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 58호(9+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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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포트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전성시대

윤복실(서강대학교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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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글

OTT 서비스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초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로서 가능성을 점칠 정도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호황기이다. 하지만 전성시대를 맞기까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생산과 소비는 순탄하지 않다. 이 글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기원으로 자리하는 <짝>을 토대로 변주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고찰하였다.

1. 들어가며

가히, 포스트-다큐멘터리(Post-Documentary) 시대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존 코너(John Corner)는 포스트-다큐멘터리 문화의 시대로 진입(Corner John, 2002, 225)하고 있음을 진단했는데 그의 주장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현재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예능 장르는 대다수가 리얼리티(Reality)를 표방하고 있다. 그 시작은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1) 지난 2009년에 방송된 Mnet <슈퍼스타 K>이다. <슈퍼스타 K>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성공을 거두면서 MBC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2010), On Style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2010), SBS <KPOP 스타>(2012) 등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하였다. 얼마 전에는 트로트 가수를 뽑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019)이 성공하면서 트로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사 포맷으로 만들어진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를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TV, OTT 서비스 플랫폼(이하 OTT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채널에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그야말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성기다. 이는 OTT 서비스가 등장하고 초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가속화된 현상이다. 그런데 작금의 젊은 세대를 가리켜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 등 미래의 가능성을 포기했다는 N포 세대라고 한다. 따라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부흥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에 이 글은 연애 불가능 시대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고찰해 보고자 함이다.

  • 1)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1999년 네덜란드에서 제작된 <Big Brother>와 2000년 영국에서 제작된 <Survivor>이 가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인기 포맷으로 위치한다.

2.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썸'의 배후

2023년 9월 현재, 한국의 텔레비전과 OTT 서비스에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것은 연애가 아닌 '썸'이다. 이때, '썸'은 본격적인 연인으로 발전하기 이전 단계의 남녀 관계, 혹은 친구보다는 더 가깝지만, 연인이 될 만큼 충분히 가깝지 않은 남녀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최성호, 2020, 67~68). 따라서 썸은 본격적인 연애 이전에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원래 '썸'이란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썸 문화'가 논의되기 시작된 것은 청년들이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놓이면서이다(양동옥 외, 2017, 84). 즉, 청년들의 썸은 불안정한 사회 경제적 배경에서 기인한 것이다.

1997년 한국 사회는 IMF 체제를 겪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자유주의의 체제로 접어든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함에 따라 개인은 스펙 쌓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게 되었으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착되면서 오늘날의 청년 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하는 N포 세대로 위치하게 되었다. 과잉 경쟁 시대가 초래한 시대상이다. 그로 인해 청년 세대는 연애에 따른 감정 소비를 원치 않게 되었고, 불확실한 미래를 살게 되면서 책임이 전제되는 연애를 회피하게 된 것이다. 이는 청년 세대가 연애 불가능 시대에 '썸'을 타는 배경으로 자리한다.

그런데 왜 청년 세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일까?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과 시청 의도를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연애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은 시청자일수록 프로그램 몰입도가 크고, 연애의 대리만족을 위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공유경 외, 2023). 결국, 청년 세대의 연애에 대한 결핍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기의 요인으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최초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짝>은 당시 연애의 의미에 대해 탐색해보고자 한 실험적 다큐멘터리였다.

2-1. 태초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

그림1 SBS TV <짝>의 초대 MC 가수 싸이
SBS TV <짝>의 초대 MC 가수 싸이 이미지

출처: SBS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기원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방영되었던 SBS <짝>이 오늘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원형으로 자리한다.2) 보통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분류되는데, 애초에 <짝>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 스페셜>이 한국인의 '짝'의 의미를 조명하고자 마련한 3부작 신년 특집 방송의 일부였다. <짝>의 근간이 된 것은 3부작 중 1부 '짝의 탄생-나도 짝을 찾고 싶다'로, 애정촌이란 가상의 공간을 마련해 20∼30대 남녀 12명이 각종 미션을 통해 짝을 찾는 과정을 탐색한 실험적 다큐멘터리였다. 그런데 방송이 나간 후 프로그램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 같다는 시청자의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청자의 반응도 뜨거워 시청률이 높았다. 이에 SBS는 당시, 2011년 3월 봄 개편에서 '교양의 예능화, 예능의 교양화'를 기치로 내걸었고, <짝>을 정규 편성하였다. 이로써 <짝>은 최초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정규 편성된 <짝>은 방송되는 내내 화제의 대상이었다. 방송 초기에는 출연 신청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설 만큼 인기가 많았다(김정은, 2011.11.12.). 방송이 전파를 탄 다음 날이면, <짝> 프로그램의 내용이 언론에 도배될 정도였다.

