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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스튜디오
“기획개발부터 후반작업까지 콘텐츠 올인원

박종진전자신문 기자

  • FEATURED INTERVIEW
  • 덱스터스튜디오 “기획개발부터 후반작업까지 콘텐츠 올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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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방송영상콘텐츠 시청률·흥행 보증을 위해 콘텐츠 기획 및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미디어 기술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 시대다. 영화감독, 드라마 프로듀서(PD)·작가와 함께 콘텐츠 기획부터 공개까지 전체 과정에 참여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시각특수효과(VFX) 등 포스트 프로덕션 전반을 주도하는 슈퍼바이저다.

VFX는 특수영상이나 시각효과를 의미한다. 영화·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에 적용되는 영상제작기법 중 현장에서 촬영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KBS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흥화진 전투와 귀주대첩 등 수십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전쟁 장면,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주인공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눈·비가 내리거나 화창한 날씨와 자연스러운 헬기 장면, 영화 <파묘>에 등장하는 오니와 불의 디자인 등 기묘한 오컬트 분위기, 영화 <서울의 봄> 속 실감 나는 1979년 배경 등 최근 흥행 드라마·영화의 주요 장면 모두 VFX와 디지털 색보정(DI) 등 미디어 기술 활용으로 완성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VFX 시장은 연평균 약 13%씩 성장해 2027년 11조 7,500억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차세대 미디어 기술로 평가되는 버추얼 프로덕션(VP) 세계 시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참여한 ‘디지털미디어콘텐츠진흥포럼’ 2022년 발표에 따르면 매년 14.3%씩 성장, 2026년 4조 3,0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VP는 실사 이미지와 가상 이미지를 실시간 결합하는 새로운 작업 방식이다.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에서는 대형 미디어 월(Wall)과 특수 카메라 등을 통해 최종 화면을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차세대 제작·촬영 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촬영 과정에서 보다 생생한 현실감을 확보하고 유연한 연출이 가능하다. 컴퓨터그래픽(CG) 합성을 최소화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배우에게는 생생한 현장 속에 몰입을 극대화하는 강점이 있다. 일회성 세트를 짓고 부수는 일을 반복하지 않아도 돼 미디어·콘텐츠 업계의 ESG(환경·사회·투명)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 방송사와 티빙·웨이브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방송콘텐츠와 한국 영화는 물론,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K-콘텐츠 제작까지도 우리나라 미디어 기술 기업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VFX·VP 시장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고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1 영화 <신과 함께> 스틸컷
영화 <신과 함께> 스틸컷
출처덱스터스튜디오

2. VFX 기반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덱스터스튜디오’

덱스터스튜디오는 2011년 영화 <미스터 고> 메인 캐릭터인 대형 고릴라 제작을 위해 국내 시각특수효과(VFX) 1세대 슈퍼바이저들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했고 수준 높은 디지털 털(fur)를 구현하기 위해 제작프로그램 질로스(Zelos)를 자체 개발했다. 당시 자국 CG 기술로 할리우드 예산보다 대폭 절감된 120억 원대로 고릴라 제작까지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실력을 인정받아 한국 특수효과 기업 최초로 할리우드 최고 VFX 학술 컨퍼런스 ‘DIGIPRO 2013’ 메인스트림을 장식하게 된다.

