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소리, 움직임의 감각을 시뮬레이션 하는데 특화된 VR은 냄새의 영역을 포괄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극장의 4D 객석 등에서 시각과 후각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상당한 시간 동안 논의되어 왔으나, 뚜렷한 해결방법이 도출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시각과 후각을 결합한 진정한 ‘Smell-O-Vision’ 구현 매체가 된 VR 헤드셋의 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상현실 스타트업 OVR 테크놀로지(OVR Technology)는 VR 헤드셋에 장착해 후각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 ION을 개발했다. ION은 가상현실에서 특정 사물과 상호작용하면 아주 작은 전하가 사물과 매칭된 향을 방출하도록 작동하는 장치이다. 향기 전문가이자 OVR 테크놀로지의 CEO인 아론 위즈니브스키(Aaron Wisniewski)는 향기야 말로 가상현실 속에서 진정한 인간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ION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구현한 가상현실 프로그램 <쉬프팅 홈즈(Shifting Homes)>를 통해 ‘Smell-O-Vision’ 디바이스의 효과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2021년 5월 국제 미술 전시회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 발표된 <쉬프팅 홈즈(Shifting Homes)>는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를 겪는 태평양의 사모아(Samoa) 섬을 가상으로 구현한 VR 프로그램이다.
사모아의 한 마을에서 시장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가상현실 프로그램은 해변 모래사장의 냄새로 시작되며 폭풍이 몰아치고 번개에 맞아 불이 난 마을이 묘사될 때에는 연기 냄새가 나도록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ION은 진정한 ‘Smell-O-Vision’의 구현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후각을 공략함으로써 VR 기기가 공감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VR 디바이스의 ‘Smell-O-Vision’ 기능을 좀 더 상업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라이브 캠” 비즈니스 전문업체 캠소다(CamSoda)의 오로마(OhRoma)는 교환 가능한 용기, 발열체, Bluetooth 연결 기능을 갖춘 방독면 스타일의 VR 기기로서, 30여 가지의 향수 중 하나를 용기에 채우고 VR 고글을 끼면 장면에 걸맞은 향기가 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출처: Architecture and Design(2021.05)
VR 영상에 등장하는 모델이 음식을 조리하면 그에 맞는 냄새가 나고, 술집에서는 맥주와 감자 칩 냄새가 나는 게임 쇼를 만들 수 있으며, 자동차 제조업체는 자동차 판매에 도움이 되는 ‘새 차’ 냄새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오로마가 구현하는 향기는 아직까지 실제와 완벽하게 합치되지 않는다는 평가이지만 ‘Smell-O-Vision’를 위한 VR 디바이스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