하지만 <짝>은 늘 논란의 대상이기도 했다. 녹화 중 출연자의 부상 사건이 재차 발생해 안정성의 문제가 제기됐으며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와 연예인 지망생, 성인 방송 출연자의 출연 등으로 출연자 검증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서울신문, 2014, 03.07). 또 프로그램이 외모와 학력, 재력 등으로 배우자감을 평가하는 풍조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의 무리한 편집 방식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가장 큰 논란은 촬영 중이던 여성 출연자가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발생했다. 그에 따라 방송의 편집과 촬영 형식 등 제작방식에 대한 비판이 일었으며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일었다. 결국, 사건 발생 3일 만에 <짝>은 폐지되었다. 이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한동안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 2) 최초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2004년 코미디 TV에서 방송된 <러브캠프>로 여겨진다. 이 프로그램은 남자 주인공 1명을 놓고 여자 출연자 5명이 경쟁을 벌여 최후의 1명을 가리는 러브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김후남, '한 남자 놓고 다섯 여자 '사랑 경쟁' -코미디TV 리얼리티 프로 '러브캠프' 인기', 경향신문, 7월 4일).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에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기원으로 SBS TV 프로그램 <짝>을 언급한다. 이는 프로그램의 대중성에 따름인 것으로 풀이된다.

2-2.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부활을 알린 <하트시그널>

다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부활하게 된 것은 채널A <하트시그널>(2017.06.02.~2017.09.01. 13부작)이 방송되면서다. 채널A는 2017년, 5월 20대부터 40대까지 시청자들을 겨냥하고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유원모, 2017, 05.15)에 나섰고, <하트시그널>을 편성하였다. <짝>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종영된 지 3년 만에 채널A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인데, 이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제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저렴한 점에 있다. 거기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이미 검증된 콘텐츠였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트시그널>은 일본의 <테라스 하우스>를 차용하며 <짝>과는 다른 구성을 꾀한다. 일반인 남녀 6명이 일명, 시그널 하우스에서 살게 되면서 형성되는 러브 라인을 관찰하고, 거기에 스튜디오의 연예인 패널들이 알아맞히는 '러브 라인 추리 게임'의 형식을 취한다. 즉, 연애 리얼리티와 추리 게임 장르가 혼용된 것이다. 그리고 <하트시그널>은 출연자의 관찰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추구하였다. 이는 20대 일반인 남녀 출연자들의 수려한 외모와 직업 그리고 주거 공간과 감각적인 배경음악, 영상 필터링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궁극적으로 '연애의 낭만화'를 추구한 것이다. 이러한 <하트시그널>의 전략은 적중하였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하였다. 이에 채널A는 바로 시즌제를 도입하고, <하트시그널>2 (2018.03.16.~2018.06.15. 13부작)를 방송하는데,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DramaFever와 일본 TBS Dignet에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성과까지 거두는 결과를 보여준다.

<하트시그널>의 성공은 각 방송사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SBS <로맨스 패키지>(2018.05.02.~2018.08.15. 13부작), JTBC2 <너에게 반했음>(2018.05.03.~2018.07.05. 10부작), Mnet <러브캐처>(2018.07.11.~2018.08.29. 8부작), tvN <선다방>(2018.10.01.~2018.12.17. 12부작), <썸바디>(2018.11.28.~2019. 02.08. 10부작) 등 <하트시그널>을 변주한 다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앞다투어 방송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불리지만, 기본적인 서사는 남녀의 '썸'이다. 여기에 대중성 획득을 위한 프로그램의 소구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이 변주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차별화 전략을 어떻게 추구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너에게 반했음>은 10대의 연애에 초점을 맞추었고, <로맨스 패키지>는 연애와 호텔 바캉스를 접목하여 차별화를 꾀했다. 그리고 <러브캐처>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출연자를 투입해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인물을 찾기로 하였고 <선다방>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중매라는 콘셉트를 추구했다. 반면, <썸바디>는 춤의 요소를 가미하여 성적 매력이 자연스럽게 어필되도록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프로그램은 <하트시그널>2 만큼 대중성 획득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2-3. 플랫폼의 확산과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약진

