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56호(5+6월)

본문

AI와 미디어의 결합

인공지능 시대 국내 미디어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파운데이션 구축 방향

노창희(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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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글

챗GPT(ChatGPT)는 인공지능을 사회의 화두로 대두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디어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활용 및 접목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과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해 고용이 줄어드는 등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시점이다. 본고에서는 인공지능의 활성화가 미디어 분야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국내 미디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1. 들어가며

기술 발전은 산업 발전에서 중요한 요소다. 문제는 기술 발전의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우며 기술 발전이 특정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서비스들이 우리 실생활에 영향을 미친 지 오래 되었지만 인공지능은 여전히 일반인 입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챗GPT는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상용화된 서비스 가운데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챗GPT는 훈련을 통해 콘텐츠를 생성해 내는 대규모 언어 처리 모델(Large Language Model)이다. 챗GPT는 광범위한 규모로 훈련된 모델인 파운데이션 모델에 의해 가능해진 생성형 AI다(Albanie, 2022). 챗GPT가 다른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들보다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이은영·오선주·강서은·최형원·신서윤, 2023),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머신러닝 기술 기반 서비스와 달리 생성형 AI 학습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머신러닝 기술에 비해 현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지식 습득이 가능하고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한정훈, 2023). 챗GPT와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기존 인공지능 서비스가 분석에 가까웠다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분석을 넘어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GPT를 활용하고 있는 이미지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미디어 분야도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M&A 등 공격적인 투자로 미디어 제국을 형성한 디즈니조차 스포츠를 제외한 콘텐츠 투자를 효율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Houston, 2023. 2. 8.). 디즈니와 같은 사업자도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미디어 산업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산업의 화두로 등장한 인공지능은 미디어 산업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OTT 등 디지털 플랫폼의 급증과 경쟁 심화는 콘텐츠 수급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었고, 이는 콘텐츠 제작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디즈니를 사례로 들었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의 경우도 콘텐츠 제작비 증가는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가장 중차대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비가 들지만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효율화시켜 주고 콘텐츠 품질을 높여 줄 수 있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가 미디어 산업에 적용된 구체적인 사례를 다루기보다는 인공지능 서비스 중요성 증대가 갖는 의미를 중심으로 향후 국내 미디어 산업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인공지능 서비스의 활성화는 단기적인 측면에서 서비스의 적용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 및 실제 활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지만, 메타포의 관점에서 국내 미디어 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 인공지능과 미디어, 기회인가 도전인가?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은 미디어 생태계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이성민(2022)은 이러한 변화를 '미디어의 액체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과거 시공간의 제약, 경직되어 있는 유통 방식, 이로 인해 형성되어 있던 역학 때문에 고착되어 있던 생태계의 문법을 디지털화는 전면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서는 콘텐츠가 플랫폼의 성격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플랫폼이 콘텐츠의 형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인해 콘텐츠와 플랫폼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 기술이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서비스의 관점에서부터 규범적인 측면에서의 관점까지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 가령, 홍대식(2020)은 인공지능 기술 기반 OTT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적인 방송 규제 체계의 틀을 적용받고 있는 유료 방송 미디어에 대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인공지능과 미디어의 만남이 더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1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서 콘텐츠-플랫폼 간 역학
경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은 콘텐츠화 플랫폼이다.

출처: 노창희(2023)

인공지능이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 쉽지는 않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은 미디어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야가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다. 개인의 취향과 상황을 고려한 추천은 이미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향후 현지화 자막 등에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더욱 활발하게 활용될 전망이다(김영욱·권기범·하율·백상훈·이지은·박상완, 2023).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의 접목은 향후 미디어 분야에서 여태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미디어 분야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대표하는 기능이었던 맞춤형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의 이용 행태를 기반으로 콘텐츠와 서비스를 추천해 주는 수준에서 상용화되어 왔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단순 추천을 넘어 자막 번역, 스토리텔링, 제작 효율화, 영상 품질 향상 등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와 수요의 간극으로 인해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술의 진화는 특정한 방향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전체적으로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변화에 상대적으로 무감하던 미디어 분야에서도 챗GPT를 계기로 인공지능을 미디어 분야에 도입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콘텐츠 제작 등 미디어 분야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큰 반면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작가조합에서는 제작사들에 인공지능 사용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설동훈, 2023. 5. 7.).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제작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두드러진 시도를 찾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가 등 창의력을 기반으로 미디어 산업에서 종사해 온 제작 인력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AI로봇이 노트북을 사용하는 이미지

창작에 있어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이 논의되어 온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인공지능은 시나리오 작성에서부터 영상 편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하다(함경준·김선중·이호재·곽창욱, 2018). OTT 플랫폼의 글로벌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OTT 사업자 입장에서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번역과 자막의 자동화가 생성형 AI 기술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다양한 콘텐츠를 조합한 합성 미디어(Synthetic Media)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김영욱·권기범·하율·백상훈·이지은·박상완, 2023).

문제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들이 기술을 수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콘텐츠 제작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으로 인해 사업자가 감당할 수 있는 투자 규모도 한계가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테이셰이라(Teixeira, 2019/2019)가 지적한 것처럼 이용자는 돈, 시간, 노력이라는 자원의 제약을 받는 존재라는 것이다. 또한, 김용찬(2023)이 지적한 것처럼 현재의 미디어 환경은 기존의 매스미디어 환경과 동떨어진 단절적인 환경이 아니라 기존의 매스미디어 환경과 연속선상에 있는 '포스트 매스미디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기술의 진화가 수요 창출로 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작가조합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활성화는 고용 분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 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의 중 하나는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미디어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수용과 활용은 이와 같은 다양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수반되어야 한다.

