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 58호(9+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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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리포트

스트리밍으로 향하는 디즈니…
100년 위기를 넘을 수 있을까?

한정훈(다이렉트미디어랩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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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글

오는 2023년 10월 디즈니(Disney)는 창업 100주년을 맞는다. 1923년 월트 디즈니가 회사를 설립한지 100년이 되는 것이다. 100년 동안 디즈니는 글로벌 1위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군림했다. 미키를 중심으로 픽사, 루커스필름 등을 인수하며 최고 IP회사에 올랐고 위기 때마다 과감한 투자로 경쟁사를 확실히 따돌렸다. 그러나 이런 디즈니가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TV사업은 흔들리고 급기야 케이블TV와의 갈등으로 미국 가구 1,500만 명이 디즈니 채널과 ESPN을 보지 못하고 있다. 플로리다와의 정치적인 분쟁도 벌어졌고 주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위기 때마다 혁신적인 전략으로 이를 극복해온 디즈니가 이번 위기도 넘어설 수 있을까?

들어가며

2023년 10월 16일 디즈니(Disney)는 창사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디즈니가 처음이다. 1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디즈니는 시대 변화에 잘 적응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마다 기술과 혁신적인 전략으로 새로운 길을 열었던 역사가 있다.

따라서 대중은 디즈니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부른다. 1928년 유성 애니메이션을 처음 선보였고(증기선 윌리) 픽사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까지 디즈니가 만든 기술과 영광의 길은 셀 수도 없다.

그런데 100년 디즈니가 흔들리고 있다. 1주당 30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는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고 밥 체이펙 CEO가 2022년 11월 전격 경질됐다. 임명된 지 3년도 안 되는 시점이었다. 이후 15년간 디즈니 CEO였던 밥 아이거가 돌아왔다.

그러나 아이거의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시청 패턴 변화로 TV, 영화 등 주 사업 모델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CEO가 TV사업 매각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이후 정치적인 논란에도 휩싸였다. 여기에 200일 가까이(9월 7일) 이어지고 있는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은 디즈니에 상처를 주고 있다. 최근 케이블TV 사업자 차터와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으로 블랙 아웃(Black Out)도 겪었다. 미국의 1,500만 차터 고객은 디즈니 채널(ESPN, ABC, FX)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법은 안 보인다.

전문가들은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도 이겨낸 디즈니가 이 위기도 극복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디즈니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TV의 미래에 대한 고민

스트리밍 시대가 왔다. 사람들은 점차 유료 방송을 떠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케이블TV 구독 가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23년 2분기에만 미국 케이블TV 구독 가구는 380만 가구가 감소했다.

실시간 TV 소비량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 7월 닐슨이 발표한 스마트TV 소비 점유율 게이지(The Gauge)에1) 따르면 지상파와 케이블TV 통합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50% 미만(49.6%)이 됐다. 그동안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전쟁에서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케이블TV의 점유율도 30% 미만(29.6%)으로 하락했다. 이에 반해 스트리밍TV 점유율은 40%에 육박한 38.7%였다. 하루 10시간 중 4시간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한다는 이야기다.

더 의미 있는 변화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향하는 젊은 세대다. 같은 콘텐츠를 보더라도 중장년 층은 TV, 젊은 층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한다.2) 닐슨이 조사한 결과 유명 드라마 '슈츠(Suits)'도 TV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청 세대가 완전 달랐다. 슈츠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플랫폼은 세대를 갈랐다. USA네트워크 케이블TV채널을 통해 슈츠를 보는 사람 중 18~35세 비율은 8%에 불과했지만 넷플릭스와 피콕은 23%에 달했다.

그림1 슈츠 오디언스 소비 트렌드
슈츠 오디언스 소비 트렌드 이미지

출처: 닐슨

스트리밍 시대가 왔지만 문제는 디즈니에 수익을 안겨주는 플랫폼은 여전히 TV라는 점이다. 디즈니 채널부터 ABC, ESPN까지 폭넓은 장르와 영역의 TV채널을 보유하면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실시간 TV 부문이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지만, 코드 커팅(유료 방송을 중단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기는) 트렌드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시간 TV비즈니스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한 내외부 반발이 심했다. 경우에 따라 TV사업을 매각한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거는 극단적인 선택(TV사업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분사·투자 등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요구는 더 높아지고 있다.

