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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로 방송 100주년을 맞이하는 영국 BBC의 온라인 서비스 전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이플레이어(iPlayer) 출시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했던 BBC지만, 날로 거세지는 글로벌 OTT 서비스의 도전과 압박 속에 다시금 조직과 제작 시스템 차원의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아이플레이어의 2020/2021 실적 속에 담긴 BBC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강화 노력을 검토하고, 100년 역사의 공영방송 BBC가 직면한 여러 딜레마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적 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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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영국 미디어 시장 변화를 이끄는 SVOD와 BVOD 서비스
2020/2021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로 방송 100주년을 맞이하는 영국 BBC의 온라인 서비스 전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022년은 지난 2017년 1월부터 발효된 칙허장(BBC Charter) 책무 준수에 대한 중간 평가가 시작되는 해로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방송 BBC의 사회적 책무 수행과 시장 생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담보할 전략과 추진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BBC 아이플레이어(iPlayer)의 2020/2021 실적은 영국 미디어 시장은 물론 온라인 전환의 바람직한 해법과 전략을 모색 중인 전 세계 방송사업자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아이플레이어의 시작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BC는 2003년 처음 아이플레이어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4년여의 준비를 거쳐 2007년 아이플레이어 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아이플레이어는 영국 내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서든 BBC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방송 직후 1주일 동안 온디맨드(On-demand)로 스트리밍 혹은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수신료를 납부한 시청자라면 언제 어디서나 광고도 없는 BBC 콘텐츠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플레이어는 출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넷플릭스(Netflix)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등 SVOD(Subscription VoD)라 불리는 글로벌 OTT 서비스의 영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BVOD(Broadcaster VoD)로 분류되는 BBC 아이플레이어의 인기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락다운이 빈번해지면서 이 양상은 더욱 심화되는데, 오프콤(Ofcom)이 발표한 <Media Nations: UK 2021>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OTT 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었지만 이는 대부분 SVOD의 몫이었다. 2020년 영국 전체 국민의 1일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은 총 5시간 40분이었는데 이 중 SVOD 이용시간은 총 65분으로 전년도 대비 31분이 증가한 반면, BBC 아이플레이어, ITV 허브(ITV Hub), 채널 4의 올포(All4) 등 BVOD 이용시간은 총 12분으로 1분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16~34세 이용자로 구분해보면 SVOD와 BVOD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16~34세 이용자의 1일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 총 5시간 16분인데 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다름아닌 SVOD로 총 91분 수준이었다. 2019년 대비 무려 27분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BVOD 시청시간은 총 11분에 불과해 SVOD 시청시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이플레이어 출시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의 중요성을 비교적 일찍 간파한 BBC지만, 글로벌 OTT 서비스의 도전과 압박이 점차 거세지자 그동안 ITV와 공동 운영해온 브릿박스 UK(Britbox UK)의 지분을 정리하고 자체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강화하는 등 온라인 서비스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아이플레이어의 2020/2021년1 실적 속에 담긴 BBC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강화 노력을 검토하고, 100년 역사의 공영방송 BBC가 직면한 여러 딜레마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적 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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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BC 아이플레이어 2020/2021 성과 분석
2.1이용지표
여러 이용지표로 볼 때 2020/2021년 BBC 아이플레이어의 실적은 꽤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고 그간 목표 수준을 계속 낮춰왔다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최근 2-3년 간 BBC 아이플레이어는 역대 최고 시청 실적을 갱신해왔다.
- BBC의 회계연도는 매해 4월에 시작되어 이듬해 3월까지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말하는 2020/2021년 실적은 2020년 4월~2021년3월 기간의 실적을 의미한다.
