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56호(5+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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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리포트

방송의 미래는 'AI'...
우리의 창의성을 더 높여줄 것

한정훈(다이렉트미디어랩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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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글

방송 통신 시장 혁신을 말하는 전미 방송통신전시회(NAB) 2023이 지난 4월 15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2023 NAB는 방송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최전선 이슈 전달에 충실했다. 2023년 전 세계 산업을 흔들고 있는 챗GPT(ChatGPT) 등 생성형AI,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TV FAST, 메타버스와 XR, VR 등 웹 3.0, 버추얼 스튜디오의 진화 현장이 라스베이거스 NAB에서 펼쳐졌다. 특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AI가 방송에서 본격 적용될 경우 '창의성'을 죽이기보단 업무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AI를 품는 방송은 오히려 크리에이티브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많은 브로드캐스팅 테크놀로지 기업은 2023년 NAB에서 이를 서비스로 증명했다.
올해로 100년을 맞은 미국 방송이 새로운 파트너로 AI와 FAST를 내세운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작업 환경은 변하고 전달 방식도 오디언스에게 맞출 수밖에 없다.

NAB, 매년 4월 열리는 세계 최대 방송 전문 전시회

올해(2023년) 100년이 된 NAB쇼는 매년 전미방송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가 주관하는 전시회로 4월 개최된다. 지난 1991년부터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고정적으로 열리고 있다. NAB쇼의 슬로건은 '콘텐츠가 살아나는 곳(Where Content Comes to Life)'이다.

NAB가 의미 있는 이유는 거의 유일한 '방송 통신 전문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CES, SXSW 등의 전시회에서 방송, 미디어, 콘텐츠 섹션을 늘려왔지만 NAB의 경우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관련 전시회로 글로벌에서 가장 큰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 NAB쇼에는 통상적으로 TV 방송, 라디오, 제작, 후반 제작, 뉴스 편집, 스트리밍, 케이블TV, 위성방송, 기상예보, 데이터 스토리지, 산업 TV, FX, CGI, 사이버 보안, 커넥티드 TV, 영화, 데이터 재생 등의 최신 기술이 소개되고 관련 기업들이 부스를 만들어 나온다.

그림1 NAB플로어 플랜
NAB플로어 플랜 이미지

출처: https://nab23.mapyourshow.com/8_0/floorplan/

NAB쇼는 크게 3파트로 열린다. 기업들의 제품 전시회와 세미나 세션, 그리고 네트워크 행사다. 행사의 꽃은 물론 전시회(exhibition)다. 전시회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행사장 1층에 있는 홀에서 진행됐다. 이 중 가장 중심에 위치한 센트럴홀에 방송, 콘텐츠, 엔터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전시장이 배치됐다.

LVCC는 관(Space)과 홀(hall)로 구성된다. 더 큰 개념인 관은 센트럴, 웨스트, 사우스로 나뉘어 있다. 센트럴관에는 센트럴홀과 노스홀, 사우스홀이 있고 새로 생긴 웨스트관(Space)에는 웨스트홀이 위치되어 있다. 사우스관(Space)은 C-Space라고도 부르는데, 파크MGM과 만달레이 호텔에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큰 전시회인 CES를 제외하고는 사우스관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방송 콘텐츠 전문 전시회인 NAB의 전시도 주로 센트럴관과 웨스트관에 집중됐다. 세미나는 웨스트관에 있는 공간에서 이뤄졌고 주요 이벤트는 중간에 큰 스테이지가 배치된 노스홀(센트럴관)에서 자주 벌어졌다.

NAB에서는 테크놀로지, 콘텐츠 기업들이 부스를 만들어 공개했다.

전시는 크리에이트(CREATE), 커넥트(CONNECT), 캐피털라이즈(CAPITALIZE), 인텔리전트 콘텐트(INTELLIGEN CONTENT) 등의 카테고리로 이뤄졌다.

센트럴홀과 노스홀에는 '크리에이트' 관련 기업과 서비스들이 전시했고 웨스트홀은 AI와 인텔리전트 콘텐트, 캐피털라이즈, 커넥트 전시가 이어졌다.

