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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블러 시대, 미디어 산업 트렌드 변화 ]

미디어 산업 지형 전환에 따른
규제 프레임워크 개편:
유럽 AVMSD의 입법현황과 후속조치의 의미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디지털기술과 인터넷망의 보급으로 국내 방송미디어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통신망의 전송용량 및 효율성 확대로 인해 범용인터넷망에서도 안정적인 고화질 영상시청이 가능해지면서, VOD, OTT, 동영상 공유사이트와 같은 다양한 방송대체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송미디어산업의 지형변화로 인해, 국내에서도 방송망과 인터넷망을 구분하는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이용맥락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정의하는 새로운 방송개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학계와 산업계에서 법 제·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본 글에서는 최근 국내 학계와 산업계에서 칸막이 규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럽 AVMSD 지침 개정 이후의 회원국의 지침 반영현황과 EC의 후속조치를 분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해본다.
  • 1들어가며
    디지털기술과 인터넷망의 보급으로 국내 방송미디어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다양한 영상콘텐츠가 방송망과 인터넷망, 고정형 단말기와 모바일 단말기, 방송채널과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서 자유롭게 유통되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가치 사슬이 형성되었으며, 이로 인해 방송망과 인터넷망을 구분하는 칸막이적 분류체계가 무의미하게 되었다. 특히 양질의 콘텐츠와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앞세운 OTT나 VSP(Video Sharing Platform)의 등장으로 방송사업자들이 누리던 안정적인 경제적·사회적 영향력이 약화되는 반면 방송에게만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무가 부과되어, 방송으로부터 칸막이식 비대칭 규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방송미디어산업의 지형 변화로 인해, 국내에서 방송망과 인터넷망을 구분하는 네트워크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이용맥락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정의하는 새로운 방송개념이 필요하다(최세경, 2020)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학계와 산업계에서 법 제·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본 글에서는 고전적인 방송개념을 대체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고 VOD와 OTT, VSP등 신유형 미디어 서비스를 포섭하는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는 유럽 AVMSD 지침 개정 이후의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018년 AVMSD지침 개정 이후 회원국의 지침 반영 현황과 EC의 후속조치를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미디어를 포섭하는 프레임워크 마련에 고려해야 할 시사점들을 도출해본다.
  • 2유럽의 AVMSD 지침 전환 현황
    AVMSD는 2018년 가을에 최종 수정되었고, 이후 약 3년이 지난 현재에는 유럽 회원국의 약 2/3 정도가 AVMSD의 권고를 자국법에 반영하는 법률 제·개정을 완료했다(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 2021). 당초 지침을 반영한 법률 제·개정은 2020년 9월 19일까지 완료하고 EC에 알려야 했으나, 현재까지도 체코,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스페인,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키프로스,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 9개 회원국은 지침을 반영한 국내법 개정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2020년 11월까지도 전환을 마치지 못한 회원국은 85%(23개)였으며, 이에 EC가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이후에도 AVMSD를 국내법으로 반영하지 못한 회원국은 EC가 유럽 연합 사법 재판소 회부 등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2016년 초안이 발표된 이후로 무려 5년 동안 EC는 AVMSD의 자국법 반영을 재촉해왔으나, 이와 같이 개별 회원국의 법률에 반영하는 절차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림 1 AVMSD지침 개정완료 국가 현황

    AVMSD의 자국법 전환이 지연되는 이유는 코로나 등의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AVMSD의 일부 규정을 실재 법률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AVMSD가 가진 개념적 모호성과 실효적 수단 마련의 어려움이라는 내재적 요인과 개별국가의 법체계, 정부 조직 구조, 이해관계 당사자의 규모 등의 국가별 개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AVMSD 지침은 2018년에 최종안이 마련되었으나, 실제 법률 적용 과정에서 가장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은 프로그램의 원산지 규정과 VSP에 대한 판별 기준에 관한 EC의 가이드라인이 2020년 7월 2일에야 발표되었다. 가이드라인 마련에 약 4년이 걸린 셈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구속력은 없으나 VSP와 유럽작품의 의무범위에 대한 위원회의 견해와 해석을 제공하며, 소셜 미디어 및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책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늦어진 만큼, 회원국들의 입법과 실행을 위한 제반 준비가 지연되고 있다.

    지연이 발생한 대표적인 국가는 아일랜드이다. 아일랜드는 주요 VSP행위자들의 관할권을 가지고 있는 회원국이다. 글로벌 VSP의 사회적 책무 관련 집행에 대한 책임이 아일랜드에 있으므로, 아일랜드는 포괄적인 온라인 안전 및 미디어 규제 입법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VSP의 내용규제를 위해서는 방송규제기구(Broadcasting Authority of Ireland) 를 해체하고 방송통신 및 인터넷을 통합관리하는 위원회(가칭 미디어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 즉, 법률개정 이외에 정부조직 개편까지 필요한 상황으로 AVMSD 지침 반영이 다른 국가보다 늦어지는 상황이다.

