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오랜 기간 동안 시, 문학, 그림, 영상, 음악 등 창작과 예술의 영역에 도전해 왔다.
다양한 알고리듬이나 모델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흉내 내고, 비틀즈나 바하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 내고,
모든 그림을 고흐 스타일로 만들거나 해리포터 시리즈의 한 챕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이라는 그림이 43만 2500달러에 팔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그림의 작가는 GAN이라는 기술로 그림을 그린 AI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마케팅 사례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각광을 받는 생성형 AI는 지금까지의 수준을 넘어 인간이 누려왔던 다양한 창작의 영역에 AI 기술이 필수적 기술이 되어 감을 알 수 있다.
미드저니, 달리2,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만든 이미지는 상업용 이미지로 사용하는데 별 무리가 없는 수준이 되었다.
더 이상 프리랜서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예술 영역에서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의 디지털 아트 미술 대회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작품이 수상을 했는데 이는 미드저니로 생성한 그림이다.
독일의 보리스 엘닥센이라는 사진 작가는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크리에이티브 수상자가 된 다음에 자신의 사진이 직접 찍은 것이 아니고
AI가 생성한 것이라고 하면서 수상을 거부해 화제가 되었다.
나아가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한 프롬프트도 GPT-4로 생성하면 그 품질이 월등히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고,
이제 어떤 이미지가 사람이 창작한 것인지 AI가 생성한 것인지 사람이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예술적 탐구 및 보고 센터’는 이런 AI 일러스트레이션의 상업적 이용에 반대하는 서한을 공개해 동의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딥엘(DeepL)로 번역한 글의 수준은 이제 일반인의 번역 수준을 넘어섰다.
아직 문학 작품의 전문적 번역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나 일상적인 뉴스 기사, 매뉴얼, 법률 문서, 웹 사이트 번역은 이제 기계 번역으로 충분한 수준이다.
과학책 번역가로 유명한 노승영씨는 한 인터뷰에서 AI가 번역한 글을 다듬는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AI의 번역에는 ‘탁월함’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AI가 번역의 주체가 되면 인간의 언어 발전도 끝나는 것이고,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소설 분야에서 최근 스티븐 마르세라는 작가는 챗GPT를 이용해 ‘작가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발행했다.
이는 AI로 만든 허접스러운 판타지 소설이나 말도 안 되는 SF 소설의 수준이 아닌 전문 작가가 프롬프트를 일일이 작성하면서 전체 이야기를 끌어간 소설이다.
글 쓰는 AI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영화와 드라마 작가들이다.
미국의 작가 길드(WGA)는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듀서 연합(AMPTP)에 모든 소스 자료의 작성 및 재작성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자체 소스 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WGA 작가의 작품을 AI 학습에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스트리밍 사업자들에 대한 보수 문제로 파업하면서 AI에 대한 반대 의사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합의 과정에서 시나리오 작가들이 AI로 받는 피해를 보호하고, 원활하고 자유롭게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AI를 도구로 사용해 창작하는 인간의 기여를 인정하라는 주장을 했다.
또 다른 작가 길드는 저작물이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될 경우 저작자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AI 개발자가 어떤 저작물을 학습에 사용하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투명성 의무’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저작물의 30% 이상이 AI에 의해 생성된 경우 저작자, 출판사, 플랫폼 및 마켓플레이스가 이를 식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영상 분야에서 이제 유튜브 마케팅 영상은 몇 가지 도구를 사용해서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Demonflyingfox라는 유튜버가 만든 매트릭스, 해리 포터 캐릭터를 이용한 발렌시아가 패션쇼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챗GPT, 미드저니, 일레븐랩스, 디아이디 등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아주 간단히 만든 것이다.
짧은 독립 영화는 이제 생성형 AI 도구를 이용해서 제작이 가능한 상황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조 루소 감독은 앞으로 2년 안에 생성형 AI로 만든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비틀즈는 존 레논의 목소리를 AI로 생성해 올해 새로운 앨범을 내 놓겠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 내한 공연을 한 부르노 마스가 한국어로 부르는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는 부르노 마스가 전혀 부르지 않은 곡이지만 AI로 생성한 음원이다.
이런 AI 커버 곡이 유튜브에는 넘쳐 흐른다.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의 신곡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고 가수는 이제 자기의 목소리로 누구의 곡이라도 부를 수 있다.
이제 생성형 AI는 누구나 창작 작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고 나아가 새로운 예술 영역을 넘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들이 만들어 낸 결과에 저작권은 부여하지 않는다.
저작권은 아직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과연 컴퓨터가 만든 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논의는 결국 예술적 가치를 누가 인정하는 것이고 어떻게 이를 사회적으로 합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계산적 창의성 학회에서는 창의성은 결국 편견 없는 관찰자가 창의적이라고 간주할 때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삶의 역사와 배경,
고통과 인내, 작품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의미 없이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한 예술성을 인정할 것인지는 아직 어려운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 창작자들에게는 매우 능력 있고 흥미로운 파트너가 생긴 것이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코파일럿이 생겼듯이 창작자들에게는 새로운 동료이자 조수가 생긴 것이다.
이들과 공존하면서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영역을 지키는 것은 이제 창작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