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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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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의 OTT ]

공영 및 민영 통합 OTT 서비스로
성장을 꿈꾸는 독일 공영 OTT

강정수
(미디어스피어 이사)

  • 독일 공영방송 아르떼(ARD)와 쩨데프(ZDF)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사용자 환경(UI/UX)이 뛰어난 OTT 서비스에 접속한 것과 동일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독일 두 공영방송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노력을 오랜 기간 진행했지만 2021년 10월 그 통합 시도는 실패했다. 그러나 두 독일 공영방송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뒷단(backend) 통합에는 합의를 하는데, 공동의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운영하기로 했다. 나아가 독일뿐 아니라 유럽 민영 방송사와 함께 공동의 OTT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는 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디즈니+(Disney+) 등 이른바 미국 OTT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함이다.
  • 1독일 공영(통합) 스트리밍 네트워크의 탄생과 발전 방향
    ARD와 ZDF는 2021년 10월 두 개의 공영 스트리밍 서비스의 뒷단 또는 백엔드 통합에 합의했다.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아래와 같다(ZDF 2021.6.21).

    - 웹사이트와 앱 등 각 공영 스트리밍 서비스는 분리되어 운영하고 서로 다른 UI를 갖는다.
    - 이용자 계정, 콘텐츠 그리고 추천 알고리즘은 통합한다.
    - 프랑스와 독일 합작 공영 방송사, 오스트리아, 스위스 및 독일 합작 공영 방송사에게 독일 공영 OTT 참여를 추진한다.
    - 이외의 독일 및 유럽 민영 방송사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
    - 공영 주도 개방형 OTT 서비스를 탄생시키기 위해 현재 넷플릭스(Netflix) 등에 제공하고 있는 공영 콘텐츠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
    - 백엔드 통합을 2년 안에 진행한다.

    두 공영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지 않지만 백엔드 통합을 통해 공영 스트리밍 네트워크(streaming network)를 구축하기로 ARD와 ZDF는 합의했다. 아래는 ZDF의 입장문 중 일부이다.

    “공영 스트리밍 네트워크는 아직 이룰 것이 더 있다. 우리는 스트리밍 네트워크를 확장 가능한 프로젝트로 이해하고 있다. 공영 스트리밍 네트워크는 다른 공영 방송 콘텐츠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르떼(ARTE), 피닉스(Phoenix), 도이치란트라디오(Deutschlandradio)가 공영 스트리밍 네트워크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또한 독일의 경계를 넘어 유럽 통합 플랫폼(European Collection)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ZDF 2021.6.21). 독일 유력 일간지 타게스쉬피겔(Tagesspiegel)은 공영 스트리밍 네트워크를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있다.

    “ZDF쪽 스트리밍 네트워크 프로젝트 책임자인 에커트 가둠(Eckert Gaduum)은 필수 (추천) 알고리즘이 앞으로 두 공영방송사의 협력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알고리즘 개발은 외부 기업에게 위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알고리즘 공동 개발에서 중요한 점은 추천 알고리즘이 ARD와 ZDF 등 스트리밍 네트워크 참여 방송사 중 어느 한 쪽을 우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타게스쉬피겔, 2021.6.21).

    두 공영방송사는 분리된 공영 OTT 서비스를 통합한 이른바 슈퍼 공영 OTT 서비스를 출범시키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양 방송사가 추천 알고리즘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특정 공영방송사가 손해를 본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는 점에는 두 공영방송사 사이의 갈등이 표현되어 있다. 바로 이 갈등은 어떤 콘텐츠를 추천할 것인가라는 지점에서 두 공영방송사의 OTT 서비스 통합이 좌절되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동의 추천 알고리즘을 먼저 개발하겠다는 의지는 이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 공영 OTT 서비스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통합의 외부 압력은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디즈니+(Disney+) 등 해외 OTT 서비스가 독일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통합의 내부 압력은 독일 두 공영방송의 콘텐츠가 보이는 중복성에서 발생하고 있다. 유사한 주제의 보도, 다큐멘터리 및 시사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내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공영 OTT 서비스의 통합 실패 원인은 두 공영방송이 가지고 있는 조직 이질감과 조직 이기주의에 놓여 있음을 이번 양사 합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 타게스쉬피겔은 “두 공영방송 대표는 공영 OTT의 통합에 명확한 거부를 표현하고 있다. ZDF 대표는 다양성 유지를 통합 거부의 근거로 두고 있다. 양 사는 백엔드 영역, 다시 말해 기술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두 공영 OTT의 통합 기술본부는 독일 마인츠(Mainz)에 설치된다”(타게스쉬피겔, 2021.6.21)라고 양 사 합의 내용을 전하고 있다.

