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최근 국내 방송·미디어 산업의 이슈들이 많습니다. 주요 트렌드 중에서도 특히
OTT가 확산되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시장이 시시각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산업의 변화 모습이나 향후 어떻게 변화해 갈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강신규
OTT 서비스의 증가로 개별 서비스가 채널화됨에 따라, 각 서비스의 특성을 담은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미 넷플릭스는 장르물, 미국식 시리즈물과 같은 넷플릭스‘향’ 콘텐츠를 만들고 있거든요.
젊은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하는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과, 새로운 코미디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웨이브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도 개별 서비스의 특성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고 봅니다.
김광재
콘텐츠의 제작 및 유통 환경의 무게 중심이 플랫폼 기업에서 제작사와 창작자 중심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변화된 환경으로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시장의 재원이 몰리고 있어 과거와 비교해 볼 때, 훨씬 더 많은 인재들이
이 곳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에는 시장예측 혹은 콘텐츠 기획 역시 더 이상 국내만을 놓고 전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작사 혹은 창작자들이 OTT 사업자와 벌이는 밀당을 통한 권리확보 과정 역시 주목의
대상이 될 듯 합니다. 정책 관점에선, IP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수립이 주요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노동환
OTT 서비스 확산으로 인해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은 기존 방송사-제작사 간의 하청 구조에서 점차 스튜디오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콘텐츠에 대한 자본투자 기반 형성 및 제작 요소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습니다. 향후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자 간 수직계열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제작사/스튜디오 사업자가 OTT 시장에 직접적으로 진출하거나 공급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종진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이 성장하는 데 일조했다면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진출한 지난해 11월은 다양성이 극대화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로벌 OTT뿐만 아니라 웨이브,
티빙, 왓챠 등 우리나라 OTT 기업도 다양한 콘텐츠와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산업 성장에 힘을 보탰습니다. 빅데이터 기반 개인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고 사용자환경(UI) 개선과 사용자경험(UX)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도 진행했고요.
OTT 구독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한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올해는 OTT가 독점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초부터 OTT가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10개 이상입니다. 넷플릭스와 티빙 등이 20개 이상 라인업을 이미 발표한 데다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도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기획과 제작 중요성이 점차 확대될 것이고 흥행성을 판단하는 기준 또한 고도화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접목도
늘어날 것이고 버추얼 프로덕션 활용 등 새로운 시도도 늘어날 것 같아요.
AI·빅데이터·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등 발달로 개발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액연봉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대우와 기업 내 처우가 높아지고 개선된 사례가 있습니다. OTT 경쟁 본격화는 작가·프로듀서(PD)와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엔지니어 등 콘텐츠업계 전문인력 처우를 개선하고 10대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심어주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도 됩니다. OTT 구독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해외 콘텐츠가 유입되고 새로운
콘텐츠가 제작돼 볼거리, 즐길거리가 늘어나는 기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승엽
오늘 참석하신 기획위원들께서 2021년 <미디어 이슈&트렌드>를 발간하는 데 상당 부문 기여해주셨습니다. 모든 위원들께서 직접 기고도 하시면서 기획리포트와 탐방리포트를 꾸리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안해주셨던 주제들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2021년 <미디어 이슈&트렌드> 리뉴얼 후 첫 호의 기획리포트 주제를 제안해주셨던 노동환 부장님께서 기획의도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노동환
제가 첫 호의 ‘OTT 사업자의 콘텐츠 IP 전략’을 주제로 기획한 의도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IP는 콘텐츠 제작·유통·소비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OTT 서비스의 확산으로 인해 원천 IP를 변형, 수정, 가공한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산업적 가치를 생산하는 원천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하기 위한 IP 확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저희 회사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기 위해 ‘스튜디오웨이브(Studiowavve)’를 설립했습니다. 스튜디오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기획하거나 외부의 우수한 기획안을 발굴하는 기획스튜디오입니다.
이렇게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개발된 콘텐츠는 외부 전문제작 스튜디오 등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이 이루어지고 완성화된 콘텐츠를 웨이브를 통해 제공하게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향후 OTT를 포함해 국내 미디어 산업 내 콘텐츠 IP를 거래하고 활용하는 시장은 부각할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콘텐츠 IP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계 비용이 거의 없이 추가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웹툰과 같은 웹콘텐츠는 영화나 드라마, 게임과 같은 기존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입 비용이 적으면서도 콘텐츠의 활용도가 높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어 콘텐츠 IP 거래 시장이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엽
두 번째 호인 5·6월호에서는 기획리포트 주제로 ‘디지털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다루었습니다. 강신규 연구위원께서 주제를 제안해주시고 <디지털 실감기술과
아이돌 산업의 결합>에 대해 기고도 하셨는데요. 기획의도와 주제를 다루며 주목할 만한 사안이나 시사점이 있으셨는지요.
강신규
실감기술이 발전하고, 미디어·콘텐츠에서 새로운 경험을 찾으려는 이용자들이 등장하며,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일상 대부분 영역에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디지털 기술을 적극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려 가능한 산업적 가능성과, 특히 우려점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기술 담론에서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찬양이 주가 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달콤한 열매만이 아니라 부메랑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기술 담론이 다분히 추상적인 수준에서만 논의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현실에 접목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싶다는 부분도 컸습니다.