당시 픽사, 디즈니, 드림웍스, 리듬앤휴즈(나니아 연대기, 라이프 오브 파이 등), 이미지 엔진(디스트릭트 9, 왕좌의 게임 등), 웨타 스튜디오(반지의 제왕 등)에서 제출한 논문들을 제치고 콘퍼런스 대표 작품으로 주목받아 화제를 모았다. 이후 Zelos를 개선한 인하우스 툴 소프트웨어 'ZENN'을 개발했고 2017년 한국 VFX 역사상 최초로 ‘SIGGRAPH 2017’에 초청돼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디지털 크리처와 환경요소 구현을 선보였고 글로벌 제작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2024년 상반기 기준 본사와 자회사 6개가 연결된 그룹사로 성장했다. 덱스터 본사 임직원만 330여 명에 이르고, 그중 약 200여 명의 VFX 아티스트가 재직 중이다. 콘텐츠 기획개발, 제작, 후반작업, 색보정, 음향까지 올인원 시스템을 갖춘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했다. 제작관리본부·VFX본부·VP본부·DI본부·사업개발본부·실감콘텐츠사업 본부와 경영관리본부·R&D연구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감콘텐츠, AR·VR·XR, 메타버스 등 신기술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표1 덱스터스튜디오 주요 사업 부서 및 내용
덱스터스튜디오 주요 사업 부서 및 내용 - 부서, 사업 내용의 정보를 제공
부서 사업 내용
R&D연구소 VFX R&D 연구 및 소프트웨어 분석, 신기술 적용 등
VFX 및제작관리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시각특수효과(VFX) 제공, 스토리 구성간 컨셉 비주얼 설계, 영화 작업 가이드라인 제공, 촬영 전 설계 및 시뮬레이션 제공, 작품 납품 스케줄 관리
VP 차세대 콘텐츠 제작 시스템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D1’ 운영
DI 영화, 드라마의 On-set DIT부터 디지털 색보정(Digital intermediate) 제공
사업개발 미디어 공간 전시 등 오프라인 뉴미디어 콘텐츠 기획
실감콘텐츠 VR, AR 등 실감콘텐츠, 테마파크,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기획
라이브톤 영화, 드라마 음향 제작 및 음향 설계 컨설팅 등 : 영화 <옥자>, <괴물>, <기생충>, <부산행> 등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 화제작 음향을 맡은 영화 사운드 제작사
국내 최대 규모의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도입 : 2017년 덱스터스튜디오 자회사 편입
덱스터픽쳐스 영화 및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기획·개발·제작·투자, IP 인큐베이팅 : 2018년 사내 콘텐츠본부 분사해 지분 100% 자회사로 설립
덱스터크레마 광고물 제작 및 광고 마케팅 대행 등 : AI 디지털 마케팅 전문기업으로서 초개인화 마케팅 종합 솔루션 구축에 박차, 2021년 자회사 편입
테이크어웨이 광고 CF 영상 VFX 기술 디자인
네스트이엔티 영상, 드라마 제작 및 캐릭터 매니지먼트 사업 등
플래시백 그라운드 경주 경상북도 경주시 미디어아트 전시 기획개발
출처덱스터스튜디오

3. 김욱 대표·강종익 대표·송재원 R&D연구소장과 일문일답

Q.덱스터스튜디오가 설립된 결정적 계기인 영화 <미스터 고> CG를 덱스터스튜디오의 전신인 덱스터 디지털이 100억 원대 규모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A.당시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움을 준 연구개발자분들과 비주얼 디자인을 상상하고 구현해 준 슈퍼바이저, 아티스트들이 최선을 다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미국 할리우드 대비 시장이 작기 때문에 VFX 기술 개발에서 최대 효율을 내자는 차원으로 접근했습니다. 고릴라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털을 구현하는 게 상당히 쉽지 않았습니다. 털을 실제처럼 구현하기 위해서 계산해야 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바람이 불면 한 가닥 한 가닥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각기 다르게 연산해서 구현해야 하는 게 숙제였습니다.
미국 기업 등을 통해 개발할 경우 예산 문제가 있었고, 당시 우리 기술로 해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연구 인력과 애니메이터, 아티스트 등이 의기투합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도전 정신과 성공하자는 목표가 있었죠.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 역량이 더해지다 보니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시스템과 파이프라인(콘텐츠 제작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일련의 가치 창출 과정이나 구조)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흥행성과 측면에서는 아쉬웠지만, 국내외 산업계 전반에 한국에서도 이런 표현이 가능하구나를 알린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그 이전까지 우리가 경험적으로 쌓았던, 체득한 실질적 노하우와 기술이 없었다면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모였다 해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당시 직면했던 예산 문제도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한 걸음 나아가 독자적인 테크닉을 갖추게 해준 성장 요인이자 밑거름이 된 셈이죠. 그 기술력이 2015년 ‘VFX 업계 최초 기술특례 상장’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줬고요.
Q.영화 <미스터 고> 제작에 성공한 것처럼 덱스터스튜디오도 의기투합해 설립하신 건가요?