    요약하면 독일의 두 공영방송은 콘텐츠 생산에서 협업이 아닌 OTT 서비스 운영 기술 영역에서만 중복 투자를 극복하는데 합의한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의 거대한 예산의 대부분이 콘텐츠 생산에 놓여 있음을 고려한다면 기술 영역의 협업이 가져올 수 있는 예산 절감 효과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타게스쉬피겔에 따르면 독일 공영 OTT 서비스에서 기술 영역 연간 비용은 각각 50억 유로 내외다. 이는 연간 예산 절감 효과가 최대 50억 유로임을 의미한다.

    이번 양사의 합의는 공영 OTT의 미래에 있어 의미 있는 협력의 시작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독일남서부방송(SWR) 대표 카이 그니프케(Kai Gniffke)는 앞으로 두 공영방송은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사업자에 대항하기 위해 두 공영방송 외에도 ARTE(프랑스 및 독일합작 공영방송), 3sat(독일, 오스트리아 및 스위스 합작 공영방송), Kika(어린이 대상 공영 방송) 뿐 아니라 유럽의 다양한 민영 방송사가 참여하는 공동의 OTT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합의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타게스쉬피겔, 2021.6.21).

    독일 공영방송사가 제작하는 일부 콘텐츠는 현재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에 제공되고 있다. 이번 양사 합의에는 공영 주도 거대 OTT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해외 OTT 사업자에게 더 이상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합의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중복 투자극복 등 콘텐츠 투자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미래의 숙제로 남겨져 있지만 기술 영역의 일원화라는 공동의 출발점과 공영 주도 거대 OTT라는 미래 비전이 만들어졌다고 이번 합의를 평가할 수 있다.
  • 2독일 공영방송 ARD 및 ZDF의 OTT 서비스
    독일 공영방송의 OTT 서비스 이름은 각각 아르떼 메디아텍(ARD Mediathek1)과 쩨데프 메디아텍(ZDF mediathek2)이다. 아르떼 메디아텍은 2008년 5월 시작된 본사 스트리밍 서비스 다스 에어스테(Das Erste)와 9개의 독일 지역공영방송의 연합 VOD 및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합한 영상 서비스다. 아르떼 메디아텍 운영은 독일 마인츠에 위치한 별도의 조직인 ‘아르떼 온라인 편집국’이 책임지고 있다.

    아르떼 메디아텍은 서비스를 시작한 해인 2008년 이후 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2020년 10월부터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서독 및 동독에서 제작된 공영방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ARD Retro(아르떼 레트로)3로 불리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는 2020년 약 9,000개의 영상을, 이후 4만개의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4로 하고 있다.

    아르떼 메디아텍의 개별 영상에 대한 접근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첫째는 아르떼 온라인 편집국의 영상 추천 서비스다. 로그인을 하지 않은 경우와 로그인을 한 경우 추천 영상이 달라진다. 참고로 아르떼 메디아텍은 비로그인 상태에서 그리고 독일 영토 밖에서도 영상 소비가 가능하다. 두 번째로 뉴스, 다큐멘터리, 드라마, 영화, 예능 쇼, 지식 채널 등 카테고리별 네비게이션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는 “놓친 방송(Sendung verpasst)”을 통해 날짜별로 소비할 수 있는 영상 선택을 할 수 있다. 로그인을 할 경우 즐겨찾기 기능이 가능하며 넷플릭스 등과 유사하게 과거 시청을 멈춘 영역이 기록되어 ‘이어 보기’가 가능하다.




    아르떼는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메디아텍과 별도로 라디오 방송 및 팟캐스트를 소비할 수 있는 아르떼 오디오텍(ARD Audiothek5)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르떼 메디아텍과 아르떼 오디오텍은 하나의 이용자 계정으로 접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두 서비스는 공동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이용하고 있다.

