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HK의 OTT 전략과 수신료제도
2.1OTT서비스의 법적 위상
NHK의 인터넷 활용업무는 ‘필수업무’를 보완하는 ‘임의업무’에 해당한다. 방송법에서는 방송프로그램 등을 OTT,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제공하는 것(제20조 제2항 제2호)과 전송사업자에 제공하는 것(제20조 제2항 제3호)으로 나누고 있다. 이는 다시 무료서비스와 유료서비스로 분류된다.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무료서비스에는 ①방송프로그램 전송(NHK플러스)과 프로그램 이해증진을 위한 자료제공 서비스, ②방송프로그램 등을 다른 사업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NHK는 ①을 위해 자체 웹사이트나 앱뿐만 아니라 외부사업자도 이용할 수 있다. 유료서비스는 ③NHK온디맨드와 ④외부 플랫폼사업자 대상 프로그램제공이 있다. 이외에 공영방송의 사업안내, 정보공개, 조사 및 연구, 취재 및 프로그램제작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
출처: 鈴木友紀(2019:28); NHK(2021.12.6:41)를 바탕으로 작성.
방송법시행규칙에서는 NHK가 인터넷 활용업무 실시기준을 정해 총무대신의 인가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시기준에는 인터넷사업의 종류와 내용, 실시방법, 비용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NHK는 매년 실시계획을 마련해 경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총무대신에 신고하고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경쟁사업자의 불만이나 의견이 있을 경우, 인터넷활용평가위원회에 인터넷사업의 공공성과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공영방송의 업무로서 적절성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검토를 요청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2.2NHK온디맨드와 NHK플러스의 전략
NHK는 OTT서비스로 NHK온디맨드와 NHK플러스를 제공하고 있다. NHK온디맨드는 유료 VOD서비스로 2008년 12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콘텐츠는 지상파(2채널)과 위성(2채널)에서 방송한 프로그램이다. 매달 500편을 전송하며, 연간 누계 1만 4천 편을 제공한다. 이용료는 월 990엔이며, 편당 구입도 가능하다(편당 110~330엔).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IPTV나 U-NEXT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이하 아마존) 등 외부 OTT사업자를 통해서도 전송된다. 서비스 초기에는 회원수가 늘지 않아 고전했지만, 2021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304만 7,0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출처: NHK(2022c:16)를 바탕으로 작성
출처: NHK(2022a:36)
방송법에서는 방송사업과 회계를 분리해 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3조). NHK온디맨드는 서비스 시작 5년 만인 2013년도에 흑자를 기록했다. 2020년도 결산에서는 사업수입이 39억 엔, 사업지출이 22억 엔으로 순이익은 16억 엔이었다. 2022년도에도 순이익은 19억 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NHK플러스는 2020년 4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공미디어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NHK는 NHK플러스를 핵심서비스로 내세운다. NHK플러스는 온라인에서 지상파 종합TV와 교육TV를 시청할 수 있는 동시전송서비스이다. 방송 후 7일간 다시보기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무료이다. 그러나 수신계약이 확인되지 않은 이용자는 화면에 메시지가 표시되며, 다시보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NHK플러스는 PC와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시청할 수 있다.
출처: NHK(2022c:16)를 바탕으로 작성
초기에는 운용설비 부족과 비용억제 등을 이유로 하루에 19시간 정도 제공했다. NHK는 2022년도에 NHK플러스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부터 24시간 전송으로 확대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상시’ 동시전송이 가능해진 것이다. 뉴스와 지역콘텐츠도 늘렸다. 8개 거점방송국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국의 뉴스도 순차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이용단말도 모바일에서 TV로 확대했다. 안드로이드TV나 아마존의 Fire OS를 탑재한 수신기에서도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NHK는 2022년 4월부터 NHK플러스를 수신기를 보유하지 않은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실증실험을 실시한다. NHK가 내세운 명목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과 정보를 제공하는 의의와 역할을 검증한다는 것이다. 이는 총무성이 요청한 것으로 총무성은 지난 1월 인가했다. NHK는 이를 위한 방송콘텐츠 전송비로 2억엔을 배정했다. NHK는 4월부터 3,000여명을 대상으로 최대 3개월간 수차례 실시한 예정이다. 이를 위한 비용은 2억 엔이다. NHK플러스 등록은 2022년 2월 말을 기준으로 232만 건에 이른다.