A.<미스터 고> 프로젝트가 끝난 뒤 가장 크게 생각했던 것은 VFX 사업의 연속성입니다. VFX 작업을 한다는 건 B2B 사업이고 용역 수주 사업이니까요. 국내 VFX 시장이 작은데 한국인들이 기대치는 높은, 제작자와 관객 눈높이가 모두 높습니다. 용역회사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성공한다고 해서 막대한 이익이 보장되진 않습니다.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투자와 기술개발이 병행돼야 하는데, 아무리 효율적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또 직원과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상황도 있고요. 그래서 전문 회사를 설립하자는 결론이 난 거죠. 덱스터스튜디오와 기존 회사와 다른 점은 VFX 회사도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해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만들어보자는 목표입니다. 콘텐츠로 성공하면 열매를 나누고 그걸 재투자해서 콘텐츠도 기술이 들어간 장르로, 영화를 개성 있고 비주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걸 기획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성공시켜서 선순환구조로 만들자는 전략이고요. 김용화 감독을 필두로 <미스터 고> 작업에 참여한 슈퍼바이저들 다수 뜻이 맞아서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사진2 덱스터스튜디오 김욱(왼쪽)·강종익 대표이사
덱스터스튜디오 김욱(왼쪽)·강종익 대표이사
출처덱스터스튜디오
Q.VFX 전문 회사 덱스터스튜디오가 경쟁사 대비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요?
A.콘텐츠 제작의 모든 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모든 후반작업 공정이 턴키식으로 가능한 프로세스에는 굉장한 이점이 있는데요. 하나의 콘텐츠를 이해하고 일관성 있게 작업하는 데 커뮤니케이션이나 보안 등 여러 면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덱스터 그룹사에서 전체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 좋은 퀄리티를 확보했을 때 당연히 클라이언트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지죠. 이외에도 업계 최고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슈퍼바이저급 전문가들이 있다는 점, VFX 작업 효율과 작업 속도를 고려한 가장 최적화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강점입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레퍼런스가 풍부하기 때문에 다양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어 작업 효율성도 높습니다. 현재 2018년 설립된 자회사 덱스터픽쳐스를 통해서 콘텐츠 기획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 내 인력도 많고 진행하는 작업량도 많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요.
회사 성장을 위해 기술 업그레이드와 동시에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게 중요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상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덱스터스튜디오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합니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퀄리티를 체크하고 관리하는 ‘벨로즈(Veloz)’라는 툴을 만들어서 쓰고 있고, 프로덕션 파트라고 해서 코디네이터 팀원들에 대한 역량도 강화하고 있어요. 전체적인 공정을 관리하는 것은 다른 회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라고 자신합니다.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는 올인원 회사이자 작업 효율화로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을 막고, 업무·과정별 파트 간 유기적인 결합을 지속하는 것도 확실한 강점입니다.
Q.R&D연구소에서 바라보는 덱스터스튜디오의 기술적 강점은 무엇인가요?
A.기술적인 분야에서도 파이프라인이 강점입니다. 여러 가지 강점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어 하드웨어적인 인프라와 프로젝트를 관리·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구성원 간에 어떻게 소통하는 게 효율적일지, 규약까지 모두 내포된 시스템이 회사 내부에 존재하고 가동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작업할 때 사용하는 내부 소프트웨어라든지 기술 지원도 강점입니다. 역량을 가진 개인이면 한 장의 장면을 만드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수천 개의 장면을 할 수 만들어낼 수 있냐는 다른 문제인데요. 그걸 가능하게 하는 확실한 파이프라인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덱스터스튜디오가 상장 이후 너무 여러 개 회사로 쪼개져 있다는 일부 의견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A.결론만 얘기하면 오해입니다. 상장 이후 분사한 회사는 덱스터픽쳐스 한 곳이고 나머지는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된 형태입니다. 덱스터스튜디오가 <신과 함께> 시리즈같이 영화 제작도 같이 했는데요. 제작 조직 규모가 커지다 보니까 단점이 있어서 능률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을 찾다 보니 분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먼 미래이긴 하지만 목표를 갖고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입니다. 영화 제작 관련 덱스터픽쳐스에서 힘을 실어주고 자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분사한 것이고요. 콘텐츠 제작 A to Z를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가진 회사들을 인수한 것이라고 봐주시면 정확할 것 같습니다.
Q.덱스터스튜디오하면 떠오르는 VFX를 덱스터만의 언어로 설명한다면요?