3. 국내 미디어 시장의 약점: 기술 관점에서의 조망

21세기를 전후로 해서부터 국내 미디어 시장의 위상은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음악, 게임,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가 있다. 여기서는 국내 미디어 시장의 약점에 대해 영상 분야 중심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국내 미디어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내수 시장의 규모가 협소하다는 것에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한류가 담론화된 것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이고, 이 시기부터 콘텐츠 제작비는 국내 시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상승하게 된다. 국내 제작 투자의 한계를 보완해 준 것은 중국 자본과 넷플릭스의 투자였다. 외교적 문제로 인해 중국에서 투자받기가 어려워진 시점에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최대의 투자처이자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노창희, 2023). IP 확보 등의 문제가 있지만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는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도약하는 계기를 제공했다(이성민, 2023). 하지만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와 OTT 시장의 콘텐츠 수급 경쟁 등으로 인해 제작비가 상승하고 있어 국내에서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는 더욱 고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림2 국내 미디어 산업의 약점
국내 미디어 산업의 약점으로 협소한 내수 시장, 기술 분야의 상대적 열위, 법·제도, 인력의 문제점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산업이 가진 큰 문제 중 하나는 기술력이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경쟁력이 더 근본적인 이유일 수 있지만 국내 OTT 플랫폼들이 넷플릭스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국내 OTT 서비스들이 넷플릭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반적인 영상 기반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에 향후 영상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법·제도 역시 사업자들이 기술 관련된 투자를 하기에는 경직된 측면이 많다. 가령, 방송법의 경우 전송 방식에 의거하여 사업자를 정의하고 있어 자유로운 투자와 혁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융합과 디지털 대전환으로 인해 매체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가운데 법·제도가 환경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22년 6월에 도입된 '기술 중립 서비스 제공을 위한 특례'는 방송 사업자들이 기술적 혁신을 시도할 계기를 마련해준 의미 있는 제도 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에도 이와 같은 제도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영상 기술의 발전을 위한 지원 및 인력 양성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우수한 기술 인력이 부족하고 영상 분야 인력이 타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도 국내 미디어 산업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역량을 보유한 현장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이 필요한 기업과 더 나은 일자리를 원하는 인력 간 매칭 시스템도 부족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에서도 기술과 관련된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관계 부처 합동, 2022. 11. 18.).

정리하자면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우 콘텐츠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으나 콘텐츠 제작비 증가로 인해 국내에서 내실 있는 성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영상 산업의 기술 경쟁력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디어 영역에서 인공지능 활용과 접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국내 미디어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인공지능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4. 인공지능 시대 대응을 위한 국내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향

'인공지능'은 미디어 분야를 포함한 사회 전 분야의 키워드가 되어 가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미디어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콘텐츠 생산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 적절하지 않은 정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한영주, 2023. 3. 8.).

미디어 분야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대응은 우선 기술 지원 관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관계 부처 합동(2022. 11. 18.)으로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산업혁신 및 글로벌 전략>에 제시되어 있는 미디어 관련 지능화 기술 개발, 인공지능 등 ICT와 디지털 미디어 연계 발전 지원 등이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지원 금액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OTT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지원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최적화(Optimization)'를 자신을 표방하는 키워드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 등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내 사업자들은 현재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지만 생성형 AI가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 적절한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기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제작 영역에서 영상 품질을 높이고 제작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버추얼 프로덕션과 같은 영상 기술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현업 인력 재교육과 미래 인재 양성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미디어 분야의 빠른 기술 진화로 인해 현업 제작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영상 분야의 경우 기술 인력 이탈이 일어나고 있어 현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 분야 재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 등 미래 인재 양성 지원을 강화하여 인공지능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인공지능은 기술적 특징이지만 규범적, 제도적으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메타포로 읽을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방송을 포함한 국내 미디어법 체계는 융합, 디지털 대전환 등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많다.

큰 틀에서의 법·제도적 정비와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 각론에서의 규제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한 규제 개선 및 정책 수립 방향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며, 사업자들도 자율 규제 차원의 규범 수립 및 이에 대한 실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 플랫폼 주도의 미디어 환경이 구축되어 가면서 이용자들은 디지털 영역의 서비스가 가진 사회적 책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업자 스스로 이용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용자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자기 자신의 통제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술의 진화와 수용은 이용자가 받아들일 충분한 여건이 되었을 때 이뤄지지만 이미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가 너무 많다. 알고리즘 기반 추천 서비스 활성화 이후 알고리즘이 이용자를 기만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되어 왔고, 아직도 이와 관련된 논쟁에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역시 콘텐츠 생산 과정을 이용자가 상세하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 과정 및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 논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용자 스스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이용 능력 함양 및 지속적인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챗GPT로 인해 초래된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해서 기술의 변화와 더불어 시장의 반응과 이용자의 만족도를 동시에 고려하는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많은 신기술이 큰 주목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거둔 기술은 많지 않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지만 특정 기술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위험할 수 있다.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은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협소한 내수 시장,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여 있는 기술 경쟁력 등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촉발된 변화에 대응해 나가면서 국내 미디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구축 방향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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