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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캐릭터 2.0: 버추얼 엔터의 진화정책적 시사점

강신규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 책임연구위원

그동안 디지털 게임,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환경에서 흔히 활용돼 왔던 버추얼 캐릭터는 주변 환경이나 다른 캐릭터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 그래픽, 네트워크,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의 발전 및 적용, 그리고 무엇보다
이용자 일상에의 빠른 침투와 함께, 이전보다 더 실감 나고 능력 있는 새로운 세대의 버추얼 캐릭터들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최근의 버추얼 캐릭터들이 기존 캐릭터들과의 비교 속에서 갖는 차별점은 무엇인지, 그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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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추얼 캐릭터 2.0: 버추얼 엔터의 진화와 정책적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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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디지털 게임,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환경에서 흔히 활용돼 왔던 버추얼 캐릭터는 주변 환경이나 다른 캐릭터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 그래픽, 네트워크,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의 발전 및 적용, 그리고 무엇보다 이용자 일상에의 빠른 침투와 함께, 이전보다 더 실감 나고 능력 있는 새로운 세대의 버추얼 캐릭터들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최근의 버추얼 캐릭터들이 기존 캐릭터들과의 비교 속에서 갖는 차별점은 무엇인지, 그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실감(공간구현)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하 ‘엔터 산업’)과 결합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면적도 넓어지고 있다. 그 결과물 가운데서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가상공간에 물리적으로 구현되면서, 만든 사람이나 컨트롤하는 사람에게 일종의 대리인이 되는 ‘버추얼 캐릭터’는 단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원래 디지털 게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및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 환경에서 흔히 활용돼 왔던 버추얼 캐릭터는, 주변 환경이나 다른 캐릭터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 그래픽, 네트워크,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나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이하 ‘ML’)과 같은 기술의 발전 및 적용, 그리고 무엇보다 이용자 일상에의 빠른 침투와 함께, 이전보다 더 실감 나고 능력 있는 새로운 세대의 버추얼 캐릭터들이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버추얼 캐릭터들이 기존의 버추얼 캐릭터들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주된 요소들은 무엇인지, 그래서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새로운 양상들

1-1. 버추얼 아이돌

엔터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버추얼 캐릭터 중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버추얼 아이돌이다. 2024년 3월 9일(토)은 한국 아이돌 역사에서 영원히 기록될 날이다. MBC <쇼! 음악중심>에서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웨이 포 러브(WAY 4 LUV)’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아이돌 그룹의 1위 차지야 새로울 일이 전혀 아니지만, 플레이브의 1위가 의미가 있었던 것은 플레이브가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플레이브는 2023년 버추얼 보이그룹으로서는 최초로 ‘멜론의 전당’과 멜론차트 TOP100에 입성하고, ‘KM차트 2023 3시즌 베스트 어워즈(KMCHART 2023 3rd Season Best Awards)’ 베스트 루키상을 시작으로 2024년 5월까지 국내 주요 음악 시상식에서 5개 상을 수상하는 등 그동안 버추얼 아이돌들이 세워왔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 제작사 블래스트는 2024년 7월에는 제작사 블래스트(VLAST)가 하이브(HYBE) 재팬과 협약을 체결해, 일본 시장 진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5).