A.‘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VFX(시각특수효과)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기에는 컴퓨터그래픽(CG)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기도 했는데요. 그야말로 현실에서 만들어내기 힘들고 촬영할 수 없는 장면들을 만드는 게 주목적이었습니다. 작품 속 크리처(창조물)나 판타지적 요소, 비현실적인 현상이나 이미지 등이 예시죠. 최근에는 그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데요. 상황에 따라 로케이션 섭외와 촬영이 불가능한 일반적 배경을 VFX로 구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드라마와 광고에도 VFX 활용이 더 활발해지고 있는 거죠. 개념적·인지적으로도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끼는데요. 예전에는 VFX가 콘텐츠의 비주얼과 임팩트를 높이는 보조적인 요소였다면, 지금은 몰입도를 높이고 작품 선택의 한 기준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실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어요. 실제 작품에 나와야 하는 수만~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전부 섭외해 등장시킬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VFX 기술을 활용하는 상황이거든요. 이론적으로 한계는 없어서 작품 구현에 제약을 많이 줄인 좋은 기술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Q.덱스터스튜디오와 자체 VFX 기술 발전의 촉매제를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라고 보면 될까요?
A.그렇죠. 덱스터스튜디오는 <신과 함께>는 제작도 하고 VFX 등 포스트 프로덕션도 하는 회사라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작품입니다. 영화가 성공하고 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이후에 <백두산>과 <모가디슈>도 제작했고 좋은 성과를 얻었죠. 덱스터를 흔히 VFX 회사로 알고 있지만, 벌써 ‘천만 영화’를 두 편 배출한 성공적인 제작사이기도 합니다. 콘텐츠 회사로 업계에서도 인지해달라는 바람이 있고요. 지금은 덱스터픽쳐스 주도로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중 크랭크인해서 내년에 선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 지식재산(IP)을 기획·개발하고 있습니다. 수십 개 IP의 시나리오가 계속 수정을 거듭하는 등 준비되고 있는데 투자사를 만나야 제작할 수 있는 거니까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는 계속하고 있고, 본격적인 제작은 올해부터 꾸준히 하게 될 것 같습니다. 1년에 1~2편 제작하는 게 목표입니다.
Q.<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할 때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A.원작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이 꽤 복합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 신화와 설화로 전해지는 7개의 지옥과 사후세계를 ‘있을 법한’ 이미지로 만드는 것과 이미 웹툰을 본 독자들이 봤을 때도 설득력과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했습니다. 스토리상 지옥이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을 이질감 없이 만들자고 했습니다. 영화 전체 분량의 75%가 VFX 장면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체 퀄리티와 작은 포인트까지 세세하게 살렸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판타지적 세계관을 완성해야 했기 때문이죠.
사진3 영화 <승리호> 스틸컷
영화 <승리호>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Q.그렇군요. 그렇다면 세 분이 생각할 때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한 콘텐츠 중 <신과 함께>를 제외하고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무엇인가요?
A.<신과 함께>를 제외하면 영화 <백두산>인데요. 국내 화산 폭발이라는 덱스터스튜디오 제작이니까 가능한 소재였다고 생각합니다. 지진이 나고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실감 나게 구현했습니다. 처음에 회사 설립할 때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간 이런 스토리도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회사 설립 취지에 맞는 작품이었다고 평가합니다.(김욱 대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못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한 작품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승리호>가 예시인데요. 국내에서 개봉하고 알려지고 흥행하고는 이미 경험했던 일인데, OTT에서 주목받고 해외에서도 우리 작품, 나아가 우리 VFX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덱스터스튜디오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여러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작품 하나로 각인을 시킨 거죠. ‘한국에도 이런 회사가 있다’, ‘그런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구나’ 등의 평가를 받아냈습니다.(강종익 대표)
최근에 덱스터스튜디오에 합류해 아직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전체 작품을 놓고 볼 때 영화 <더 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문 프로젝트가 기술적인 도전이 많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구성원들 의견 청취해 봐도 그렇더라고요. 버추얼 프로덕션(VP), 인 카메라 VFX와 같은 최신 기술을 처음 제대로 도전한 측면이 있었고요. 의미 있고 덱스터스튜디오가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송재원 소장)
사진4 영화 <더 문> 스틸컷
영화 <더 문> 스틸컷
출처블라드스튜디오
Q.그렇다면 실제 덱스터스튜디오가 다양한 VFX 작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핵심 R&D 방향은 무엇인가요?