한국 기업들도 NAB 2023에 선보여

올해(2023) 행사에서는 블루닷(BlueDot), 알라딘 등 한국 TV 및 미디어 테크놀로지 기업 8곳도 부스를 만들어 글로벌 방송 통신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1) 블루닷은 AI기반 영상 처리 및 인코딩 솔루션 기업이다. 동영상 미디어 파일의 스트리밍과 저장을 위해 화질을 개선하고 업스케일링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AI 모델 딥필드-SR는 AI를 이용해 직접 취득한 동영상 데이터 세트로 영상을 학습해 노이즈를 제거하고 최적 화소를 생성해낸다. 아울러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는 라스베이거스 현장에 한국관을 만들어 K방송 장비 및 솔루션 등을 북미 시장에 소개했다.

2층과 3층 세미나룸에서는 미디어, 규제, 콘텐츠 관련 세션 등이 이어졌다. NAB는 전시회와 동시에 전미방송교육학회(BEA)의 학술대회도 함께 열렸다. 이 자리에는 버추얼 스튜디오를 학교 내에 구축하려는 저널리즘 스쿨 교수들과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Vu와 같은 학교나 소규모 회사에 특화된 가변 버추얼 스튜디오 기업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 홍보를2) 진행했다.

주목도 때문에 매년 수만 명의 TV,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NAB 현장을 찾는다. 2023년 NAB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2022년에 비해 1만 명 정도 늘어난 6만 5,013명의 참가자가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를 찾았고 1,200개가 넘는 기업이 현장에서 부스를 설치한 것이다. 2019년 이전 평균 9만 명이 넘는 전 세계 방송통신 미디어 콘텐츠 전문가가 방문한 것에 비하면 적지만,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그림2 NAB와 함께 열린 BEA행사
NAB와 함께 열린 BEA행사 전경 사진

출처: 저자 촬영

그림3 개막 연설을 하고 있는 NAB 의장(왼쪽)
왼쪽이 개막 연설을 하고 있는 NAB 의장 사진

출처: https://nabshow.com/2023/video-on-demand-monday/

NAB의 회장 겸 CEO인 커티스 르게이트(Curtis LeGeyt)는 성명에서 "전 세계의 많은 전시회 참석자 및 파트너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리와 함께 혁신 100주년을 축하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며 "다른 어떤 해보다 전시장과 세션에 에너지와 열정이 넘쳐난다"고 했다. 전체 참가자 중 1만 7,446명이 인터내셔널 출신으로 166개국에서 왔다고 NAB가 밝혔다. 전시 회사는 1,200개였다. 2022년 NAB에는 5만 2,468만 명이 참가한 것을 감안하면 6만 명이 넘는 참가자는 고무적인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 2019년에는 9만 1,000명이 현장을 방문했었다.

NAB 2023, AI, FAST, 버추얼

참가자 숫자만큼이나 뜨거운 것은 주제다. 2023년에도 다양한 방송 시장 현안이 현장에서 논의됐다. NAB는 2023년 방송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AI, 버추얼 스튜디오, 콘텐츠(FAST)를 꼽았다. AI는 그야말로 NAB를 휩쓸었다.

인공지능(AI)은 100년 방송 시장을 흔들고 있다. 참석자들은 AI 확산으로 인한 기대감과 우려를 함께 표출했다. AI 도입으로 더 개인화된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는 등 잠재적인 수익 확대 기회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 AI 영상 편집 솔루션 등은 단순 작업으로부터 많은 제작자를 해방시켜 줄 수 있다.

하지만, 전시장에 모인 AI에 대한 분위기는 쿠데타 혁명이라기보다 진화에 가까웠다. 참가자들은 AI가 방송을 만나 발전시킬 미래 모습을 더 궁금해했다. 현재까지는AI를 만나 방송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AI가 탑재된 가상 스튜디오(Virtual Studio)도 NAB 현장에서는 화제였다.

많은 방송 장비 업체가 가상 스튜디오를 메인 상품으로 들고 나왔다. 가상 스튜디오에 AI가 적용될 경우 그래픽 작업에 들이는 시간이 상당히 축소되고 크리에이티브한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NAB 쇼는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집중했다. FAST 등 스트리밍과 관련한 세션인 'Streaming Summit'이 이틀 동안 이어졌다. 스트리밍 관련 데모도 전시장에서 다양하게 이뤄졌다.

