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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비주얼

Field Report콘텐츠 재제작의 힘,
“커넥트 콘텐츠, 커넥팅 피플”

대담자 : 이준희(아이유노미디어그룹 한국지사 대표)
글 : 박종진(전자신문 기자) / 사진: 아이유노미디어그룹 제공 / 편집 : KCA 방송통신기획팀 김민정

  • OTT 등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로 바뀌었다. 달라진 미디어 소비 풍토와 함께 콘텐츠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환경 변화 속에서 해외 콘텐츠의 국내 유입은 물론, 우리나라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미디어 콘텐츠가 세계 여러 국 가로 유통되며 주목 받는 미디어 산업 분야가 탄생했다. 바로 ‘영상재제작’이다. 번역과 자막, 더빙 제작 등을 담당하는 전문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언어로 자막과 더빙을 입혀 현지화를 지원하고 글로벌 판매부터 유통, IP 관리까지 담당한다.

    국내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영상재제작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한 아이유노미디어그룹(Iyuno Media Group) 한국지사를 찾아 이준희 한국지사 대표를 만났다. 영상재제작 산업 분야와 발전 동향, 콘텐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 변화, 콘텐츠 유 통·배급 등 현지화 서비스 산업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1미디어 콘텐츠의 현지화로 더 많은 사람을 연결하다
    기존 TV 중심의 방송 환경에서는 특정 국가에 맞게 현지화 된 영상을 그 나라에 맞는 버전으로 영상 재제작이 이루어졌다. 인터넷, OTT 중심의 방송 환경에서는 콘텐츠가 여러 언어로 서비스 될 수 있는 자막이나 음성을 선택하는 등 시청의 편의성이 증가했다. 위성이나 케이블 망 위주의 특정 지역에 국한된 방송 송출 환경을 벗어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더 많은 국가에 동시다발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수월해지면서 재제작 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아이유노미디어그룹1(이하, 아이유노)은 미디어 콘텐츠가 다른 문화권이나 국가로 유통되는데 필수인 번역과 자막 제작, 더빙, 가공과 판권 유통, IP 관리까지 해외 유통에 필요한 모든 종류 미디어 콘텐츠 현지화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2002년 한국에서 작은 영상 번역 회사로 설립됐고, 아시아 주요 국가에 지사를 늘려가며 다국어 번역 서비스 기반으로 성장했다. 2019년에는 유럽 내 영상 재제작분야 1위 기업인 영국의 BTI스튜디오를, 올해 2021년에는 미국의 SDI미디어를 인수하며 세계 영상 재제작 시장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10년 간 방송 시장 변화와 더불어 유럽, 미주, 남미, 중동 등지로 사업을 확장하며, 현재는 34개국 67개 지사를 두고 있다. 국내 기업 아이유노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로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 1 대담자 아이유노미디어그룹 한국지사 이준희 대표

    Q. 아이유노가 말하는 콘텐츠‘현지화’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A. 예전의 영상 재제작이라면 한국어 콘텐츠를 영어버전, 중국어 버전으로 다시 만드는 작업으로 다른 언어로 변환하는 하나의 영상 작업이었습니다. 최근의 영상 재제작 트렌드는 콘텐츠를 공급할 국가의 문화나 역사적인 배경이 반영된 고품질의 ‘현지화’ 수요를 충족해야 합니다. 기존 재제작이 1~2개의 언어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최근에는 적게는 4개부터 많게는 30개 이상의 언어로 현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콘텐츠의 해외 판매나 유통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플랫폼들의 현지화 작업 의뢰 자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아이유노는 전 세계 34개국에 100개 이상의 언어로 자막 및 더빙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만큼 각국의 문화를 기반으로 현지화 수요를 충족해야 합니다. 각 국가별로 콘텐츠가 진출하는 데 필수 요소인 콘텐츠 판권과 IP 관리, 물리적 콘텐츠의 배급, 각국 방송법에 따른 편집과 심의 등 콘텐츠 제작자들과 구매자인 플랫폼의 중간자 입장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림 2 아이유노의 글로벌 재제작스튜디오 구축 현황

    Q. 미디어 콘텐츠 재제작(현지화) 업계에서 아이유노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었나요?

    A. 아이유노는 ‘커넥트 콘텐츠, 커넥팅 피플(Connect contents, Connecting people)’을 목표로 합니다. 즉, 콘텐츠를 연결해서 사람을 연결한다는 취지입니다. 국경을 넘어 콘텐츠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연결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자막 · 더빙 등 콘텐츠의 현지화를 지원하고 콘텐츠를 배급하는 데 일조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최대 미션입니다.