출처: informitv(2021.6)
*( )는 16~34세 이용자 데이터
출처: BBC(2021) 재구성
BBC 2020/202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총 스트리밍 횟수는 총 61억 회에 달해 총 48억 회를 기록했던 전년도(2019/2020) 대비 28% 증가했고, 31억 회 수준이던 2016/2017년에 비하면 스트리밍 수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BBC 아이플레이어의 성장세는 다른 이용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BBC 아이플레이어 로그인 계정 수도 주 평균 1,070만 개 수준으로 전년도(910만개) 대비 약 17.5%가 늘었다. 또 주 평균 스트리밍 시간도 총 3,220만 시간에서 3,970만 시간으로 증가했고, 이용자 당 주 평균 이용시간도 53분으로 전년도 대비 9분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6~34세 젊은 층의 이용지표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했지만, 아이플레이어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이용자층임은 분명했다. 2020/202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16~34세의 주 평균 로그인 계정 수는 전년도 290만 개에서 320만 개로 늘어 전체 로그인 계정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1인 이용시간은 59분으로 전체 이용자의 이용시간(53분)을 크게 앞선다. 아이플레이어가 젊은 시청자층과 접점을 갖는 중요한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2.2 핵심컨텐츠
2021년 아이플레이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프로그램은 <Line of Duty>였다. 이 드라마는 BBC2가 제작한 프로그램 중 최근 10년 내 가장 성공한 사례로 손꼽힐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아이플레이어에서만 지난 한 해 1억 3,710만 건의 스트리밍이 발생했다. 2위는 코로나19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중계로 총 스트리밍 횟수는 9,020만 회였다. 3위는 고등학교 동창인 20대 여성들이 주인공인 미스터리 장르의 미국 드라마 <Pretty Little Liars>로 8,000만 회에 달하는 스트리밍 수를 기록했다.
스트리밍 횟수 기준 상위 10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드라마가 7편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대형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 2편, <RuPaul’s Drag Race UK>가 예능으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제작 주체로 보면 스포츠를 제외한 총 8개 콘텐츠 중 7개가 BBC 제작이었다. 2흥미로운 점은 회차를 기준으로 랭킹을 뽑아보면 상위권은 대부분 주요 인기 프로그램의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는 사실이다. 프로그램 기준 1위를 차지한 <Line of Duty> 시즌 6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회차 기준 스트리밍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1회차 스트리밍 횟수만 총 920만 회에 달했다. 2위는 BBC에서 지난 해 첫 선을 보인 드라마 <Vigil>의 첫 번째 에피소드였는데, 약 800만 건의 스트리밍이 발생했고3 3위는 교도소 수감생활을 다룬 드라마 <Time>, 4위는 70년대 연쇄살인마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The Serpent>의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 이외에도 6위 <Bloodlands>, 7위 <The Pact>, 8위 <Traces>, 10위 <Forensics: The Real CSI>까지 10위권 드라마는 모두 1회차가 차지했다. 비드라마로는 5위를 차지한 ‘유로 2020: 영국 대 이탈리아 결승전’과 9위인 자연 다큐멘터리 <A Perfect Planet>이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 <RuPaul’s Drag Race UK>는 2019년 미국 콘텐츠 <Rick & Steve: The Happiest Gay Couple in All the World>를 들여와 변형시킨 프로그램이다. <Rick & Steve: The Happiest Gay Couple in All the World>는 스탑모션 애니메이션 시트콤이었기 때문에 단순 포맷 구매라고 보기는 어렵다.
- 영국 흥행 돌풍에 힘입어 <Vigil<은 미국 NBC의 피콕(Peacock) 방영을 앞두고 있다.
<Line of Duty>처럼 큰 인기를 끈 시리즈물이라 하더라도 1회차 외 다른 회차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는 OTT를 통한 드라마 시청이 일반적인 TV 시청 패턴과 상당히 상이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OTT에서는 같은 시기에 여러 개의 드라마/시리즈물을 시청해보는 탐색적 시청은 늘어나지만, 드라마/시리즈물의 전 회차를 완주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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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BBC 아이플레이어의 미디어시장 내 위치와 전략
2020/2021년도 이용지표만 보면 아이플레이어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할 수 있지만, 영국 미디어시장 전체로 보면 BBC 아이플레이어의 미래가 썩 밝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처: Statista(2022)
오프콤도 <Media Nations: UK 2021>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넷플릭스와 BBC 아이플레이어는 각각 가입형 OTT인 SVOD와 방송콘텐츠 OTT인 BVOD의 대표주자로 영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도달률만 놓고 보면 2021년 1분기 BBC 아이플레이어는 64%로 1위 넷플릭스(6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도달률 60%를 넘어섰다는 것은 해당 서비스가 어느 정도 보편화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제는 스트리밍 횟수 증가와 이용자의 평균 시청시간 확대가 중요하다.
