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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중심의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 외에도 디바이스 기반의 커넥티드 TV 플랫폼 사업자들이 미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다양한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한 데 모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레거시 방송산업에서 유료방
송사업자들이 담당했던 역할과 유사하게 자사 플랫폼에서 어떤 콘텐츠를 유통시킬지 결정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고 콘텐츠 부문과 광고 부문의 연계를 통해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투자하는 광폭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
인다. 미국의 대표적인 커넥티드 TV 사업자 로쿠(Roku)와 스마트 TV 사업자 비지오(Vizio)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의 역할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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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들어가며: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의 급부상
지난 몇 년간 방송 미디어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스트리밍 혁명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생태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기존 영화·방송 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SVOD(Subscription On Demand) 서비스와 TV 네트워크 소유의 AVOD(Advertising Video On Demand) 서비스 진영이며, 나머지 하나는 스트리밍 단말 및 플랫폼과 스마트TV 제조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커넥티드 TV 플랫폼 진영이다.
그동안은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맹주로 활약하고 있는 넷플릭스(Netflix)와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워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디즈니 플러스(Disney+) 등 개별 SVOD 서비스의 활약상에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스트리밍 특수(特需)가 장기화되면서, SVOD 및 AVOD 서비스 사업자 진영과 더불어 커넥티드 TV 플랫폼 진영이 스트리밍 혁명의 주축으로 가세하며 위상을 높이고 있다.
커넥티드 TV 플랫폼 진영의 강점은 다양한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플랫폼에 모아 제공하는 것이다. 개별 스트리밍 서비스가 독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면, 커넥티드 TV 플랫폼은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도록 지원하는 전략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시청자들이 최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이다. 이용자들의 스트리밍 시청 시간이 증가하고 더 많은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커넥티드 TV 플랫폼 진영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영상 전송 최적화 기술 업체 콘비바(Conviv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소비자들이 스트리밍에 소비한 시간은 전년동기 대비 44% 늘어났다. 특히 이 기간 중 스마트TV를 통한 스트리밍 시간은 157%나 증가했으며, 이는 최근 스트리밍 시장에서 커넥티드TV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커넥티드 TV 사업자와 스마트 TV 업체들이 스트리밍 생태계에서 ‘관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방송시장의 유료 방송사업자 역할과 같이 자사 플랫폼에서 어떠한 써드파티 콘텐츠를 유통시킬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산업 전문가 하워드 호모노프(Howard Homonoff)도 최근 미국의 TV 산업 분야에서 커넥티드 TV 플랫폼의 역할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신규 서비스가 추가되며 라인업이 확장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커넥티드 TV 플랫폼이 여러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의 다중이용을 위한 관문이 되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본 고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커넥티드 TV 사업자 로쿠(Roku)와 스마트 TV 사업자 비지오(Vizio)의 사례 및 최근 성과와 실적을 통해 스트리밍 동영상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는 커넥티드 TV 플랫폼의 영향력과 전망에 대해 검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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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 로쿠,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까지 포괄
커넥티드 TV 플랫폼 사업자 로쿠는 자사 운영체제(OS)를 다양한 스마트 TV 제조업체에 라이선싱하는 동시에 자체 무료 AVOD 서비스인 로쿠 채널(Roku Channel)을 운영하고 있다. 커넥티드 TV 플랫폼 진영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1 로쿠는 다양한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한 데 모아 제공하며 스마트 TV 화면에서 명확하고, 직관적이며,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인터페이스를 내세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스트리밍 단말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기반의 수익