OTT 서비스 플랫폼(이하 OTT 서비스)의 급격한 확산은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이는 콘텐츠의 시청 형태가 개인화되고, 연속적 시청이 가능해진 것이 주효했다. 그에 따라 콘텐츠 생산 전략도 변화된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예능의 대세로 떠오른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카카오TV의 <체인지 데이즈>(2021.05.18.~2021.09.14. 17부작)와 TVING <환승연애>(2021.06.25.~2021.10.01. 15부작)가 누적 조회 수 수천만을 기록하면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성시대의 서막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트시그널>을 비롯한 다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는 남녀의 만남과 설렘이다. 그리고 어떠한 감정의 변화를 거치며 커플에 이를 것인지에 있다. 그야말로 연애의 시작에 관심을 둔 것이다. 그런데 <체인지 데이즈>와 <환승연애>는 연애의 끝자락에 놓인 감정과 전 연인과의 재회 여부까지 그 서사의 폭을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낭만적 연애 풍경에서 벗어나는 과감성을 선택한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체인지 데이즈>는 헤어질 위기에 놓인 네 쌍의 연인이 출연하는데, 각자 연인을 바꾸어 데이트하고 연애를 지속할 것인지, 새로운 연인을 정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환승연애>는 이별한 연인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고 데이트 상대를 바꾸어 데이트하며 재결합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인연을 선택한다. 간단하게 두 프로그램의 차별화 전략은 연애에서 가장 최악의 형태로 불리는, '연인 갈아타기'를 소재로 삼은 것이다. 이는 최악의 데이트 형태로 여겨지기 때문에 기존의 지상파 미디어에서 시도하지 못한 기획이다. 그러나 OTT 서비스는 기존 미디어보다 표현이 자유롭기 때문에 그 시도가 가능하였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프로그램의 성공이 이별의 위기에 처한, 혹은 이별할 수밖에 없는, 이별 연애의 갈등에 머물지 않고 이별한 전 연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까지 담았다는 점에 있다. 이는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낭만적 연애의 신화가 깨졌음을 의미한다. 연애 담론은 시대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함이다.

그림2 환승연애 포스터
환승연애 포스터 이미지

출처: 티빙오리지널

그림3 돌싱글즈 포스터
돌싱글즈 포스터 이미지

출처: MBN

OTT 서비스의 <체인지 데이즈>와 <환승연애>가 성공하자, 케이블TV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연애를 위한 첫 만남의 설렘에서 이별 후의 새로운 사랑으로 그 서사를 확장한다. 비로소,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리얼리티답게 더 현실적인 연애를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MBN의 <돌싱글즈>(2021.07.11.~2021.09.12. 10부작), KBS2TV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2022.07.11.~2023.04.03. 32부작) 등이 그것이다. 특히, <돌싱글즈>는 이혼 경험이 있는 출연자의 연애를 다룸에 따라 20대가 중심이 되던 출연자의 나이가 30대로 상향 조정되었는데,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 다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이혼, 자녀 양육 등 솔직하고 현실적인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기 때문이다. 이는 연애의 설렘에 방점을 두었던 기존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달리 <돌싱글즈>가 결혼이 전제된 연애 리얼리티임을 방증한다. 이는 리얼리티가 추구하는 진정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무엇보다 실제로 결혼하는 커플이 빠르게 생기면서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이 색다르다. 이러한 <돌싱글즈>의 성공은 이혼율이 높은 현실을 반영하며, 이혼에 부정적이었던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반면, 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 출연자들의 대화 내용과 스킨십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며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비판은 <돌싱글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하였고, 그에 힘입은 <돌싱글즈>는 시즌제로 거듭나는 중이다.

