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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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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융합의 새물결 ]

팬덤 플랫폼과
디지털 기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 연구위원)

  • 팬덤 문화와 미디어 산업 간 융합의 결실로 나타난 팬덤 플랫폼(Fandom platform)이 팬덤의 활동무대를 이동시키면서 팬더스트리(fan+industry)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 여러 채널로 분산돼 이뤄지던 팬 활동들이 이제 팬덤 플랫폼으로 집중되고, 팬 활동 전반이 팬덤 플랫폼을 통해 행해진다. 이에 이 글은 팬덤 플랫폼이 무엇이고, 그에 팬들이 어떻게 반응하며, 그와 관련해 고려해봄 직한 산업적 가능성과 우려점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1들어가며
    팬덤 문화가 미디어 산업과 융합하여 만들어진 팬덤 플랫폼(Fandom platform)이 팬덤의 활동무대를 이동시키고 있다. 팬덤 플랫폼은 아이돌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고, 팬 활동을 펼칠 수 있게끔 하는 온라인 공간을 의미한다. 기존에 여러 채널로 분산돼 이뤄지던 팬 활동들이 이제는 팬덤 플랫폼으로 모인다. 팬 모집·관리부터, 공지, 자체 콘텐츠 유통, 굿즈 판매, 이벤트 예매, 그리고 팬-스타 간, 팬-팬 간 소통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팬 활동 전반이 팬덤 플랫폼을 통해 행해진다. 이제 이전의 팬들뿐 아니라 새롭게 팬덤에 진입하는 팬들이 팬 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마트폰에 팬덤 플랫폼 앱을 설치하고 그에 가입하는 것이다(신윤희, 2022).

    팬덤 플랫폼에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구독하고, 그들 소식이나 관련 콘텐츠에 반응하며, 그들과 음성이나 문자로 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팬덤 플랫폼 안에서 아이돌은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가 아니다. 기존의 환상을 가르고 나오는 친밀감이 팬심을 더욱 두텁게 만들고, 아이돌-팬 간 관계는 팬덤 플랫폼을 매개로 전에 없이 가까워진다. 팬덤의 활동무대가 바뀌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방식의 향유가 일어난다는 점은 팬덤의 양상과 의미 자체가 이전과는 다른 것이 됨을 나타낸다. 그 변화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관련 속에서 이뤄짐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팬덤에서 팬덤 플랫폼이 무엇이고, 그에 팬들이 어떻게 반응하며, 그와 관련해 고려해봄 직한 산업적 가능성과 우려점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2 주요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는 ‘우리(We)’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하이브(HYBE)의 자회사인 위버스 컴퍼니(Weverse Company)에서 개발·운영하는 한국의 대표 팬덤 플랫폼이다. 이름처럼 아티스트와 글로벌 팬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며, 아티스트가 직접 남긴 이야기에 직접 반응하고 다른 팬들과도 소통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무료이나, ‘멤버십 단독 제공(Membership Only) 콘텐츠(음성, 동영상 등)’는 입점 아이돌의 글로벌 공식 팬클럽 멤버십에 유료로 가입해야 이용 가능하다. 기존 팬클럽 정회원과 유사하게, 앨범 구매, 티켓팅(금액할인 혹은 예매 기간 오픈), 굿즈 구매, 콘텐츠 공개일시 등에서 유료 회원들에게 우선권을 준다. 커머스는 별도로 마련된 위버스샵을 통해 이뤄진다. 아티스트의 댓글 작성에 대한 푸시 알림, 아티스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글 숨기기, 외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자동번역 지원 등 다양한 소통 기능을 보유했다(위버스, 2022.5.31.).

