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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비주얼

Trend Report유럽 콘텐츠 제작 의무 규정과
주요 사업자의 대응 전략

  • 유럽 스트리밍 시장에서 거대 글로벌 사업자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자국 영상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예상보다는 시행 일정이 지연되고는 있지만 유럽 현지 콘텐츠 제공 의무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 플러스(Disney Plus), 아마존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등 주요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유럽 콘텐츠 확보 현황은 아직 안정적인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별로 다양한 방식의 대응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각각의 향방이 주목된다.
  • 1머리말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 플러스(Disney Plus),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등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유럽 진출을 시작한 지 불과 2~3년 만에 유럽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럽 현지 방송사들과 스트리밍 사업자들도 응전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은 이들의 독주를 저지하기에 역부족인 만큼 문화적 측면과 산업적측면에서 유럽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규제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럽 평의회(The Council of Europe)의 산하기관인 유럽시청각기구(The 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에 따르면, 유럽 28개국에서 발생한 스트리밍 부문의 수익(revenue)은 2010년 4억 6,800만 달러에서 2020년 140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러한 수익의 대부분은 SVOD 서비스에서 기인한 것으로, 2010년 1,460만 달러에서 2020년에는 117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유럽 SVOD 시장 호황의 열매는 대부분 넷플릭스를 위시한 미국 사업자들이 누리고 있다.

    유럽시청각기구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2020년 유럽 28개국 5,440만 명의 가입자로부터 64억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900만 명의 유럽 가입자로부터 11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이는 각각 유럽 전체 SVOD 시장의 55%와 19%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미국발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스트리밍을 통한 미국 영상 콘텐츠의 범람을 막고 자국 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연합은 유럽 현지에서 제작된 콘텐츠의 비중을 높이도록 프로그램 제작 의무 규정을 제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개정한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에 따르면, 유럽 지역 내에서 서비스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 유럽에서 제작된 영화 및TV 프로그램을 최소 30% 편성하거나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입법은 EU 회원국들의 재량에 맡겨지므로 국가별로는 더 엄격한 규칙도 마련되고 있다. 유럽콘텐츠의 비중을 60% 이상으로 설정한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미국 기반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은 유럽 규제 당국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유럽 시장에서 유럽 콘텐츠보다 미국발 할리우드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는 문제에 전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규정의 시행 자체가 유예되기는 했어도 프랑스, 헝가리, 독일, 덴마크 등이 현지 제작 콘텐츠의 할당량을 적용하기 위한 입법을 이미 완료한 가운데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이 어떤 전략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지 동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 2주요 사업자 현황 및 동향

    2.1유럽 콘텐츠 비중 현황

    현재로서는 유럽 콘텐츠 할당 의무에 대한 주요 글로벌 사업자들의 대응 상황과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비해 상대적 후발주자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 디즈니 플러스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림 1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의 유럽 콘텐츠 할당 기준 충족 현황출처: Omdia/JustWatch(2021.6)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미디어 분석 회사 옴디아(Omdia)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 주요 유럽 시장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유럽 영화, TV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비율은 국가별로 아직 8%~11% 사이에만 머물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에서 통과된 최소 30% 편성기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넷플릭스의 경우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 30% 기준에 근접한 반면 영국 등지에서는 20%를 갓 넘은 수준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사정이 좀 더 나은 편이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에서 이미 30% 기준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로 어떤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도 프랑스에서 설정한 60% 기준에는 부합하지 못했다.
  • 2.2주요 사업자별 행보와 전략

    물론 유럽 콘텐츠 할당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디즈니(Disney)의 경영진은 전체 편성 프로그램에서 유럽 콘텐츠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2024년까지 유럽에서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될 50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유럽에서 기획 중인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디즈니 플러스는 2021년 11월 스페인에서 첫 번째 오리지널 드라마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6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스페인의 유명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의 삶을 다룬 것으로, 영국 제작사인 문리버TV(Moonriver TV)와 세븐 스토리스(Seven Stories)의 <노틸러스(Nautilus)>와 투문스 픽쳐스(Two Moons Pictures)의 독일어 시리즈인 <술탄 시티(Sultan City)>에 이어 제작되는 유럽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이다.