    ‘커넥트’, ‘콘텐츠’, ‘피플’ 세 가지에 집중해 최적화된 서비스 환경을 만들고 최고의 기술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게 아이유노가 생각하는 사회적 사명이라 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꿈과 영감을 가지는 데 기여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또한, 수 십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을 서로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제작환경과 더불어 아시아, 유럽, 중동, 북미, 남미 등 다양한 문화권에 진출해 있습니다. 전통적인 콘텐츠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데 가장 우선되는 세계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점을 차별화 전략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아이유노는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영상 제작 플랫폼을 통해 각국의 67개 지사가 하나의 회사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OTT 등 미디어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콘텐츠 수요가 늘어나고 재제작 산업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유노도 지속적으로 제작 기술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 2번역가와 인공지능(AI)의 컬래버레이션, 새로운 재제작을 이루다
    Q. 재제작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제작 기술이나 서비스 고도화 등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이미지

    A. 아시아 시장 특히 국내 시장의 산업만 놓고보면 크게 성장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해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이 거의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코로나 19로 콘텐츠 제작이 완전히 중단됐어요. 지난해 국내 개봉된 헐리우드 영화가 거의 없죠. 때문에 영상재제작 시장도 많이 재편되었습니다. 쏟아지던 해외 콘텐츠의 물량이 주춤하니 얼마나 효율적으로 번역을 하고 자막과 더빙을 입히는지 기술이 경쟁력이 됐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저희 아이유노에게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영상 작업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Q. 인공지능(AI)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로 번역 작업이 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하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번역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번역이 가능하려면 정확한 언어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지가 중요한데요. 빅데이터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텍스트(문어)를 텍스트(문어)로 번역하는 것이냐 더빙(구어)하는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장르인지, 어느 문화권인지, 어떤 국가인지에 따라서 같은 말도 뉘앙스가 다릅니다. 어떤 국가에서는 통용되는 말도 특정 언어권에서는 하면 안 되는 혐오의 말이 되기도 합니다. 오역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규율이나 센서십(censorship)을 확인하고 그 차이를 살펴 반영하는게 번역의 본질이기 때문이죠. 아이유노에서 번역가는 동반자이자 파트너십입니다.

    아이유노는 AI를 단순히 번역가의 일을 대신하는 기초적인 일에서부터 민감한 언어, 쓰면 안되는 언어까지 구분하는 일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속성보다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번역 과정을 아직 AI가 대체할 수는 없어요.