ENA, SBS Plus <나는 솔로>(2021.07.14.~2023년 9월 현재)도 현실적 연애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돌싱글즈>와 맥을 같이한다. 그만큼 자극적이기도 하다. <짝>을 연출했던 연출자가 극사실주의 데이팅을 표방하며 출연자의 결혼을 전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에 출연자의 연령이 20대가 아닌 40대까지 확대되었으며 그 직업도 자영업에서 전문직까지 다양하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솔로>는 여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20대 중심 연애 리얼리티보다 연애의 전개 속도가 빠르고 예측할 수 없는 러브 라인의 변화가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도하는 요소가 되었다. 다른 한편, 날것 그대로 전달되는 출연자들의 대화나 검증되지 않은 출연자로 인해 <나는 솔로>는 자주 논란의 중심에 놓인다. 그러한 논란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의 관심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모습이다. <돌싱글즈>와 <나는 솔로>의 약진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를 굳히는 역할을 하였다. 이에 OTT 서비스의 지배적 미디어로 자리한 넷플릭스는 판타스틱한 설정으로 포장한 선정성이 부각된 새로운 연애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바로 <솔로지옥>(2021.12.18.~2022.01.08. 8부작)이다.

2-4. 남성 중심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선정성

<솔로지옥>은 공개되기 전부터 미국판 연애 프로그램 <투 핫>으로 알려지고, 넷플릭스가 내놓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공개된 <솔로지옥> 출연자들은 일반인이라고 하기에 어려울 만큼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무인도에서 벗어나 최고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신체 노출이 극대화된 차림으로 게임에 임하며 카메라는 클로즈업을 통해 끊임없이 출연자의 몸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서 <솔로지옥>이 섹슈얼리티와 선정성을 부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투 핫>만큼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솔로지옥>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글로벌 순위 10위 안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글로벌 콘텐츠로서 K-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솔로지옥>의 성공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전성기의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4 솔로지옥 포스터
솔로지옥 포스터 이미지

출처: Netflix

그림5 에덴 포스터
에덴 포스터 이미지

출처: iHQ

문제는 <솔로지옥> 이후 선정성에 기반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다수 생산되었다는 점에 있다. 남녀의 몸을 체인으로 몸을 묶어 생활하도록 한 쿠팡 플레이의 <체인 리액션>(2022.09.16.~2022.10.28. 8부작), 한 명의 남성 출연자가 열 명의 여성 출연자 중, 한 명을 선택해 캠핑카 안에서 밤을 보내도록 한 <맥시멈 러브>(2022.10.08.~2022.12.19. 12부작), 저녁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밤에만 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설정한 웨이브의 <잠만 자는 사이>(2022.10.14.~2022.11.04. 8부작), 오직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일 것을 규칙으로 정해 남녀의 동침까지 연출한 iHQ의 <에덴>(2022.06.15.~2023.08.02. 8부작) 등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자극적인 것을 동원하고 있다. 이는 엄밀하게 보면, 남성 중심의 이성애적 관점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물론, 프로그램에서 남성의 몸이 여성의 몸처럼 소비되는 점은 기존의 사고 방식과 외향적 가치와 기준의 판단이 남성에게도 적용되고 있다(함현, 2011, 2962). 하지만 선정성을 차별화 전략으로 삼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10대와 20대 등 어리고 젊은 세대에게 이성 관계에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제고되어야 한다. 이는 이미 오래전, 한국의 데이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실증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김미라, 2008). 다행스러운 것은 선정성을 극대화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5. 성소수자를 다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다양성

연애 리얼리티의 전성기는 성소수자의 연애를 다룬 것으로도 확인된다. 웨이브의 <남의 연애>(2022.07.15.~2022.08.26. 11부작)는 게이의 연애를 다룬 최초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또 <메리퀴어>(2022.07.08.~2022.08.26. 9부작)와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2022.12.09.~2023.02.03. 13부작)는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으로 성소수자의 연애를 다루고 있다. 이는 이성애 중심에서 벗어나 탈이성애 연애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넷플릭스에는 레즈비언이나 게이 등 성소수자를 다룬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한국의 토종 OTT 서비스는 그동안 정서상 성소수자의 연애를 재현하지 않았다. 또한 미디어가 성소수자를 재현했다고 하더라도 이성애 규범주의 속에서 소비될 수 있는 이미지만 반복적으로 소비되고(박지훈․이진, 2013), 반전을 위한 장치나 비극적 서사의 주인공(전승․조진희, 2023)으로 비추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남의 연애>와 <메리퀴어> 등은 이성애자와 다를 것이 없는 성소수자의 연애를 보여주고 있다. OTT 서비스의 제약이 낮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지만, 고무적인 변화로 보여진다. 이는 OTT 서비스 소비가 젊은 세대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가 성소수자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음을 반영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더 개선될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림6 남의 연애 포스터
남의 연애 포스터 이미지