그러나 스트리밍 수에 있어서 넷플릭스와 BBC 아이플레이어의 차이는 꽤 큰 편이다. 2020년 넷플릭스는 총 155억 건의 스트리밍을 기록한 반면, BBC 아이플레이어의 총 스트리밍 횟수는 총 58억 건에 그쳐 넷플릭스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영국 내 넷플릭스 가입가구 수가 2019년 1분기와 2020년 3분기에 크게 늘면서 넷플릭스는 2019년 기준 82억 회 수준이던 스트리밍 횟수를 1년 만에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BBC 아이플레이어의 스트리밍 수는 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와 아이플레이어의 스트리밍 수 차이는 2019년 2배에서 2020년 3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BBC로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3.1 BBC 아이플레이어 이용패턴에 맞춘 콘텐츠 유통전략의 수정
BBC의 아이플레이어 전략 수정은 유통 파트에서 시작되었다. 이미 2019년 BBC는 아이플레이어의 콘텐츠 제공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최대 1년으로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2007년 출범 이후 아이플레이어의 인기는 언제 어디서나 BBC를 시청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연 20만원을 넘는 수신료를 내지만 이용의 시공간 제약이 큰 지상파방송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서비스였던 것이다.
출처: Statista(2022)
여기서 BBC가 특히 주목한 것은 아이플레이어의 이용 패턴이 여느 SVOD 서비스와는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넷플릭스 등을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이 새로운 방식으로 체화되고는 있지만, BBC 아이플레이어 등 BVOD는 실시간 방송과 연계된 특유의 이용 패턴을 보였던 것이다. BBC 아이플레이어는 시작 초기부터 실시간 방송 후 다시보기 서비스 기간을 30일로 제한해왔는데, 넷플릭스 등의 확산으로 OTT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은 이 방식을 불편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중반 회차를 넘어서면서 초반보다 시청률이 높아지는데, 30일이 지나 드라마 화제성이 높아진 방영 후반부에 유입된 시청자들은 드라마 초반 회차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SVOD에서 모든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시청하는 ‘몰아보기(binge watching)’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매주 새 회차를 공개하는 아이플레이어의 방식이 불편했고, 실시간 방송의 보완재로서 제 역할을 다한다고 보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 BBC는 TV 실시간 방송 후 아이플레이어 서비스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최대 1년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2018년 아이플레이어 플랫폼 개선안을 발표하고 2019년 오프콤의 승인을 얻어 시행에 들어갔다. 방송 계열 OTT 서비스 특유의 이용패턴을 면밀히 살핀 결정이었는데, 이번 아이플레이어의 2020/2021 실적을 살펴보면 이러한 전략 수정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음을 알 수 있다.