2.3OTT 전략과 ‘온라인수신료’
NHK의 인터넷사업 확대는 미디어 산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민영방송 사업자들과 언론사뿐만 아니라 총무성과도 충돌하고 있다. 쟁점은 첫째, 인터넷 사업비이다. 2020년 11월 NHK가 인터넷 활용업무 실시기준 변경안을 총무성에 제출하자 반발이 거셌다. NHK가 수신료수입의 2.5% 상한을 철폐했기 때문이다. 총무성은 상한 설정을 요구했지만, NHK는 연간 200억엔을 상한으로 제시했다. 민영방송과 언론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일본민간방송연맹은 충분한 설명도 없이 변경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NHK가 인터넷사업비를 비율이 아닌 금액으로 바꾼 것은 장기적으로 수신료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넷사업비는 삭감이 어렵기 때문에 수신료 수입의 2.5%로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NHK는 2021년 이후 3개년 경영계획에서 3년간 지출을 500억 엔 정도 줄이겠다면서도 인터넷사업비는 상한을 200억 엔으로 높였다. 2021년 인터넷사업비는 191억 1,000만 엔으로 이는 수신료 수입의 2.9%를 차지한다. 총무성은 변경안 수용방침을 밝히면서도 최종적인 판단은 전파감리위원회에 맡겼다. 결국 총무성은 2021년 1월 NHK의 변경안을 인가했다.
* 괄호안은 2021년도 인터넷 사업비 예산 출처: NHK(2022a:36)
NHK는 2022년도 인터넷 사업비로 190억 1,000만 엔을 책정했다. 일본신문협회는 인터넷사업비 190억 엔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전년대비 1억 엔이 감소했지만, 2021년도에는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16억 엔을 상정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15억 엔이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NHK가 인터넷 사업비를 늘리면 비대화를 낳고 이는 민간영역을 압박할 것이라는 논리다. 일본민간방송연맹은 NHK가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특수법인인 이상, 시장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계한다.
두번째 쟁점은 수신료 제도이다. 최근 일본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저항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NHK가 TV를 보유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NHK플러스를 제공하기로 하자, 미디어업계에서는 수신계약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온라인에서는 수신료 강제징수를 노린 것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마에다 테루노부(前田晃伸) NHK회장은 “현재로서는 수신료 제도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마에다 회장이 진화에 나섰지만, NHK플러스 이용자를 확대할 경우에는 수신료 제도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 이미 2017년에 ‘온라인 수신료’를 논의한 바 있다. NHK회장 자문기관인 ‘NHK수신료제도검토위원회’(NHK受信料制度等検討委員会)는 당시 동시전송 비용 부담방식을 제언했다. 즉 비용부담은 ①모든 스마트폰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방식, ② 동시전송 이용자가 부담하는 방식, ③모든 가구에 부과하는 방식, ④무료로 제공하는 방식 등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모든 스마트폰 보유자에게 수신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해를 얻기 어렵고, 독일처럼 모든 가구에 부과하는 방식도 일본에는 당장 도입하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신료와 마찬가지로 계약자가 부담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제언했다.
3튜너리스 스마트TV와 방송산업
한편 NHK가 동시전송을 확대하고 수신료 제도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감이 거세지며 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수신계약이 필요 없는 수신기를 발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 12월 할인매장 돈키호테는 ‘안드로이드 스마트TV’(Android TV機能搭載フルHD チューナーレススマートテレビ)를 출시했다. 사이즈와 가격은 42인치가 3만 2,780엔(약 33만 원), 24인치가 2만 1,780엔이다. 화질은 HD(High Definition)를 채용했다.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튜너(TV방송 수신설비)가 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NHK나 민방을 시청할 수 없다. 그러나 인터넷과 연결해 넷플릭스(Netflix)나 아마존(Amazon), 디즈니플러스(Disney+), 유튜브(YouTube) 등 OTT서비스를 시청할 수 있다.
