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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뜨거운 이슈로 주목받았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진정한 몰입형 메타버스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편 증강현실(AR)과 혼합현실(MR) 기술 발전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메타버스 확장현실이 더 유용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온라인상의 문제가 더욱 증폭되고 개인의 자율성이 상실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본 고에서는 미국의 씽크탱크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발간한 <The Metaverse in 2040>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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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들어가며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공상과학 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 소설 <Snow Crash>에서 처음 선보였다. 오늘날 이 용어는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가상현실(VR)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확장현실(XR)의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메타버스는 일반적으로 인간과 자동화된 독립체들(automated entities) 간에 상호 작용이 발생하는 몰입적인 XR 공간으로 구성된다.
확장현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의 씽크탱크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와 미국 엘론 대학(Elon University)의 이매지닝 인터넷 센터(Imaging the Internet Center)는 수백 명의 기술 전문가에게 메타버스 관련 주제에 대한 통찰력을 구했다. 그 결과 총 624명의 기술 혁신가, 개발자, 비즈니스 및 정책 분야의 리더들, 연구원과 활동가들이 2040년까지 예상되는 메타버스의 발전 방향과 영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1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 중 54%는 2040년까지 메타버스가 전 세계적으로 5억 명 이상이 메타버스를 일상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46%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앞으로 메타버스와 디지털 세계에서 나타날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측면 모두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으며, 여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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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을 담은 보고서는 다음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pewresearch.org/internet/2022/06/30/the-metaverse-in-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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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인사이트
첫째, 2040년까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받아들이게 될 확장현실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로 정의하는 완전한 몰입형 가상현실 세계가 아니라 증강현실과 혼합현실 도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시스템에 기반을 둔 증강현실 및 혼합현실을 통해 메타버스의 가장 대중적인 기술 향상이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술 향상을 통해 사람들의 실제 경험이 확장되고, 현실을 더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되며, 사용자의 일상생활을 개선할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특히 매력적으로 느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 대부분은 VR의 사용자 기반이 널리 확장되기는 어려우며 주로 열성적인 소수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게임, 엔터테인먼트, 의료, 교육 및 훈련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지목됐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실제 환경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증강현실과 혼합현실의 정보 레이어가 2040년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가상현실보다 더 널리 수용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문가들은 증강현실 및 혼합현실 도구가 직장, 가정, 학교, 헬스케어, 환경, 쇼핑, 사회적 참여 등 다양한 분야의 일상 활동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증강현실 앱은 모바일 장치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더욱 쉽고 원활하게 통합되어 사람들의 실제 경험에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합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진정한 몰입형 3D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글이나 특수 안경, 핸드헬드 햅틱 및 제스처 장치와 같은 정교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림 1가상현실(VR, 좌측 이미지)과 증강현실(AR, 우측 이미지)
출처: Samsung Display Newsroom
둘째, 앞으로 열릴 메타버스의 새로운 세계에서는 인간의 모든 특성과 경향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모두에서 극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선택 의지를 억제 또는 방해하고 자유 의지를 통해 자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살하는 등 인간이 스스로 본성을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을 저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분야의 향후 기술 발전이 현재 Web2.0 환경과 관련된 문제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간의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업이 직접 수집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명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가 확장되고 독재 정부(authoritarian governments)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함에 따라 메타버스의 몰입형 속성이 인간 기관과 인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가 더 완전하게 구축되기 전에 지금이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가까운 미래에 더욱 매력적이고 완전히 몰입되는 확장현실 세계가 복잡성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취약한 개인들이 재정적·물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대기업이 독점권을 얻는 것을 방지하고,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개인이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분산형 시스템 및 서비스를 장려하기 위한 새로운 법률과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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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40년 메타버스와 확장현실 관련 전망의 근거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 중 54%는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억 명 이상이 메타버스를 일상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고 46%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를 각각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메타버스가 광범위하게 채택될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로 가장 많이 언급된 근거는 다음 다섯 가지이다.
첫째, 메타버스의 확장현실 기술 발전에 투자하기 위한 이익 동기(profit motives)가 충분하다.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주도하는 주된 원동력은 해당 기술의 성공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이며, 확장현실 기술의 경우 막대한 상업적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기대된다.
둘째, 2040년에는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매일 메타버스에 접속할만큼 확장현실의 유용성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일부 영역에서만 활용되는 확장현실이 2040년에는 더 광범위하게 채택될 것이지만,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이 기술의 활용 사례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 네트워크 기능 등 메타버스의 몰입형 경험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들이 향후 18년 이내에 충분한 발전을 이루고 훨씬 개선되어 메타버스가 보다 광범위하게 채택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넷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헬스케어, 비즈니스, 교육 환경 부문에서 온라인 도구에 대한 수요와 투자가 가속화되어 확장현실의 발전에 기여했다.
다섯째,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다양한 활동과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으며 이는 확장현실이 긍정적이고 유쾌한 용도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컨대 더욱 편리해진 원격의료, 재해대응의 유연성, 새로운 종류의 커뮤니티, 상업적 교류를 위한 장소, 예술과 패션의 교류, 자동으로 회계·전문 교육·정신건강 상담 등을 처리하는 스마트 에이전트, 유명 인사들과의 교류,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경기장 체험, 이국적이고 재미있는 여러 장소로의 여행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다음과 같은 근거로 2040년까지 메타버스가 광범위하게 채택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되었다.
첫째, 메타버스가 일상생활에서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점이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 중 일부는 몰입형 증강현실 또는 가상공간이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틈새 이용자들만 있을뿐이라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완전한 몰입형 확장현실을 통해 삶의 수준을 충분히 향상시키는 용례를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2040년까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만큼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따르면, 2040년까지 대중을 더 완전한 몰입 환경으로 유인할 만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네트워크 기능의 업그레이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가상현실 사용자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 지연 및 대역폭 문제도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투박한 장비, 높은 비용, 나쁜 연결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입형 체험을 원하지 않고 대부분 현실 세계에 머무르고 싶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메타버스의 광범위한 확산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넷째, 감시 자본주의의 영향과 독재 정권의 메타버스 남용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불안이 확산됨에 따라 메타버스의 채택이 늦춰지거나 중단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더 많은 조작과 감시가 우려되는 가상공간에 사람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애써 투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섯째, 디지털 격차, 차별, 새로운 형태의 괴롭힘, 따돌림과 증오, 성폭력과 착취 등 공공 안전에 대한 위협, 가짜뉴스를 비롯한 잘못된 정보, 메타버스 활동에 대한 중독, 사람들을 실생활에서 분리시키고 외로움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점, 사용자의 개인정보침해 우려, 기본적인 인간 활동을 더욱 상업화하여 추가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 등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더욱 악화되거나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메타버스와 확장현실의 순조로운 실현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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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맺음말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확장현실의 발전에 따른 장점과 관련하여 주로 미래의 개선된 메타버스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체험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확장현실의 발전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로서 개인의 자율성과 스스로 삶을 통제하는 능력이 상실될 가능성과 공동체의 삶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었다.
이 같은 두 가지 극단적 측면은 아직까지 전망에 불과하며 앞으로 메타버스와 확장기술의 발전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40년과 그 이후의 메타버스 환경이 사람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 예상되는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며,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 역시 바로 그러한 목적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