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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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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의 OTT ]

프랑스 공영방송, 살토와 손절하다.
-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강화

한정훈
(JTBC 보도국 미디어전문기자)

  • 프랑스는 유럽 콘텐츠의 프라이드(Pride)로 불린다. 그만큼 자국 콘텐츠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시장이다. 특히, 프랑스 공영 방송은 프랑스 국민들의 생각과 프랑스 정신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프랑스 방송은 OTT, 스트리밍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영방송인 프랑스 텔레비지옹(France Télévisions)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등 미국 OTT에 대응해 ‘텔레비지옹’은 민영 방송사와 손을 잡는 길을 택했다. 2020년, 텔레비지옹과 민영방송사 M6, TF1은 스트리밍 서비스 ‘살토(Salto)’를 함께 런칭했으나 2년이 지난 지금 ‘살토’를 통한 공영 스트리밍 전략은 위기를 맞고 있다. 본고에서는 스트리밍 파고 속 프랑스 공영 방송의 새로운 자구책 마련 노력과 프랑스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 1들어가며
    프랑스의 대표 스트리밍 서비스는 살토(Salto)다. 지난 2020년 10월 민영 방송사인 M6와 TF1, 그리고 프랑스 공영방송 텔레비지옹(France Télévisions)이 33%씩 지분을 가지며 시작했다. 넷플릭스(Netflix) 등 글로벌 스트리밍에 대응하는 프랑스 방송사들의 문화와 엔터테인먼트가 합쳐진 ‘컬처테인먼트(Culturetainment)’ 성격이 강했다.

    2019년 디즈니+(Disney+)와 애플 TV+(AppleTV+)가 스트리밍 시장에 들어온 이후 프랑스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난은 가중됐다. 젊은 층들이 지상파 방송을 떠나고 있었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당해 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영방송인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고민은 더 깊었다. 상업방송들에 비해 투자 재원도 부족하고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텔레비지옹은 스트리밍 시대, 민영 방송사와 힘을 합치는 모험을 선택했다. 이렇게 텔레비지옹은 TF1과 M6 등 민영 방송사와 스트리밍 서비스 살토를 탄생시켰다. 살토가 서비스를 시작한 2020년 10월은 넷플릭스가 지금은 중단했으나 실시간 채널 런칭을 실험할 당시였다.
  • 2 프랑스 지상파 연합, 스트리밍 살토 출범
    살토는 문화에 대한 프랑스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불렸다. TF1, 텔레비지옹, M6가 제공하는 1만 시간의 콘텐츠가 서비스됐다. 또 출범 당시부터 프랑스에서 인기있는 상위 100위 콘텐츠를 모두 보유했다. 글로벌 인기 콘텐츠가 아닌 로컬에서 수요 높은 프로그램을 확보한 것이다. 3개 방송사가 공급하는 프랑스 콘텐츠는 영화, 드라마, 스포츠, 다큐멘터리, 어린이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했다.

    살토는 TV방송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하거나 방송이 끝난 뒤 바로 서비스했다. 당시 TV방송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프랑스에서는 매우 중요한 변화였다.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원작 드라마 <And Then There Were None>의 새로운 시즌도 방송 6개월 전 스트리밍 서비스됐다. 또 <Demain Nous Appartient> 등과 같은 드라마 콘텐츠는 TV에 방송되기 48시간 전 독점 공급하기도 했다. 인기 미국 TV시리즈 <Fargo>와 <Manifest>도 미국에서 방송이 끝난 뒤 24시간 만에 서비스했다. 인기 작품 수급에도 적극적이었다. 프랑스 텔레비지옹(프랑스 텔레비전2)의 최고 코미디 인기 시리즈 <Call My Agent!>도 시즌4까지 살토에 서비스됐다. (2021년 확정된 시즌5와 90분짜리 TV 영화는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살토는 처음부터 틈새 전략(Niche Market)을 구사했다. 가격과 콘텐츠 모두 글로벌 서비스들이 제공하고 있는 수준을 택했다. 살토는 2020년 11월 월 6.99유로(8.27달러)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넷플릭스의 월 이용 가격은 2020년 10월 13.99달러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살토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애플 TV+ 등 거의 모든 글로벌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는 프랑스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했다.

