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56호(5+6월)

본문

글로벌 리포트

프랑스 OTT Salto 종료의
원인과 시사점

이승엽(부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이트의 위치:

요약글

Netflix, Amazon Prime Video 등 미국 서비스에 의해서 OTT 시장이 점유된 프랑스에서 공영방송사 프랑스 텔레비지옹, 민영방송사 M6, TF1은 지난 2020년 10월에 'Salto' 라는 프랑스 토종 OTT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개시한 지 2년 반이 채 안 된 2023년 2월에 세 방송사는 Salto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본고에서는 Salto 서비스가 종료된 과정과 원인, 그리고 그것이 우리 OTT 시장에 제공하는 시사점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1. 실패로 끝난 프랑스 방송사들의 시도

Netflix는 프랑스에 2014년 9월 진출했다. 진출 초기에는 자국(프랑스)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지상파방송사에 밀려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Brennan, 2018), 2018년에 350만 명, 2020년에는 7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2020년 6월에 프랑스 OTT 시장에서 Netflix의 이용 점유율은 68%에 달했다(최지선, 2022). 동영상 콘텐츠를 주로 TV 방송으로 시청하던 프랑스 국민이 점차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프랑스 방송사들은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단순히 젊은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 행태가 변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거대 기업들에 의해 프랑스의 문화 주권이 위협받는 상황으로까지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 방송 시장의 사실상 과점 사업자였던 공영방송사 프랑스 텔레비지옹(France Télévisions)과 민영방송사 TF1, 그리고 또 다른 민영방송사 M6가 2018년에 Netflix에 대항할 OTT 서비스 합작회사(Joint Venture) 설립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프랑스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그 출시 시기가 지연된 이 서비스는 2020년 10월 20일에 'Salto(살토)'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프랑스의 Netflix'가 되겠다는 목표하에, 주주인 세 방송사의 인기 콘텐츠를 VoD로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이 20여 개의 실시간 채널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곽미성, 2021). 서비스 개시 3개월 만에 2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기존의 다른 OTT 서비스가 젊은 층 위주로 이용되고 있었던 것과 달리 이용자의 25%가 50세 이상이었고 80%가 수도인 파리 외 지역에 거주하는 이용자였다(Forbes, 2021). 그러나 세 방송사의 야심 찬 계획과 달리 Salto의 가입자 증가는 그 속도가 점차 더뎌졌다. 프랑스 문화부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Netflix의 프랑스 시장 내 점유율은 60.1%였으나, Salto의 점유율은 1.3%에 그쳤다. Salto의 점유율은 프랑스 내 미국 OTT 서비스인 Amazon Prime Video(15.5%), Disney+(11%)보다도 낮았지만, 다른 프랑스 자국 서비스인 Canal+(9.9%)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였다.

그러던 와중에 2021년 5월 17일, Salto의 두 주주인 TF1, M6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Salto는 본격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결국 여론 독과점과 광고 시장 장악을 우려한 규제 당국에 의해서 합병이 2022년 9월 최종 불승인되자, TF1과 M6는 Salto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였다. 2023년 1월 20일, 프랑스 텔레비지옹 이사회도 Salto에서 탈퇴하기로 최종 의결하면서 Salto는 2월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이로써 Netflix에 대항하고자 했던 프랑스 방송사들의 연합 OTT 서비스 실험은 실패로 끝이 난다. L'Informé에 따르면 서비스가 중단될 무렵 Salto는 월평균 600만 유로(한화 약 86억 1,500만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으며(News in France, 2023), Variety는 Salto가 연 8억 5,600만 유로(한화 약 1조 2,290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도 하였다.

그림1 Salto 서비스 종료1)
Salto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화면 이미지
  • 1) 화면 문구 해석 "안타깝게도 더 이상 Salto를 구독할 수 없습니다. 메이드 인 프랑스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열망과 열정을 우리와 공유해주신 모든 Salto 가입자에게 감사드립니다."

2. Salto 실패의 이유

Salto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지 않다. 자국 OTT 플랫폼 기업에 유리하지 않은 규제 환경, 공영방송사와 민영방송사의 협업 미흡, TF1과 M6의 합병 무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 미흡 등 프랑스 방송·미디어 시장과 관련해 다양한 관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본고에서는 아래의 3가지로 정리하였다.