    쩨데프 메디아텍은 아르떼 메디아텍보다 빠른 200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쩨데프는 아르떼보다 일찍 인터넷 우선(Web-First) 또는 온라인 우선 (Online-First) 원칙을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형 방송프로그램에 영상을 공개하기 이전 쩨데프 메디아텍에 영상을 선공개(예: 방송 2시간 전 공개)하고 있다. 쩨데프 메디아텍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두 경우 모두 로그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쩨데프 메디아텍에서는 아르떼 메디아텍과 동일하게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 및 오디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한편 쩨데프는 아르떼 오디오텍처럼 라디오 및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별도로 제공하지 않고 ZDF 메디아텍 내부에서 오디오 서비스6를 제공하고 있다.




  • 3독일 OTT 시장과 공영 OTT 서비스 도달 거리
    독일 유료 또는 구독 OTT 시장(SVOD)에서 2022년 1월 기준 1위 사업자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1,260만 계정)다. 넷플릭스가 960만 계정으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뒤쫓고있는 상황이다(Spiegel, 2022).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독일 유료 OTT 시장에서 동일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다가 2021년 7월 이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넷플릭스를 앞서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림 1 독일 유료 OTT 시장 점유율 * 공영방송 OTT는 제외 출처: Statista

    독일 유료 OTT(SVOD)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독일 민영방송사 등 미국 이외에 민영 OTT 사업자가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점이다.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독일 민영방송사 프로지벤자트아인스(ProSiebenSat.1)가 운영하는 OTT 서비스인 맥스돔(Maxdome)이 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 직접 비교 가능한 독일 공영 OTT의 이용자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독일 공영 OTT는 로그인 없이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르떼 메디아텍과 쩨데프 메디아텍의 도달 거리(reach)7는 <그림2>와 같다.

    두 개의 독일 공영방송 OTT 서비스에 대한 (순)방문자 수가 2021년 매달 평균 1억 명을 상회하고 있다. 이 수치는 독일 인구 수인 약 8,300만 명을 초과하는 것으로 오스트리아, 스위스 그리고 3개국 외에 거주하는 독일어권 이용자 대다수에게 아르떼 메디아텍과 쩨데프 메디아텍이 도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1. 온라인 광고 및 미디어 효과 분석에서 측정단위로 독일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위는 도달거리(Reichweite)다. Reichweite는 한 달동안 도달한 사람의 수로서 순방문자와 유사한 측정단위로, 예를 들어 한 명의 이용자가 한 달동안 ARD 메디아텍을 3번 이용한 경우는 1이다. 참조: 도달거리(Reichweite; Reach), https://en.wikipedia.org/wiki/Reach_(advertising)


    그림 2 2021년 아르떼 메디아텍과 쩨데프 메디아텍의 도달 거리(reach)8

  • 4소셜미디어 유튜브, 틱톡과 공영방송
    유튜브(YouTube) 또는 틱톡(TikTok)에서 공영방송사가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은 이용자 관점에서 볼 때 아르떼 메디아텍 및 쩨데프 메디아텍처럼 공영 방송 콘텐츠를 손쉽게 소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독일 공영방송사는 확정된 유튜브 및 틱톡 전략 또는 영상 콘텐츠의 유튜브 및 틱톡 발행 원칙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직까지 다양한 시행착오(trial & error)를 겪고 있다.

    아르떼와 쩨데프는 2016년 10월 풍크(Funk) 라는 공동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영리 서비스인 풍크는 만14세에서 만29세까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지향 서비스다. 풍크는 현재 약 70개 이상의 포맷 또는 채널을 유튜브, 틱톡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9.