모델을 뛰어넘어 광고 및 데이터 기반의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로쿠의 역할은 전통적인 TV 방송 시장에서 다수의 TV 채널을 한 데 묶어 제공하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역할에 비견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워너미디어(WarnerMedia)와의 제휴 계약은 로쿠에게 호재로 분석된다. 로쿠는 2020년 12월 16일 자사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로쿠 채널 스토어(Roku Channel Store)에서 HBO 맥스(HBO Max)를 다운로드 받아 HBO,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 DC, 어덜트 스윔(Adult Swim) 등 워너 미디어 산하 미디어 브랜드의 엄선된 콘텐츠에 제공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로쿠는 워너브라더스의 신작 영화를 대거 지원하는 HBO 맥스2(HBO Max2)를 자사 플랫폼에서 제공하여 미국 스트리밍 단말 및 플랫폼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커넥티드 TV 플랫폼이 소비자가 스트리밍 동영상에 접속하는 주요한 관문으로 기능하게 되면, 개별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는 D2C(Direct-to-Consumer) 사업자가 아닌 D2D(Direct-to-Distributor)사업자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디즈니플러스(Disney+)부터 파라마운트플러스(Paramount +)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스트리밍 시장을 주도해온 콘텐츠 기반의 SVOD나 AVOD 서비스들이 결국 로쿠를 거쳐 이용자들에게 제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쿠가 이러한 플랫폼 전략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최근에는 자체 AVOD 서비스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충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로쿠 채널은 2020년 12월 서비스가 종료된 프리미엄 숏폼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퀴비(Quibi)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인수해 2021년 하반기에 제공하기 시작할 방침이다. 퀴비로부터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은 퀴비의 IP를 활용해 ‘오리지널 콘텐츠’ 브랜드를 구축하기로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로쿠가 IP 패키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적인 오리지널 브랜딩에 대한 준비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
로쿠 채널에 점점 더 많은 시청자가 몰려들면서 미국에서 6,300만 명가량의 이용자와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2021년 초부터는 로쿠의 활성 계정 수가 아마존 파이어TV(Amazon Fire TV)를 능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쿠는 2020년 한 해 동안 1,400만 명 이상의 활성 이용자가 증가하며 Amazon Fire TV의 성장세를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다. 또한 2020년 4분기 동안에만 170억 시간의 스트리밍 시간을 기록하면서 2020년의 총 스트리밍 시간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587억 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쿠 채널의 이 같은 시청률 급등세는 대형 브랜드의 광고비 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광고비 지출 증가를 통해 증대된 수익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폭넓게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HBO 맥스를 근간으로 스트리밍 동영상 시청자들을 자사 플랫폼에 묶어 두고 서비스 체류 시간 증가를 유도함으로써 핵심적인 광고 수익처인 홈 스크린 광고를 비롯한 전반적인 수익원을 관리하는 한편, HBO 맥스 구독과 관련한 이용자의 결제 정보를 수집해 타깃 광고 성능을 개선하는 등 광고 비즈니스 강화 전략도 실행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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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비지오, 스마트TV 중심의 스트리밍 콘텐츠-광고 생태계 구축 추진
비지오를 위시한 스마트 TV 제조업체들도 고유의 AVOD 서비스를 통한 광고 및 데이터 기반 수익 모델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트리밍 산업 분야에서 디바이스 사업자들이 각기 자체적인 콘텐츠, 광고, 데이터 사업을 시작하는 또 다른 형태의 혁신이 진행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광고 및 데이터 사업을 포괄하는 비지오가 최근 플랫폼 플러스(Platform+) 사업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비지오와 같은 스마트 TV 업체들은 무료 AVOD 서비스를 통해 자체적인 콘텐츠를 보유하게 됨에 따라 광고 사업을 본격화할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스마트 TV에 탑재된 자동 콘텐츠 인식(Automated Content Recognition, ACR) 데이터 수집 기술을 활용하는 광고 영업 부문도 새롭게 출범하게 되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겸비한 스마트 TV 제조업체들은 ACR 데이터로 시청자가 스마트TV 스크린을 통해 접한 모든 콘텐츠를 추적하여 TV 방송, VOD, 스트리밍 콘텐츠를 망라해 특정 브랜드 광고의 광고 게재 건수를 제한할 수 있다. 광고주는 ACR 데이터를 통해 스마트 TV 제조업체의 무료 AVOD 서비스를 매개로 자사의 광고를 시청한 시청자 규모를 명확하게 파악한 다음, 해당 시청자 중 TV 방송에서 자사 광고를 접하지 않은 시청자를 식별해 낼 수도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해당 시청자가 TV 방송에서도 자사 광고를 접하도록 함으로써 표적 집단에 대한 광고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비지오의 최근 분기 실적을 살펴봐도 단말 사업 부문과 비교해 플랫폼+ 사업 부문에서 훨씬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비지오가 2021년 5월 공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동안에 디바이스 사업 부문 순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반면, 광고 및 데이터 매출을 포괄하는 플랫폼+사업 부문 순매출은 같은 기간 12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비지오의 2021년 1분기 플랫폼+ 사업 부문 순매출은 5,220만 달러로 디바이스 사업부문의 순매출 4억 5,350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플랫폼+ 부문의 총수익 역시 3,840만 달러로, 디바이스 부문의 4,820만 달러보다 적은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지오의 2021년 실적에서 플랫폼+ 부문의 성장세는 매우 고무적이다. 