2-1. 민영방송 합병의 무산

Salto의 서비스 중단에 대한 논의는 TF1과 M6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Canal+, OCS, Salto 등 프랑스 자국 OTT 서비스가 있음에도 미국 OTT 서비스에 시장이 상당 부분 점유된 상황에서 프랑스 기업들의 위기의식은 점차 커져갔다. 그래서 민영방송사인 TF1과 M6는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자 합병 계획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 두 민영방송사가 합병을 계획하게 된 이유는 그들의 말에 따르면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해서'였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으로 프랑스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는 Netflix, Amazon Prime Video, Disney+ 등과 경쟁하려면 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는 규제 당국(Autorité de la concurrence)과 Salto의 다른 주주인 프랑스 텔레비지옹 등의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규제 당국은 TF1과 M6의 합병으로 인해 광고 시장에서 일어날 독과점을 우려했다. 이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합병 기업의 TV 시청 점유율은 41%에 달할 것이며, 프랑스 방송 광고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었다(곽미성, 2021; 한정훈, 2022). 합병 계획 발표 이후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Salto에서 콘텐츠를 빼겠다고 위협했고, 합병이 승인될 경우 Salto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TF1과 M6는 만약 자신들의 합병이 승인되면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지분(33%)을 인수하여 합병 기업이 Salto의 모든 지분을 소유하고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더 공격적인 경영을 시도할 것이라고 하였다.

규제 당국은 합병 기업의 여론 독과점, 방송 광고 시장 장악 가능성을 이유로 두 기업에 조건을 제시하였고 이 중에는 두 기업의 일부 자산(방송 채널)을 매각하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The French Tech Journal, 2023).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 합병의 이점이 없다고 생각한 두 기업은 이 조건을 거절하였으며 결국 최종적으로 합병은 승인되지 않았다.

이후에 TF1, M6는 Salto를 매각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프랑스 텔레비지옹도 Salto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히게 된다.

2-2. 공영·민영방송 간 협업 미흡

Salto는 공영방송사와 민영방송사가 의기투합하여 Netflix를 비롯한 미국 OTT 서비스에 대한 대항마로 키우기 위해 만든 서비스였지만, 정작 서비스 확대를 위한 이들 기업 간에 협업은 미흡했다.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이미 자사의 무료 AVoD OTT 서비스인 France.tv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와 Salto를 같이 운영하는 상황에서 어느 하나에 전력을 다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공영방송사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과보다는 공익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 제공에 더 높은 가치를 둘 수밖에 없었다. Salto가 출시되기 이전에 이미 구조 조정을 통해 900명의 인원을 감축한 프랑스 텔레비지옹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매년 적자가 예상되는 Salto와 같은 프로젝트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었다.2)

이러한 상황은 TF1과 M6도 마찬가지였다. TF1은 오래전부터 자체 AVoD OTT 서비스인 MYTF1을 운영하고 있었고, M6는 6Play를 운영하고 있었다. TF1은 2021년 11월 MYTF1의 유료 가입자 버전인 MYTF1 Max를 출시하였으며 M6는 합병이 무산된 이후 2022년 10월에 6Play의 유료 가입자 버전인 6Play Max를 출시하였다.

2021년 5월 TF1과 M6의 합병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기존에 세 방송사의 지분이 각각33% 였던 것에서 66%(합병 기업):33%(프랑스 텔레비지옹)가 될 것을 우려하였다. 합병 계획 발표 이후 프랑스 텔레비지옹이 Salto 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는 의견을 밝힌 이유도 Salto에서 정상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세 방송사가 연합하여 하나의 OTT 서비스를 출시하였지만 이들 간에 시너지를 일으킬 정도의 협업 방안을 찾지 못하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도 Salto가 실패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2) 예를 들어, 2020년 12월 청문회에서 오드센 상원의원인 Roger Karoutchi는 프랑스 텔레비지옹이 공적 자금을 적자가 예상되는 Salto 프로젝트에 투입할 게 아니라 교육적이고 문화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Forbes, 2021)