A.덱스터스튜디오는 현재 80여 개의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운영하고 있습니다. ZENN·Tane과 같은 솔루션이 그 예시입니다. 페이셜 에이징, 디에이징, AI 업스케일링 기술들은 기본 솔루션을 기반으로 회사 내 R&D연구소에서 연구와 업그레이드를 계속해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CF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여러 작품에 참여하면서 얻게 되는 노하우와 R&D를 더해 VFX 파이프라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VFX 기술 적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축적해 자체 소프트웨어도 지속 늘릴 것이고요.
향후 딥러닝 기반의 사실적인 디지털 휴먼 페이셜 시스템과 VFX 파이프라인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부분, 4족 동물 모션캡처와 리타겟팅에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디지털 휴먼의 자연스러운 발화를 표현하기 위해 수작업이 아닌 음성만 넣어도 말할 때 입 모양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앞으로 R&D는 기존에 하던 것들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과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것 두 가지 형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기술로 10시간 걸릴 작업을 1시간이면 마칠 수 있도록 효율화하는 것, 디지털 캐릭터 활용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AI 기술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만드는 것 등입니다.
Q.VFX 구현을 위해 영화·드라마 제작 어느 단계부터 참여하고 계신가요?
A.영화 시나리오가 나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개봉일까지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장면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설명해야 하고, 현장에서도 향후 어떤 기술이 적용돼 입혀질 것인지 안내하고 촬영 감독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효과를 계속 설명해야 하거든요. 일반적으로 프리(pre) 프로덕션 단계부터 VFX 슈퍼바이저가 참여한다고 보면 됩니다. 시나리오를 미리 이해하고 분석해야 좋은 비주얼 컨셉아트가 만들어지고 최종 결과물도 작품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거든요. 현장에도 슈퍼바이저가 함께하는데, 촬영본에 시각효과를 입혀야 하기 때문에 미리 구도와 현장 상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전에 대략 그림이 그려지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수월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요.
VFX는 일련의 파이프라인을 따라서 완성이 되는데요. 컨셉아트-프리비즈-매치무브-어셋-리깅-애니메이션-FX-라이팅-매트페인팅-합성 과정을 거쳐요. 흐름을 쉽게 설명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사전 시각화해 어셋을 제작한 뒤 동작을 맞춰 캐릭터에 연기와 액션을 만듭니다. 이어 군중(다량의 캐릭터와 물건)이나 실제 촬영에서 구현하기 힘든 불, 먼지, 폭발, 얼음 번개 등을 만들고(FX) 조명을 입힌 다음 위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여러 요소를 영상 이미지 위에 사실적으로 표현해 ‘실제로 촬영한 것처럼’ 완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또 VFX 기술이 적용되는 장면에서 배우분들 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고요.
Q.감독·작가나 제작사의 요구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한 덱스터의 노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프리프로덕션부터 VFX 슈퍼바이저가 참여하면서 기본적으로 텍스트, 구두 등 원하는 장면과 전체 컨셉을 전달받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컨셉아트’ 팀에서 말과 텍스트로 설명된 내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컨셉아트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어떻게 시각화를 할 건지 그림과 이미지로 방향 제시를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여러 제안을 하게 되는데 시나리오와 컨셉에 대한 아티스트의 해석과 창의력이 반영될 수 있습니다. 컨셉아트가 확정되면 ‘프리비즈’ 팀에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일종의 2D 시뮬레이션 개념입니다. VFX 작업 전 스케치처럼 기초 영상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VFX 각 파이프라인별 전문 팀들이 존재하고 유기적인 작업을 통해 결과물을 완성합니다.
