앱 생태계가 발달하면서 인터넷 시장은 말 그대로 국경 없는 시장이 되고 있다. 서비스나 게임은 구글 플레이(Google Play), 애플 앱스토어(Apple App Store) 등을 통해 국내에서 곧장 전 세계 100여 개국 동시 출시가 가능해지고 실제로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글로벌 진출을 미루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IT 기업들이 케이팝, 한류 콘텐츠와 손잡고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를 전개하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의 대폭적인 성장이 이뤄졌다는 점은 한국의 IT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IP 비즈니스’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IP 비즈니스는 지적재산권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사업이다. 쉽게 말해 원작을 다양한 형태로 확장해서 부가가치를 늘려나가는 방법론으로, 원소스멀티유즈(OSMU)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대표적인 사례로 하이브의 윤석준 글로벌 CEO는 자사의 비전을 발표하며 “음악과 아티스트라는 원천 IP를 기반으로 빅히트의 3가지 사업 부문인 공연 · IP ·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융합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명한 바 있다. 고객경험의 혁신과 가치사슬 확장을 지향한다는 얘기로 방탄소년단과 그 음악을 기반으로 형성된 팬덤에게 더 많은 콘텐츠와 제품을 선보여 가치사슬의 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뜻이다. 라인 프렌즈와 협업한 BT21, 넷마블과 개발한 게임인 등이 그런 전략의 일환이었다.

    인터넷 환경에서 콘텐츠 가격은 점점 0에 수렴한다. 공급이 초과되고 유통 구조가 단순화되면서 발생하는 일이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비는 줄어들지 않으니, 무료화되는 콘텐츠는 부가가치를 통해 높은 수익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음원이 대량 소비된다고 해도 음원수익으로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없기 때문에 콘서트와 굿즈 등 다른 콘텐츠로 수익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2021년 현재, 콘텐츠 비즈니스는 필연적으로 부가가치 사업, 즉 IP 비즈니스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하이브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반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들 역시 콘텐츠 사업 인수, 투자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IP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양사 합병을 결의하고, 신규 합병법인명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결정했다. 두 회사가 가진 다수의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 목표다. 매출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카카오 자회사간의 대규모 합병은 이번이 처음으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결합하면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키워드는 ‘IP 비즈니스’와 ‘글로벌 사업 경쟁력’이다. 새삼 양사가 합병으로 인해 연결되는 자회사와 관계사만 50여개에 달하는데, 구조적으로는 원천 스토리 IP 확보를 위한 CP(Contents Provider)부터 가수와 배우 등 아티스트, 음악·드라마·영화·공연의 기획·제작사에 이르기까지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와 전 장르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확보한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목표다.

    한편 카카오는 일본의 대형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Kadokawa)와 제휴해 일본 현지의 IP 활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도카와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잡지, 대중소설 등 일본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카카오는 일본 현지 콘텐츠 서비스 ‘픽코마’에 활용할 원천 스토리 IP 수급을 위해 카도카와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 후 양사의 제휴 폭이 깊어지며 1대 주주 등극까지 이뤄지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브이 라이브와 하이브의 위버스와 결합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웹소설 플랫폼인 캐나다의 ‘왓패드(Wattpad)’를 인수했다. 이로서 웹툰과 케이팝 분야에서 대형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디즈니 모델을 지향하고, 네이버는 아마존 모델을 지향한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카카오는 내부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으며 콘텐츠IP를 확장하고, 네이버는 외부 기업들과 연결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IP를 기반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뿐 아니라 SKT와 KT 같은 통신사업자들도 IP 비즈니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은 본질적인 변화를 겨냥한다. 2018년부터 SKT가 IT기업을 지향하며 SM엔터테인먼트, 빅히트 등과 콘텐츠 제휴를 맺어온 것이나 KT가 최근 IPTV와 케이블TV를 미디어 플랫폼으로 정의하며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특히 KT는 콘텐츠 전문 기업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하고 콘텐츠에 대한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 뿐만 아니라 원천 IP 개발에도 신경쓰며, 2023년까지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간 10~20개 시리즈 수준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KT의 방식은 카카오의 방식과 거의 동일하다. 한마디로 콘텐츠 비즈니스의 수직계열화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플랫폼, 콘텐츠의 연결 구조를 만들고 거기서 파생되는 부가가치를 주요 수익 모델로 삼겠다는 뜻이다. 카카오가 카카오M과 카카오 페이지를 결합해 콘텐츠 IP의 개발, 기획과 제작까지의 과정을 동일한 구조로 만드는 것과 KT의 청사진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네이버역시 자체제작이 아니라 전문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하면서 같은 구조를 짠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어떤 구조든 간에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방향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은, 네이버/카카오 등의 기업이 가진 서비스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다. 사실 이들 IT 플랫폼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콘텐츠 왕국이 아니라 콘텐츠를 기반으로 서비스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서 이윤을 남기는 일이다. 그렇다면 콘텐츠는 오히려 중심이 아니라 수단이 된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들은 새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한다. 콘텐츠 비즈니스가 IP 비즈니스로 전환되는 구조와 플랫폼 기업들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기존의 사업모델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모두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라이프스타일의 대전환을 가리키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까지 공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콘서트 티켓 가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했다. 음반의 홍보 수단에 머물던 콘서트가 이제는 주요 수익모델이 되어버린 것이다. 매년 미국 음악 산업의 현황을 보고서로 발표하는 닐슨 뮤직은 2017년 리포트에서 인상적인 대목을 언급한다. 일단 인터넷 스트리밍 때문에 망한 것처럼 느껴지는 음악 시장의 규모가 실제로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코첼라1같은 대형 페스티벌보다는 음악가의 단독 공연이나 작은 클럽에서 열리는 기획 공연들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반면 음반과 음원 다운로드 규모는 크게 줄었고, 유튜브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지목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는 저스틴 비버 같은 트위터 셀러브리티의 한 마디에 좌우된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일도 마찬가지다. 역주행 현상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언론의 인터뷰 기사같은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코인노래방처럼 ‘연결된’ 버티컬 플랫폼의 영향이었다.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열리는 대형 페스티벌은 화제성이나 관객 수가 점점 줄어들지만 단독 공연들과 작은 공연장과 펍에서 열리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은 공연들은 꾸준히 늘었다.

