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56호(5+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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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미디어의 결합

할리우드의 반격과 게임 산업:
OTT 사업 전략 변화

강정수(미디어스피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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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글

한국 영화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CJ CGV와 CJ ENM을 포함한 영화계의 주요 기업들도 큰 손실을 겪고 있다. 티켓 값이 상승하고 관객들의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한국 영화관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을 찾기 어렵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애니메이션 작품들만이 의미 있는 규모의 관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OTT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영화관의 수익을 뺏어가고 있으며, 영화 개봉 시점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 영화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완료된 작품들도 개봉하지 못하고 쌓여가고 있으며, 제작 작품 수도 감소하고 있다. 영화 시장은 '롱디'와 '범죄도시3' 등 작품을 통해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극장 상황은 한국과 대조된다. 할리우드에서는 기록상 최악의 3년을 보낸 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두 블록버스터 영화로 인해 안도감이 느껴지고 있다. '탑건: 매버릭'과 '아바타: 물의 길'은 이미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작품으로 극장 개봉의 중요성과 대작 상업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시키고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스트리밍 시대에도 영화관으로 관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디즈니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 주요 스튜디오는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극장 개봉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중·저예산 영화와 인디 영화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스튜디오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집중하여 수익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예산 영화들도 영화관으로 돌아오는 관객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중요하다.

새로운 극장 개봉 전략만으로 미디어 및 스트리밍 기업의 경제성 성장이 보장받기는 어렵다. 관련 업계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찾고 있다. 대형 미디어 및 스트리밍 기업들은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디즈니+는 최근 400만 명의 가입자를 잃는 등 스트리밍 시장에서 큰 성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미디어 기업과 스트리밍 기업은 박스오피스와 함께 게임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다른 미디어 및 스트리밍 기업들도 게임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트리밍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게임과 미디어의 통합이 예상된다. 이러한 전략 변화 및 확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 극장가의 어려움: '2차 시장으로서 OTT' 공식 깨져

아래 도표는 2023년 1월 1일부터 5월 14일까지 관객 수 기준 극장 개봉 영화 10위 순위다.

표1 누적 관객 수 기준 흥행 영화 10위
순위 영화명 누적 관객수
순위 1 영화명 아바타: 물의 길 누적 관객 수(명) 10,801,003명
순위 2 영화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 누적 관객 수(명) 4,331,366명
순위 3 영화명 스즈메의 문단속 누적 관객 수(명) 3,288,586명
순위 4 영화명 영웅 누적 관객 수(명) 3,266,549명
순위 5 영화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누적 관객 수(명) 2,470,389명
순위 6 영화명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누적 관객 수(명) 1,976,236명
순위 7 영화명 존윅 4 누적 관객 수(명) 1,877,783명
순위 8 영화명 교섭 누적 관객 수(명) 1,721,142명
순위 9 영화명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매니아 누적 관객 수(명) 1,551,007명
순위 10 영화명 드림 누적 관객 수(명) 1,053,325명

자료 출처: 영화진흥공사

한국 영화는 '영웅'과 '드림'이 10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나 누적 관객 수는 각각 3,266,549명, 1,053,325명으로 초라한 성적이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아바타: 물의 길'을 제외한 미국 및 일본 영화도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한국 영화 시장이 크게 위축된 시점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1월 이후다. 2019년만 해도 1,0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이 5편 나왔다. 1,63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 1,390만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1,330만의 '겨울왕국2', 1,250만의 '알라딘' 그리고 1,000만 관객을 기록한 '기생충'이 이 5편에 속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극장에 한파가 몰아닥쳤다. 그 결과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을 갖고 있는 CJ CGV는 2020년 하반기 인력 구조 조정을 실시했다. 구조 조정 이전에 이미 희망퇴직과 무급 휴직이 시행되었기에 인력 구조 조정의 충격은 컸다. 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0년 1/4분기 CGV의 적자 규모는 716억 원을 기록했으며, 국내 최대 투자 배급사 CJ ENM의 1/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0% 감소한 397억 원이었다.