Q.완성도 높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 국내외 콘텐츠 기업과 협업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해외 사업은 어떻게 준비·확대하고 계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제작사, OTT 플랫폼 등 콘텐츠 기업과는 직접 계약 또는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며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의 경우, 중국지사는 과거에 있었으나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꽤 오랜 기간 한한령으로 K-콘텐츠 규제가 있었지만 점차 완화되는 것으로 보이고 단계적으로 접점을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레퍼런스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개봉했던 할리우드 영화 <Knights of the Zodiac>은 미국, 일본, 헝가리 합작 대형 프로젝트인데요. 글로벌 유수 VFX 제작사들이 공동 참여한 작품입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한국 메인 스튜디오로 나섰죠. 이후 일본 대표 영상콘텐츠 기업 로봇(ROBOT)이 제작을 맡은 넷플릭스 <유유백서>에도 참여했습니다. <어벤져스>, <블랙 팬서> 등을 작업한 스캔라인(Scanline VFX), 영화 <데스노트>와 넷플릭스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로 알려진 디지털 프론티어(Digital Frontier) 등 글로벌 스튜디오와 같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러 국가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다지기 위해 네트워크 형성에도 노력 중인데요.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었던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에서 주최한 VFX 포럼에도 덱스터스튜디오가 단독 연사로 발표했습니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하는 K-드라마 모임(K-Drama MOiM) 행사에도 참석해 현지 K-드라마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VFX 경쟁력과 덱스터스튜디오 레퍼런스를 소개했구요. 일본, 프랑스에서도 회사를 방문해 선도적인 인프라와 기술력을 살펴본 바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교류 기회를 적극 발굴해 글로벌 영향력을 넓힐 계획입니다.
Q.덱스터스튜디오는 VFX 외에 버추얼 프로덕션(VP) 기술도 갖고 있죠? 파주에 VP 전용 스튜디오 D1도 갖고 있고요.
A.네. D1에서 연간 드라마, 영화, 광고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대략 10편 내외로 촬영되고 있습니다. 소규모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되고 있고요. VP는 날씨, 장소, 환경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촬영 일정 조율에 훨씬 자유롭습니다.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건데요. 로케이션 섭외와 촬영을 하게 되면 차량, 숙박, 기타 비용 등 부담이 있는데 버추얼 프로덕션은 비용 절감도 가능합니다. 또 그린스크린을 활용했을 때보다 배우들의 몰입도도 높아지고요. 실제 세트 제작과 철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더 친환경적인 촬영·제작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진5 덱스터스튜디오 버추얼 스튜디오 D1 내부
덱스터스튜디오 버추얼 스튜디오 D1 내부
출처덱스터스튜디오
Q.D1에서 하는 촬영이 로케이션 촬영보다 확실히 낫다는 점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VP 전용 스튜디오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A.차량이 등장하는 장면의 경우 하루 만에도 원하는 컷을 다 촬영할 수 있어요. 시간이나 날씨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기 때문인데요. D1 스튜디오는 중소 규모 VP 스튜디오입니다. 현재 차량 장면 촬영에 적합하게 세팅을 해놨어요. 미국 럭스마키나(Lux Machina)와 기술 제휴 및 이전으로 최적화했습니다. VP 스튜디오에 대한 시장 수요가 아직은 크지 않아서 두 번째 스튜디오를 언제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히긴 적절하지 않고, 정말 촬영 수요가 늘어나면 어떤 작품이든 촬영 가능한 500평 규모의 세트장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VP 스튜디오를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술적인 준비는 이미 되어 있고요.
Q.그렇다면 VP 활용 확대, 활성화 앞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보시는 거죠?
A.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도입기를 거쳐 활성화, 상용화 과정까지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걸리는데요. 국내 OTT 시리즈, 드라마에도 실제 활용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주 초기에는 디즈니플러스 <만달로리안> 같은 대형 작품에만 사용이 됐지만 영화, 드라마, 광고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는 현재 추세를 봤을 때 지금은 적응 단계란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버추얼 프로덕션이 가지는 장점이 확실히 많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Q.VP 기술 자체와 VP에서 핵심 역량으로 평가되는 배경 어셋(aset) 관련 덱스터의 역량은 무엇인가요?
A.덱스터는 기존에 내재화된 어셋 데이터 풀을 구축하고 있고, 어셋을 제작하는 방식이나 노하우도 이미 충분히 축적된 상태입니다.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조합으로 만들기도 훨씬 수월하죠. 현장에 나가서 스캐닝한 실물 기반의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배경을 만드는 기간은 난이도나 디테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짧게는 수 일,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한국의 VP 활용도나 운영 능력은 선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버추얼 스튜디오 개수 자체도 세계 순위를 봤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입니다. 당사는 지난해 태국 미디어그룹 칸타나(Kantana)의 VP 컨설팅 사업을 수주해 방콕에 위치한 버추얼 스튜디오 설립과 시스템 구축을 돕고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만큼 상당한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Q.올해 공개된, 공개될 덱스터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에 대한 소개 및 기술 설명해주신다면요?