    2019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위버스는 꾸준한 양적·질적 성장세를 보이며 하이브의 매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커뮤니티 가입자 수가 약 2배(1,800만 명 → 3,700만 명), 월 방문자 수(MAU)는 약 1.4배(470만 명 → 680만 명) 늘었다. 2019년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3개에 불과했던 입점 팀은 2022년 6월 기준 52개 팀에 달한다. 국내 아티스트뿐 아니라 뉴 호프 클럽(New Hope Club), 맥스(MAX)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도 속속 입점하며, 국내외 아티스트가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플랫폼 내 연간 총 결제금액도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1인당 월 평균 이용시간은 93분에 달한다(하이브, 2022. 2. 22).
    그림 1‘위버스’(좌) 및 ‘위버스샵’(우) 애플리케이션 화면

    그림 1 ‘위버스’(좌) 및 ‘위버스샵’(우) 애플리케이션 화면 출처: 위버스

    위버스는 파워풀한 입점 아티스트들의 인기와 활약을 바탕으로 전 세계 240여 개 국가/지역 팬들의 꾸준한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성장의 주요 동력은 아티스트별 자체 콘텐츠, 멤버십 단독 제공 콘텐츠를 비롯해, 온·오프라인 공연, 글로벌 멤버십 등 위버스만의 독점 콘텐츠다. 여기에 2021년 1월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브이라이브(V LIVE)’의 실시간 방송기능까지 탑재한 ‘위버스 2.0’을 내놓을 계획이다. 서비스 영역의 확장을 통해 향후 더욱 강력한 이용자 락인(lock-in)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리슨(Lysn)’은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인 디어유(Dear U)에서 개발·운영한다. 2018년 12월, 국내 대표적인 팬덤 플랫폼 중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관심사 기반의 팬 커뮤니티를 표방하지만, 정작 대표 서비스인 ‘디어유 버블(Dear U bubble, 이하 ‘버블’)’은 아티스트가 보낸 메시지를 1:1 채팅방을 통해 팬이 수신하고, 해당 메시지에 답장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월간 구독형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다. 아티스트의 경우는 팬들 전체의 메시지를 같이 볼 수 있지만, 팬에게는 다른 팬들의 메시지가 보이지 않고 아티스트와 자신의 메시지만 보인다. 송신은 1:多, 수신은 1:1 방식인 셈이다. 팬들은 소통을 원하는 아티스트 개인이나 그룹의 멤버 단위로 구독을 할 수 있고, 구독한 아티스트로부터 수시로 문자·음성 메시지, 이모티콘, 동영상 등을 받게 된다. 팬이 메시지를 무한대로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티스트의 마지막 메시지를 기준으로 3회만 답장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리슨, 2022.05.31.).
    그림 2‘리슨’ 애플리케이션 화면

    그림 2 ‘리슨’ 애플리케이션 화면출처: 리슨

    리슨의 개발·운영사 디어유는 꾸준한 성장을 보여왔다. 2021년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쳤고, 11월에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858억 원을 조달했다. 한 해 매출은 408억 원으로, 전년대비 207% 늘었다. 영업이익은 132억 원으로, 2020년 적자(4억 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33%대다(김슬기, 2022. 3. 22.). 수치만으로 봤을 때 위버스와 큰 차이가 나는 듯 보이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리슨은 프라이빗 메신저 서비스인 ‘버블’을 주력으로 한다. 메신저 서비스는 플랫폼 중 구축 비용이 저렴한 편이라 중장기적으로 고마진 수익구조를 짜는 데 유리하다. 팬덤의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이 리슨에 대거 입점해 있다는 점에서, 리슨이 갖는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유니버스(Universe)’의 경우는 게임사인 엔씨소프트(NCSoft)의 자회사인 클렙이 개발·운영한다. 셋 중에선 엔터테인먼트사(이하 ‘엔터사’)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유일한 플랫폼인 셈이다. 기본적으로 멤버십제로 운영된다.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에선 리슨과, 아티스트가 남긴 이야기에 직접 반응하고 다른 팬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선 위버스와 유사하다. 이에 덧붙여 유니버스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콘텐츠·팬 활동을 결합한 서비스들을 추가 제공한다. 아티스트 굿즈의 구성품인 유니버스 QR코드를 인식시켜 팬덤 활동을 기록하는 ‘콜렉션(Collection)’, 아티스트의 인공지능(AI) 음성을 활용해 상황을 설정하고 예약 통화하는 ‘프라이빗 콜’,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한 모션 캡처(Motion Capture)로 뮤직비디오 제작과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Studio)’, 팬과의 영상통화만을 진행하는 ‘1:1 라이브 콜(live call)’, 실시간 공연을 포함한 온라인 팬미팅 ‘팬 파티(Fan party)’ 등의 서비스가 대표사례다(유니버스, 2022.05.31.).
    그림 3‘유니버스’ 애플리케이션 화면