AI, 그리고 방송 AI

전 세계 산업을 흔들고 있는 AI와 방송 미디어의 만남도 현장 NAB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챗GPT가 2022년 말 출시돼 전 세계 산업을 흔든 지 얼마 되지 않아 GPT-4가 2023년 3월 나왔다. NAB 2023이 열리기 한 달 전에 공개된 GPT-4는 인간의 작업을 거의 완벽하게 대체할 수준까지 기술력이 높아졌다.

NAB에서의 AI는 세미나장과 전시 공간을 모두 채웠다. 전체 콘퍼런스 중 84개 세션이 AI 관련 내용을 다뤘다. 챗GPT와 같은 생성 AI는 사람처럼 말하고 인간처럼 대화하기 때문에 '인간과 교감'하는 방송,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NAB CEO이자 회장인 커티스 르게이트는 현장 세션에서 "AI는 업계에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말하며 NAB가 이를 명백히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르게이트 CEO는 "AI 기술이 전체 산업에 엄청나게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며 "AI는 방송에서도 이제 개념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NAB에 처음 등장한 아이맥스(IMAX)도 전시장에서 AI와 관련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보여줬다. 아이맥스는 2022년 2,100만 달러에 인수한 AI 기반 화질 개선 테크 스타트업 '심웨이브(SSIMWAVE)'3)의 초기 기술을 보여줬다. 심웨이브는 모바일, TV, 극장 등 다양한 미디어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콘텐츠 화질과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Imax Enhanced Streaming Format)을 보유하고 있다.

AI 기반 툴은 각 플랫폼에 맞는 대역폭과 화질을 최적화해 몰입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투자 비용도 줄여준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서도 아이맥스 경험을 제공하기를 원하는 아이맥스 입장에서는 가장 필수적인 기술일 수 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심웨이브는 멀티 플랫폼에서 비디오 퀄리티와 시청 경험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사람들의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적용해 비디오 시청 경험을 자동화(Video Experience Automation)했다.4)

그림4 아이맥스 처리 프로세스(화면 캡처)
아이맥스 처리 프로세스 이미지

출처: https://www.ssimwave.com

극장용 콘텐츠 시청 포맷인 아이맥스는 NAB 참가가 처음이다. NAB가 방송 기술 및 장비 전시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된 이후 아이맥스 역시 모바일과 TV로 진출하고 있다. 멀티 포맷의 선두에는 심웨이브가 섰다. 2023년 NAB에 아이맥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상황에서도 비디오의 화질이 최적화되는 모습, 방송,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에 적용되는 최종 단계 비디오 퀄리티 기술을 선보였다.

그림5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화면 캡처)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이미지

출처: https://blog.adobe.com/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 어도비(Adobe)도 AI기반 편집 솔루션을 NAB에서 선보였다. 어도비는 NAB에서 텍스트 기반 AI편집 솔루션을 소개했다. 프리미어 프로(Premiere Pro)에는 AI를 이용해 텍스트를 자동 검색, 이를 중심으로 영상을 편집하는 기능이 담겼다. 텍스트 스크립트는 AI가 자동으로 영상에서 추출해 제작한다. AI 텍스트 편집 기능을 활용하면 단순 반복 작업은 PC에 맡기고 사람들은 더 창의적인 업무에5) 집중할 수 있다.

방송 산업도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AI앵커는 물론이고 AI DJ, 작가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든다.

현장에 참가하는 퓨터리(Futuri)는6) 라디오GPT를 론칭했다. '세계 최초로 지역 라디오를 위한 생성형AI 콘텐츠 솔루션'이다. GPT-3를 콘텐츠 솔루션에 탑재해 AI가 스토리도 만들고 소셜 콘텐츠 시스템 TopicPulse도 운영한다. 소셜 콘텐츠 시스템은 트렌딩되는 이슈들을 AI가 알아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검색해 저장한다. AI보이스 테크놀로지도 탑재돼 사람이 없어도 방송을 할 수 있다.

