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전 세계가 개발자 품귀현상에 시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흐름에 따라 정보기술(IT)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유통·금융 등 전통적인 산업군에서도 개발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제로 급부상한 것이 노코드와 로우코드다.
노코드와 로우코드란?
노코드와 로우코드는 개발자의 직접적인 코딩(프로그램 개발)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개발방법이다.
노코드(No-code)는 말 그대로 코딩 없이 프로그래밍하는 것으로, 마우스로 블록이나 영역을 옮기는 '드래그 앤 드롭'이나 음성으로 명령어를 입력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로우코드(Low-code)는 최소한의 코딩 지식만으로 일반인도 쉽게 개발자와 유사한 코딩이 가능하도록 작업을 최소화·간소화한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노코드와 로우코드는 직관적으로 구성돼 있어 일반인도 간단한 사용법만 배우면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노코드와 로우코드 플랫폼의 장점은 대부분의 서비스가 데이터 저장을 위한 클라우드, 지도서비스, 결제서비스 등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서비스와의 연동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직접 코드를 쓰지 않고 이미 프로그램화되어있는 요소들을 쓰기 때문에 오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편의성 덕분에 IT 개발자의 부족으로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간단한 클릭이나 음성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노코드와 로우코드가 주목받고 있다.
노코드·로우코드 사용자, 시민개발자의 활약에 주목
노코드·로우코드 플랫폼의 활성화로 인해 시민개발자의 역할이 개발영역의 상당수를 차지할 전망이다.
시민개발자(Citizen Developer)는 기업 내의 요구사항을 IT 개발 부서에 전달하여 개발하는 것이 아닌 직접 자기전문 분야에 필요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현업 전문가를 뜻한다.
베리파이드 마켓리서치 등 시장분석 기업은 로우코드 시장이 2026년까지 매년 4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가트너는 2023년까지 대기업에 노코드·로우코드 사용자,
즉 시민개발자가 전문개발자보다 4배 더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개발자를 활용하는 것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장점이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기 때문이다.
가트너가 꼽은 시민개발자 활용의 장점 중 하나는 부족한 SW 개발 인력의 공급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코드 베이스 기반의 개발자는 빠르게 육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SW 개발 인력난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시민개발자는 육성이 빠르고 쉽다.
<자료> Zdnet, “The advent of the citizen developer,” 2016. 재가공
시민개발자 활용의 또 다른 장점은 비전문가의 진입 장벽이 높은 의료 등의 전문 분야에 애플리케이션에서 개발자가 아닌 현업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어플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SW 개발자에게 전문 지식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어플의 설계와 개발이 가능해진다.
‘2022 헬스케어 AI 설문조사’에서 AI 도구 및 기술 사용자를 물어본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61%)이 의사가 사용자라고 밝혔으며, 의료 서비스 제공자(45%), 의료 IT 기업(38%)이 그 뒤를 이었다.
시민개발자 활용의 장점으로 자기 비즈니스 분야의 요건 파악이 빠르다는 점과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서비스 제공업체 UST의 비즈니스 기술 리더인 조나단 바든은 일부 애플리케이션 프로젝트 구축이 9~18개월이 걸렸다면서 “로우코드의 일반적인 딜리버리 시간은 5주다.
전통적인 개발자에게 이렇게 빠른 라이브 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발언했다.
노코드·로우코드 도입 사례와 활용 분야
1. 실무자 입장에서 간단히 쓸 만한 앱
한국전력 증평지사는 노코드 플랫폼으로 ‘차세대 공사현장 모니터링’이라는 모바일 어플을 개발자 없이 실무자가 개발해 사용 중이다.
개발자적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심플해 보이지만 해당 어플의 요구사항이 현장 사진을 메일에 첨부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앱을 통해
간소화, 공사번호나 코드 같은 정보들의 메모, 공지사항 확인이나 여러 협력기관 연락처에 간단하게 전화나 문자를 거는 것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업에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면서도 시간과 비용을 아낀 훌륭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할 수 있다.
2. 효율성이 낮지 않은 간단한 앱
세븐일레븐은 지역 관리자에게 제품 가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용도로 로우코드를 택했다.
미국 세븐일레븐의 기술 책임자인 폴 맥컬럼은 지역 관리자가 관련 판매량에 액세스할 수 있게 해주는 현장 가격 최적화 앱을 개발했다.