    살토의 전략적 타깃은 젊은 층이나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계층만은 아니다. 국민 서비스답게 프랑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 토마스 폴린(Thomas Follin) 살토 총괄 이사(General Director)는 출범 당시 버라이어티(Variety)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트리밍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살토가 최대한 다양한 계층에게 호응을 얻길 원한다”며 “이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알고리즘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살토는 넷플릭스 등 미국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시청자를 더 잘 이해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분위기,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프랑스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선별해 공급했다. 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시청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 하나의 계정에 가족 구성들의 프로필을 추가로 만들 수 있게 했다.



    살토의 가장 큰 어려움은 콘텐츠 수급이었다. 프랑스의 강력한 홀드백(극장이나 TV공개 독점 기간)때문이다. 팬데믹 이전 프랑스 영화는 극장 개봉 후 36개월이 지나야 케이블TV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개할 수 있었다. 또 TF1이나 M6, 텔레비지옹 등의 모든 프로그램이 살토에 공급되지도 않았다. 살토도 이들 모회사의 콘텐츠의 권리를 사와야 했다. 특히 TV에서 방영되면 일정 기간 스트리밍 서비스에 틀 수 없는 홀드백도 존재했다.



    콘텐츠 저작권 규정도 확장에 걸림돌이었다. 프랑스는 원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송사의 방영권 권리 기간 인정에 매우 엄격하다. 대부분 방송 3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다시 제작사에 귀속된다. 살토가 오랜 기간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채우기 위해선 보유권을 다시 사야한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브릿박스(Britbox)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때문에 살토는 오리지널 신작에 투자했다. 2020년 살토는 RAI, 프랑스TV(France.tv)와 함께 에밀 졸라(Emile Zola)의 클래식 작품을 드라마로 만든 <Germinal>에 자금을 댔다. 또 살토 오리지널(Salto Originals)도 제작했다. 지난 2020년 스릴러 드라마 <Pandore>를 만들었고 이 드라마는 벨기에 방송사 RTBF에서도 송출됐다. 프랑스 외 다른 나라 콘텐츠에도 투자했다.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의 <Small Axe>와 앤드류 헤이(Andrew Haigh)가 감독한 TV시리즈 <The North Water>에 투자했다. 살토는 이들 콘텐츠에 대한 프랑스 유통 독점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살토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2022년 1월 현재 가입자가 70만 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토가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할리우드 콘텐츠에 익숙한 프랑스 젊은 세대’ 때문이다. 콘텐츠 투자 규모도 1년에 한 회사당 평균 10~20조 원 가량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글로벌 스트리밍에 밀린다. 프랑스 국민들도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 점점 더 끌리고 있다. 패럿 애널리스틱스(PA)가 2021년 프랑스에서의 스트리밍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 수요(Market Demand)를 조사한 결과 넷플릭스 콘텐츠가 47.2%를 기록했다. 프랑스 시중에서 소비되는 스트리밍 콘텐츠 10개 중 5개가 넷플릭스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유럽평의회 산하 유럽 시청각 기구(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의 2022년 주요 트렌드 리포트(Key Trends Report)에 따르면,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시장(EU)에서 스트리밍 등 미국 미디어들의 점유율은 1996년 4%에서 2020년 31%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유럽공영 방송을 제외하면 미국 소유 미디어(스카이, 아마존, 넷플릭스, DAZN)들의 점유율은 44%까지 올라간다. 2020년 현재 EU내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1억 4,000만 명 정도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의 경우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TV+, 디즈니 등의 점유율은 72%였고 나머지 20개 다른 사업들이 28%를 차지했다. 유럽에서 방송되는 TV프로그램의 19%도 미국 콘텐츠였다.