    이에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10개의 콘텐츠를 우선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여기에는 여성의 관점에서 마피아를 소재로 다룬 이탈리아의 <굿 마더스(Good Mothers)>를 비롯해 동독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콘텐츠와 네덜란드 축구팀 페예노르트(Feyenoord)에 대한 다큐멘터리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아직까지 주요 시장에서 유럽 콘텐츠 할당 비율 자체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고유의 로컬 콘텐츠 확보 전략을 통해 유럽에서 30% 비율을 달성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에는 서유럽과 중부유럽 전역에서 총 72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 아예 유럽에서 주요 콘텐츠 생산업체로 자리매김하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는 54개를 제작한 BBC를 앞선 규모이다. 이와 관련, 2021년 1월, 시장조사업체 암페어 애널리시스(Ampere Analysis)는 2020년 매출 기준으로 넷플릭스가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TV 그룹이 되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지 제작사에 위탁하여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넷플릭스의 전략은 유럽 시장에서 현지 콘텐츠의 비중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아예 글로벌 히트작으로 키워내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스페인어로 제작된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La Casa de Papel, 영문제목Money Heist)>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도 유럽 콘텐츠 할당 의무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넷플릭스는 2021년 9월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투자 의무를 두 배로 늘리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순수익의 12.5%를 이탈리아 및 유럽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야 하지만, 2025년부터는 이러한 투자 규모를 순수익의 25%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의무 규정을 지키기 위해 현지 콘텐츠 제작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비용을 부풀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유럽 콘텐츠의 비중을 비교적 높게 유지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콘텐츠 확보 노력도 다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020년 11월 소호 씨어터(Soho Theatre)와 코미디 프로그램인 <소호 씨어터 라이브(Soho Theatre Live)>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에든버러 프린지 극장 등에서 오프라인 공연 콘텐츠를 안방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주목받았다.

    이 밖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프랑스의 유명 축구클럽 파리 생 제르맹(Paris SaintGermain)에 대한 신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 하거나, 2020년 초 프리미어 리그(Premier League) 생중계 서비스를 계기로 영국에서 넷플릭스를 추월하는 등 유럽 현지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 3전망과 과제
    거대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들을 겨냥한 유럽의 콘텐츠 할당 의무 규제는 전통적인 텔레비전 채널에서 방송되는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유럽산(産)이어야 한다는 오랜 규정과 마찬가지로 유럽 콘텐츠에 대한 보호를 전제로 한다. EU 국가에서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콘텐츠 의무 비율을 맞추는 것은 물론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직접 재투자하고 더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을 규제할 수 있도록 국가별로 맞춤형 법률 제정이 허용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이런 환경에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이 앞으로 유럽 콘텐츠 할당량을 충족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규제 당국이 영국의 EU 탈퇴를 계기로 ‘유럽 콘텐츠’의 범주에서 영국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제외하는 것을 고려 중이기 때문이다.

    향후 수년 내 이러한 논의가 현실화 된다면, 넷플릭스의 히트작 <크라운(Crown)>과 같은 콘텐츠가 더 이상 유럽 할당량에 포함될 수 없는만큼 영국이 아닌 다른 EU 회원국가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유럽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라고 해도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았다면 유럽산으로 인정되지 않는 만큼 최소한 현지 제작사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수익의 일정 부분을 유럽 콘텐츠에 투자해야 하는 의무 역시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프랑스 입법부는 프랑스에 진출한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유럽 및 프랑스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수익의 20~25%를 할당하도록 했으며 2021년 6월 23일 관보를 통해 해당 법령을 공식 발표했다.

    새로운 법령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개봉 12개월 이내인 장편 영화를 연간 1편 이상 방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는 연간 수익의 25%를 프랑스 현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개봉 후 12개월 이내에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서비스 사업자는 수익의 20%를 유럽 작품에 할당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유럽 콘텐츠 제작에 할당된 금액 중 40%는 오리지널 프랑스 콘텐츠 제작에 사용하도록 했다.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규제는 순기능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글로벌 사업자들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특정 지역과 언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에 과도하게 쏠림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리투아니아나 폴란드 등 시장 규모가 작은 국가의 경우 아예 자국 콘텐츠의 제작 동력이 사라져버릴 위험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1.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멕시코 상원은 2020년 3월 OTT 콘텐츠 중 자국 콘텐츠의 비중이 30%를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규제안을 승인한 바 있다. 이 규제안은 디지털 플랫폼에 관한 연방방송통신법(LFTR) 개정안의 일부이며, 콜롬비아에서도 비슷한 법안 논의가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같은 거대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들로서는 최대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로비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불가피해진 규제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방안을 마련하고 더 나은 콘텐츠 발굴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Reference

    1. ‘Damming the Stream: Global Governments Try to Set Boundaries for Streaming Giants. Will They Work?’, Variety, 2021.07.02
    2. ‘Disney and Netflix lag behind European allocation of local TV shows and movies’, The Information, 2021.06.25.
    3. ‘European Streaming Market Tops $14 Billion, Netflix, Amazon Dominate’, The Hollywood Reporter, 2021.02.09.
    4. ‘France to force streamers to allocate 20-25% revenue to EU & local content’, Television Business International, 2021.06.24.
    5. ‘Italy: Netflix concerned over investment obligations’, Advanced Telelvision, 2021.09.03.
    6. ‘New EU legislation proposes 30% ‘European content’ minimum for Apple TV+, Netflix’, Apple Insider,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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