    법률 발효가 이미 완료된 국가들도 특히 실재 법령수행에 있어서 규제당국의 제재수단 확보와 권한 확대가 필요하므로, 추가적인 법률 제정과 정부조직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AVMSD 개정을 주도했던 프랑스는 지침을 반영하는 정부 조례가 2020년 12월 23일에 승인되고 대부분의 조항들이 실행단계에 있으나, 지침의 완전한 반영을 위해서 기존 법령들에 대한 수정과 정부조직 개편 등을 다시 고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미디어 규제 기관인 시청각 최고 위원회(Conseil Supérieur de l’Audiovisuel, CSA)와 인터넷 상의 권리 보호 및 배포를 위한 고등 기관(HauteAutorité) 간의 합병을 통해, 시청각 및 디지털 통신 규제 기관(ARCOM)을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ARCOM은 불법 복제, 허위 정보 및 온라인 증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시청각 및 디지털 콘텐츠의 전체 분야에 걸쳐 강화된 권한(조정 절차 및 조사 권한 포함)을 부여받게 된다.

    특히 야심차게 도입한 유럽 콘텐츠 기여 의무는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판별기준, 측정방법, 재정기여분에 대한 배분 등에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과 협의가 필요하므로, 실행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유럽산 콘텐츠 기여 의무의 입법을 주도한 프랑스도, AVMSD 지침을 반영 기한이 6개월 지난 후에서야 VOD의 콘텐츠 진흥 의무에 관한 시행령(제2021-793호, 2021년 6월 22일)을 발표할 수 있었으며, 주요 VOD사업자와 재정 기여에 대한 협상은 그로부터 또 6개월이 지난 2021년 12월 10일에 완료되었다.

    프랑스가 VOD의 유럽산 콘텐츠 진흥 의무 입법을 주도했던 만큼, 대부분의 다른 유럽 회원국들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안을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프랑스 이외에도 체코,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포르투갈, 벨기에 등이 VOD 운영자에게 재정적 기여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률 제정과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독일은 법률은 제정되었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적용을 중지한 상황이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관련 법률이 의회에서 계류중이다. 이탈리아는 넷플릭스 등 OTT 수익의 25%를 콘텐츠에 대해 투자하도록 하는 안을 준비했고 스페인은 OTT의 현지 수입의 약 5%를 투자 할당량으로 설정하는 법률 초안을 마련했으나 아직 의회에 계류 중이다. 체코, 네덜란드, 덴마크, 크로아티아 등은 콘텐츠 투자의무를 포함하는 유사한 제도를 준비 중이다.

  • 3AVMSD지침 전환을 위한 EC의 가이드라인 제정 현황
    AVMSD에서 새롭게 도입된 VOD에 대한 사회기여 책무가 실재 적용하기에는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EC는 ‘유럽산 작품 진흥에 관한 가이드라인’ 을 발표하여, 유럽산 작품의 쿼터제 적용을 위한 계산법, 그리고 유럽저작물에 대한 재정기여 요구를 위한 원칙, 유럽산 작품 진흥 책무 면제를 위한 조건을 제정할 때, 회원국이 고려해야 하는 요소와 기준 등을 제시했다.

