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절에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한 미디어를 소유했다. 이후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지만, 양도할 수 없는 대여(Licences)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전자거래장터(EST) 애플 아이튠즈 등에서 소비자는 콘텐츠 디지털 이용권리(라이선스)만을 살 수 있다. 그러나 NFT의 장점은 ‘아날로그의 경험’과 ‘디지털의 편리함’을 모두 겸비했다는 것이다. 디지털이지만, 소유할 수 있고 양도할 수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NFT를 통해 두 가지 추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첫 째는 중계 플랫폼에 제공하던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디지털 플랫폼 상거래에서는 소비자들이 TV드라마 또는 영화 콘텐츠 라이선스를 구입하면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마켓에 일정 수준 판매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 지급되는 비율은 70% 내외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자체 NFT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면서, 판매 수익의 100%를 가져가고 있다. 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가격을 낮추면 소비자들도 이득이다.
또 NFT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저작권 시스템을 채택한다. 스마트 계약 내에선 NFT라 매매가 일어날 경우 거래금의 일부를 원작자가 수수료로 받는다. 이는 크리에이터에게 지속적인 수익의 생태계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미디어 기업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 된다. 많은 독립 작가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작품의 가치를 통해 항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영화 NFT를 10달러 사서 이를 5달러에 다시 판매하면 5달러의 가치는 보전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 NFT를 만든 원작 스튜디오는 이 거래의 10% 정도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
NFT가격은 등락을 거듭한다. 판매자가 모든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디오게임 유통사 유비소프트(Ubisoft)는 자신들의 NFT마켓(쿼츠 마켓)에서 재판매 수익을 징수하지 않는다. 이 경우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작품으로부터 계속해 이익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긍정의 생태계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목표는 단순한 NFT 판매가 아니다. 인기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NFT를 이용자들에게 판매한 뒤 이 캐릭터도 스튜디오들이 구축하는 메타버스에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전략이다. 이 공간을 통해 스튜디오나 영화 팬들은 서로 소통하며 자신들만의 충성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발적인 팬덤이 생기는 것이다.
2021년 11월 워너브러더스(Warner Bros., 현재 워너브러스디스커버리(WBD))는 영화 <The Matrix>와 연관된 아바타를 그린 대체불가능토큰(NFT) 10만 개를 판매했다. 네번째 <The Matrix> 영화 시리즈 <The Matrix Resurrections>의 개봉에 맞춰 내놓은 것이다.
대부분 NFT는 영화 캐릭터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수집품(digital-collectible NFTs)이다. 워너브러더스에 따르면 10만 장의 <The Matrix> 아바타 NFT는 니프티의 NFT소셜 거래 플랫폼(Nifty’s social NFT platform)에서 각 50달러에 판매되었다.
<The Matrix>의 세계관과 캐릭터는 NFT를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를 만들기 적합하다. 모든 <The Matrix> NFT 아바타는 에픽게임스의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제작 툴인 ‘메타휴먼 크리에이터(MetaHuman Creator)’로 만들어졌다. 향후 에픽게임즈 파티로얄(Party Royale)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개인들의 캐릭터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크립토펑크와 함께 미빗(Meebit) 등을 만든 라바 랩스(Larva Labs)는 영화, TV, 게임 제작을 위해 연예 기획사 UTA(United Talent Agency)와 협력 계약을 맺기도 했다. 크립토펑크를 지적재산권(IP)으로 만들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CAA는 지난 2021년 10월 유명 NFT컬렉터 ‘0xb1’과 계약을 맺었다. 컬렉터가 가진 NFT의 라이선스 및 기업 제휴를 통해 이를 수익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 이들 캐릭터들도 향후 만들어질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에서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림 6연령에 따른 NFT 인지도
출처: Variety
니프티 CEO 제프 마시리오(Jeff Marsilio)는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와 인터뷰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NFT에서 디지털 아티스트들과 목적이 다르다”며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는 수백 달러의 돈보다 수백만 명의 팬들이 더 가치 있다”고 언급했다. NFT를 통해 콘텐츠 메타버스를 만들고 이곳에서 팬들과 크리에이터의 만남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참여는 활동을 유도하고 매출을 발생시킨다.
NFT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팬과 크리에이터 사이 새로운 연대감을 심어주고 몰입감이라는 또 다른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크리에이터, 공연 예술가, 콘텐츠 마케터, 팬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수익과 가능성을 안겨준다고 분석했다.
버라이어티는 최근 기사에서 “영화나 밴드의 팬의 경우 NFT는 그들의 팬덤을 표시하기 위한 디지털 상징일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같은 취미나 기호를 공유하는 다른 사람들과 디지털 공간에서 교감을 표시하는데 NFT가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디지털 상품을 수집하고 거래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와 교감할 수 있다. 동시에 기업들도 이런 디지털 자산을 통해 청중과 소통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