한국 버추얼 아이돌의 기원이 1998년 사이버가수 ‘아담’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이후 ‘나스카’(2001년), ‘시유’(2012년), ‘K/DA’(2018년), ‘이터니티’(2021년) 등 그동안 많은 버추얼 아이돌이 꾸준히 데뷔 해왔음에도 플레이브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거나 그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플레이브가 가진 차별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무엇보다 플레이브는 실제 아이돌 그룹과 마찬가지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며, 각종 부대활동을 펼친다. 그간의 버추얼 아이돌들이 앨범을 내고 사전에 제작된 영상을 중심으로 뮤직비디오 정도에만 출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릴레이 댄스 콘텐츠나 숏폼 챌린지에 참여하며, 앨범 발매 후 영상통화 이벤트를 진행함은 물론이고, 유튜브(YouTube)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심지어 2024년 4월 13~14일에는 서울 올림픽홀에서 단독 팬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제 인간의 개입에 기인한다. 그간 등장했던 버추얼 아이돌들은 대체로 해당 아이돌을 연기하고 노래를 불렀던 실제 인간과 거리를 둔 채 가상 속 영상으로 재현돼 왔다. 하지만 플레이브는 각각의 버추얼 캐릭터 멤버를 실제 한 명씩의 인간과 연결하고, 모션 트래킹과 실시간 랜더링 기술을 통해 실제 인간의 목소리와 동작을 구현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를 통해 버추얼 아이돌의 가장 큰 맹점으로 꼽히던 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 실제 아이돌 그룹이 참여하는 콘텐츠, 행사부터 콘서트까지 한계 없이 소화하면서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팬들의 심리적 허들을 낮춘다. 버추얼 캐릭터 자체에 열광하는 팬들도 상당수인데다, 플레이브 뒤에 있는 인간의 존재가 ‘실물의 부재’에 대한 거리감을 줄여 복합적인 매력을 갖게 만든다.

플레이브의 성공은 하이브가 인수한 AI 오디오 기술기업 수퍼톤에서 제작한 걸그룹 신디에잇(SYNDI8), 걸그룹 에스파(æspa)의 세계관에 등장했던 가상 캐릭터가 데뷔한 형태를 띠는 SM엔터테인먼트의 나이비스(nævis) 등 후속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버추얼 아이돌들이 열어갈 시대가 어떤 모습을 띨지 귀추가 주목된다.

1-2. 버추얼 아나운서

2024년 3월 제주도 대변인실에 신입 아나운서 한 명이 입사했다. 이름은 제이나로, 매주 1회 AI가 정리한 제주도정 소식을 전하는 버추얼 아나운서다. 제이나(J-NA)라는 이름 역시 제주(Jeju), 뉴스(News), AI의 알파벳 머릿글자를 하나씩 따온 것이다. 제이나가 전하는 뉴스의 제작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제주도 대변인실이 작성한 보도자료를 챗GPT에게 주고 “방송뉴스에 맞게 바꿔달라”고 명령한다. ② 챗GPT가 쓴 방송뉴스 대본을 대변인실 직원들이 읽고 오타나 비문 등을 확인해 수정한다. ③ 최종 완성된 대본을 AI 생성 프로그램에 입력해, AI 아나운서 제이나가 읽게 한다. ④ 이렇게 출력된 영상과 음성에 자막을 달고 편집하면, 주간 제주도정 영상 뉴스가 완성된다1).

그림1 제주도의 버추얼 아나운서 제이나
제주도의 버추얼 아나운서 제이나
출처민소영(2024. 3. 13).

버추얼 캐릭터가 뉴스를 전하는 경우 역시 제이나가 처음은 아니다. 2020년 국내 방송사 중 최초로 MBN에서 AI 김주하 앵커가 등장했다. 지금까지도 AI 김주하 앵커는 저녁 7시 메인뉴스 전 1분 남짓의 주요 뉴스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뉴스는 버추얼 캐릭터가 아닌 사람 김주하가 진행한다. AI 김주하 앵커와 버추얼 아나운서 제이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가 기존 앵커의 일 중 가장 짧고 간단하다 할 수 있는 업무 일부를 맡은 것인데 반해, 후자는 주 1회라고는 해도 도정뉴스 전체를 진행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4). 전자가 실제 인물을 토대로 함으로써 실제 인물-캐릭터 간 존재론적 관계를 맺는다면, 후자는 완전히 새롭게 구성되는 버추얼 캐릭터라는 점도 중요한 차이라 하겠다.