이 로우코드 구성요소는 폴 맥컬럼이 4일 만에 쓴 것이다. 관리자는 노트북, 태블릿 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편리하게 열람하고 가맹점과 협력하며 매장에서의 제품 배치를 개선한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비해 이 앱은 사용하기가 편리하며, 관리자가 부정확한 가격 정보에 대한 알림을 보내 매장에 가격을 업데이트하도록 보고서를 보낼 수 있다.
3. 더 쉽고 상품성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취리히 UK가 노코드·로우코드 플랫폼으로 내놓은 어플인 페이스 쿼트(Face Quote)는 사용자가 셀프 사진을 찍으면 사용자의 연령을 추정해 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계산한다.
이는 7일 만에 개발한 어플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직관적이며 주목도 또한 높기 때문에 쉽고 상품성도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4. 로우코드로 기존의 쓸모없는 애플리케이션 쳐내기
NTT 데이터 서비스는 2016년에 델 서비스를 인수하면서 인수합병 과정에서 로우코드를 활용했다.
NTT는 인수과정에서 여러 개의 ‘일회성’ 금융 및 HT 애플리케이션을 발견했다.
이후 몇몇 로우코드 플랫폼 업체를 대상으로 콘테스트를 실시해 문제의 앱을 업데이트하는 데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찾았다.
NTT 데이터는 각 업체와 회사의 선임 개발자 및 비즈니스 분석가를 짝지은 다음, 팀별로 실제 환경의 문제를 시뮬레이션 했다.
이를 바탕으로 로우코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개발하거나 반대로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쳐냈다.
결국 로우코드를 활용해서 델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의 수를 1,000개에서 122개로 줄여 필요 없는 것을 걸러내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노코드·로우코드 활용 원칙
1. 로우코드가 섀도우 IT가 되지 않도록 관리
섀도우 IT란 ‘직원들이 IT 부서에서 승인받지 않은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이를 IT 관리부서나 책임자가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로우코드 업체들의 홍보에 따르면 마치 모든 것을 개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노코드·로우코드 플랫폼 역시 섀도우 IT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업이 필요한 앱을 개발하는 것은 좋으나, 모든 것을 IT 관리부서에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2. 적절한 IT 자원과 인력 제공
분석기관 가트너는 ‘녹색’, ‘'노란색’ 안전 구역과 ‘빨간색’ 위험 구역을 구분하라고 조언
했다. 녹색 안전 구역은 시민개발자가 독자적으로 워크플로우와 자동화를 생성하는 것을
가리키고, 노란색 안전 구역은 시민개발자가 전문개발자와 협력해 더 강력한 애플리케이션
을 만드는 것이다. 빨간색 위험 구역은 IT의 감독과 승인이 필요하고 IT의 통제를 따라야
하는 업무 영역으로 별도의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로 시민 개발을 진행한다.
3. API와 커넥터 확보
기업에서 시민 개발이 성공하려면 IT가 선제적으로 커넥터를 제공하고 내부 데이터에 액세스하는 탄탄한 API를 구성해야 한다.
개발자들이 평소에 API의 관리와 문서화를 잘 정리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RPA 툴을 활용하거나 교육하는 것도 좋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는 LC/NC 플랫폼들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다.
Zapier, UIPath, Power Automate 등의 RPA 툴들은 비교적 간단한 설정으로 DB 데이터를 손쉽게 가져와서 시각화해 주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과 LC/NC 플랫폼의 좋은 가교가 될 수 있다.
4. 검토와 평가
일반 현업 직원에게 비즈니스 지표나 시장성, 전사적인 활용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앱을 개발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프로세스를 완료하는 데 소요된 시간 등의 지표를 기록하여 관리하고, 비즈니스 지표를 통해 유용성이 있는지 검토와 평가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업 직원이 문제에 대한 미봉책 수준의 앱을 개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5. 혁신 문화 조성
그동안 노코드·로우코드 플랫폼이 기존에 널리 확산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직원이 일상 업무가 아니라 추가적인 업무로 여겼기 때문이다.
기업은 노코드·로우코드를 미래의 디지털 인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고, 직원이 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상할 준비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후임자의 관심을 유지하고 개발한 앱의 목적과 배경을 문서화 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코딩과 공존하는 노코드·로우코드 개발
IT 기술이 발전할수록 로우코드와 노코드가 개발 분야의 상당수를 차지할 전망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전문 개발자와 시민 개발자가 협력해야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로우코드만으로는 대규모 시스템이나 복잡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거나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코드·로우코드 덕분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친숙한 플랫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노코드·로우코드로 만든 어플의 기능을 조율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강력한 IT팀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