    그림 1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 점유율출처: PA(ParrotAnalytics)

    TV시청이 많은 프랑스의 특성상 케이블TV나 IPTV를 통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급할 경우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살토의 유료 방송 플랫폼 침투율은 9%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토는 아직은 출범 초기라는 입장이다. 살토의 토마스 폴린 총괄이사는 지난 2022년 2월 열린 한 행사에서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도 살토는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2021년의 경우 아마존 프라임과 디즈니+에 이어 성장률 3위였다”고 설명했다. 폴린 이사는 “우리는 한 달 평균 가입자 당 30시간 정도의 시청 시간을 기록하고 있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는 존재한다.
  • 3텔레비지옹, 살토에서 탈퇴해 자사 플랫폼을 키우다.
    살토처럼 민영 방송사와 공영방송의 스트리밍 합작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례를 찾기 드문 협업 케이스다. 유사 사례를 찾자면 한국의 푹(현재 콘텐츠웨이브)이다. 푹은 출범 당시 KBS와 MBC, SBS 등 공민영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합 스트리밍 서비스로 지난 2012년 시작됐다. 이외 BBC와 ITV가 합친 영국 브릿박스가 있었지만 첫 런칭을 미국에서 시작했다. 영국 브릿박스의 경우 ITV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텔레비지옹은 살토에 참여했지만 무료 보편성 스트리밍 서비스인 프랑스.TV(France.tv)도 운영했다. BBC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Britbox)와 자체 무료 플랫폼(iPlayer)도 가지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은 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도달율을 높이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내부 우려도 많았다. 텔레비지옹은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5월 발표된 방송사 TF1과 M6의 합병은 공영방송이 민영 방송사들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계속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에 빠지게 했다.

    합병은 스트리밍 시대 경쟁을 위한 민영 방송의 불가피한 현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살토에서 텔레비지옹은 3대 1에서 2대 1의 지분 구조를 가지게 돼 장고에 들어갔다. 이에 델핀 에르노트(Delphine Ernotte) 텔레비지옹 대표는 2021년 12월 르 피가로(Le Figaro)와의 인터뷰에서 살토 지분 매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에르노트 대표는 “TF1과 M6의 합병과 관련해 고민이 많다”며 “현재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1위인 프랑스TV에 우리의 노력을 집중할 필요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2022년 3월 24일(미국 시간) TF1과 M6는 합병에 성공하게 되면서 프랑스 공영방송 텔레지옹이 보유하고 있는 살토 지분(33%)을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33%의 지분가치는 4,500만 유로(605억 원) 정도다. TF1과 M6는 성명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 그룹(M6+TF1)은 살토 지분의 100%를 보유하게 된다”며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격적 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프랑스 경쟁당국의 결정에 따라 현재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되는 2022년까지는 3개 주주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에르노트 대표는 살토 지분 매각 후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디지털 전략 하에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강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텔레비지옹은 살토와의 협업 관계는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방송 시장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건설사 부이그(Bouygues)가 보유하고 있는 방송사 TF1과 독일 미디어 기업 베텔스만(Berteslmann)이 보유한 M6를 결합하면 프랑스 TV 광고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게 된다. 현재 두 회사의 합병은 프랑스 규제 기관이 심사하고 있는데 이 합병의 규모는 40억 달러다. TF1과 M6는 지난해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프랑스의 주요 미디어 그룹을 만들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방송사의 독점 경영권은 30%의 지분을 가지게 되는 부이그(Bouygues)가 보유하게 된다.



    텔레비지옹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강화를 강조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일단 공정경쟁의 기반 자체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에르노트의 이런 인식도 경쟁 열세에 놓여 있는 프랑스 지상파 방송의 현재 어려움과 긴장감을 보여준다.

    프랑스에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뿐만 아니라 2022년 5월 HBO MAX도 상륙한다. 프랑스에서도 미국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점유율이 매우 높다. 넷플릭스는 첫 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프랑스 현지 스트리밍 서비스인 카날 플러스(Canal Plus)와 협업한 디즈니+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파라마운트+(Paramount+)도 올해 말 프랑스 상륙을 예고했다.