1-3. AI 프로듀서와 출연자

AI 프로듀서(이하 ‘PD’)의 등장도 특기할 만하다. 2024년 2월 27일부터 3월 12일까지 3부작으로 방영된 MBC <PD가 사라졌다!>는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진 ‘M파고’가 MBC 입사 후 예능 PD가 되어 직접 프로그램을 연출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M파고는 캐스팅부터 연출까지 직접 진행을 하면서 한 편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간다. 여느 서바이벌에서 봐왔던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게임들도 진행한다. 처음 보는 미션과 명확하지 않은 게임 진행방식에 출연진은 불만을 제기하지만, M파고는 소통능력과 융통성이 부족하다. 출연료 산정기준도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낯설다. 촬영본을 실시간으로 편집하면서 등장 분량에 따라 출연자의 출연료를 차등 지급하는 식이다3).

M파고는 출연진의 행태와 특성을 빠르게 학습하고, 그 입력 값에 맞춰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2부에서 성격이 권위적이면서 단호하게 바뀌는데, 그것이 출연진을 가장 잘 통제할 수 있다고 학습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PD가 사라졌다!>는 방송 프로그램의 가장 주축이 되는 기획·창작 주체로 여겨져왔던 PD를 AI화 그리고 버추얼화한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아직은 스크린 안에 갇혀 있는 존재이지만, AI PD는 창의적인 기획 아이디어를 낼 줄 알고 학습과 진화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나갈지 궁금함을 자아낸다.

그림2 MBC <PD가 사라졌다!>(좌)와 KBS 2TV <김이나의 비인칭시점>(우)
MBC <PD가 사라졌다!>(좌)와 KBS 2TV <김이나의 비인칭시점>(우)
출처각 방송사 홈페이지.

2024년 3월 14일부터 5월 9일까지 9부작으로 방영된 KBS 2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이나의 비인칭시점>도 AI와 버추얼 캐릭터를 잘 융합해 활용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작사가 김이나가 생성형 AI와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버추얼 캐릭터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의과대학 입시 열풍부터 스토킹 살인사건, 소극장 학전이 33년 만에 문을 닫게 된 이야기까지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프로그램은 AI를 활용한 음성복원, 얼굴 디에이징(배우들을 실제보다 젊어 보이게 하는 특수효과) 기술, TTS(음성합성 기술 등을 통해 사람의 목소리를 구현해 내는 것) 등을 곳곳에 활용해 볼거리를 더했다3).

여전히 긴 호흡의 프로그램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동안 단편적으로 버추얼 캐릭터를 등장시켰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기술들과 접목해, 여러 회에 걸친 프로그램에 버추얼 캐릭터를 프로그램 기획의도나 주제와 부합하는 중요한 역할로 등장시키는 것이 최근 방송가의 버추얼 캐릭터 활용 트렌드라 하겠다. 방송가에서 버추얼 캐릭터의 활용 영역 확대는 이미 시작됐고, 그 속도는 눈에 띄게 빠르다. 아직 굉장히 많은 관심까지는 얻고 있지 못하지만, 머지않아 완전히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츠의 주역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1-4. 기타

그 밖에도 버추얼 캐릭터는 디지털 고객 서비스 제공자, 버추얼 어시스턴트, 버추얼 가이드, 버추얼 대변인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먼저, 디지털 고객 서비스 제공 캐릭터로 제작, 대형 스크린이나 웹 페이지가 있는 올인원 머신에 이식돼 이용자에게 Q&A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버추얼 어시스턴트는 음악 재생, 날씨 조회, 채팅 등 디지털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사물인터넷(IoT) 하드웨어, 휴대폰 앱, 차량 장치 및 기타 장치에 이식하여 이용자에게 편리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버추얼 캐릭터는 관광지 안내, 조회 및 기타 서비스가 필요한 관광 앱이나 프로그램에서 디지털 가이드로 변신, 관광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설명이나 기타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끔 해준다.