    이를 위해 아르떼와 쩨데프는 매년 4,500만 유로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2020년 독일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영상은 <Corona geht gerade erst los>10로 이 영상은 풍크에 소속된 마이랩(maiLab)채널에서 제작되었다. 그만큼 공영 방송사가 투자한 비영리 콘텐츠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풍크 프로젝트 외에도 두 독일 공영방송사 아르떼와 쩨데프는 서로 다른 유튜브 운영 전략을 보이고 있다. 아르떼의 경우 코미디 시리즈 <extra 3>는 전편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고 시사 코믹 쇼 <heute show>의 경우는 요약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다. 아르떼의 장기 인기 드라마 <Tatort>의 경우 전편이 모두 유튜브에 공개되었다가 2021년 4월을 끝으로 드라마 <Tatort>는 유튜브에서 시청 불가능하다. 아르떼의 인기 드라마 <Sturm der Liebe와 Rote Rosen>도 <Tatort>와 유사하다. 요약하면 아르떼는 쇼, 뉴스, 드라마 등 콘텐츠 장르에 따라 서로 다른 유튜브 발행 전략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 발행 전략은 종종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쩨데프는 아르떼보다 일찍 OTT 서비스와 온라인 퍼스트 전략을 추구하고 있지만 아르떼보다 늦게 유튜브 및 틱톡에 영상 콘텐츠 발행을 시작했다. 또한 아르떼처럼 전편을 공개하지않고 요약본만을 공개하면서 전편에 대한 소비를 쩨데프 메디아텍으로 유도하고 있다. 쩨데프 메디아텍을 성장시키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유튜브와 틱톡을 쩨데프는 활용하고있다. 이와 달리 아르떼는 유튜브 등에 아르떼 메디아텍을 홍보하고 있지 않는데, 예외는 뉴스다. 아르떼와 쩨데프는 뉴스 콘텐츠를 라이브 형식을 포함하여 유튜브 및 틱톡에서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 5독일 공영방송의 유료 OTT 서비스
    독일 공영방송사가 아르떼 메디아텍과 쩨데프 메디아텍에 제공하는 영상 콘텐츠에는 장르마다 서로 다른 게시 기간이 아래와 같이 존재한다11.

    - 영화: 3개월
    - 드라마: 최대 6개월
    - 다큐멘터리: 최대 12개월
    - 문화 프로그램: 최대 5년

    이러한 시간 제약이 발생한 이유는 독일 민영방송사와 신문 및 잡지협회의 압력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방송수신료로 제작되는 콘텐츠가 온라인 시장에 제공될 경우 심각한 시장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풍부한 재원을 가지고 있는 공영 방송사가 무한경쟁이 가능한 온라인 시장에서 민영 방송사와 전통 신문 미디어 대비 (가격)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수신료는 공정 경쟁을 왜곡하는 보조금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이 2008년 독일 정부에 의해 수용되어 공영방송사에 의해 제작된 온라인 콘텐츠의 공개 범위, 게시 기간 제한, 라이선스 콘텐츠 게시 금지 등을 담은 제12차 (독일)방송 국가협약이 발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독일 공영방송사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2015년 이후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2015년 독일 정부는 2008년 제12차 방송국가협약에서 공영방송사의 온라인 콘텐츠 발행을 규정하는 조항을 크게 수정하는 제19차 방송국가협약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앞서 설명한 풍크의 출현이 가능해 졌다. 라이선스로 구매한 영상 콘텐츠의 30일 게시, 스포츠 경기의 온라인 게시도 24시간에서 7일로 연장되는 등의 변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은 게시 기간이 연장되었어도 게시 기간 제한이 사라지지는 않은 상태다.

    이러한 배경에서 독일 공영방송사 아르떼는 게시기간이 지난 영상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는 OTT 서비스를 2021년 ‘아르떼 플러스(ARD Plus)’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아르떼 플러스는 유료 OTT 서비스지만 독립적인 앱 또는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애플TV+ 그리고 독일 이동통신사업자 도이체텔레콤(Deutsche Telekom)에서 제공하는 OTT 서비스 마겐타TV(MagentaTV)에 추가 유료채널로 제공되고 있다. 유료 서비스이긴 하나 독일 공영방송사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접근법을 현행 법 테두리안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르떼 플러스의 의미가 존재한다.
  • 6독일 공영방송사의 미래 전략: 비선형 콘텐츠 네트워크
    현 독일 아르떼 대표 톰 부로우(Tom Buhrow)는 2021년 3월 <2030년 아르떼는 어디에 서있을까>라는 독일 일간지 FAZ 기고문을 통해 2030년 아르떼의 변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부로우 대표는 독일 공영방송사의 미래 목표가 “비선형 콘텐츠 네트워크(non-linear content network)”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비선형 소비가 전통 선형 방송 소비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로우 대표는 아래와 같은 표현으로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혁신 전략 논의는 현 상황(AS-IS)에 기초하기 보다는 앞으로 10년 뒤 미디어 지형에서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현재 시스템에서 우리에게 맞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미래 사회가 공영방송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FAZ, 2021).

