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의 신대륙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라는 ‘무어의 법칙’은 지난 50여 년 동안 IT분야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기술발전 비율에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무어의 법칙은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눈부신 발전과 디지털 뉴딜 정책의 여파로 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폭발적인 D·N·A(Data·Network·AI) 기술발전을 기반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으며, 디지털 뉴딜의 신대륙으로까지 주목받는 메타버스가 등장한 것이다.
1.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하나 되는 곳, 메타버스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초월적 상태를 의미하는 접두어 ‘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사이버 공간의 아바타가 현실의 인간처럼 경제활동과 사회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말한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과거 여러 서비스를 통해 이미 우리에게 가벼운 경험으로 스쳐 간 바 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바람의 나라’, ‘리니지’와 같은 MMORPG, 곧 재기를 기다리고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온라인상에 나를 대신해 존재했던 캐릭터들이 바로 그것이다.
[ 그림 1 ] 미국의 린든 랩社가 개발한 메타버스의 시초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메타버스의 시초는 2003년 미국의 린든 랩社가 개발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이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포트나이트’ 게임의 SNS 서비스인 파티로얄과 힐링 게임으로 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모여봐요, 동물의 숲’, ‘로블룩스’, ‘제페토’ 등이 메타버스 서비스의 블루칩으로 인정받고 있다.
2. 메타버스 서비스의 개념과 구분
비영리기술연구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내적인 것(Internal)과 외적인 것(External),
시뮬레이션(Simulation)과 증강(Augmentation)의 두 축을 기준으로 하여 크게 4개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외적인 것을 추구하는 증강 서비스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라 부른다. 이는 2D와 3D로 표현하는 가상의 물체를 현실 공간과 겹쳐 보이게 만드는 기술로써, 현실과 디지털 콘텐츠가 상호작용하는 서비스로 한때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GO’가 여기에 해당한다.
내적인 것을 추구하는 증강 서비스는 일상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사진과 영상, 텍스트와 사운드 등을 저장, 공유하고 활용하는 활동으로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라 부른다. 스마트워치의 GPS 기록을 통해 이동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을 계산하고, 평소 즐겨 듣던 음악 취향을 분석해 시간과 여건에 따라 자동으로 선곡해주는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외적인 것을 추구하는 시뮬레이션은 미러 월드(Mirror Worlds)라 부른다. 디지털로 만든 형상이지만 현실을 사실적으로 구현해 정보성을 강화한 서비스로써 대표적인 서비스로 구글맵, 카카오맵 등의 인터넷 지도, 조종사 훈련을 위한 항공 시뮬레이션 등이 있다.
끝으로 내적인 것을 추구하는 시뮬레이션을 가상 세계(Virtual Worlds)라 부르며, 현실과 유사하거나 전혀 다른 대안적 세계를 표현하지만 3D 그래픽으로 구현해낸 서비스로 ‘세컨드 라이브’, ‘로블록스’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3. 왜 주목받는가?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실감 콘텐츠를 가능케 하는 5G 환경 구축과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의 집약적 발전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HMD(Head Mounted Display)의 발전과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강화에 따른 관련 시장의 성장, 투자 증가 등이 메타버스를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입체영상, 홀로그램, VR, AR 콘텐츠가 놀랍도록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으며, 디바이스 및 SW의 가격 인하가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는 보편적 비대면 시대를 가져온 코로나 19의 영향이다. 삶의 일부분이 된 원격수업과 원격근무, 영상회의 등이 디지털 사회로의 빠른 전환을 이끌었고, 이 같은 비대면 생활방식의 보편화가 원격서비스에 관련된 모든 기술의 시장성을 확장한 것이다. 교육, 의료, 공연, 스포츠와 같은 대중 집합이 제한된 분야들도 일방향 중계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 쌍방향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대안을 찾기에 시장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비대면 산업 육성을 미래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두고 있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과 잘 맞아떨어지는 분야라는 점도 큰 영향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는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이 스마트 디바이스와 함께 성장해온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에게만큼은 보조적 유희가 아닌 자아실현의 중심수단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가상 세계와 더불어 성장해온 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Z세대 타겟으로 기업 마케팅이 활발히 진행되고 관련 비즈니스에 활기를 갖게 된 것이다.
4. 시장 전망과 국내외 동향
메타버스의 여러 핵심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 전망은 꾸준히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VR, AR 등을 통칭하는 XR(eXtented Realty) 관련 2019년 글로벌시장 규모를 한화 약 8.56조 원으로 집계했는데, 5년 뒤인 2024년엔 약 150.3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실감형 콘텐츠의 2019년 시장 규모를 약 19조 원으로 분석한 바 있는데, 2022년에는 자그마치 약 7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로블록스’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직후 시가총액 약 43조 원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MS는 혼합현실(MR) 플랫폼 ‘메시(Mesh)’, 엔비디아는 3D 협업 플랫폼 ‘엔디비아 옴니버스(NVIDIA Omniverse)’를 각각 출시했다. 페이스북은 VR 게임기업인 비트게임즈, 산자루게임즈, 다운푸어 인터렉티브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VR 게임 기반 메타버스 준비를 시사하고 있고, 애플도 자사 신제품에 AR 기능을 강화해가는 등 대응 전략을 엿보이고 있다.
[ 그림 2 ] 네이버제트의 '제페토(ZEPETO)'
해외기업 못지않게 국내기업에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의 ‘제페토(ZEPETO)’는 2020년 2월 기준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으며, 이용자 제작 2차 콘텐츠도 10억 건 이상 집계되고 있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의 입점도 화제다. 영상 시각효과 전문업체인 위지윅스튜디오(영화 ‘승리호’ CG 및 VFX 제작사), 자이언트스텝, 덱스터스튜디오 등도 메타버스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 지자체의 메타버스 활용사례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오늘날 메타버스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과 폭넓은 대중화, 밝은 가능성과 성장 전망 때문에 여러 전문가로부터 블루오션으로 언급되고 있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는 환경에 따라 디지털 뉴딜의 신대륙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디지털 뉴딜의 신대륙으로 우뚝 솟아오른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영토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더 큰 꿈과 희망을 품는 기회의 땅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