2022년 코로나19 기세가 약화되었어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좀처럼 증가하지 않고 계속 줄어갔다. 2022년 11월 개봉한 '올빼미'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극장 개봉으로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 그 원인은 8,000원에서 1만 원 수준이던 티켓 값이 최근 15,000원까지 올라간 데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1)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서 다양한 작품을 보던 관객들도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고, 나머지는 OTT로" 보기 때문이다.2)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아바타: 물의 길',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처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매니아층이 탄탄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상위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영웅', '교섭', '유령', '대외비', '리바운드' 등 유명 배우들과 흥행 기록을 가진 제작진이 함께 내놓은 작품들은 초라한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급성장한 OTT 시장 환경에서 제작사와 투자자들은 영화관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까를 두려워하며 영화관과 OTT 동시 개봉 옵션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2023년 5월 11일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를 선언한 상황이지만, 한국 영화 시장이 코로나 이전 규모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2022년 '한산: 용의 출현'의 경우 개봉과 함께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산'은 개봉 1개월 만에 쿠팡플레이 직행을 선택했다. 다시 말해 OTT가 극장 개봉 이후 2차 시장을 형성한다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2차 시장으로서 OTT 공식이 깨진 것은 코로나19 발발과 함께 시작되었다. 한국 영화 '서복'이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개봉되었고 디즈니플러스 등도 다수의 오리지널 작품을 OTT와 극장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이 때문에 '블랙 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은 이른바 동시 개봉으로 극장 티켓 판매에 손해를 줬다며 디즈니를 고소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로 영화 비즈니스 작동 원리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편 큰돈을 쏟아부은 대작의 흥행 실패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 사례는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이다. 극장 개봉을 못 하고 있는 작품 수도 늘어나고 있다.3) 변화한 영화 비즈니스 환경과 투자 위축으로 제작되는 작품 수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 중·하반기 개봉하는 한국 영화가 이러한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의문으로 남는 상황이다.

할리우드 빅 스튜디오의 반격

2023년 3월 12일 개최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예의 작품상 후보에 두 편의 블록버스터가 올랐다. 물론 시상에는 실패했지만 블록버스터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선정은 코로나19 이후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2023년 후보에 오른 '탑건: 매버릭'과 '아바타: 물의 길'은 이미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두 작품으로, 영화 제작의 완성도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두 영화는 스트리밍 시대에도 영화가 여전히 많은 사람을 어두운 영화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탑건의 주인공이자 공동 제작자인 톰 크루즈는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스튜디오가 서비스 구독을 늘리기 위해 채택했던 스트리밍 개봉 대신 극장 개봉을 2년간 미뤄왔다. 아바타의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제임스 카메론도 3D 영화는 거실이 아닌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두 영화의 성공 이후, 2024년까지 스트리밍 비즈니스의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한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들은 옛날 방식의 흥행 수익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있다. 넷플릭스 모델이 전통적인 수입원을 잠식하고 있는 할리우드에서 이는 마치 반증처럼 느껴지고 있다.

Imax 대표 리치 젤폰드(Rich Gelfond)는 "대부분의 스튜디오와 모든 OTT가 영화를 먼저 극장에서 개봉한 다음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4) "극장 개봉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 모든 콘텐츠를 볼 것이라고 생각한 제작자들은 순진했다. 시장은 스스로를 바로잡고 있다"라고 젤폰드는 말을 잇고 있다. 한국 영화 시장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두 개 스튜디오의 대표인 디즈니의 밥 아이거(Bob Iger)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자슬라브(David Zaslav)는 OTT 구독자 확보 경쟁을 진행하고 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실험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스트리밍 서비스 실험은 영화를 극장과 같은 날짜에 스트리밍 서비스에 개봉하고, 때로는 극장 개봉 없이 장편 영화를 스트리밍에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디즈니는 앞으로 계속해서 화려한 극장 개봉에 올인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5) 은퇴를 선언하고 다시 2022년 11월 디즈니 대표로 복귀한 베테랑 아이거는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 수익성이 가장 높은 프랜차이즈에 집중하는 동시에 일반 엔터테인먼트 작품도 공격적으로 큐레이팅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아이거는 "향후 5년 동안 마블의 궤적을 살펴보면 많은 새로움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6) 아이거는 이어서 "우리는 어벤져스 프랜차이즈로 돌아갈 것이지만, 이는 완전히 다른 어벤져스들로 구성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스타워즈 영화를 개발 중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블록버스터와 프렌차이즈 전략에도 위험은 존재한다. 소수의 블록버스터에 집중함으로써 일부 경영진이 미드 마켓 및 인디 영화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소니 모션 픽처스 그룹 대표 톰 로스먼(Tom Rothman)은 스튜디오가 대형 기둥(Tentpole) 영화와 새로운 작품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7) 로스먼은 "속편과 슈퍼 히어로 영화는 중요하며, 이는 아마도 우리의 포트폴리오 절반에 해당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독창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 사업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코로나도 아니고 스트리밍도 아니다. 영화 사업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다"라며 새로운 오리지널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그 어떤 서비스보다 OTT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구독자가 급증했고 OTT 투자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2022년 봄 초, 넷플릭스가 10년 연속 가입자 증가세가 벽에 부딪혔다고 발표하면서 OTT 파티는 끝났다. 투자자들은 갑자기 스트리밍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할 방법을 찾고 싶어했다. 이때 디즈니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시작되었다. 특히 2022년 박스오피스 수익이 2019년 대비 40억 달러 감소한 것도 투자자의 근심을 더했다.