    그림 3 ‘유니버스’ 애플리케이션 화면출처: 유니버스

    유니버스의 운영사 클렙은 2021년 영업이익 17억 원을 기록하며 설립 1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전년 동 기간 9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도 115억 원으로 1,175% 폭증했다(정다은, 2022. 4. 19.). 뒤늦게 경쟁에 동참한 데다, 다른 팬덤 플랫폼들과 달리 엔터사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입점 아티스트의 확보가 유니버스의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회사가 국내 최대의 게임사인 만큼, 향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서비스의 제공이 다른 플랫폼들에 비해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에서 2022년 기준 한국의 대표적인 세 팬덤 플랫폼을 살펴보았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 산하의 ‘위버스’는 규모를 내세운다. 매출액, 가입자 수, 월 방문자 수 면에서 단연 1위를 자랑한다. 이처럼 위버스가 규모를 내세울 수 있는 배경에는 아티스트 파워와 커머스가 자리한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K팝 아티스트인 BTS의 영향이 크다. BTS의 소식과 콘텐츠를 독점으로 받아볼 수 있는 채널에 열광한 아미(ARMY)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 밖에도 세븐틴, TXT, 블랙핑크 등의 인기 아티스트가 연달아 입점하며 세를 키웠다. ‘위버스샵’이라는 별도의 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상품 판매, 이벤트 예매 등의 소비활동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규모 확장의 비결이다. 여기에 브이라이브 서비스까지 내재화하며 명실공히 최고의 팬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리슨 ‘버블’은 아티스트와 친근하게 관계 맺고,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무게중심을 둔다. 아티스트 한 명당 정해진 돈을 내면, 아티스트와 소통을 하게 될 뿐 아니라 해당 아티스트와의 기념일이 설정된다. 팬이 사전에 이름을 정해놓으면, 채팅방에서 아티스트가 해당 이름을 불러주기도 한다. 친구나 애인처럼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버블만의 차별점이다. 아티스트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디어유의 모회사 SM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JYP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 FNC 등 거대 엔터사 소속 아티스트들이 입점해 있다.

    ‘유니버스’는 후발주자다 보니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그간 쌓아왔던 기술력과 노하우를 적극 접목하는 데 주력한다. 2021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지 5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 1,000만 건을 넘기고, 월 방문자 수 330만 명을 기록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반진욱, 2021. 9. 17.). 입점 아티스트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기가 많은 서비스는 ‘유니버스 오리지널(Universe Original)’이다. 아티스트가 참여한 뮤직비디오, 예능, 화보 등을 독점 제공한다. 가상재화인 ‘클렙(KLAP)’을 통한 게임화(gamification) 모델을 활용한 것도 눈에 띈다. 입점 아티스트의 앨범이나 굿즈 구매, 유니버스 멤버십 구독, 기타 플랫폼 내 활동 등을 통해 클렙을 모으게 해, 여러 이벤트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하는 식이다.
    표 1팬덤 플랫폼 비교: 위버스, 리슨(버블), 유니버스

    표 2 2020/2021 BBC 아이플레이어 시청실적 Top 10(프로그램 기준)