2-3.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의 부족

앞에서 설명한 이유들보다 Salto가 실패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 서비스의 가입자가 좀처럼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Salto가 처음 의도했던 대로 '프랑스의 Netflix'가 되었다면 세 방송사의 전략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Salto의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은 것은 Salto에서 제공한 콘텐츠 때문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Salto는 초기에 상당 부분 프랑스어로 제작된 콘텐츠를 제공하였으며 이것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인들에게는 적합한 서비스 전략으로 생각되었다. 그림 2에 따르면 Salto는 프랑스 SVoD 시장에서 세 번째로 큰 콘텐츠 타이틀 수와 현지에서 제작된 가장 많은 타이틀 수를 자랑했는데, 이는 현지 경쟁사인 OCS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Netflix 등 미국의 VoD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프랑스 이용자들도 많은 예산이 투입된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콘텐츠에 대해 선호를 갖게 되었다. Ampere Analytics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3분기를 기준으로 프랑스 인터넷 이용자의 60%만이 정기적으로 자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75%는 미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Ampere Analysis, 2023). 그리고 프랑스어로 된 자국 콘텐츠는 이미 TV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OTT 서비스로 이를 이용할 필요도 별로 없었다.

그림2 프랑스에서 서비스되는 SVoD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타이틀 수
토니 홀 사진

출처: Ampere Analytics

따라서 TV 또는 다른 OTT 서비스를 통해서도 볼 수 없는 콘텐츠, 즉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경쟁력을 올려야 했지만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 Les Echos는 Salto의 주주인 세 방송사가 서비스 출시 초기에 2억 5,000만 유로(한화 약 3,590억 원)를 투자하기로 계획하였고, Le Figaro는 실제 세 방송사가 3년간 1억 3,500만 유로(한화 약 1,938억 원)를 투자했다고 하였다. 이는 경쟁사인 Netflix가 1년에 투자하는 170억 달러(한화 약 22조 5,800억 원)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며, 프랑스 콘텐츠 제작에 매년 투자하기로 한 2억 2,500만 유로(한화 약 3,231억 원)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결국 충분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갖추지 못한 Salto는 자국 내에서 Netflix와 Amazon Prime Video 가입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3. Netflix의 성장과 Salto 종료가 주는 시사점

3-1. Netflix의 성장과 Salto의 실패

Netflix는 미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지로 진출 및 확대하였다. 자국 시장 효과(Home Market Effect) 이론에 따르면, 자국 미디어 시장의 규모가 크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는 콘텐츠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게 가능하여 콘텐츠 제작에 많은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높은 제작비로 제작된 콘텐츠는 높은 대중성으로 소구력을 갖게 되고 해외 미디어 교역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Hoskins & Mirus, 1988; Waterman & Rogers, 1994; 이승찬·지성욱, 2023; 정윤경, 2022).

그러나 한 국가의 콘텐츠 서비스가 해외로 진출될 때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 문화적 할인(Cultural Distance)이다. 문화적 할인이란 한 나라의 콘텐츠가 다른 나라 또는 문화권으로 수출될 때 원산지보다 더 가치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Netflix는 해외로 진출하면서 문화적 할인의 해결을 위해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사용했다. 하나는 2010년부터 해외 진출을 시작하면서 문화적 차이가 비교적 적은 캐나다, 남미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는 2016년이 되어서야 진출을 했고 7년에 걸쳐 190개국에 진출하게 된다(Brennan, 2018). 또 다른 하나는 각국에 진출할 때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당 국가에서 많이 소비될 만한 자국 또는 동일 문화권의 콘텐츠를 제작·수급하여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은 미국 OTT 서비스가 문화적 할인을 비교적 적게 겪고 각국에 안착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넷플릭스 메인 화면 사진

자국 시장 효과 이론은 자국 시장의 규모가 큰 미국의 OTT 서비스들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원인을 설명해줄 수 있다.3)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에서 문화적 할인이 비교적 낮은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더욱 유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OTT 서비스의 타겟 시장이 자국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 된다면, 투자비 회수에 대한 가능성은 더욱 증가하여 콘텐츠 제작에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는 양(+)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결국 OTT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한 소구력을 높이고 더욱 많은 해외 이용자들이 OTT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림 3은 Netflix와 같은 미국 OTT 서비스가 다른 국가의 OTT 서비스와 비교하여 더 막대한 자금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게 된 이유를 도식적으로 나타낸 그림이다.