따라서 스튜디오들이 높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수익 가능성을 보장하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집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디즈니 대표 아이거는 마블, 루카스 필름, 픽사를 과감하게 인수하면서 새로운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던 인물이다. 이로써 디즈니는 경쟁사들이 부러워할 만한 지적 재산 컬렉션을 갖추게 되었다. 그 결과 2015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어벤져스' 등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들이 연이어 탄생했다. 그 이후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으로 대형 프랜차이즈는 이어져 나갔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2022년을 경과하면서 박스오피스를 다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배치하고 있다. 이로써 코로나19 기간 동안 잃어버렸던 수백만 달러의 영화 티켓 판매를 회복하고 있으며 영화 동시 개봉으로 스트리밍 구독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수정은 극장 (단독) 개봉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이를 통해 해당 영화가 스트리밍 플랫폼에 출시되었을 때 (더) 주목받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2023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작들은 큰돈을 벌어들이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와 아카데미에 자주 후보로 등장하는 중·저예산 영화 사이의 엄청난 재정 격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바타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약 23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중국 개봉의 혜택을 받지 못한 탑건은 15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8) 아래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 거대한 수익에 비하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The Fabelmans)'가 박스오피스에서 벌어들인 2,880만 달러는 매우 적은 수익이다. 블랙 코미디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은 비평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최우수 작품상 후보작 중 가장 적은 수입인 45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컴스코어(ComScore)에 따르면 2023년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은 후보에 오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8,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림1 아카데미 후보작 박스오피스 매출
탑건: 매버릭과 아바타: 물의 길 두편의 최고 흥행작이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례적

출처: Financial Times9)

일부 분석가는 디즈니가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증가시키기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마블 타이틀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하고 있다.10) 이에 대해 디즈니 대표 아이거는 마블 스핀오프 제작에 좀 더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속편은 일반적으로 잘 맞지만, 예를 들어 3편이나 4편도 필요한가?"라고 그는 반문하고 있다. 디즈니는 마블에서 다른 캐릭터에도 눈을 돌리려 하고 있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대표 자슬라브는 슈퍼맨과 해리 포터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며 디즈니와 비슷한 궤적을 밟고 있다. 그는 2022년 가을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프랜차이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하며 "DC 영화와 해리포터 영화는 지난 25년 동안 워너 브라더스 영화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었다"라고 첨언하고 있다.11)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가 더 많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저예산 영화가 설 자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 법정 드라마, 파격적인 인디 영화, 성인을 위한 진지한 영화 등 중·저예산 영화는 극장 개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비용 절감 모드에 돌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수의 영화에 투자가 집중될 경우 영화들 사이에 부의 편중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엔 블록버스터 집중에서 벗어나 균형이 조만간 맞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12) 최근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애프터 썬(Aftersun)'과 '위어드: 디 알 얀코빅 스토리(Weird: The Al Yankovic Story)'를 제작한 부먼(Buman)은 많은 사람이 영화관으로 돌아오면서 영화계 사람들이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13) 부먼은 인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대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부먼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작은 영화에 대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 것 같다"라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는 "우리 업계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게 한 영화였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소니 모션 픽처스는 메이저 스튜디오 중 유일하게 스트리밍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스트리밍 업체에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소니 모션 픽처스 그룹 대표 로스먼은 관객들이 이미 중·저예산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영화관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14) 로스먼은 최근 톰 행크스 주연의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가 약 1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또한 소니의 '코카인 베어(Cocaine Bear)'와 공포 영화 '메간(M3GAN)', 파라마운트의 '80 포 브래디(80 For Brady)'가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렇게 오리지널 중·저예산 영화가 영화관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사실이다.

Imax 대표 리치 젤폰드는 영화 비즈니스의 경제학이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소규모 영화가 활성화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15) 리치 젤폰드는 지난 몇 년 동안 블록버스터 영화가 "소규모 영화에서 멀어지는" 추세가 지배적이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 스튜디오가 스트리밍 전용 영화 제작을 줄이고 있으며 그 결과 소규모 극장용 영화 제작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제 더 많은 콘텐츠 제작자가 극장 개봉용 영화를 만든 다음 이를 나중에 OTT 서비스에 올릴 것이다"라며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제성 덕분에 더 많은 소규모 극장용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을 잇고 있다.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영화 제작 차질이 2023년부터 완화되기 시작하고 있다. 2022년 미국의 경우 팬데믹 이전 해인 2019년보다 전국 개봉작이 41편 줄었지만, 컴스코어(ComScore)는 2023년 약 100편의 영화가 개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림2 미국 극장 매출 및 개봉 추세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낮은 미국의 영화관 관객들

출처: Financial Times16)

이로 인해 박스오피스 수익은 90억 달러로 2022년 75억 달러보다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물론 이 수치는 2018년의 역대 최고 기록인 120억 달러에는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소니 모션 픽처스 대표 로스먼은 영화관이 부활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2023년에 팬데믹 이전 수준인 2019년에 근접한 거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로스먼은 "영화 관람이 복수를 위해 돌아왔다"며 "여러분은 곧 폭발적인 여름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예측하고 있다.17)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스트리밍 전쟁

박스오피스 매출 추구 및 프랜차이즈 전략은 새로운 전략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미디어 및 스트리밍 기업이 경영 전략을 복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들 기업에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한 상태다.