디즈니 TV 사업, 지속적인 실적 하락

디즈니의 TV사업은 실적이 좋지 않다. 2023년 4~6월 분기 ESPN의 TV광고 매출이 10% 상승했지만 전체 디즈니의 TV네트워크 부문 매출(미국)은 4% 하락했다. 급기야 ESPN은 카지노 운영사 펜 엔터테인먼트(Penn Entertainment)에서 5억 달러어치 주식과 10년간 현금 15억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온라인 스포츠 베팅 시장에 공동 진출3)하기로 했다. 어린이와 가족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디즈니가 스포츠 베팅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은 회사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미디어의 미래는 맞지만 수익은 아직 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디즈니(Disney)는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월 이용 가격을 27% 인상했다.4)(디즈니+ 프리미엄, 13.99달러 월, 10월 12일부터) 디즈니는 2024년 디즈니의 스트리밍 부문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디즈니, 생존을 건 케이블 전쟁

급기야 디즈니는 케이블TV와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 케이블TV사업자 차터 커뮤니케이션(Charter Communications)과 ESPN, FX 등을 보유한 디즈니(Walt Disney Company)가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을 겪고 있다. 가치를 더 인정받아야 한다는 진영과 올려줄 수 없다는 측의 긴장이다. 급기야 차터는5) '케이블TV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졌다고 선언했다. 차터 커뮤니케이션은 2023년 9월 1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들에게 11페이지 입장문을 냈다.6) 입장문에서 "케이블TV는 이제 소비자와 공급자(플랫폼)에게 모두 너무 비싸졌다"며 코드 커팅(케이블TV 시청을 중단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과 매년 상승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로 '악의적인 비디오 사이클(Vicious Video Cycle)'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1,500만 차터 케이블 구독자(Spectrum TV Service)는 현재 디즈니의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볼 수 없다. US 오픈이나 미국 대학 미식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ESPN의 블랙 아웃에 대한 불만이 당장 나왔다. 러시아 테니스 프로 다닐 메드베데프는 뉴욕 지역에서 ESPN의 US 오픈 중계를 볼 수 없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불법 시청'을 통해 경기를 관전했다고 털어놓았다.

양측 분쟁은 케이블TV 프로그램 사용료(Carriage Fee)에 대한 시각 차에서 시작됐다. 케이블TV PP를 플랫폼에 전송하는 데 얼마를 줘야 하는지 또 어떤 패키지에 포함해야 하는지 양측 생각이 다른 것이다. 디즈니는 가격 인상을 원하고 차터는 고정 혹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ESPN의 평균 구독료는 도전받고 있다. ESPN의 평균 월 구독료는 가입자당 9달러 정도로 가장 비싸다.7) 2017년 6.7달러 수준이었는데 2022년 8.72달러로 상승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연예 채널은 1달러 이하다.

그림2 유료 방송 구독자 변동
유료 방송 구독자 변동 이미지

출처: 버라이어티

MSNBC는 ESPN이 2023년 9.42달러의 평균 구독료를 받고 있지만 ESPN2, FX, 디즈니채널 등 다른 디즈니 채널은 1.21, 0.93, 1.25달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즈니는 20개 이상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 입장에선 위기인 셈이다. 차터는 "구독자들은 이제 보지 않는 채널을 위해 프리미엄(Premium)을 지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프리미엄 채널로 인한) 요금 인상이 고객들을 케이블에서 떠나게 한다"고 말했다. ESPN 등 디즈니 채널은 대부분 추가 요금을 내야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 채널'로 운영되고 있다.

두 진영의 싸움은 케이블TV의 이용자 이탈 이후 더 치열해지고 있다. 모펫네이선슨(MoffettNathanson)에 따르면 미국 케이블TV 구독자는 매년 500만 명 이상 감소하고 있다.8) 많은 시청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도 과거처럼 많은 돈을 콘텐츠 회사들에 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디즈니도 시청료를 많이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애플과 아마존 등 빅테크들의 공세에도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은 라이브 스포츠 중계권을 인수하면서 방송의 전유물이었던 중계권 거래 가격을 높이고 있다.