퓨터리 CEO 다니엘 안스탠디그(Daniel Anstandig)는 현장에서 NAB와 인터뷰에서 라디오GPT가7)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라디오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라디오 GPT를 사용해 방송 내용을 외주 방식으로 로컬화하는 능력은 새로운 필드를 제공할 것"이라며 "AI를 탑재하면 이제 모든 사람이 지역 방송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리톤(Veritone)은 AI보이스 제작 기업이다.8) 이 기업 역시 팟캐스트, 라디오 등에 전환에 특화되어 있다. 미국 최대 라디오 사업자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 지역 라디오 오데시(Audacy) 등과 협력해 음성 콘텐츠를 외국어로 AI를 통해 자동 번역하고 녹음해 제공한다.

션 킹(Sean King) 베리톤 부사장은 NAB 콘퍼런스 세션(Personalization of Content and How AI is Enabling It)에서 "농업의 경우 기기의 발전은 농부를 농업에서 밀어내는 것 아니라, 더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며 "많은 농업이 AI를 사용해 날씨 패턴을 예측하고 작물의 성장을 최적화한다. 방송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없애기보다 우리의 업무 부담을 더 줄여줄 것"이라며 "그래서 창의성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AI는 실제 라디오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플랫폼 경쟁력이 약해진 라디오가 AI와 만나면 부정적 영향보다 긍정적 시너지가 날 수도 있다. 라디오에 AI기술을 접목하면 콘텐츠 생산이나 검색이 상당히 빨라질 수 있다. 션 킹 부사장은 "지금 라디오는 아카이브에서 적정한 콘텐츠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하지만, AI를 사용하면 단 몇 초 만에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킹 부사장은 AI의 긍정 이용 사례를 언급했다. AI음성으로도 알려진 합성 보이스(synthetic voice)는 라디오 호스트나 방송사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갑자기 기상 특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스튜디오로 가거나 개별적으로 녹화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평소 앵커의 목소리를 학습해 대량으로 DB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해 제공할 수도 있다. 라디오의 해외 진출이 손쉽다는 의미다.

그림6 NAB 노스홀 메인 스테이지
NAB 노스홀 메인 스테이지 이미지

출처: 저자 촬영

그러나 AI 사용이 늘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역 방송 사업자에게 AI는 위협일 수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르게이트 CEO는 "빅테크 플랫폼이 TV방송과 라디오 콘텐츠 시장으로 빠르게 진격하고 있다"며 "우리가 빅테크 플랫폼의 트래픽에 엄청난 이익을 주고 있지만 콘텐츠에 대한 공정한 대가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이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특히, 진격하는 AI는 이런 우려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언론 미디어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4월 16일 진행된 'AI IN Newsroom' 세션에서는 버즈피드, 씨넷, 블룸버그 등 다양한 언론사가 이미 생성형AI를 접목시켜 기사를 많이 양산하고 있지만, AI성능이 더 고도화될 경우 '언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들이 나왔다. 특히, 콘텐츠 생산 능력이 취약한 로컬 언론은 AI에 지배당할 것이라는 우려다. 토론에는 AP와 아랍계 보도 채널 알 자지라의 담당자(Mohamed Moawad)가 나와 'AI 확산 이후 변화하고 있는 뉴스룸 현장'을 이야기했다.

콘텐츠는 여전히 왕이다.

NAB 전시회에서도 영화, 드라마 콘텐츠는 주목을 받았다. 어느 전시회이든 콘텐츠 섹션은 많은 사람이 몰린다. 방송 플랫폼에 집중됐던 NAB가 콘텐츠도 다루는 이유는 결국 '콘텐츠가 왕'이기 때문이다. 방송 플랫폼과 기술은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HBO 시리즈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의 제작자와 출연진이 참여한 세션, 애플 TV '테드 라소'의 작가이자 배우 브렛 골드스타인(Brett Goldstein)이 참가한 세션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NAB에서 가장 큰 공간인 노스홀 메인 스테이지에서 이벤트들이 벌어졌지만, 이들을 보려는 참가객들로 전시장은 가득 찼다. 특히, 골드스타인을 보려는 줄은 세션 한 시간 전부터 길게 늘어섰다.