1분기 플랫폼+ 사업 부문의 총수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52%에 달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단말 사업 부문의 증가율 48%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비지오의 모든 신규 디바이스에 탑재되어 있는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 ‘스마트캐스트 (SmartCast)’에서 2021년 1분기 동안 시청자들이 소비한 총 시간은 전년동기대비 70%나 증가한 36억 2,200시간에 달했다. 또한 같은 기간 스마트캐스트의 활성 계정 수는 57% 증가한 1,340만개에 달해 비지오 플랫폼+ 사업 부문의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비지오가 이를 바탕으로 광고 수익을 확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미국 주요 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는 2021년 4월 19일 공개한 비지오 관련 분석 보고서에서 갈수록 스트리밍 동영상 이용이 증가하면서 광고주들이 스트리밍 시청자를 겨냥한 광고 예산을 늘리고 있는 최근의 트렌드가 집중 조명되었다. 웰스파고는 훌루(Hulu), 파라마운트 플러스(Paramount+), 디스커버리 플러스(discovery+), 피콕(Peacock) 등을 중심으로 광고 기반 스트리밍 콘텐츠의 총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로쿠와 아마존 등이 커넥티드 TV 광고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비지오의 광고 수익화 전략을 둘러싼 제반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비지오는 스마트캐스트에서 무료 AVOD 서비스인 플루토 TV(Pluto TV)를 통해 구동되는 자사 서비스 ‘와치프리(WatchFree)’를 통해 뉴스, 스포츠, 영화, TV 쇼, 입소문 동영상, 콘서트 동영상 등 광범위한 라이브 채널과 동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TV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무료 AVOD 서비스에서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는 주로 오래된 콘텐츠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콘텐츠 전략은 광고의 전체적인 도달 범위를 확대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광고 수익 모델도 병행하는 훌루나 피콕 등 SVOD 사업자와 비교할 때 콘텐츠의 품질 측면에서 시청자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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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맺음말
대다수의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콘텐츠 기반의 SVOD 서비스 대신 스트리밍 디바이스 및 플랫폼 사업자와 스마트TV 제조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커넥티드 TV 플랫폼 진영의 관점에서 전망과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동안 스트리밍 시장은 넷플릭스와 대등한 경쟁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존 스트리밍 시장의 이슈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트리밍 시장의 생태계에서 관문 역할을 자처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외연 확장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부문에 투자하거나 스트리밍 인프라를 지원하는 브로드밴드 사업자들과 제휴하며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는 스트리밍 시장의 향후 추이에 대한 전망과 지배적 영향력을 지닐 플레이어에 대한 질문과 답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누가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가지고 시장을 지배해 나갈 것인가’가 콘텐츠 중심의 스트리밍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질문이라면, 플랫폼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질문에서는 ‘누가 효과적인 스트리밍 패키지를 구성하고 콘텐츠의 가치를 (광고) 수익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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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sumers Are Flocking to Roku’s Platform’, Motley Fool, 2021.01.06
- ‘nScreenNoise – why smar t TV manufacturers are piling in on F AST’, nScreenMedia,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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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ku Torments Entertainment Giants in Quest to Dominate Streaming’, Wall Street Journal, 2020.12.17
- ‘Smart TVs Looking Even Smarter In Latest Pandemic Usage Study’, TV[R]EV, 2021.01.26.
- ‘Streaming Boom Reaches 2021 Crossroads: Can Big Media Really Catch Netflix?’, Deadline, 2021.1.2.
- ‘The Rise Of The Smart TV Ecosystem’, TV[R]EV, 2021.01.28
- ‘VIZIO HOLDING CORP. Reports Q1 2021 Financial Results’, Vizio, 2021.05.11
- ‘VIZIO Holding Corp. (VZIO) VZIO: What We’re Watching - Initiate Overweight’, Wells Fargo, 2021.04.19
- ‘Vizio makes nearly as much money from ads and data as it does from TVs’, Engadget, 2021.05.12
- ‘Vizio’s Ad Revenue Gains Signal Growth of New Smart TV Ecosystem’, Next TV, 2021.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