버추얼 대변인은 특정 기업의 대변이나 기업문화 홍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고객이나 대중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는 캐릭터를 의미한다7). 이렇게 활용되는 버추얼 캐릭터들은 AI 음성 서비스와 접목해 필요한 상황에서 적시에 적절한 답변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더욱 친근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서비스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다. 활용하는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제품의 신뢰도와 가치를 높이며, 버추얼 캐릭터 활용 자체만으로도 젊으면서 기술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가는 데 도움이 된다.

2. 버추얼 캐릭터 2.0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

그렇다면 새로운 버추얼 캐릭터의 등장과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관련 기술의 발전이다. 버추얼 캐릭터 제작을 위해서는 3D 모델링, 애니메이션, 텍스트 음성 변환, AI, ML 등을 비롯한 첨단기술과 전문지식이 정교하게 결합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결합해야 창의적인 버추얼 캐릭터, 그리고 버추얼 캐릭터가 매개하는 매력적인 상호작용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새로운 버추얼 캐릭터 시대에는 관련 기술들의 발전으로 캐릭터들이 더욱 현실감 있고 몰입감 있게 진화하여, 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필수적인 언어적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몸짓, 표정 등과 같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까지도 활발히 이뤄지게끔 만든다. 이를 통해 실제 대화와 유사하거나, 때로는 실제 대화를 뛰어넘는 더욱 풍부하면서도 미묘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7). 버추얼 캐릭터 2.0 시대에 요구되는 기술적 차원의 요소를 보다 세분화하면 표1과 같다.

표1 버추얼 캐릭터 2.0 시대에 요구되는 기술적 차원의 요소
버추얼 캐릭터 2.0 시대에 요구되는 기술적 차원의 요소 - 구분, 내용의 정보를 제공
구분 내용
현실적인 외형과 동작
  • 사실적이면서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요구됨
  • 인간의 신체와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는 기본이며, 버추얼 캐릭터의 피부, 머리카락, 골격, 근육, 의상 등을 세심하면서도 아름답게 구성하고 디자인해야 다양한 곳에 활용 가능한 실감 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음
물리 기반 알고리즘의 통합
  • 실제와 같은 버추얼 캐릭터 제작을 위해서는 캐릭터의 동작, 행동, 물리학의 기술적 측면을 뒷받침하는 수학적 알고리즘, AI 기술, 물리 시뮬레이션 등을 복잡하게 조합해야 함
말과 감정에 대한 이해
  • 인지 아키텍처는 버추얼 캐릭터 행동 모델링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인간과 유사한 인지과정을 에뮬레이션하기 위해 다양한 AI 기술을 통합함
  • 감정 모델은 캐릭터가 감정을 사실적·매력적으로 표현하고 반응할 수 있게 함으로써 버추얼 캐릭터의 행동을 더욱 고차원적인 것으로 만듦
  • 감정과 감정 분석은 가상의 존재가 실제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에 반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버추얼 캐릭터 설정에 있어 필수 요소라 할 수 있음
이용자 친화적 상호작용
  • AI와 ML 기술은 버추얼 캐릭터의 언어 이해, 감정 인식, 문제 해결능력, 뛰어난 의사결정 능력을 강화해 전반적인 기능과 이용자 상호작용을 향상
  • 음성 기술은 음조, 톤, 리듬 등 사람 언어의 미묘한 부분을 포착하는 ML 알고리즘을 사용해 음성을 합성하고 연결하여 음성을 생성
출처REPLY(2023. 6).