'라스트 오브 어스' 세션은 미국 영상 촬영 기사, 편집 기사, VFX 등의 전문가가 모여 콘텐츠를 논의하는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 Sessions) 형태로 진행됐다. 또 '테드 라소'에서 선수로 출연하는 프로듀서 겸 배우 골드스타인은 작가 애쉴리 리콜 블랙(Ashley Nicole Black)과 함께 참가객들의 질문을 받는 자유 토론 세션을 열었다.

그림7 NAB 브렛 골드스타인(왼쪽)
NAB 브렛 골드스타인 사진

출처: https://nabshow.com/2023/video-on-demand-monday/

그림8 NAB 전시장에 만들어진 '핸즈온 트레이닝(Hands-on)' 세션
NAB 전시장에 만들어진 '핸즈온 트레이닝(Hands-on)' 사진

출처: 저자 촬영

브렛 골드스타인은 이 세션에서 작가와 배우의 협업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강조했다. 골드스타인은 "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만약 그들의 이런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일이다"라며 "모든 사람이 다 참여하고 이를 참고하는 과정을 허락한다면 100% 더 나은 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CE(미국 영화 편집자, American Cinema Editors)가 주관한 '라스트 오브 어스' 세션에서 총괄 프로듀서 크레이그 마진(Craig Mazin)은 시즌2의 가능성을 예고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세션은 제작, 특수효과 등을 담당한 콘텐츠 기술진이 모여 당시 제작 에피소드를 전했다.

현장 참여 방송 기술진이 새로운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됐다. 다른 전시회와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컨벤션 센터 웨스트홀(West Hall)에 설치되는 인텔리전트 콘텐트 체험존(Intelligent Content Experiential Zone)은 신기술을 써보고 경험하고 비교하는 접점이 됐다.

팬데믹 이후는 버추얼 프로덕션

팬데믹 기간 확산되기 시작한 버추얼 프로덕션은 이제 대세가 됐다. 대형 LED월이나 블루 스크린을 이용, 가상 공간을 만들어둔 버추얼 스튜디오는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이라는 그래픽을 만나면서 더 실제처럼 진화하고 있다. NAB현장에서는 버추얼 스튜디오 광고에서부터 현재 작동되는 작품까지 한창 소개됐다. LG, 캐논 등 유명 광학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NAB현장에 자사의 LED월이나 버추얼 프로덕션 제품을 전시하고 데모했다.

그림9 NAB 2023 브레인스톰 전시장
NAB 2023 브레인스톰 전시장 이미지

출처: 저자 촬영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전문 업체 브레인스톰도 현장에 부스를 차리고 많은 관람객을 모았다. 스페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브레인스톰은 지난 1993년 설립된 대표적인 버추얼 스튜디오 기업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2,500개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고객들은 BBC 등 대형 방송에서부터 디자인, 라이브 커머스 프로덕션까지 다양하다. 브레인스톰은 NAB에도 25번째 참석하고 있다.

브레인스톰은 NAB 2023에서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자사의 '버추얼 프로덕션 시어터(Virtual Production Theater)'를 시연했다. 크로마키와 LED비디오 월을 이용해 AR 및 MR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현장에 보여줬다.

아울러 버추얼 제작의 필수 기기로 떠오르고 있는 로봇팔도 NAB에 많이 전시됐다. 오스카상 후보에 두 번 올랐던 제프 크로넨워스(Jeff Cronenweth) 촬영 감독은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버추얼 프로덕션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있어 놀라운 도구이지만, 모든 도구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적절히 적용해야 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NAB에 버추얼 프로덕션의 한 분야인 로봇팔(Robotic Arms)을 개발하는 SISU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크로넨워스는 그의 다음 프로젝트가 디즈니의 'Tron: Ares'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작품 역시 상당 수준의 버추얼 프로덕션 제작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버추얼 제작을 포함,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쓸 것"이라며 "SISU의 로봇 기술이 새로운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상 과학 영화를 상상할 수 있듯이, 우리는 버추얼 프로덕션을 포함, 이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라며 "SISU의 로봇이 새로운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추얼 프로덕션의 주요 업무는 크게 6파트에 집중한다. LED 비디오월, 클라우드 협업 제작, 모션 캡처(배우), 크로마키 합성, 자체 촬영, AI 머신러닝 촬영 등이다.