차터는 디즈니와의 갈등을 TV사업의 미래를 건 싸움으로 보고 있다. 디즈니는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키웠지만, 차터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차터가 케이블TV 고객들에게 디즈니+를 무료로 달라고 요구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디즈니는 성명에서 "ABC와 ESPN채널 대학 미식축구 개막을 앞두고 차터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도 케이블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다. ESPN은 케이블을 떠나 단독 스트리밍 서비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ESPN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빠질 경우 유료 방송 생태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ESPN을 포함하는 케이블TV번들 상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ESPN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9)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Ron DeSantis)와의 싸움

디즈니는 정치적인 분쟁에도 휩싸였다. 수십 년 동안 디즈니와 플로리다는 경제 공동체로 지내왔다. 플로리다(Florida)에 위치한 디즈니월드는 디즈니는 물론이고 플로리다에도 많은 경제적 이익을 안겨줬다.

그러나 디즈니의 전 CEO 밥 체이펙(Bob Chapek)이 플로리다의 동성애 교육 금지법(Don't Say Gay)을 비난하고 나서 상황이 반전됐다. 디즈니와 플로리다의 친구 관계는 끝났다. 플로리다 주지사 드산티스는 디즈니의 퇴출을 위협하며 압박하고 있다. 디즈니와 플로리다는 이제 법적 공방에 돌입했다.10) 드산티스가 디즈니의 경제 특권을 철폐하는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주지사 드산티스는 2023년 8월 14일 CNBC에 출연해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정치 보복을 주장하며 낸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1) 드산티스는 "그들은 플로리다를 상대로 고소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은 소송에서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산티스는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매우 좋은 주"라며 "유니버셜, 씨월드 등 디즈니의 경쟁사들은 사업을 매우 잘하고 있다. 디즈니만 특권을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NBC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비즈니스하기 좋은 주 8위에 올랐다.12) 13)

드산티스는 월트디즈니 월드(플로리다)의 특별 세금 지구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디즈니와 플로리다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핵심 쟁점이다. 1960년 이후 디즈니는 특별 자치구로 도로와 상하수도 자체 구축 등 상당한 권한을 누리고 있었는데 플로리다 주는 이를 폐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플로리다는 지역구 개발 이사회 이사 5명을 주에서 선임하도록 하는 등 자체 지역을 다시 플로리다 통제하에 두는 법안에 서명했다. 새로운 이사회는 디즈니에 장기 독점권을 인정해 플로리다의 자체 개발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드산티스가 임명한 이사회는 과거 디즈니와 맺었던 계약을 무효화하기로 의결한 뒤 디즈니가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디즈니는 이사회의 모든 결정에 드산티스가 개입했다며, 이는 디즈니의 언급에 대한 정치적인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드산티스는 이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연방 법원에 요청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경선전에 뛰어든 드산티스는 디즈니와의 소송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드산티스는 "논쟁적인 사회 문제"와 싸우는 것을 강조하며 디즈니가 아이들을 성차별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후임자 결정(Succession Fiascos)

내부 문제도 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 CEO로 근무했던 밥 아이거 CEO는 2022년 10월 복귀했다. 2020년 밥 체이펙을 후임으로 결정했지만 3년이 채 안 돼 물러났다. 그러나 2026년까지 임기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전에 아이거가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첫 번째 임기에 그는 픽사, 루커스필름, 마블 등을 인수하며 디즈니를 최고 IP회사로 만들었다. 아이거는 스타워즈 등 뛰어난 자사 IP를 앞세워 프랜차이즈 콘텐츠와 상품, 영화, 디즈니랜드(DisneyLand)까지 마법 같은 성과를 냈다. 많은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이 마법은 두 번째 임기에는 통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의 인기와 수명이 예전같지 않다. 젊은 세대에서 스타워즈에 대한 충성도는 많이 옅어졌다. 2023년 CNBC 인터뷰에서14) 밥 아이거 CEO는 "새로운 스타워즈와 마블 콘텐츠 추가 제작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초 디즈니는 조직 개편을 진행하면서 5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마블과 스타워즈를 이을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픽사15)는 지금 확실히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디즈니는 2006년 픽사를 74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런 가운데 한 때 아이거의 심복이었던 케빈 마이어(Kevin Mayer)와 톰 스태그(Thomas O. Staggs)가 고문으로 복귀했다. 이들은 과거 아이거의 M&A를 주도하고 디즈니+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차기 디즈니 CEO가 밥 체이펙(Bob Chapek)으로 결정되면서 회사를 떠났었다. 마이어와 스태그가 돌아오며 디즈니 CEO의 후계 구도가 복잡해졌다. 아이거의 후임으로 거론됐던 디즈니 내부 인물들은 긴장하고 있다.