    유럽산 작품의 쿼터제 적용을 위한 측정단위와 관련해서, 이 가이드라인은 제목(타이틀)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을 권고했다. 방송의 경우 방송 시간을 기준으로 쿼터를 적용하면 되나, 비선형적 시청각미디어에서는 시간을 척도로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VOD는 제공자와 사용자 모두 프로그램의 제공과 시청을 시간에 따라 하지 않고 개별 프로그램(예: 인식된 품질, 매력도, 취향에 따라)에 따라 결정하므로, 위원회는 전송 시간이 아닌 제목을 기준으로 유럽 작품의 점유율을 계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때 개별 영상 편수가 아닌 제목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VOD제공자가 유럽산 작품 쿼터를 달성하기 위해 단편보다 에피소드가 많은 시리즈물을 유럽산 저작물로 채울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단, 시즌제로 제작되는 시리즈물의 경우, 전체 시리즈가 아닌 개별 시즌을 하나의 타이틀로 간주하도록 권고했다.
    1. Guidelines pursuant to Article 13(7) of the 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 on the calculation of the share of European works in on-demand catalogues and on the definition of low audience and low turnover
    유럽산 작품 진흥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유럽산 저작물 쿼터 의무를 집행할 책임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도 언급했다. 다국적 VOD사업자의 경우, 개별 콘텐츠의 배포권 확보 범위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별로 다른 카탈로그를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위원회는 회원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VOD 제공자가 다른 회원국에서 다른 국가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경우, 관할 회원국이 서비스되는 국가에서 유럽 저작물 쿼터와 관련한 의무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해석했다. 현재 유럽에서 넷플릭스는 네덜란드에, 아마존은 룩셈부르크에, 디즈니플러스는 프랑스가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유럽 저작물의 비율은 측정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위원회는 규제당국이 특정 시점이나 특정 기간(예: 연간 단위)을 지정하거나, 또는 모든 시점에서 30% 점유율을 유지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고 해석하여, 규제당국의 자율적 판단을 허용했다. 그러나 규제당국이 모니터링 방법을 결정할 때, 규정 준수 및 집행과 관련된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VOD제공자를 위한 투명성과 법적 확실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AVMSD는 회원국의 규제당국에게 유럽 콘텐츠에 대한 재정 기여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로 인해 가이드라인도 다른 회원국에 설립된 VOD 사업자에 대해서 회원국이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매출이나 이익에 대해 세금이나 기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투자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다른 회원국에 설립된 VOD 제공자에게 재정적 기여 의무를 적용할 때는 국내 사업자와의 비차별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기존의 방송에 적용하던 실무적인 기준이 VOD의 유럽산 콘텐츠 진흥을 관리 감독하는 데에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응하여, 유럽산 작품 진흥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개별 회원국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원작지에 대한 판별 기준이나 자국내 매출에 대한 추산 등 신유형 미디어 서비스에 적용가능한 실무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OTT사업자가 직접 제작투자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에는 저작물의 원작지를 판별하기 쉬우나, 라이센스를 구매하는 저작물의 경우에는 원작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중앙집중식 범유럽데이터베이스 설치나, 저작물에 대한 국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정보제공의 의무화 등, 실재 법률적용에 필요한 세부적인 제도 마련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앞으로도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의 사회적 책무 이행을 관리감독한 실무적인 도구(tool)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 AVMSD의 자국법 반영이 지연되는 원인 중 하나는, 새롭게 도입된 VSP를 포섭하기 위한 실무적인 판별기준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개별 규제당국이 AVMSD에 따른 VSP 사업자를 판별해야 하는데, 이때 일반 SNS서비스와 VSP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문제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유튜브나 데일리모션과 같은 서비스를 VSP로 분류해야 한다는 데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으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지만 SNS가 주된 속성이 서비스의 경우에는 그 경계가 모호해 임의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 우려를 해소하고자, EC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VSP를 (1) 시청각 콘텐츠와 서비스의 주요 경제 활동 간의 관계, (2) 서비스에서 사용 가능한 시청각 콘텐츠의 양적 및 질적 관련성, (3) 시청각 콘텐츠의 수익 창출 가능성, (4) 시청각 콘텐츠의 가시성 또는 매력을 향상하기 위한 도구의 가용성 등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개별 국가에서 양적 지표 말고도 질적 지표를 모두 고려하는 종합적 사고를 허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 Guidelines on the practical application of the essential functionality criterion of the definition of a ‘videosharing platform service’ under the 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2020/C 223/02)
    VSP를 판별할 때 (1) 시청각 콘텐츠와 서비스의 간의 관계, (2) 시청각 콘텐츠의 양적 및 질적 관련성, (3) 시청각 콘텐츠의 수익 창출 가능성, (4) 시청각 콘텐츠의 가시성 또는 매력을 향상하기 위한 도구의 가용성 등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개별 국가에서 양적 지표 말고도 질적 지표를 모두 고려하는 종합적 사고를 허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원회가 권고한 구체적인 판별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위원회는 규제 당국이 플랫폼 내에서 시청각 콘텐츠가 주된 서비스인지 판별할 때에, 전체 아키텍처 및 외부레이아웃에서 비디오가 차지하는 위치, 시청각 콘텐츠의 재생기능 및 업로드 방식 등 서비스에서 시청각 콘텐츠가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둘째, 위원회는 시청각 콘텐츠의 수, 플랫폼에서 차지하는 시청각 콘텐츠의 중요성, 시청각 콘텐츠의 이용량 및 도달범위 등을 정량적·정성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때 위원회는 데이터의 신뢰성과 검증가능성에 중점을 두어, 플랫폼에 있는 비디오의 수 또는 비율을 고려하되 규제기관이 자율적으로 또는 관련 서비스 제공자와 독립적인 출처로부터 검증가능한 자료를 수집하도록 권고했다.