A.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참여 작품은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일 것 같습니다. 독특하면서도 자연스러운 VFX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는데요. 기생 생물과 주인공 ‘수인’의 독특한 공존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서 디테일을 높였고, 크리처물 액션을 자연스럽게 구사하고자 우리나라 민속놀이 상모돌리기를 차용해 독특한 움직임과 위협적이고 강력한 비주얼을 완성했습니다.
사진6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6월 개봉한 영화 <원더랜드>에도 VFX 기술 참여해 인공지능(AI)이라는 영화의 소재와 감성적인 SF 장르 매력을 부각하기 위한 장면들을 구현했습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일찍이 이목을 집중시켰던 7월에 개봉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는 VFX와 디지털 색보정(DI), DIT, 자회사 라이브톤이 음향까지 담당해 포스트 프로덕션 전반을 책임졌는데요. 2020년 10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VFX 작업을 한 중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폭발, 붕괴, 화재, 차량 액션 등 복합 재난 상황을 실감 나게 묘사하는 데 집중했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에 힘을 더하기 위해 다수의 특수효과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또 DI, 음향(SOUND) 부문에서도 여러 작품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DI 부문에서는 일본 넷플릭스 <시티헌터>를 비롯해 넷플릭스 <The 8 Show>,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 등 영화와 OTT를 넘나들며 활약했고요. 자회사 라이브톤에서 영화 <그녀가 죽었다>, <설계자>, 넷플릭스 <하이라키> 등의 음향을 담당했습니다. 올해 첫 천만 영화였던 <파묘>에서는 DI, SOUND를 모두 맡아 오컬트 장르의 분위기를 극대화했고요.
Q.덱스터스튜디오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이 있나요?
A.프로젝트 계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경주에 실감 콘텐츠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상설 전시관을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초에 108억 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토지를 양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내년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플래시백 그라운드 경주에서 해당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덱스터스튜디오의 지금까지 B사업이 2B 중심이었다면 우리가 가진 기술로 B2C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VFX는 물론이고 디지털 색보정(DI), 사운드 등 덱스터 모든 역량이 총 집결되는 것이죠. 쉽게 생각하시면 다른 미디어아트(예를 들면 디스트릭트의 아르떼뮤지엄)와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공간인데 좀 더 체험할 거리들이 많은 곳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시관을 오픈할 계획도 있어요. VFX, VP뿐만 아니라 DI, 사운드 등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에서 기술력 강화도 병행할 것이고요.
Q.마지막으로, VFX나 VP 등 미디어 기술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지원 또는 법·제도 관련 필요한 변화가 있을까요?
A.크게 조세 혜택과 해외 진출 지원, 기술 관련 용역사업 현실화 등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K-콘텐츠가 활성화되면서 콘텐츠 제작비 세제 혜택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신기술을 도입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서 상용화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도 미디어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많이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콘텐츠로 더 큰 부가가치와 경제효과를 창출해 또다시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하는 건강한 순환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또 해외 각국에서 자국 미디어 기술 기업의 수출을 많이 지원하고 있어요. 정부 또는 공공 차원 행사를 개최해 해외 기업에 자국 기업과 기술을 소개하고 비즈니스 상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정부도 해외 대사관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네트워킹 행사 개최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우리 미디어 기술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미디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사업 기회도 확대가 되고 실제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공공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도록 예산을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기업들이 가진 좋은 아이디어를 구체화·상용화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7 (왼쪽부터) 송재원 소장, 김욱 대표, 강종익 대표
(왼쪽부터) 송재원 소장, 김욱 대표, 강종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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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욱 대표·강종익 대표·송재원 소장 등 ‘인터뷰이’ 소개

△김욱 대표 : 컴퓨터그래픽(CG)을 공부한 뒤 일본 포스트프로덕션에서 VFX 분야 경험을 쌓았다. 귀국 후에는 CG 회사 설립에 함께했다. 이후 영화, 드라마, 전시 영상, 광고 등 다양한 분야 영상 제작에 참여하며 한국 VFX 산업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했고 2012~2017년에는 중국에서 여러 작품의 VFX 제작에 참여했다. 이후 DTI 픽쳐스 이사로 근무했고 2012년부터 덱스터스튜디오에서 VFX 슈퍼바이저, 미디어사업본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영화 <한반도>(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등 국내 영화와 <용문비갑>(2012), <적인걸2>(2013)와 같은 해외 영화에 VFX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용문비갑>으로 제49회 대만 금마장영화제 시각효과상과 제31회 홍콩필름어워드 시각효과상을, <적인걸2>로 제12회 장춘영화제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강종익 대표 : 광고디자인 학사, 영상대학원 석사를 수료했다. 광고 프로덕션에서 CF VFX 작업을 담당했고 이후 영화 VFX 회사에서 <꽃잎>(1996), <비트>(1997)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1998년 인 사이트 비주얼을 설립해 <퇴마록>(1998), <엽기적인 그녀>(2001), <태극기 휘날리며>(2003) 등 흥행작들의 VXF를 맡았다. 2012년부터는 덱스터스튜디오 VFX 슈퍼바이저와 본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신과 함께> 시리즈, <백두산>(2019) 등 국내 영화와 <유랑지구>(2019), <타이거 로버스>(2021) 등의 해외 영화에 참여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제12회 춘사영화제 기술상, <무협: 우샤>로 제48회 대만 금마장영화제 시각효과상을 수상했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제35회 청룡영화상 기술상을 수상했다.