2022년 11월 취임 후 진행한 강력한 구조 조정으로 내부 반발도 심하다. 아이거는 복귀 이후 7,000명이 넘는 인력을 정리 해고했다. 올해(2023년) 비용 절감 목표인 55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지만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다.16)

증기선 윌리가 풀린다

디즈니(Disney)는 IP관리에 철저하다. 자신들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즈니의 IP 역시 저작권 법에 따라 겨우 95년만 유효할 뿐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IP는 대중에게 귀속된다. 이는 모든 사람이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10월 디즈니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고전적인 디즈니 캐릭터가 부적절한 상황(NSFW)에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23년 4월 개봉한 '곰돌이 푸: 피와 꿀(Winnie the Pooh: Blood and Honey)'이라는 이름의 영화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 이 영화는 어릴 적 친구에게 버림받은 곰돌이 '푸'와 '피글렛'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며 잔혹한 복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곰돌이 푸의 탄생은 1921년인 만큼 이미 이들의 동화책과 스토리는 대중에게 소유권이 돌아갔다. IMDB에 따르면 이 영화는 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10일 만에 제작비 10만 달러 미만으로 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적이다. 이 영화에는 푸의 친구 호랑이 티거(Tigger)는 등장하지 않는다. 티거가 원작 소설(A. A. Milne)의 2편까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이 아직 소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품이 성공한 뒤 영화사는 속편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더 큰 문제는 2024년이다. 대중에게는 축복이지만 디즈니에는 고민이다. 1928년 디즈니의 시작을 알렸다.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의 저작권이 2024년 1월 1일 풀린다.

이 작품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Mickey Mouse)가 등장하는 세 번째 영화다. 7분 길이지만 세계 최초의 토키(유성)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다. 버스터 키튼의 인기 영화 '증기선 빌(Steamboat Bill)'의 줄거리를 빌려와서 만들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심술궂고 악명높은 사나이 피트(Pete)가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는 많은 기록을 남겼다. 디즈니를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회사로 각인시킨 것도 바로 이 애니메이션이다. 사후 제작된(Post Produced) 사운드트랙을 사용했고 음성과 화면이 동기화된 첫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유성 애니메이션이 있었지만, 화면과 싱크가 맞는 영화는 윌리가 처음이었다.

다음은 또 '밤비(Bambi: The Reckoning)'다. 이 영화 역시, 공포 영화다. 2024년 개봉하는 영화에서 밤비는 숲속에 숨어 있는 살인 병기로 그려진다. 밤비가 처음 데뷔한 날은 1942년 8월 21일이다(그러나 밤비의 원작 도서는 이미 저작권이 풀렸다.). 이 제작팀은 또한 '피터팬이 등장하는 공포영화(Peter Pan's Neverland Nightmare)'도 준비 중이다.

디즈니 2.0 시대의 개막

과거 미키의 저작권 만료가 임박했을 때, 디즈니는 미 의회에 집중적인 로비를 진행했다. 이에 저작권 독점 기간 연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움직임이 없다. 디즈니 스스로 미키의 수명이 다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디즈니는 미키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을 막을 안전 장치는 있다. 바로 상표(Trademarks)권이다.17) 따라서 일부는 미키 마우스 1.0 시대는 마감을 했지만 2.0 시대가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렇듯, 디즈니는 분명 위기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하다. 과거처럼 디즈니가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힘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디즈니 매직도 이제 힘을 다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결론은 디즈니가 내야겠지만 지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거대한 항공모함'의 방향타를 바로 잡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건전성 확보다. 스트리밍 서비스 전환을 선언한 이상 돌아갈 길은 없다. 이곳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하지만, 디즈니+ 역시 위기다. 인도 지역 크리켓 경기 중계권 상실로 2023년 2분기에만 1,250만 명의 고객이 사라졌다. 이제 그들은 1억 명 구독자 유지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따라서 디즈니+를 살리기 위한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바로 서야 디즈니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