    부로우 대표는 10년 뒤 독일 공영방송은 지금과 같은 안정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지만 교육, 문화, 학술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를 연결할 콘텐츠 네트워크 역할을 공영방송사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아르떼, 쩨데프 등 공영방송사의 통합 OTT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며, 통합 OTT 서비스에 담긴 풍부한 고급 영상 콘텐츠는 시청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기능해야 한다.

    나아가 공영방송사가 비선형 콘텐츠 네트워크 역할을 담당한다면 이 외에 필요 없는 비용을 크게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 부로우 대표의 계산이다. 그에 따르면, 독일 공영 방송 시청료는 충분히 인하할 여지가 있다. 끝으로 부로우 대표는 공영방송사는 공동체의 건강함과 공동체 유지에 기여해야 하며 전파, 케이블, 인터넷 등 그 방식은 부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독일 공영방송사의 미래 전략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7독일 공영방송 OTT 서비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미디어 소비 환경의 변화는 독일과 한국에서 차별적이지 않다. 젊은 세대가 먼저 미디어 비선형 소비(OTT 서비스)로 옮겨갔다면 이제는 OTT의 대중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OTT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시청자가 존재하는 곳에 풍부하고 유익한 공영방송 콘텐츠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찍이 온라인 퍼스트 전략을 추구해온 독일 공영방송사의 OTT 서비스는 한국 공영방송사에게 분명한 모범 사례다.

    로그인 없이 언제나 쉽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으며, 아르떼 메디이텍과 쩨데프 메디아텍은 이용자환경(UI/UX) 측면에서도 상업 OTT 서비스에 뒤쳐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능력을 외주 형태가 아닌 내재화하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입장은 매우 훌륭하다. 여기서 요구되는 기술 능력은 전파 중심의 방송 기술 능력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 능력이기 때문이다. 아르떼와 쩨데프는 기술 영역에서도 전파 중심에서 인터넷 중심으로 전략적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사가 온라인 중심으로 미디어 전략을 운영해온 노력의 결과 독일 공영 OTT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해외 OTT 서비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시장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는 그만큼 독일 공영 OTT가 독일 시청자의 애정을 받고 있음을 뜻한다.

    두 개로 분리되어 있는 공영 OTT 서비스를 통합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은 이질적으로 성장해온 두 공영방송사의 역사와 문화에서 기인한다. 해외 OTT 사업자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공적 예산의 보다 효율적 집행을 위한 통합 공영 OTT의 출현은 지체될 순 있어도 시간 문제이다. 결국 독일 공영방송사는 비선형 미디어 소비가 선형 미디어 소비를 압도할 가까운 미래에도 보편적 접근을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혁신해 나갈 것이다. 한국 공영방송사가 따라야할 원칙과 방향이 바로 이것이다.
  • Reference

    1. ZDF und ARD bauen großen Inhalte-Kosmos, ADF, 2021.06.21
    2. Eine Mediathek für alle, Tagesspiegel, 2021.06.21
    3. Amazon Prime Video overtakes Netflix in Germany, Broadband News, 2022.01.30
    4. Statista https://www.statista.com/outlook/amo/media/tv-video/ott-video/germany#key-players
    5. Funk https://www.funk.net/
    6. Zwölfter Staatsvertrag zur Änderung rundfunkrechtlicher Staatsverträge, https://www1.wdr.de/rundfunkaenderungsstaatsvertrag134.pdf
    7. Neunzehnter Staatsvertrag zur Änderung rundfunkrechtlicher Staatsverträge, https://beck-online.beck.de/?vpath=bibdata%2Fges%2FStVRAendStV%5F19%2Fcont%2FStVRAendStV%5F19%2Ehtm
    8. ARD Plus, https://www.ardplus.de/
    9. Wo die ARD im Jahr 2030 steht, https://www.faz.net/aktuell/feuilleton/medien/wdr-intendant-tom-buhrowwo-die-ard-im-jahr-2030-steht-172581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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