  • 3팬덤 플랫폼의 산업적 가능성과 우려점
    팬덤 플랫폼이 갖는 산업적 가능성으로, 우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적용과 확장을 꼽을 수 있다. 초기 팬덤 플랫폼은 아티스트-팬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부가 서비스로 인식됐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오프라인 수익 공백을 메우고 나아가 전에 없던 사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다. 팬을 직접 모집·관리하면서 자체 콘텐츠 유통, 굿즈 판매, 이벤트 예매뿐 아니라 팬-스타 간, 팬-팬 간 소통, 그리고 ICT를 연계한 다양한 사업(게임화, 대체 불가능 토큰(NFT) 적용 등)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채널이 팬덤 플랫폼으로 단일화된다는 사실이다. 기존에도 엔터사가 팬 커뮤니티와 연계하거나 직접 팬을 모으고 관리하는 일은 있었다. 그럼에도 여러 채널로 분산돼 있던 팬들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팬덤 플랫폼을 통해 엔터사는 팬들을 편리하게 관리하면서, 그들의 인구학적 속성, 규모, 이용패턴 등을 훨씬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엔터사 입장에서 글로벌 팬덤으로의 확장이 용이하다.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 플랫폼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가상공간이다. 거기에는 국경도 국적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공간에 비즈니스 영역을 두고, 공간의 제한 없이 활동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플랫폼의 특징이다. 팬덤 플랫폼은 K팝의 수출 혹은 한류 확산 전략과 함께 전 세계 팬들을 끌어모으고 그 팬들의 활동기반을 세운다. 엔터사 차원의 공지사항이나 아티스트의 메시지는 자동 번역돼 팬들에게 다가간다. 해외 팬들 입장에서도 물리적 환경의 제약 없이 한 번에 정보/콘텐츠를 얻고 팬 활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팬덤 플랫폼은 팬들에게 꾸준히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수시로 다면적 소통이 일어나게 만든다. 기존 팬 커뮤니티에서는 특히 아티스트-팬 간 소통이 빈번히 이뤄지기 어려웠다. 엔터사가 공식 사이트나 트위터 등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팬이 직접 찾아가 확인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앱 기반의 팬덤 플랫폼은 (물론 이용자가 설정을 했다는 전제하에) 새로운 공지사항이나 콘텐츠, 댓글 등이 있을 때마다 푸시를 통해 알려준다. 팬 입장에서도 팬덤 플랫폼을 통해서라면 공지사항이나 정보/콘텐츠 등을 놓칠 일은 없게 되었다.
    산업적 가능성에 비해 덜 논의되고 있지만, 팬덤 플랫폼으로 인해 우려되는 점들도 많다.

    첫째, 기존의 팬덤 커뮤니티가 쇠퇴하고 있다. 팬덤 플랫폼이 양적으로 팽창한다는 것은 포털 사이트의 카페, SNS, 커뮤니티 사이트 갤러리/게시판 등을 통해 비교적 자생성을 갖고 운영돼왔던 무료 팬덤 커뮤니티들이, 산업주체가 만든 유료 기반 팬덤 플랫폼에 흡수됨을 의미한다. 관련 정보와 콘텐츠, 굿즈 등을 독점적으로 판매해 아티스트/콘텐츠와 팬 사이의 채널을 일원화함은 물론이고, 팬들의 2차 창작(물)에 대한 산업주체의 경계와 개입도 강화되는 추세다. 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줄어들고, 갈수록 소속감과 유대감에 기반한 팬 활동이나 집단행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둘째, 이용자 데이터 활용 문제다. 팬덤 플랫폼에서는 참여자가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시계열 단위로 수집된다. 팬덤 플랫폼은 개인정보를 비롯한 참여자 경험, 대화 내용 같은 이용관련 정보만이 아니라,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각종 구매에 대한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확보 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데이터는 맞춤형 서비스나 광고·마케팅, 기타 비즈니스 모델 마련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는 이용자 데이터 수집·활용에 대한 이용자 입장의 기준 수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아직은 관련 담론이 너무도 빈약하다. 업계와 사회 담론이 대개 팬덤 플랫폼의 산업적 가능성을 말하지만,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부재하다. 그것이 팬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팬덤 플랫폼이 팬이 아티스트를 대하는 지각과 감각, 아티스트와 관련 콘텐츠들의 의미를 구성하고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팬덤 플랫폼을 이용하는 행위가 갖는 의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다양하고도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기존 담론의 빈 곳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
  • 4마치며
    팬덤 플랫폼이 팬 활동의 주된 무대가 되고 팬덤 플랫폼 없는 팬덤을 갈수록 상상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새로운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게임사 네오위즈(Neowiz)의 자회사인 ‘네오위즈랩’이 2022년 2월 팬덤 플랫폼 ‘팹(Fab)’을 출시했다. 팹 또한 아티스트와 팬을 이어주는 메시지 기반 서비스다. 얼핏 ‘버블’과 유사해보이지만, 구독한 스타의 메시지를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 ‘위버스’처럼 스토어가 연계됐다는 점 등이 다르다(최지연, 2022. 4. 11.).