    여전히 글로벌 지사 곳곳에 번역가들과 협업을 통해 자막·더빙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단순하게 말을 옮기는 작업이 아닌 다른 국가와 문화권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자막 작업을 ‘번역’이 아닌 ‘재창조’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어체를 영상과 매치(match)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직역을 잘하는 것보다 상황과 뉘앙스에 맞는 의역과 재창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재창조 영역에는 번역가의 힘을 빌리고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 검수 작업 등에는 AI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번역가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정확도를 올리는 데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단순반복 업무나 틀린 것을 찾는 용도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적인 실수를 최소화하는 데 AI 활용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3재제작에서 유통과 배급까지, 글로벌 시장을 잇다
    Q. 아이유노는 영상재제작 외에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A. 콘텐츠를 연결해서 사람을 연결하는 아이유노의 미션을 위해서 자회사 LYD를 통해 판권 유통과 배급부터 IP관리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배급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경로를 확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TV 드라마를 편성하고 확정해 방송시간에 맞춰 드라마를 방영해왔고, 콘텐츠의 배급의 수량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등 인터넷과 OTT 플랫폼에서 언제 어디서나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콘텐츠 유통의 양도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유노도 콘텐츠 판매자와 수요자의 사이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대행하면서 자연스레 IP 배급 사업으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OTT의 등장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들이 해외 판매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도 생겼어요. 넷플릭스, 카카오TV, 쿠팡 등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방송 광고 매출이 하락하는 등 미디어 산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존과 같은 유통 방식도 유효하지만 한편으로는 방송국이 제작비의 일부만 보전하고 국내 권리는 방송국, 해외 권리는 제작사에서 판매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예를 들자면, 한국 드라마의 해외 판매는 주로 방송사들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장으로 제작사들이나 독립적인 유통사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해외 플랫폼과의 판매 논의 시 우위에 서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판매하는 콘텐츠의 수량이 적으면 제작사에서 해외 배급 및 유통만을 위한 고정 인력을 배치하기 어렵고, 보유하고 있는 작품(콘텐츠)을 해외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타깃 시장으로의 번역/자막제작/더빙 등의 부수 작업들이 수반되는데 이러한 예산도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통은 전문 배급사를 통하게 되고, 배급사들은 주로 특정 지역의 배급을 대행하는 형태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아이유노는 영상재제작을 위해 기존에 구축했던 전세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콘텐츠 배급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Q. 아이유노의 콘텐츠 배급 사업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A. 아이유노의 자회사 LYD는 지역 구분 없이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배급, 유통사입니다. 아이유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이유노의 고객사 중 90% 이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스트리밍 및 방송 송출 서비스를 담당하는 OTT 기업들과 다국적 방송사, 즉 실수요자들입니다. 고객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고, 어떤 트렌드의 콘텐츠를 어느 지역에서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최적의 포지셔닝이라 생각합니다.

    기존 배급사들이 한 나라의 콘텐츠를 다른 나라들로 판매하거나 수입해오는 역할을 해왔다면 현재의 LYD는 기본적인 유통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플랫폼과 논의를 진행합니다. 콘텐츠 제작의 목표가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국가에 공격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로 기획을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들과의 유기적인 소통도 가능해 수요가 있는 국가들을 타깃으로 제작도 가능해졌습니다. 기획 단계의 프로젝트의 대본과 기획안을 전 세계의 주요 언어로 번역하여 피칭해 해외 플랫폼과 선투자 논의를 할 수 있으며, 완성된 작품에 자막 서비스를 포함한 판매도 가능하게 되는 거죠.

    이러한 판매과정을 거치면 제작사는 자막과 같은 고품질의 현지화 자산으로 가질 수 있게 되어 해당 플랫폼과의 계약이 끝난 이후 다른 플랫폼과의 계약 시에도 판매를 조금 더 수월하게 돕는 것을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콘텐츠를 다양한 국가의 수요에 맞게 적재적소에 공급하고, 글로벌 유통 채널도 넓혀 고품질 현지화를 수반한 자막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표1 아이유노의 콘텐츠 배급 사례

    Q. 해외 콘텐츠 배급 시장이나 현지화 서비스 산업의 전망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최근 콘텐츠 유통 동향을 보면 넷플릭스나 애플, 디즈니 등이 포함된 글로벌 OTT의 증가와 플랫폼의 수요에 발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콘텐츠를 전 세계 유통 권리로 묶어 판매하지 않으면, 각 국가나 지역의 OTT 플랫폼이나 현지 방송국에 나누어 판권을 판매하기는 어려운 지역이 존재합니다. 글로벌 OTT 플랫폼들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더욱 다양한 콘텐츠들이 더 많은 국가에 방영되며 해외로부터의 콘텐츠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다양한 국가의 수요에 맞게 적재적소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고품질의 현지화를 수반하여 콘텐츠의 재미를 100%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다면 국내 콘텐츠의 해외 유통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전환 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유노는 콘텐츠 현지화 서비스 뿐 아니라 콘텐츠 배급에도 주력을 두어 제작사들과 플랫폼들이 원하는 원스톱 솔루션이 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콘텐츠 DB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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