△송재원 소장 : KAIST 공학박사 수료 후 VFX 전문기업에서 최고기술관리자(CTO)로 재직했다. 이후 엔진비주얼웨이브 R&D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며 <군함도>(2017), <안시성>(2018) 등 국내 주요 블록버스터 영화와 넷플릭스 <지옥>(2021), 디즈니+ <무빙>(2023) 등 OTT 오리지널 시리즈 R&D 기술개발을 수행했다. 현재 덱스터스튜디오 R&D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홍익대학교 영상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5. 나가며

덱스터스튜디오 사례와 같이 기업이 미디어 기술 투자를 지속하고,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노력도 수반돼야겠지만 정부·공공 차원의 지원,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비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에 따른 세제 혜택을 늘리거나 미디어 기술 개발을 위한 용역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차세대 미디어 인프라로 평가되는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 시 부지 확보부터 초고화질 대형 미디어 월을 포함한 인프라 조성에는 수백~수천억 원이 투입돼야 한다. 이렇듯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 이후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디어 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증가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예를 들어 용역사업 예산을 1,000만~2,000만 원단위로 나눠서 지원하기보다 실제 미디어 기술 개발·상용화가 이뤄질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예산을 현실화해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방송영상콘텐츠 세액공제율을 최대 30%로 상향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미디어·콘텐츠 산업 융합 발전 차원에서의 결정이다. 제작비 기본 세액공제율은 기존 대비 2~5% 포인트 상향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은 각각 5%, 10%, 15% 기본 공제를 받게 됐다. 여기에 국내에서 지출된 비중이 크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5% 추가 공제를 적용한다. 대기업은 최대 15%, 중견기업은 20%, 중소기업은 30%까지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이 시행됐다.

기존 대비 세액공제율이 3~5배 높여 콘텐츠 투자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국내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였다. 디즈니플러스가 2,664억 원을 투입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오리지널 시리즈 ‘완다비전’을 우리나라 대기업이 제작할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세금 혜택이 8분의 1로 줄어든다는 내용으로 대표되는 업계 지적과 지원 요청 2~3년 만에 정부가 수용한 셈이다.

콘텐츠 제작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지만 기술 시장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다양한 진화로 더 빠르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 기술 투자 적기를 놓치면 미국·영국 등 해외와 기술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2년 K-콘텐츠 중 넷플릭스 비(非)오리지널 시리즈 최초로 글로벌 1위를 달성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VFX 등 미디어 기술은 적극 활용됐다. 드라마의 주요 무대는 법정이었지만, 주인공 우영우가 상상하는 고래를 적재적소에 표현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기술이 필요했다.

우리나라 방송사·제작사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디즈니 등 해외에서 제작하는 콘텐츠 역시 VFX·디지털 색보정(DI)·버추얼 프로덕션(VP) 등 미디어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 미디어 기술을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이 기술 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천만 영화·글로벌 OTT 흥행작 제작에 수차례 참여한 미디어 기술 기업도 연간 적게는 20억 원, 많게는 250억 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바로잡을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