OTT 사업자의 구독자 확보 경쟁은 끝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한된 수의 OTT 서비스에만 구독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양상 구독자 확보 전쟁은 끝나지 않은듯 보이지만 이는 더 이상 이기기 위한 경쟁으로 볼 수 없다.18)

넷플릭스는 2023년 1/4분기에 175만 명의 가입자를 추가하여 전 세계 총 가입자가 2억 3,250만 명으로 증가했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160만 명을 추가하여 9,76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디즈니의 대표 OTT 서비스인 디즈니+는 2023년 첫 3개월 동안 400만 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이로써 디즈니+의 총 가입자 수는 1억 6,180만 명에서 1억 5,780만 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디즈니는 인도에서 460만 명을 잃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60만 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대형 미디어 및 스트리밍 기업은 더 이상 OTT 서비스 가입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무리하게 경쟁 서비스 기업을 추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현재 OTT 서비스 사업자의 화두는 스트리밍의 수익성 확보에 있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2023년 1/4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소비자 직접 판매 비즈니스가 5천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계속해서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사업은 팬데믹 기간 동안 흑자로 전환했다. 또한 디즈니는 2023년 1/4분기 스트리밍 손실이 8억 8,700만 달러에서 6억 5,900만 달러로 축소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대표 OTT 서비스 사업자는 구독자 성장보다 수익률 제고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지출 증가를 억제했으며, 워너 브라더스와 디즈니는 2023년 초반 수천 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수십억 달러의 콘텐츠 지출을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의 최고 재무 책임자 크리스틴 맥카시(Christine McCarthy)는 1/4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앞으로 "콘텐츠 제작량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고, 디즈니 대표 밥 아이거는 이것이 글로벌 구독자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19)

디즈니+ OTT 화면 이미지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비디오를 제외한 중소 규모 OTT 서비스 사업자 사이에도 약간의 구독자 성장은 유지되고 있다. NBC 유니버설 피콕(Peacock)은 2023년 1/4분기에 2백만 명의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하여 2,200만 명의 가입자를 기록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동기간 410만 명의 가입자를 추가하여 6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장 수치보다 성장 수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현금 절약을 위해 배당금을 주당 25센트에서 5센트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후 2023년 5월 첫 주 하루 만에 주가가 28% 하락했다. 동기간 디즈니+의 인도 서비스인 디즈니+ Hotstar 가입자의 월 평균 매출은 59센트로서 전 분기 대비 74센트 감소했다. 디즈니는 이러한 저비용 고객을 잃어도 괜찮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근거 사례로 디즈니는 2022년 인도 프리미어 리그 크리켓 스트리밍 권리를 포기했다.

또한 디즈니는 2023년 하반기 광고 없는 디즈니+ 서비스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20) 참고로 2022년 디즈니+ 가격 인상이 발표된 후 2023년 1/4분기에 미국과 캐나다 가입자의 이용자당 평균 수익이 20퍼센트 증가했다. 참고로 큰 폭의 가격 인상은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경영진이 사용하는 전략이 아니다.

새로운 성장 전략 찾기

가격을 인상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훌륭한 성장 전략이 아니다. OTT 서비스의 성장 전략이 벽에 부딪혔다는 평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대형 OTT 서비스 사업자가 사업 초기에 보였던 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더 저렴한 광고 요금제와 넷플릭스의 임박한 비밀번호 공유 단속으로 가입자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는 달리 표현하면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서 가장 강력한 후보는 게임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비디오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컴캐스트는 2022년 EA 인수를 고려했다.21)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영국 규제 당국이 거래를 불허하면서 현재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인수가 무산되면 액티비전은 미디어 기업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디즈니는 최근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메타버스 사업부를 폐쇄했지만, 디즈니가 자사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지적 재산과 게임을 결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포트나이트를 보유한 에픽게임즈와 같은 회사를 인수하여 게임을 통한 인터랙티브 유니버스를 구축할 경우 그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기존 미디어 기업들 사이에서 더 많은 통합이 일어날 수 있으며 또는 미디어 또는 스트리밍 사업자의 대형 게임 인수는 OTT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