    특히,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프랑스 스포츠 중계권도 휩쓸고 있어 우려가 많다. 올림픽 같은 국민 관심 경기를 중계할 수 없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프랑스에도 아마존(Amazon)은 롤랑 가로스(Roland Garros)의 테니스 중계권과 리그1(Ligue 1) 축구 경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에르노트 대표는 “스포츠 연맹 노조들이 자신들의 스포츠 경기에 대한 노출 빈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론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림 2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유럽 콘텐츠 편성 비율출처: Financial Times; Ampere Analysis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5월 민영 방송인 TF1과 M6는 결국 합병을 선언했다. 합병이 광고 시장에서 구글(Google)이나 메타(Meta) 등과 경쟁하고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도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등과 싸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유일한 전략이라는 판단이다. 최종 합병 작업은 올해 마무리된다.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에서 미국의 스트리밍 플랫폼의 침투는 경제적 이슈를 넘어 ‘문화 주권’이라는 정치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공영 방송인 프랑스 텔레비지옹과 넷플릭스 간 긴장감은 팽팽하다. 최근 에르노트 대표는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 <Call My Agent>를 두고 넷플릭스를 크게 비난한 바 있다. ‘성공의 소유권’을 빼앗아 갔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TF2이 제작비를 투자한 프랑스 드라마지만 시즌5의 글로벌 배급은 넷플릭스가 맡았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는 2022년 1월 기존 저작권 보호 위원회(HADOPI)와 시청각 최고위원회(CSA)를 통합해 시청각·디지털 통신 규제 기관 아르콤(ARCOM)을 런칭했다. 스트리밍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저작권과 방송 통신 규제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서다. 아르콤은 시청각 또는 전자 통신 분야에서 전문적 경험이 있고, 경제적, 법적, 기술적 역량을 가진 9인의 위원(Conseiller)으로 구성된다.

    아르콤은 출범 이후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 TV+ 등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들 사업자가 프랑스와 유럽 콘텐츠에 2억 5,000만유로(3,362억 원)에서 3억 유로 정도의 자금을 투자하기로 약속 받았다. 이 거래는 기존 방송사와 스트리밍 플랫폼 사이 공정 경쟁을 위해 설계됐다. 2020년 기준 프랑스 공영 방송에 지원되는 공적 기금은 48억6,000만 달러(5조 9,3400억 원)이었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방송사는 리모콘에 버튼이 생기기 전까지는 동등한 위치에 놓이기 힘들다”

    프랑스 공영 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 델핀 에르노트 대표가 지난 1월 미국 폴리티코(Politico)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에르노트는 “현재 거의 모든 스마트TV 리모컨에 ‘넷플릭스’ 접속 단축버튼이 있다. 프랑스 텔레비지옹도 같은 방식의 버튼이 지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르노트 대표는 “TF1 등을 포함한 공공 이익 콘텐츠(General interest content) 스마트TV의 홈 스크린에서도 부각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에르노트 텔레비지옹 대표는 현재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 경쟁을 위해 ‘리모컨’에 공영방송 시청 버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삼성 등 TV제조사와 협의해 리모컨에 단축 버튼을 삽입하고 있다. 에르노트는 “우리는 프랑스 공영 방송이기 때문에 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U법률은 TV제조사들에게 공영방송 채널의 시각적 노출도를 높이고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에르노트는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에는 이미 각국이 공공 이익 콘텐츠가 제대로 노출될 수 있도록 (해당 정부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문장이 있다.”며 “프랑스 규제 기관이 프랑스 텔레비지옹과 다른 지상파 지역 방송들을 더 잘 노출시킬 수 있도록 TV제조 회사에 명령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아르콤(Arcom)도 이 조항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공영 방송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로 논의되고 있다. 리모컨에 단축키를 만드는 것과 스마트TV 홈스크린에 노출도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 두 정책을 법제화하는 방법은 프랑스 의회(French National Assembly)에서 합의를 이뤘다. 프랑스 의회는 최근 법안 제정을 위한 사전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4 스트리밍 파고 속 자국 재투자 강제
    공영 방송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국가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프랑스 정부도 유럽의 틀 안에서 공영방송의 미래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먼저 유럽은 스트리밍 서비스 등장에 EU 전체에 적용되는 공정 경쟁(Fair Fight) 지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관련 27개 유럽 지역에서 서비스하는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로컬 TV와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편성해야 한다.