그림3 미국 OTT 서비스가 해외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이유
미국 OTT 서비스가 해외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이유

이러한 상황에서, Netflix가 진출한 국가의 자국 OTT 서비스들이 Netflix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타겟 시장이 비교적 협소한 자국 OTT 서비스들은 아무리 무리를 해서 콘텐츠 제작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그 규모가 Netflix에 비해 턱없이 적을 수밖에 없다. Netflix의 경쟁자가 되기 위해 가능한 선에서 많은 예산을 무리하게 투입하여 적자를 겪으면서도, 가입자가 Netflix처럼 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그림 4는 유럽에서 Netflix 등 미국 OTT 서비스와 자국 OTT 서비스의 가입자 수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4 유럽 주요국의 VoD OTT 서비스 가입자 수 (단위 : 백만 명)
유럽 주요국의 VoD OTT 서비스 가입자 수

출처: Financial Times, 2021

  • 3) 자국 시장 효과를 적용한 기존 연구들은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의 교역에 관한 사례를 다루고 있으며, 저자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자국 시장 효과를 OTT 서비스(플랫폼)에 적용한 연구는 아직 없다. OTT 서비스에 자국 시장 효과가 적용되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학술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자국 시장 효과 이론의 논리 일부를 사용하여 현재 미국 OTT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였다.

3-2. 우리나라의 상황

우리나라의 자국 OTT 서비스들을 Salto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Salto와 유사한 서비스로는 지상파 3사와 SKT가 연합하여 설립한 웨이브(Wavve)가 있지만 자국 내 시장점유율이 Salto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국내의 다른 자국 OTT 서비스들도 비록 Netflix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기업의 경영 성과는 그렇지 못하다. 2022년 한 해 Netflix는 매출액 316억 1,600만 달러, 영업이익 56억 3,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만 거둔 성과는 매출액 7,733억 원에 영업이익 143억 원이었다. 반면에 국내 OTT 서비스 중에 웨이브는 매출액 2,735억 원에 영업손실 1,217억 원을, 티빙은 매출액 2,476억 원에 영업손실 1,192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영업손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웨이브의 영업손실은 2020년 169억 원, 2021년 558억 원, 2022년 1,217억 원으로 점차 증가하였으며 티빙의 영업손실도 같은 기간에 각각 61억 원, 762억 원, 1,192억 원이었다(CEO스코어데일리, 2023).

글로벌 시장을 타겟 시장으로 설정하게 된 Netflix 등 미국 OTT 서비스들은 투자비 회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예산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할 수 있고 점차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좁은 내수 시장에서 미국 OTT 서비스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OTT 서비스들은 무리해서 콘텐츠 제작비를 투입하지만, 그 규모도 그들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가입자를 늘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국내 토종 OTT 서비스들의 상황이 결코 프랑스의 자국 OTT 서비스나 Salto보다 더 낫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림5 국내 주요 OTT 서비스의 영업이익(손실) 추이 (단위 : 억 원)
국내 주요 OTT 서비스의 영업이익(손실) 추이

4. 결론

프랑스의 방송사가 연합하여 설립한 Salto의 실패는 Netflix 등 미국 OTT 서비스가 진출한 유럽 시장에서 자국(토종) OTT 서비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타겟 시장이 이미 글로벌 시장이 되어버린 Netflix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토종 OTT 사업자들이 노력하고는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와 같이 문화적 자부심이 강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라고 해도 미국 OTT 서비스의 진출과 시장 잠식을 막는 대항마가 나오는 사례는 많지 않다. 걱정할 점은 자국 OTT 서비스들의 이러한 상황이 Netflix 등 미국 OTT 기업이 어떤 요인으로 인해 침체를 겪지 않는다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Netflix와 같은 미국 OTT 서비스가 진출하여 국내 영상콘텐츠 제작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OTT 플랫폼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국내 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국내 OTT 플랫폼에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라고 종용하는 것도 문화적 할인을 극복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으로 추가적인 예산을 들여야 하는 그들의 사정을 간과한 조언일 수 있다. 국내 OTT 플랫폼 기업들의 상당수가 대기업이라고 해서 정부에서 제도적 지원을 주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OTT 플랫폼이 프랑스의 Salto 처럼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고 한류 콘텐츠를 해외에 유통할 통로로서 역할을 하기 바란다면, 때가 늦기 전에 대책을 찾아 실행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