그림10 버추얼 프로덕션의 주요 카테고리
NAB 2023 브레인스톰 전시장 이미지

출처: 버라이어티(https://variety.com)

팬데믹 이후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제작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버추얼 스튜디오를 만든 소니는 이번에는 상하이에 직접 버추얼 스튜디오를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영화나 음악, TV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소니가 구축하는 상하이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는 배우들이 앞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시대나 장소를 완벽 구현하는 고해상도 LED월이 구축되어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는 특히, 촬영을 위해 특정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준다. 또 과거 블루스크린보다 더 현실감이 뛰어나 모션 캡처 촬영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isney+ 인기 SF드라마 중 하나인 '더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 시즌1은 버추얼 프로덕션의 완전한 시초로 불린다. 2021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The Suicide Squad)', '듄(Dune)' 등은 버추얼 프로덕션과 모션 캡처를 활용했다.

소니가 중국 상하이에 개장하는 버추얼 스튜디오는 83 제곱미터 크기에 소니 흑백 컬러 크리스털B 시리즈 LED스크린(5.47미터, 가로 15.2미터)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 역시, 씨네알타V2(CineAlta V2 Movie Camera)를 사용한다. 소니 4K HDR 모니터와 버추얼 프로덕션을 위한 에픽 엔진도 탑재됐다.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는 2021년 팬데믹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최근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설립되고 있다. 한국(덱스터 스튜디오, VA), 태국(슈프림 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상하이 스튜디오는 소니의 3번째 버추얼 프로덕션이다.9)

그림11 LG비즈니스 솔루션 전시장
LG비즈니스 솔루션 전시장 이미지

출처: 저자 촬영

2023년 NAB현장에서 한국 기업 중 버추얼 스튜디오를 적극 소개한 곳은 LG다. LG비즈니스 솔루션은 방송과 버추얼 프로덕션, XR에 초점에 맞춘 전시장10)을 꾸몄다.

LG비즈니스 솔루션은 NAB로부터 2023년 쇼 '공식 디스플레이 파트너(Official Commercial Display Partner)'로 선정됐다. LG비즈니스 솔루션은 LVCC 센트럴 전시장 내 방송사와 스튜디오,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고급 DVLED(Direct-View Light Emitting Diode) 디스플레이를11) 전시했다. 전시한 LED 타일은 이동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제 어디든 이동시켜 조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LG비즈니스 솔루션 USA 기업용 디스플레이 담당 선임 이사 톰 캐롤(Tom Carroll)은 TV테크와의 인터뷰에서 "NAB 2023에서는 처음으로 LG DVLED 기술의 다용성(Versatility)과 고급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을 전시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LG는 65인치, 32인치 및 27인치 OLED 프로 레퍼런스 모니터와 최신 대형 97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결합해 전시했다. 이를 통해 제작 공간을 효율화하고 이동성을 강조하는 모양새였다.

XR DVLED스테이지에서 참석자들은 20피트 너비, 11피트 높이의 4K울트라 HD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이 디스플레이에는 1.5mm DVLED 기술이 탑재됐는데 버추얼 프로덕션에 최적화된 LG MAGNIT DVLED 타일(모델 LBAG015)로 구성됐다. 특히, 이 제품은 후반 작업에서 실제 배경 같은 느낌을 준다.

LG는 또한 97인치 OLED 디스플레이도 전시했다. 북미 지역에서 상업적으로 이 제품이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또 136인치 'All-In-One Display(Model LAEC015)'도 선보였다. 스피커와 모바일 카트에도 탑재할 수 있다.

FAST를 패스트하게 접목시킨 NAB

NAB쇼의 또 다른 백미는 최근 테크놀로지, 정책, 미디어 트렌드, 콘텐츠를 분석하고 토의하는 다양한 세미나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NAB쇼에 나온 이슈들만을 정리해도 한 해 TV방송 미디어 트렌드는 모두 알 수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2020년 이후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NAB에도 수년 전부터 방송이 아닌 콘텐츠나 OTT 관련 시장 분석 및 전망을 하는 세션들이 크게 늘었다. 2023년에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 FAST(Free-Ad Streaming TV)에 대한 집중 분석 서밋(Summit)이 눈길을 끌었다. 광고를 보는 대신 실시간 및 VOD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FAST의 경우 최근 스마트TV의 확산과 함께 레거시 TV시장을 넘보고 있다.