출처: Wavve

그림7 메리퀴어 포스터
메리퀴어 포스터 이미지

출처: Wavve

이 밖에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다양한 소재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취하며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채널S, K-STAR <나대지마 심장아>(2022.07.15.~2022.09.16.)는 남녀 친구 사이에 우정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며 tvN의 <각자의 본능대로>는 친구와 연인 사이에 놓인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는 오래전부터 단언할 수 없었던 수수께끼 같은 주제들이다. 다른 한편, 반려견이 정해주는 데이트 상대와 데이트를 하는 iHQ의 <사랑하시개>(2022.10.23.~)도 있다. 이는 반려동물 인구 증가를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최근에 공개된 넷플릭스의 <19/20>은 풋풋한 첫사랑을 소재로 한 것이다. 앞으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어떤 변주를 보여줄지 기대해 본다.

3. K-콘텐츠 가능성으로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서두에서 서술했지만, 한국의 미디어에서 넘쳐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다루는 것은 연애가 아닌 '썸'이다. '썸'은 영어 'something(무엇)'을 줄인 말로 호감 가는 상대와 정식 교제에 앞서 핑크빛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를 뜻한다(박훈상, 2014.02.26.). 대략, 본격적인 연인 관계를 맺기 전의 애매한 관계를 말한다. 따라서 그 본질은 인식의 불확실성에 있다. 서로 호감이 있는 두 사람이 상대방이 제시하는 특정한 종류의 인식적 증거에 근거하여 판단을 확립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이정규, 2019).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의지적 불확정성을 경험하는 것이다(최성호, 2020, 68). 썸이 연애가 되는 것은 의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경우 썸은 상호 호감으로 시작되며 연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인데, 성적 친밀감을 형성하기 전에 상대를 걸러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양동옥․김경례, 2017, 113). 이러한 썸이 젊은 세대의 문화로 자리하게 되면서 방송과 가요 등 대중문화 콘텐츠의 소재가 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썸'이 한국 연애 리얼리티의 차별적인 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투 핫>만 보더라도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반가운 소식은 <솔로지옥>을 비롯해 <환승연애> 등 한국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해외에서도 인기몰이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12월에 넷플릭스에서 처음 한국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공개된 <솔로지옥>1은 공개된 지 2주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5위를 기록했으며 총 18개국에서 Netflix Top 10 TV 프로그램 순위에 들었다. 그리고 지난 2022년에 공개된 <솔로지옥>2도 총 14개국에서 Netflix Top 10 TV 프로그램 순위에 들었다. TVING <환승연애>의 일본판 <러브 트랜짓(Love Transit)>은 지난 6월 15일 아마존 프라임에 공개됐는데, 비디오 재팬 TV 쇼 부문 8위를 기록했다(박민주, 202.07.16). 또한 이혼 남녀의 연애를 다룬 <돌싱글즈>4도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15일 전체 38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소식은 한국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글로벌 콘텐츠로서 경쟁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표1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목록3)
프로그램명 채널 방영/공개 편수
프로그램명 나는 SOLO <나는 솔로> 채널 SBS Plus, ENA 방영/공개 2021.07.14. 편수 방영 중
프로그램명 체인 리액션 채널 쿠팡플레이 방영/공개 2022.09.16. 편수 8부
프로그램명 핑크 라이 채널 디즈니+ 방영/공개 2022.10.05. 편수 12부
프로그램명 맥시멈러브 채널 바바요tv 방영/공개 2022.10.08. 편수 12부
프로그램명 결혼에 진심 채널 JTBC 방영/공개 2022.10.13. 편수 12부
프로그램명 잠만 자는 사이 채널 Wavve 방영/공개 2022.10.14. 편수 8부
프로그램명 각자의 본능대로 채널 tvN 방영/공개 2022.11.11. 편수 6부
프로그램명 사내연애 채널 쿠팡플레이 방영/공개 2022.11.11. 편수 10부
프로그램명 러브캐처 인 발리 채널 TVING 방영/공개 2022.11.18. 편수 8부
프로그램명 에덴 채널 iHQ 방영/공개 2022.11.15. 편수 8부
프로그램명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 채널 Wavve 방영/공개 2022.12.09. 편수 13부
프로그램명 솔로지옥 시즌2 채널 넷플릭스 방영/공개 2022.12.13. 편수 10부
프로그램명 스킵 채널 tvN 방영/공개 2022.12.15. 편수 11부
프로그램명 명동사랑방 채널 ENA 방영/공개 2023.01.27. 편수 8부
프로그램명 로맨스는 데뷔 전에 채널 유튜브 방영/공개 2023.02.03. 편수 9부
프로그램명 하트시그널 시즌4 채널 채널A 방영/공개 2023.05.17. 편수 15부
프로그램명 다시 설렘, 캠핑 인 러브2 채널 MBN 방영/공개 2023.06.11. 편수 6부
프로그램명 남의 연애 시즌2 채널 Wavve 방영/공개 2023.06.23. 편수 14부
프로그램명 2억 9천: 결혼전쟁 채널 tvN 방영/공개 2023.07.02. 편수 9부
프로그램명 19/20 열아홉 스물 채널 넷플릭스 방영/공개 2023.07.11. 편수 13부
프로그램명 돌싱글즈4 채널 MBN 방영/공개 2023.07.23. 편수 14부
  • 3) 2022년 9월부터 방영되거나 공개된 것과 2023년에 방송된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4. 나가며