    셋째, 시청각 콘텐츠 내(예: 프리롤, 미드롤, 포스트롤 등) 또는 주변에 광고가 있거나, 영상 업로더와의 후원계약이 있거나, 유료 시청각 콘텐츠 이용옵션이 있는 경우, 또는 시청각 콘텐츠 이용자를 대상으로 표적광고나 데이터 공유계약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시청각 콘텐츠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아 VSP로 분류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시청각 콘텐츠의 가시성 기준은 이용자의 조작없이도 시청각 콘텐츠를 메인페이지에 제안하는 경우와 같은 현저성이 있는지, 시청각 콘텐츠를 이용하여 이용자의 상호 작용을 장려하는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은 AVMSD에서 제시한 VSP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판별기준을 제시했지만, 위원회는 여전히 임의적인 판별과 그로 인한 국가간, 또는 국가와 사업자간의 분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 대해서 개별 국가가 단독적으로 VSP로 규정하고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국경없는 인터넷 서비스의 본질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개별 회원국이 단독으로 VSP를 판별하는 것을 제한하고, 다른 회원국의 규제기관 및 유럽 시청각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규제기구(European Regulators Group for Audiovisual Media Services, 이하 ERGA)와 협의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국가 규제 당국은 특정 서비스가 필수 기능 기준을 충족하여 VSP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평가할 때, 단독적으로 수행하면 안 되고 ERGA에 정식으로 판별의 기준과 예비 결론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협의해야만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주요 VSP들이 아일랜드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의 법률 제개정이 완료되어 실재 적용되는 과정에서 향후 VSP 판별기준과 사회적 책무 관리 등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 4마치며
    OTT의 등장에 대응하여 국내에서도 기존의 방송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준비중인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도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OTT를 방송법에 포섭하기 위해 방송과 OTT를 모두 포괄하여 네트워크계층, 플랫폼계층, 콘텐츠계층으로 분류하는 기술중립적 수평적 규제체계를 담은 「시청각미디어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상 및 비디오물에 대한 법률」 일부 개정안(2021.5.)을 입법예고했으며, OTT사업자를 별도 정의로 분류하고 영상미디어콘텐츠사업자에 대한 신고제도를 적 용하는 방안이 담긴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진흥법(이광재 의원 대표발의, 2020. 9. 8.)」전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액공제, 자율등급 등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전략’의 세부과제 이행을 위해 OTT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재분류하는 개정이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2021.2.).

    OTT의 사업자 지위가 법률적으로 명확해지면, 그동안 ‘규제공백’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인터넷 기반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과 같 이 방송영상미디어를 콘텐츠와 전송계층으로 분리하고 기술중립적인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방송통신융합환경에서 새로운 질서를 탐색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논리적인 타당성을 갖게 된다.

    다만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분류체계를 만드는 것은 미디어 부문의 규제합리화를 위한 중요한 도약인 것은 틀림없으나, 분류체계를 만드는 것과는 별도로 인터넷 상에서 구현가능 한 규제를 만드는 것은 보다 본질적인 작업이다. 유럽은 2016년에 AVMSD의 초안을 만든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1/3의 회원국들이 지침전환을 완료하지 못했으며, 법안 공표를 마친 국가들에서도 새로 제정된 규정을 집행할 실질적 수단과 기준 마련이 완료되지 못한 상황이다. 비교적 적용이 간단할 것으로 예상했던 유럽산 콘텐츠 쿼터제 적용조차도 분석 단위를 결정하는 데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혼란은 방송과 신유형 미디어간의 유사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쿼터제, 매출, 영상프로그램의 원산지 등의 개념들이 글로벌 인터넷망을 통해 유통되는 비정형화된 영상서비스에게는 적용이 어려운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사례는 방송에 적용하던 규제를 새로운 미디어에 적용하기 위한 “전환”하기 보다는 새로운 미디어에 부합하는 규제 프레임워크과 수단을 만드는 것이 실질적이고 시급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새로운 미디어를 규제의 틀 안으로 포섭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분류체계와 시청각미디어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함께, 인터넷기반 서비스에 적용가능한 규제수단 개발에 대한 논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 Reference

    1. 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2018). Online Video Sharing: Offerings, Audiences, Economic Aspects.
    2. 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2021). Revised AVMSD Tracking Table.
    3. EC(2021b). Guidelines on the practical application of the essential functionality criterion of the definition of a ‘video-sharing platform service’ under the 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2020/C 223/02)
    4. EC(2021a). Guidelines pursuant to Article 13(7) of the 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 on the calculation of the share of European works in on-demand catalogues and on the definition of low audience and low turnover
    5. Statista(2021a). Market share of subscription video-on-demand(SVOD) services available in the European Union in 2020,
    6. 천혜선 외(2018). 신유형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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