    이런 작은 공연들에 대한 정보 공유 채널은 트위터다. 최근 수년 간 우리가 겪은 변화는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전체적이고 자연스러운 흐름 아래에 있다. 모바일 환경 덕분에 벌어진 이런 변화들은 산업의 수익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발명해내도록 요청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로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팬덤이다. 그리고 팬덤을 얻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다각화 뿐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해진다. 콘텐츠, 플랫폼, 팬덤의 연결 구조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IP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주요 사업모델로 제시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1. https://superadsdb.com/online-streaming
  • 4마치며
    모바일 환경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지나 이제는 메타버스와 크리에이터 경제라는 개념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20년 전에는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가 연결된 세계를 상상했다면, 지금은 만인이 만물에 대해 연결되는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사용자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콘텐츠를 재창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자동차 회사는 기업의 가치를 ‘자동차’가 아닌 ‘모빌리티’에서 찾는다. 플랫폼 기업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의 경험을 극대화시킨다. 사용자는 콘텐츠 소비를 떠나 큐레이션과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콘텐츠의 맥락을 재구성하는 크리에이터로 재탄생된다. 인터넷 포털, 통신사로 불리던 기업들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지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의 지분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음악 비즈니스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P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이어지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2018년 CES에서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리버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아스텔 앤아스파이어(ASTELL & ASPR)를 공개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글로벌 지향의 음악 서비스를 만들었다. 2021년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런 스토리 기반의 원천 IP는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어 넷플릿스나 애플TV 같은 글로벌 OTT에서 유통된다.

    결국 지금의 엔터테인먼트 혹은 콘텐츠 비즈니스는 콘텐츠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것 뿐 아니라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무형의 가치를 상품화하고, 그것이 연결하는 사람들을 더욱 늘려 나가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 ‘팬’이 바로 플랫폼과 서비스, 콘텐츠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모두에게 핵심 자산이자 가치가 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팬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는 문제와 맞닥뜨린다. 팬은 아티스트와 어떻게 연결될까. 혹은 무엇과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까. 팬들에게 ‘크리에이티브’와 ‘라이프 스타일’은 브랜드 소비자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고, 그로부터 새로운 사업과 확장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팬덤과 콘텐츠 IP는 마음의 비즈니스다.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플랫폼, 그를 위해 잘 설계된 독점 콘텐츠,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되는 커뮤니티와 팬덤. 이 위에 비로소 IP 비즈니스가 놓이게 된다. 콘텐츠의 영향력, 인지도, 그로부터 발생하는 소비자/구독자/팬의 관계성 같은 무형 가치가 쌓일 때, IP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콘텐츠 브랜드에서 파생된 IP 비즈니스는 음악 산업이 이미 경험한 사례다. 음반을 만들고 팔던 20세기의 음반 회사들은 물리적 형태의 상품이 사라진 21세기에는 브랜드를 키우고, 관리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IP를 통해 수익 모델을 발견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압 도적이고 유일한,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21세기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사에서 서비스 제공자로, 나아가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되는 이유다.

    이들은 콘텐츠 기획에 더 많은 돈을 쓰는 만큼 SNS 채널 운영과 아티스트의 이미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여기에 최첨단의 기술이 개입하고, 콘텐츠의 영향력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그리고 커뮤니티야말로 앞으로는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 전제가 될 수 있다. 현재의 비즈니스는 수익성이 아니라 관심을 기반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팬은 복잡한 존재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익과 편의만큼 중요한 것은 이해와 존중이다. 요컨대 마음이다. 마음이야말로 IP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팬의 마음을 안다는 것. 이게 바로 현재 콘텐츠 사업자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팬덤 비즈니스는 ‘마음의 비즈니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사실 사업이든 서비스든, 결국 시장에서 중요한 건 ‘마음’이다. 어쩌면 이 말이 너무 낭만적이고 게으르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바로 이 ‘마음’을 이해하는 일, 공감하고 배려하는 과정에서 모든 비즈니스가 마침내 시작된다. 모바일과 1인 미디어, 스마트폰과 플랫폼과 가상현실의 시대에 우리가 마주쳐야 하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마음’이 중요해지는 세계다. 그리고 이런 시대의 명제는 오직 하나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공감과 이해를 기반으로 확장되는 비즈니스다. 사용자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없다면, 그 어떤 비전도 없다. 마침내, 그런 시대가 왔다.

    Reference

    1. 차우진(2018). 「음악산업, 판이 달라진다: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퍼블리
    2. 차우진(2021).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왜 하이브로 이름을 바꿨을까?, 리디셀렉트
    3. 연합뉴스(2020.8.14.), “카카오, 日”콘텐츠 공룡 카도카와에 전략 투자... 지분 4.9% 인수“,URL: https://www.yna.co.kr/view/AKR20200814166800017
    4. 매일경제(2021.1.28.), ”KT 스튜디오지니 출범... 연간 10~20개 대형 시리즈 제작“, URL:https://www.mk.co.kr/news/it/view/2021/01/90606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