지금까지 서술한 것처럼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짝>을 통해 시작되었으며 <하트시그널>을 통해 연애 추리 게임이라는 예능으로 부활하였다. 그리고 <체인지 데이즈>와 <환승연애>를 통해서 연애의 서사가 만남이 아닌 이별까지 확장되었고 <나는 솔로>와 <돌싱글즈>를 통해 연애의 현실성이 부각되었다. 또한 <솔로지옥>은 선정성이 강조되었고 <남의 연애>와 <메리퀴어> 등은 이성애 중심에서 벗어난 탈이성애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다른 한편, OTT 서비스의 등장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이성애 중심의 지배적 연애 담론에서 벗어나는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로서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는 연애부터 미래 가능성까지 무수한 것을 포기한 N포 세대의 그림자를 바탕으로 한다. 이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를 마음껏 즐길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완벽에 가까운 외모와 남다른 직업을 가진 출연자의 판타스틱한 연애가 매력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현실이 아닌 허상 같기 때문이다. 리얼리티와 어울리지 않는 환상인 것이다. 어쩌면 <나는 솔로>와 <돌싱글즈>가 대중에게 더욱 사랑받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참고 논문 및 단행본

  • 공유경 외(2023),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몰입 및 지속시청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한국 콘텐츠학회 논문지 23권 3호, 한국콘텐츠학회.
  • 김미라(2008), 리얼리티 데이트 프로그램 시청이 데이트와 이성관계에 대한 시청자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한국언론학보 52권, 2호, 한국언론학회.
  • 박지훈·이진(2013), 성소수자에 대한 미디어의 시선:텔레비전에 나타난 홍석천과 하리수의 이미지 유형을 중심으로, 미디어, 젠더 & 문화 28호,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 양동옥·김경례(2017), 대학생들의 '썸 문화'에서 나타나는 전략적 선택과 양가적 행위성, 젠더와 문화 10권 1호,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
  • 유현석(2010), 사실적 영상물에서 다루는 다양한 층위의 현실과 진실들 : 다큐멘터리, 다큐소프(docu-soap) 그리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학 연구, 한국커뮤니케이션학회.
  • 이정규(2019), 썸을 탄다는 것은 무엇인가?: 신조어 "썸타다"의 적용조건 분석, 철학적 분석 41호, 한국분석철학회.
  • 이종수(2015), 포스트 텔레비전 시대의 다큐멘터리 트렌드, 커뮤니케이션북스.
  • 전승·조진희(2023), LGBT 서사에 교섭된 퀴어성; 리얼리티 프로그램 <메리퀴어>를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보 119호, 한국언론정보학회.
  • 최성호(2020), 썸타기와 어장관리에 대한 철학적 고찰, 철학사상 78집,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 함현(2010), 데이트 쇼 프로그램에서 표출된 몸 이미지의 표상,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 한국산학기술학회.
  • 황진미(2022), '먹방'을 보듯, 타인의 사생활을 즐기는 시대, 방송작가, 8월호.
  • John Corner(2002), Performing the Real: Documentary Diversions, Television New Media, ; 3; 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