    CJ도 2022년 5월 팬덤 비즈니스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에 224억 원을 투자하고 팬덤 비즈니스 공동 추진을 위한 전략적 사업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CJ가 팬덤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IP와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비마이프렌즈는 솔루션 ‘비스테이지’를 통해 독점 콘텐츠와 멤버십 등 팬덤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김아름, 2022. 5. 10.).

    기존 사업자들도 사업영역과 방식을 바꾸고 있다. 전술했듯, ‘위버스’는 ‘브이라이브’의 실시간 방송기능을 탑재한 ‘위버스 2.0’을 내놓을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유니버스’를 포함하는 종합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계획 중이라 밝혔다. 아이돌 관련 사업뿐 아니라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융합해, 이용자로 하여금 가상세계에서 거주하면서 콘텐츠들을 만들고 소비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해당 사업의 목표다(오동현, 2022. 5. 17.).

    이러한 흐름들을 염두에 둔다면, 이 글에서 논의한 팬덤 플랫폼의 변화가 과연 이후로는 어떤 방향과 형태로 전개될지, 그 영향력이 심화될 것인지 아니면 약화될 것인지를 예의주시하며 추적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팬덤 플랫폼의 형태와 의미를 붙들어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유동성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생산-콘텐츠-소비,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맥락들 각각과 총합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이어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미 팬덤 플랫폼은 와 있고, 준비됐건 그렇지 않건 우리는 이미 팬덤 플랫폼이 바꾸는 팬덤 문화/산업에 둘러싸여 있다. 가야 할 먼 길의 시작점에서, 작은 한 발자국을 내며 글을 맺는다.
  • Reference

    1. 신윤희(2022). 코로나19 이후의 팬덤. 류진희 등, <페미돌로지>(300~329쪽). 빨간소금
    2. ‘위버스’ 홈페이지(https://www.weverse.io).
    3. 하이브(2022. 2. 22.). <2021년 4분기 및 2021년 연간 실적>.
    4. ‘리슨(Lysn)’ 홈페이지(http://www.lysn.com).
    5. 김슬기(2022. 3. 22.). SM의 팬덤 플랫폼 디어유, 공고한 ‘안종오 대표’ 체제. <더벨>
    6. 정다은(2022. 4. 19.). ‘덕질’ 필수템 팬덤앱 ‘파죽지세’… 연 매출 9억→115억 ‘쑥’. <서울경제>
    7. 반진욱(2021. 9. 17.). 3大 팬덤 플랫폼 대해부… 규모 ‘위버스’ 실속 ‘버블’ 게임화 ‘유니버스’. <매일경제>
    8. 김아름(2022. 5. 10.). CJ그룹, K콘텐츠 활용 팬덤 플랫폼 키운다. <디지털타임스>
    9. 최지연(2022. 4. 11.). 네오위즈 팬플랫폼 ‘팹’... 종량제로 차별화할까? <디지털투데이>
    10. 오동현(2022. 5. 17.). ‘K게임’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열기… 뭐가 다를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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