둘째, 더 높은 수준의 맞춤화를 통한 이용자 중심의 경험 강화다. 이제 버추얼 캐릭터는 기존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웠던 감정적 연결을 제공해 준다. AI 기반의 자연어 처리와 감정 분석을 활용한 버추얼 캐릭터의 경우, 이용자가 입력한 언어를 분석하고 감정에 반응함으로써 더욱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이러한 이성+감성적 참여는 플랫폼-이용자 간 유대감을 강화함으로써 이용자 만족도와 충성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버추얼 캐릭터와 그들이 활동하는 가상세계는 단순히 실제 인간과 물리적 세계를 재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차세대 소셜 미디어 세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표현양식을 만들어내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갈 가능성을 지닌다7). 그런 점에서 버추얼 캐릭터들이 활동하는 디지털 공간은, 기술 분야에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한 부분들을 현실화하는 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셋째, 친근함에 기반한 우리 일상에의 빠른 침투속도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술의 자연스러움은 기술 적용의 결과물에 대한 친근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기술의 부자연스러움 혹은 불완전성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재현물로서 버추얼 캐릭터는 그 자체로 완결되지 않으며, 이용자로 하여금 그 빈 곳을 비집고 들어오게끔 만드는 측면이 있다. 물론 현실의 인물들도 그렇다. 가령 현실 아이돌의 경우 무대 바깥 일상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나, 불완전한 상태에서 성장하는 서사를 만들거나, 그룹명을 공모하는 등 이용자에게 참여의 여지를 주는 방식으로 일부를 열어젖히는 텍스트다.

하지만 플레이브같은 경우 존재(디지털 신체) 자체와 불완전한 기술이 오히려 이용자에게 재미를 주고 참여할 여지를 남기는 사례라 하겠다. 갑작스럽게 기술적으로 동기화 오류가 발생했을 때, 멤버들은 가지각색 엉뚱한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한쪽 다리 때문에 난감해하다가, 본의 아니게 옆에 앉은 멤버의 얼굴을 걷어차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고, 춤을 추다 손이나 목이 꺾이는 광경이 펼쳐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멤버들은 농담으로 받아치거나, 오류 난 멤버의 신체를 엉뚱한 자세로 가려주는 등의 유연한 대처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2). 포털 사이트나 유튜브에서 ‘플레이브 오류’라고 검색하면 관련 사례들을 모아놓은 콘텐츠가 수두룩하다. 이는 소위 ‘사람 냄새 나는 기술’이 불쾌한 골짜기로의 진입을 막고 팬들로 하여금 친근감이 들게끔 만드는 사례로 이해 가능하다. 기술적 오류가 곧 콘텐츠가 되는 셈이기도 하다.

3. 우려점들

기술적 오류가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경우가 있다 해도, 기술적 오류와 한계는 갈수록 줄어들고, 버추얼 캐릭터 생산과 활용 주체는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버추얼 캐릭터를 둘러싼 고민거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첫째, 보다 실질적인 창작자들의 일자리 위협이다. 앞서 살펴본 버추얼 아나운서와 AI PD의 사례는 단순히 일자리의 대체만이 아니라 뉴스 진행자나 프로그램 제작 주체 역할의 변화까지 여러 이슈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자신의 업무를 분담·지원하는 것과 대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가 노동자 입장에서 보다 새로우면서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기술 자체가 노동자가 되는 문제와 관련된다.

둘째, 그림자노동 이슈다. 현실 아이돌은 각종 구설수와 사건사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살아 숨 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로 인한 멤버의 일탈이나 이탈이 매니지먼트 차원에서는 리스크가 된다. 메이크업을 하거나, 악플에 대처하거나, 사생활 이슈에 따른 위험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버추얼 캐릭터는 그런 점에서 강점을 갖는 존재처럼 산업계에 폭넓게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매니지먼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대부분 차단한다고 해서 그들이 완결무결한 존재일 수는 없다.
버추얼 캐릭터는 쉬지 않고 항상 일할 수 있다. 늙지도 않는다. 현실의 인간보다 성실하며, 그들의 노동은 무한하다. 하지만 그들이 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뒤에서 노동하는 현실의 인간들이 필요하다. 가령, 버추얼 아이돌이 무슨 활동이든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들의 행동과 목소리를 현실세계 누군가 만들어야 한다. 모션 트래킹 기술에 기반해, 무대 뒤에서 직접 멤버들의 행동을 취하고 목소리를 내며 노래 불러야 하는 플레이브는 말할 것도 없다. 2024년 3월에는 멤버 예준이 성대결절 진단을 받고 활동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플레이브처럼 버추얼 캐릭터의 실질적인 활동에 현실의 인간이 더 많은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인해, 버추얼 캐릭터 뒤 현실 인간의 매니지먼트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해진다. 버추얼 캐릭터의 양상이 다양해질수록, 그림자노동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림자노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한 대책 마련도 이뤄져야 한다.