    EU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에 적용되는 법 중 가장 중요한 법은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 AVMSD)다. 이 지침은 TV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한 영상 매체를 전반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만들어졌다. 현재 유럽 각 국가의 실정에 맞게 적용이 준비되고 있다. 이 지침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진출하는 나라에 대한 투자 의무와 스트리밍 사업자와 유럽 제작사들 간 거래 원칙(Out Terms of Trade for Streamers)을 담고 있다.



    유럽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AVMSD)의 핵심은 각 나라별 실정에 맞는 적용안을 만드는 것이다. AVMSD 지침은 단순히 스트리밍 사업자가 EU콘텐츠를 최소 30% 이상 편성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다. 각 EU국가들은 수익의 일부를 콘텐츠 투자비로 내게 하거나 개별 영토에 맞게 사업 모델 맞게 ‘국가 맞춤형 법안’을 도입할 수 있다.

    EU는 각국에 맞는 법안 마련을 위해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현재 EU국가 중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규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프랑스다. 자국 문화와 산업 보호에 무게를 둔 아주 강력한 법안을 준비했다.

    프랑스는 AVMSD에 따라 2021년 6월 법안을 발의하고 7월 이후 시행에 들어갔다. 18개월 간 노조, 제작사 등과의 협상과 시장 조사를 마친 뒤에 나온 것인데 스트리밍 서비스의 프랑스 내 수익 중 일정 비율의 투자를 강제하는 내용이다. EU소속 국가 중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규제의 세부 내용을 밝힌 곳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유럽 시청각 미디어 지침(AVMSD)에 따라 프랑스 방송 규제 당국(CSA, 현재 Arcom)은 2021년 12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게 프랑스 내 수익의 최소 20%를 유럽 제작에 투자하도록 강제했다. 이 중 85%는 반드시 프랑스 언어 콘텐츠에 돈을 써야 한다. 또 대부분은 독립 제작자들이 저작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투자 금액 중 80%를 시청각 작품(시리즈, TV영화, 다큐멘터리) 제작에 써야한다. 나머지 20%(프랑스 내 매출의 4% 가량)는 극장에 공개되는 영화에 투입해야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확장으로 더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진영이 TV비즈니스인 만큼,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다.

    이 결과 아르콤은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등이 2022년부터 프랑스에 매년 최소 2억 5,000만 유로(3,362억 원)~3억 유로를 투자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은 넷플릭스 투자액이 가장 많아 단독으로만 2억 2,500만 달러 정도가 매년 프랑스 콘텐츠(영화 드라마)에 지원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영화에 대한 지원도 있다. 현재 프랑스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규제 강도가 매우 강하다. 프랑스 내 영화 독점 기간 규약도 엄격하다. 극장 개봉 3년 내 신작 영화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편성하지 못한다.

    다만, 스트리밍 시대 프랑스는 콘텐츠 투자 비율에 따라 영화 개봉 기간을 조절해준다.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극장 개봉 후 빠른 시기 내 해당 영화를 상영하려면 프랑스 내 매출의 20~25%를 현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야 한다. 25%를 투자하면 12개월 내 영화를 편성할 수 있지만 20%를 낼 경우 15개월 정도가 지나야 스트리밍에 콘텐츠를 방송할 수 있다. 세부편성 비율 등은 영화 조합 등과의 협약에 따라 결정된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중 처음으로 영화계와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 2월 22일 프랑스 영화 조합(Film Guilds)과 향후 3년 간 매년 프랑스 극장에서 개봉되는 유럽과 프랑스 영화 제작에 최소 4,000만 유로(4,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중 3,000만 유로를 프랑스어 영화 제작에 투자해야 한다. 아울러 4,000만 유로 중 17%를 450만 달러(400만 유로) 미만 예산 영화에 투입해야 한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의 경우 프랑스 내 연간 매출의 4%를 프랑스와 유럽 영화 자금 조달에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도 성과가 있다. 투자 영화는 모두 프랑스 극장에서 첫 상영되어야 하며 15개월 후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이후 7개월 동안 이들 영화에 대한 독점 방영권을 가진다. 이 투자로 극장 개봉작을 편성하게 돼 칸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 작품을 출품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첫 대상은 앤드류 도미닉(Andrew Dominik) 감독의 마릴린 먼로의 자전 영화 <Blonde>가 될 가능성이 높다. 2월 현재까지는 넷플릭스에 영화 유통 협약을 맺은 유일한 서비스이지만 향후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예상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M6나 TF1과 같은 프랑스 방송은 프랑스 매출의 3.2%를 투자하고 22개월이 지나 영화 편성권을 가지고 가지만 넷플릭스는 4%를 투자하고 15개월의 권리를 가지고 가는 것이 형평에 맞느냐는 것이다.