NAB는 이번에 처음으로 노스홀 1층 메인 스테이지에 FAST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2023년 4월 17일 오후 2시 30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메인 전시장에는 할리우드 미디어 데드라인(Deadline)의 산업 에디터가 사회자로 참석하는 세션(Fast Channels and Furious Growth)12)이 열렸다. 지상파 TV의 진화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FAST가 메인 스테이지를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시간에 많은 세션이 이어졌지만, 참석자들로 인해 자리가 가득 찼다. TV를 대체하고 있는 FAST에 대한 뜨거운 관심 때문이다.

FAST플랫폼은 2022년 미국에서만 40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으며 향후 5년 내 3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진행자 데이드 헤이스(Dade Hayes)와 함께 현장에는 파라마운트 스트리밍의 콘텐츠 전략 및 글로벌 파트너십 담당 대표 에이미 쿠스너(Amy Kuessner), 투비(Tubi)의 콘텐츠 최고 담당자 아담 르윈슨(Adam Lewinson), 라이언스게이트 글로벌 텔레비전 유통 담당 대표 짐 팩커(Jim Packer)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FAST채널 확산에 따른 방송 시장 구조 변화, 새로운 TV체제에서 타겟 오디언스를 확보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사안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세미나 패널들은 FAST가 케이블 TV나 지상파 TV를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뜨거웠다. 에이미 쿠스너 파라마운트 대표는 현장에서 FAST에 대해 '국경 없는 케이블 TV'이며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림12 NAB 2023 메인 스테이지에서 벌어진 'FAST서밋'(FAST Channels and Furious Growth)
NAB 2023 메인 스테이지에서 벌어진 'FAST서밋' 이미지

출처: https://nabshow.com/2023/video-on-demand-monday/

노스홀 2층에 마련된 유료 세션 'Streaming Summit'은 우리 돈 1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에도 불구하고 콘퍼런스마다 사람들이 가득 찼다. 스트리밍 서밋에서는 패스트 시장 전망뿐만 아니라 NBC 등 각 사업자의 전략, 자동차 스트리밍 시장 분석, AI의 영향 등 방송과 스트리밍, 기술이 만나는 다양한 이슈가 논의됐다.

NAB 2023에서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의 웹 3.0 등 인터넷 진화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논의됐다. 탈중앙화, 상호 협력 등이 주요 특징인 웹 3.0의 영향과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 핸즈온 트레이닝, 스페셜 이벤트 등이 라스베이거스 행사장에서 펼쳐졌다. 메타버스도 차세대 인터넷 기술의 진화의 일환으로 집중 논의됐다. 방송 역시 메타버스를 무시할 수 없다.

NAB쇼 웹 자문 위원회 멤버13)인 안드레아 베리(Andrea Berry)는 인터뷰에서 "웹 3.0은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이다. 가장 성공적인 기업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실험하고 다른 업계 업체와 협력할 의향이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스트젠 TV(Next-Gen TV)

한국에서는 UHD로 불리는 넥스트젠 TV는 양방향 방송이 가능한 차세대 데이터 방송과 무료 모바일 이동 방송, 8K 화질 등이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ATSC 3.0으로 불린다. 하지만, 미국도 아직은 보급이 더디다. 때문에 NAB 2023쇼에서도 협회는 집중적으로 넥스트젠을 띄웠다.

NAB는 넥스트젠 TV를 띄우기 위해 연례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의 방송통신 규제 기구인 FCC의 의장 제시카 로센워셀도 NAB를 방문해 민관 협의체를 제안했다. 미국 지상파방송사들의 연합체인 NAB는 넥스트젠 TV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2023년 행사에서도 많은 이벤트를 벌였다. ATSC 3.0은 또 다른 화두였다. ATSC 대표 매들린 놀랜드(Madeleine Noland)는 "미국 방송사들은 넥스트젠 TV를 2022년에만 22개 시장에 추가 공급해 총 66개로 늘렸다"며 "조만간 미국 전역에서 ATSC 3.0이 이용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