셋째, 플레이브처럼 현실 멤버들이 존재하는 경우, 버추얼 캐릭터와 현실 멤버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문제도 있다. 가령 블라스트가 플레이브 캐릭터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 가정할 때, 현실 멤버들의 계약이 해지되거나 종료되면 어떻게 될까? 현실 멤버들의 참여 없이 캐릭터의 소유권만이 회사에 남을까? 그리고 더 이상 현역이 아닌 현실 멤버와 달리, 이후에도 캐릭터를 활용한 2차 창작물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면?

넷째, 특히 생성형 AI의 힘을 악의적으로 이용할 위험은 AI 기반 버추얼 캐릭터의 개발과 함께 확인되고 또 확대되고 있다. 초현실적 이미지, 동영상, 오디오, 문자를 생성해 현실과 인공의 경계를 효과적으로 모호하게 만드는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은 마니아, 크리에이터,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텐센트 클라우드는 2023년 3분 분량의 라이브 영상과 실제 사람의 100개 음성 문장을 이용해, 고화질 버추얼 캐릭터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했다. 이 소식을 보도한 더 레지스터는 이를 ‘서비스형 딥페이크’로 명명하기도 했다6).

버추얼 캐릭터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자와 합성 미디어 간의 상호작용 수준을 증가시켜,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증폭시킬 수 있다. 가령, 허위정보를 확산시켜 개인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또, 딥페이크 포르노와 같이 개인의 초상을 무단으로 이용할 여지를 줌으로써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7).

엔터 산업에서 빠르게 채택하고 있는 버추얼 캐릭터 모델은, 현존하는 논의들이 그와 관련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이슈들을 해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디지털 실감 기술이나 엔터 산업이 야기할 수 있는 논란과 긍정적이지 못한 이슈들의 최전선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더욱이 새로운 버추얼 캐릭터들의 성공과 진화가 앞으로 유사 캐릭터들의 본격적인 등장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논의할 가치가 있다.

4. 시사점

최근 기술의 빠른 성장과 이용자 일상에의 깊은 침투로 업계와 이용자 모두에게 풍부한 가능성을 창출할 버추얼 캐릭터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주요 기술기업들이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는 혁신적인 스타트업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 새로운 기술 탐색과 인간-기술 사이의 인터페이스 개선, 이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 개발에의 집중 투자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버추얼 캐릭터가 갖는 양가성은 혁신을 통한 놀라운 기회와 함께 심각한 사회적·윤리적 도전과제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데 있다. 버추얼 캐릭터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법 마련을 위해서는 정부, 업계, 학계, 시민사회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그림자노동이 야기하는 노동의 그림자, 지식재산권, 개인정보 보호 등 버추얼 캐릭터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정책 마련이 급선무다. 버추얼 캐릭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잘못된 개인정보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연구와 교육에의 투자는 향후 성숙한 버추얼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바, 정부·업계·학계·시민사회 모두의 관심이 요청된다.

우려점들에 대한 대비책만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버추얼 캐릭터의 잠재력이 빠르게 확장됨에 따라, 이제 정부·업계·학계는 기술 발전 양상, 진화하는 사례, 이용자 관심의 성숙도 등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실험적인 문화를 채택하고 혁신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업계가 버추얼 캐릭터의 혁신적인 힘을 활용해 성장하고 효율성과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 역시 매우 강조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