스트리밍 횟수 상위 10위권에는 주요 인기 드라마/시리즈물의 1회차가 포진하고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BBC 아이플레이어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바로 ‘지난 방영분 따라잡기(catch-up)’이다. 실시간 방송에서 1회차를 놓친 시청자는 물론, 다음 회차가 방송되고 있을 때 이를 따라잡기 위해 아이플레이어를 시청하는 이용자, 실시간방송 종료 후 몰아보기를 위해 1회차부터 시작하는 이용자가 아이플레이어로 유입된 것이다. 시즌제가 일반화된 요즘, 새로운 시즌이 공개되면 해당 콘텐츠의 예전 시즌 회차들까지 스트리밍 수가 오르기 시작하는 현상도 바로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3.2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
① BBC 특유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원 집중 전략
2020/2021 회계연도 시작과 함께 BBC는 총 6가지의 전략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첫 번째 공정성 회복에 이은 두 번째 목표는 바로 “(BBC만의) 독특하면서 임팩트 큰 콘텐츠의 제작(unique, high-impact content)”이었다. 수신료를 지불하는 이용자에게 BBC 특유의, 임팩트 강한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시청자가 주목하지 않는 콘텐츠를 줄이고, 기존 인기 시리즈를 계속 반복 재생산하는 관행을 깨겠다는 팀 데이비(Tim Davie) 사장의 다짐에서 이미 BBC의 변화는 예고되었다. 이를 위해 BBC는 자기 복제의 철저한 배제와 한정된 자원의 재배치를 선언한다. ‘BBC만의, 임팩트 강한 콘텐츠’는 결국 단 한 편을 제작하더라도 시청자들이 주목하고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그야말로 수신료의 가치를 느끼도록 해주는 콘텐츠라고 정리하고, BBC는 선택과 집중을 자원 배치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BBC에서는 이러한 전략 수정이 지난 한 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2020/2021 BBC 아이플레이어 인기 콘텐츠 목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BBC만의 특색이 담긴 ‘신규 드라마/시리즈물’들이 꽤 선전했기 때문이다. 2019년만 해도 BBC 아이플레이어 스트리밍 수 Top 10 콘텐츠 중 9개가 기존 프로그램의 후속편이었다.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도전하지 않고 기존 인기 콘텐츠의 명성에 기대어 자기 복제를 반복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에 들어서면서 BBC 아이플레이어 인기 Top 10 순위에 4개의 새로운 콘텐츠가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6개의 신규 콘텐츠가 Top 10 순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SVOD 사업자와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영국 미디어 시장에서 스트리밍 수와 평균 시청시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콘텐츠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영국 시장 진출이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TV시청률은 물론 영업수익도 점차 하락하고 있는 BBC가 고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강력한 콘텐츠 제작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② 실시간 방송과 대형 스포츠 중계의 강화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은 BBC 아이플레이어는 물론 주요 PSB 계열(public service broadcasters) BVOD 서비스에게 있어 여전히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20/2021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BBC 아이플레이어 이용 중 실시간 시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수준에 달했다. 특히 스포츠 중계는 스트리밍 수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오는 콘텐츠이며 동시에 가입자의 이탈률을 낮추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2020년 1월 10일 열린 마린 v. 토트넘 경기는 경기 당일에만 총 2,600만 회의 스트리밍이 발생해 1일 최다 스트리밍 기록을 세웠고, 유로 2020 경기의 스트리밍 횟수는 총 7,590만 회에 달했다. 지상파 BBC 채널의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곧 실시간 방송 자체에 대한 니즈가 없다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BBC는 스포츠 등 대형 이벤트를 아이플레이어의 핵심 콘텐츠로 인식하고 활용 중이다.
출처: OFCOM(2021.6)
3.3 UI 개편: 이용자가 편한 방식이라면 과감히 수용!
BBC는 지난 몇 년에 걸쳐 전면적인 로고 리브랜딩을 준비해왔다. 지난 해 10월 공개된 BBC 로고는 기존 서체를 바꾸고 글자를 둘러싼 블록 간 간격을 넓혀 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BBC가 리브랜딩 작업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다름아닌 BBC의 서브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주요 온라인 서비스였다. 아이플레이어를 비롯해 BBC 사운즈(BBC Sounds), BBC 스포츠(BBC Sports), BBC 뉴스(BBC News), BBC 웨더(BBC Weather), BBC 바이트사이즈(BBC Bitesize)의 새로운 로고는 BBC 로고를 구성하는 블록들의 모양과 색상 변화로 만들어져 통일감과 차별성을 모두 강조하고 있다. 각 온라인 서비스가 디지털 방송환경 속에서 지니는 의미를 이미지화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는 것이 BBC의 설명이었다.
새로운 옷을 입은 아이플레이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초기 스크린 화면까지 전면 개편했다. 기존 화면의 상단에 위치하던 검색 메뉴 등을 스크린의 왼편으로 옮기면서 아이콘의 크기는 축소시키고 신규 콘텐츠 소개 공간을 넓혔다. 한 마디로 넷플릭스의 초기 화면과 매우 유사한데, 개별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 있고 다양한 카테고리 검색의 편의성 제고를 목표로 했다는 것이 BBC의 설명이었다.