    프랑스 내 AVMSD 도입으로 많은 콘텐츠 거래 질서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투자한 모든 글로벌 저작권을 보유해왔다. <Lupin> 등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AVMSD 적용 이후에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작품을 공급하는 프랑스 독립 제작자들은 36개월이 지나면 넷플릭스와 저작권을 공유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3년 독점적으로 저작권을 보유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투자 의지가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은 단점이다.

    저작권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넷플릭스 외국 드라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 중 하나인 <Lupin>은 원래 프랑스 고몽드(Gaumont) 텔레비전이 만들었다. 그러나 리메이크 저작권은 제작사가 아닌 넷플릭스에 있다. 이런 구도에서 프랑스 제작사들은 자사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둬도 수익을 배분 받기 어려웠다. <Lupin>을 제작한 프랑스 고몽드 텔레비전 대표 이사벨 데조시스(Isabelle Degeorges)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는 <Lupin> 시리즈에 100% 투자해 글로벌 판권을 보유했다. 대부분 다른 프랑스 스튜디오와의 계약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Call My Agent!>가 넷플릭스에 TV방영권을 넘겼지만, 리메이크 권한은 제작사가 가지는 계약을 한 사례를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대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투자했더라도 3년 정도가 지나면 제작사가 권리를 다시 갖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리메이크 작품에 대한 원 제작사 권리 보호가 가능해진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상영된 콘텐츠를 제작한 사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이다.

    <Call My Agent!>는 오래된 규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스트리밍 경제에 어떻게 다시 등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지난 2015년 프랑스2 TV(France 2 television)가 투자하고 편성했다. 이 시기에는 TV방송과 관련한 제작자의 권리가 법률에 따라 보호됐다. 일정 시간(3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원제작자에게 돌아가도록 설계된 법안이다. 다른 나라들이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등과는 달리 드라마 소유권이 다시 제작사에게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결국 프랑스 제작자들의 수년 간에 걸친 로비 끝에 프랑스는 지난 2021년 말 <Call My Agent!> 모델을 다른 스트리밍 사업자들에게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다른 EU국가들도 프랑스의 사례를 유심히 보고 있다.

    법안이 적용되며 앞으로 프랑스 제작사들은 더 많은 수익을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VMSD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스트리밍 사업자 콘텐츠 투자의 3분의 2를 독점권 기간(duration of their exclusive rights)이 3년으로 제한되는 외주 독립 제작사에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외주사가 3년이 지나면서 저작권을 가지게 하기 위함이다. 살토 역시 AVMSD의 적용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올린 매출의 25%를 프랑스 콘텐츠에 투자해야 한다.
  • 5마치며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공영 스트리밍 플랫폼(프랑스TV) 살리기 도전은 쉽지 않은 길이다. 앞서 지적했듯 미국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유럽 세가 워낙 강하고 앞으로 더 많은 점유율을 가지고 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며 상업적인 길과 다른 선택을 해야 가능한 루트다. 그러나 의미는 충분하다. 프랑스 국민들을 위한 콘텐츠 다양성 유지와 함께 공영방송이 해야 할 역할에도 맞는 결정이다. 스트리밍 시대 공영방송의 자국콘텐츠 자존심 지키기가 자국 플랫폼의 자생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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