필자분들께서 그런 의도를 잘 이해하고 써주신 덕분에 기존 논의들보다는 한 걸음 더 내딛는, 균형감 있고 구체적인 논의를 펼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실감기술과 아이돌 산업의 결합’을 주제로 원고를 작성하면서, 아이돌의 존재방식을 현실 아이돌(대부분의 기존 아이돌), 가상 아이돌(아담, 시유 등), 가상+현실
아이돌(K/DA, 에스파, 이터니티 등)로 나눠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겨우 몇 개월 지났을 뿐인데, 상황이 벌써 많이 바뀐 듯합니다. 기존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돌은 팬덤 플랫폼을 중심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실감기술만이 아니라 모든 동원 가능한 디지털 기술이 팬덤 플랫폼으로 집결합니다. 팬들은 팬덤 플랫폼을 통해
아이돌(정확히는 아이돌 AI)과 음성과 문자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고, 영상 알람을 받으며, NFT 기반 영상도 보유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아이돌의 존재방식만이 아니라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데 활용되는 셈입니다.
팬덤 플랫폼으로 인해 팬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막연히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닙니다. 업계가 주도하는 플랫폼 중심 팬덤에의 강요가 그동안 비교적 자생적으로
형성돼 왔던 팬덤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시간을 더 두고 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엽
다음은 2021년 9·10월호의 기획리포트 주제 ‘미디어 콘텐츠 기업의 ESG’를 제안해주셨던 김용희 전문위원님께서 기획의도와 <미디어 산업계의 ESG 확산과 대응
필요성>이라는 아이템을 선정하여 기고하신 이유에 대해 간략한 소개와 리뷰를 부탁드립니다.
김용희
ESG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자본시장의 영향을 받는 모든 기업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언론에서도 ESG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언론사나 미디어 사업자는 ESG 활동이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입니다. 통신사업자와 MPP사업자 중 일부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보고서)를 발간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MSO나 국내 OTT사업자들은 아직 ESG에 대한
관심이 매우 부족한 형편입니다. “미디어 산업계의 ESG 확산과 대응 필요성”에서는 미디어 기업은 C-P-N-D 구조를 형성하고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 다른 단일
사업과 다르게 산업간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심과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기획하고 작성되었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문제, 사회적인 관점에서 다양성, 평등성, 포용성
문제 등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외국 주요 사업자들의 경우 각종 위험사례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분석하였습니다. 또한, 미디어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ESG관련 규제와 사회적 압력에 대해서 분석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미디어 사업자는 더 이상 주주들의 이익만 극대화 하는 활동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모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다른 산업의 기업보다 높은 사회적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본고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은 방송법과 IPTV법에 귀속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자본과 함께 정부가 미디어 사업자의 ESG도입을 위한
활동을 이끌어야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차후에는 좀 더 기술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승엽
박종진 기자님께서는 2021년 <미디어 이슈&트렌드>에서 새롭게 구성한 탐방리포트를 한 해 동안 집필하셨습니다.
기업, 인물 등 현장 중심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 혹은 탐방리포트에서 다루지 못해 아쉬웠던 주제나 기업, 인물이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박종진
탐방리포트를 지난해 4회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저도 새로운 기업을 만나고, 알고 있던 기업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알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로부터 1,800억 원 규모 투자를 받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해외 콘텐츠 수급 확대에 따라 신사업 수요를 확보한 자막·더빙
전문회사 ‘아이유노미디어그룹’, MBC ‘너를 만났다’를 제작해 화제가 됐고 콘텐츠업계에서도 여느 때보다 메타버스가 화두가 된 시기에 찾은 특수시각효과(VFX)와 버추얼 프로덕션
전문기업 ‘비브스튜디오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 방침으로 떠오른 ESG(환경·사회·투명) 경영과 ‘사랑의 안테나’ 사업 등 미디어 기업으로서 ESG 경영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판단한 ‘KT스카이라이프’, 지식재산(IP)이 중요해지고 콘텐츠 OSMU(One Source Multi Use)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IP를 발굴하고 영상화하고 있는 ‘스토리위즈’까지
매달 트렌드가 되고 화제가 되는 주제에 맞춰 기업을 찾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관통한 주제를 한 번씩 다뤘다고 생각됩니다. 기업이 추진하는 핵심 활동을 대표 또는 총괄 임원을 통해 확인하고
매거진에서는 어떻게 사업을 꾸려나가는지, 신기술과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적용하는지 전하는 데 집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특정 기업 홍보가 아닌 요즘 화두가 되는
사업·기술영역에서 기업 사례가 참고서로 활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잘 전달됐을지 모르겠네요.
다양한 영상 촬영 기법이 적용되고 IP OSMU가 여느 때보다 활발한 시기입니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기술 기반 콘텐츠 기업과 IP 기업,
언택트 공연과 실감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을 조명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승엽
김광재 교수님께서는 2022년 <미디어 이슈&트렌드>의 첫 문을 여는 기획리포트 주제 ‘빅블러 시대, 미디어 산업 트렌드 변화’를 제안해주셨습니다.
기획하신 의도나 배경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광재
미디어 시장이 과거와 전혀 다른 차원에서 극적인 재편을 논의할 시점을 맞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논의를 정교화하기 위해,
기획위원회에서 그 첫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나온 한 해를 조망하고, 다가 올 새로운 해의 변화를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기획위원들이 모여 미디어 시장의 주요 쟁점과 현안을 예상하고 논의하면서 <미디어 이슈&트렌드>의 역할을 설정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승엽
오늘 좌담을 통해 2022년 미디어 산업계 전망부터 그간 <미디어 이슈&트렌드>에서 발굴한 이슈와 동향 전반을 짚어보았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 저널의 발전을 위한 방향이나 개선점에 대해 자유롭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노동환
21년 리뉴얼 된 미디어 이슈&트렌드는 보다 차별화된 미디어 전문지로 탈바꿈했습니다. 다만, 시의적절한 이슈를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을 위해 상하반기를 구분해 이슈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별도의 발간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미디어 이슈&트렌드에서 다루었던 이슈 중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라운드테이블 혹은 좌담회를 통해 전문가들이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 중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