출처: Statista(2022)
사실 이러한 변화 역시 이용자들의 피드백에서 시작되었다. 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새로운 초기 화면에서 아이콘의 위치와 크기, 콘텐츠 텍스트와 이미지의 배치 모두 넷플릭스의 초기 화면과 매우 흡사하다. 영국 내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급증하면서 넷플릭스의 스크린 구성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늘었고, 넷플릭스 플랫폼에서의 여러 이용방식이 OTT 이용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아이플레이어의 초기 화면은 ‘고루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이에 BBC는 넷플릭스에 익숙해진 이용자와 그 이용 패턴을 인정하고, 이용자가 익숙한 방식을 거스르지 않는 길을 과감하게 선택하는 것으로 응답한 것이다. 시청자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찾는’ 방식을 원한다면 그것이 경쟁자 넷플릭스를 모방하는 것일지라도 수용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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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사점
BBC에게 2022년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올해부터 BBC 칙허장(BBC Charter) 책무 준수에 대한 중간 평가가 시작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다소 늘었던 TV 시청 시간의 거품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16년 온라인 전용 채널로 전환했던 BBC3이 다시 지상파 채널로 재개국하는 것도 올해이다.4 급속히 온라인 서비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온라인 서비스 전략은 무엇인지, 공영방송은 공책 책무 수행과 시장 내 생존 간의 균형을 위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BBC만의 해법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 BBC 온라인 서비스의 대표주자 격인 BBC 아이플레이어에 대한 관심도 이래저래 커지고 있다.
BBC는 공영방송에서 공영미디어로의 전환이라는 방향성은 계속 견지하고 있다. BBC는 16~34세의 콘텐츠 소비행태를 주시하면서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온라인 서비스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BBC는 과거 16~34세 TV 시청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TV 프로그램 제작을 늘렸지만 실패를 겪은 후 이미 TV에서 멀어진 미디어 이용 패턴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던 것이다. BBC의 다음 시도는 BBC3 채널의 온라인 서비스화였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온라인 서비스로의 단순 전환이 답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BBC3 지상파 채널 재개국을 결정한다.
결론은 특정 플랫폼에 시청자를 붙잡아두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며 BBC TV, 아이플레이어, Sounds 등 BBC가 보유한, 그리고 가용할 수 있는 플랫폼들을 통해 BBC 콘텐츠와 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으로 모아진 듯 하다. 이용자들이 BBC 서비스 포트폴리오 속에 오래 머무르며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답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2019년 9월, 당시 토니 홀(Tony Hall) 사장의 ‘total TV 아이플레이어’ 개념, 즉 BBC 산하 모든 채널의 콘텐츠를 아이플레이어로 제공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아이플레이어를 둘러싼 BBC의 여러 선택들은 ‘total TV 아이플레이어’를 완성해가는 과정의 시행착오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BBC의 고민은 이제 시작이다. ‘unique, high-impact content’로 요약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지만, 아이플레이어의 스트리밍 순위 상위가 드라마로만 채워지는 현실이 상징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우려감도 크기 때문이다. 미디어 이용 행태와 시장 변화에 대응함과 동시에 BBC가 지는 공적 책무와의 충돌을 최소화할 해법을 BBC는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 BBC와 같은 고민에 빠진 전 세계 공영방송,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이 BBC 아이플레이어에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다.
- 오프코의 승인 하에 지난 2월 이미 방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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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BBC iPlayer gets a new look’. informitv. 2021.11.18.
- ‘Line of Duty gets call for third series’. The Guardian. 2014.3.19.
- ‘Media Nations report’. OFCOM. 2021.6.
- ‘Number of households subscribing to Netflix in the United Kingdom (UK) from 1st quarter 2014 to 4th quarter 2021’. Statista. 2022.
- ‘Ofcom Annual Report on the BBC 2020-21’. OFCOM. 2021.11.
- ‘BBC Group Annual Report and Accounts’. BBC.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