방송법에서는 “NHK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설비를 설치한 자는 NHK와 수신계약을 체결해야 한다”(제64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제품은 NHK 방송을 수신할 수 없기 때문에 수신계약의무가 없다. 이에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렀다. 발매 1개월 만에 첫 생산량 6,000대를 모두 팔았다. 상품을 기획한 PPIH(Pan Pacific International Holdings)는 6,000대를 추가 생산해 2022년 2월 중순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PPIH 결산에 따르면, 이 수신기는 3달간 1만 대를 판매했으며, 매출도 1억 엔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TV를 탑재하고 있으면서도 저렴하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019년 12월에도 유사한 수신기를 발매한 적이 있지만, 예상만큼 판매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하지 않은 등 사양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하고 가격은 억제했다. 거기다 수신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수신료는 지상파 계약이 월 1,275엔, 위성 계약은 월 2,220엔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TV’의 판매 호조에 대형화면에 4K도 검토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음향기기를 생산하는 STAYER홀딩스는 지난 2월 4일 4K 대응 튜너리스 스마트TV를 5월에 발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수신기는 Google의 크롬캐스트를를 내장하고 있다. STAYER홀딩스는 수신료 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지상파 수신료 불필요”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인터넷 접속 TV의 비율은 40%를 넘었으며, 이용자는 3,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0~20대는 방송을 보지 않고 주로 온라인에서 동영상을 시청한다. 데이터만 본다면 동영상 전송서비스에 특화된 수신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마치며
최근 일본에서는 OTT서비스가 보급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TV 시청자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가입자도 늘어나고 있다. 미디어 파트너즈 아시아(Media Partners Asi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에서 SVOD 회원수는 2021년 8월 말 기준으로 4,400만 명에 이르렀다. 이중 아마존 가입자가 1,460만 명, 점유율은 33%를 차지했다. 넷플릭스는 600만 명, 디즈니플러스는 180만 명이었다. 일본 토종서비스는 훌루(Hulu) 280만, d애니메스토어(dアニメストア) 250만, U-NEXT 240만 등이었다.
SVOD 시장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조사회사 GEM Partners에 따르면, 2021년 SVOD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19.9% 늘어난 3,862억 엔, 전체 VOD 시장규모도 전년대비 19.0% 성장한 4,614억 엔이었다. 점유율에서는 넷플리스가 23.1%로 수위를 지키고 있다. 이어 아마존이 12.0%로 뒤를 잇고 있다.
출처: 안창현(2022a).
OTT서비스를 둘러싼 사업자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이용자는 무료나 저렴한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본영상소프트협회(JVA)에 따르면, 2020년에 1인당 SVOD 연간 이용요금은 1만 3,795엔으로 전년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유료 콘텐츠 이용이 낮은 만큼 경쟁격화가 예상된다.
SVOD 가입자와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튜너리스 스마트TV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튜너를 제거한 수신기가 태풍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폭풍이 될지는 미지수다. 본격적인 보급은 대형 가전업계가 제품을 내놓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또한 이들 수신기는 NHK뿐만 아니라 민방의 지상파방송도 시청할 수 없다. 예전에 파나소닉에서 동영상 전용수신기를 발매했지만, 민영방송에서 광고를 거부해 결국 포기한 적이 있다. 수요는 있지만, 민영방송과의 공생관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편 공공미디어로 전환하고 있는 NHK는 유료 VOD서비스 NHK온디맨드와 온라인 동시전송서비스 NHK플러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수신료 수입이 감소하는 가운데 NHK온디맨드로 부차수입을 올리면서 새로운 수신료 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온라인 수신료를 제언했던 회장자문위원회는 현재도 회의를 계속하고 있다. 조만간 동시전송의 수신료 제도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