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55호(3+4월)

본문

산업과 생성형 AI의 미래(엔터에서 메디컬까지)

AI가 바꾸는 산업들

한정훈(다이렉트미디어랩 운영자)

사이트의 위치:

요약글

AI는 모든 산업을 바꾸고 있다. 교육에서부터 미용, 의료까지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 AI가 적용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고 있다. AI가 적용된 산업들은 과거보다 더 소비자 지향적으로 오디언스에 최적화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AI의 산업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는 산업에서 요구하는 더 상세한 질문에도 응답하고 있다.
컨설팅 연구소 퓨처 투데이 인스티튜트(Future Today Institute)의 CEO인 에이미 웹(Amy Webb)은 SXSW 2023 테크 트렌드 강의에서 AI의 변화적 잠재력을 매우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미래학자이기도 한 에이미 연구소가 발표한 트렌드 동향 보고서는 "AI는 엔터테인먼트를 포함, 모든 산업에 연관된 유일한 수직 기술"이라고 서술했다.

1. AI와 엔터테인먼트

AI는 창작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흔드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의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생성형 AI는 콘텐츠 패턴을 학습하고 추론한 결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선다. 콘텐츠의 생성자와 만들어진 콘텐츠를 평가하는 판별자가 끊임없이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낸다.

AI는 특정 작가의 화풍을 모사한 그림으로 사진을 재생성하거나 가짜 인간 얼굴을 무제한으로 생성할 수 있어 영화 산업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AI는 이제 SF 괴물 등 상상 속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피조물을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AI가 만드는 텍스트, 음악, 영화, TV 드라마는 유명인들의 작품을 흉내내는 수준이 아니라 또 다른 창작물로 인정받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창작자들 사이에서 AI는 이제 조력자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다.

1-1. 할리우드의 또 다른 격전지 AI

할리우드 콘텐츠에 주로 투자하던 밴처캐피털들도 AI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악시오스(AXIOS)는 최근 기사에서 할리우드가 향후 몇 년간 AI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투자가 이어지는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람 클라(Brahm Klar) 캐나다 토론토 기반 벤처캐피탈(VC) 파트너는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AI 분야에 벤처캐피탈들은 향후 몇 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확대되면서 AI 제작에 새로운 전기가 열리고 있다. 콘텐츠 제작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품질에 대한 눈높이도 매우 높아졌다. 이에 현재 인간 VFX 아티스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물량이 발주되고 있다.

이 때문에 VFX 업계는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아티스트는 복잡하고 긴 VFX 작업 과정을 단순화하고 단축시킬 수 있다. 휴식도 필요 없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VFX 전문 기업 몬스터스 에어리언 좀비스(MARZ, Monsters Aliens Robots Zombies)의 COO 맷 파누시스(Matt Panousis)는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AI를 이용한 VFX 작품이 전체 제작의 85% 정도나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MARZ는 그동안 '미스 마블(Ms. Marvel)' 등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에서 제작하는 다양한 히어로 시리즈에 AI VFX 기술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인기 TV드라마 '웬즈데이(Wednesday)'의 등장인물들을 AI 기술로 재창조했다.

그림1 배니티 AI툴(화면 캡처)
배니티 AI툴 화면

출처: Youtube BusinessWire

MARZ는 AI VFX 툴 '배니티 AI 툴(Vanity AI Tool)'도 개발·공급 중이다. 배니티 AI는 콘텐츠 제작 전 과정에 AI VFX를 적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할리우드에서는 최초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VFX 제작, 촬영까지 모든 과정에서 AI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MARZ는 2023년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배니티 AI 툴(Vanity AI Tool)을 임대(라이선스)할 예정이다.

파누시스 COO는 AI VFX의 장점을 '상상력의 확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미드저니(Midjourney)1), 달E(DALL-E)2)등과 같은 버추얼 이미지 AI 툴은 아티스트가 그림 콘셉트를 잡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내가 다른 세계에 있는 괴물이 필요하다고 하면 미드저니는 그냥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2. 생성형 AI 배우 시대 개막

요즘 할리우드 AI는 VFX 작업 플로우를 개선시키는 것을 넘어섰다. AI는 배우도 복제한다.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Darth Vader Voice)의 목소리로 유명한 제임스 얼 존스(James Earl Jones)는 디즈니+(Disney+)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Obi-Wan Kenobi)'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존스는 실제로 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다. 존스의 목소리는 우크라이나 보이스 클로닝3) 스타트업 리스피처(Respeecher)4)에 의해 AI로 재탄생한 것이었다.

과거에도 VFX로 노배우의 젊은 모습을 재현하고, 사망한 배우들을 살려내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AI가 더 발전한 지금은 유명 창작자의 특성을 복제해 작품을 무한대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미국 연예 기획사 CAA 소비자 투자 대표(Head of Consumer Investing)를 맡고 있는 마이클 블랭크(Michael Blank)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사망한 유명 작곡가가 즐겨 쓰던 코드로 (그 또는 그녀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만약 한스 짐머나 존 윌리엄스 혹은 다른 유명한 작곡가의 AI 트레이닝 데이터를 영화에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그 영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라고 말했다.

이렇듯 AI(특히 생성형 AI)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형을 이미 바꾸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많은 우려도 나온다. 블랭크는 "AI 발전은 좋은 일이지만 현장에서 책임감과 윤리적 사용이 필수다"라며 "많은 사람이 AI가 가지고 올 변화와 문제점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1-3.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스포티파이, AI DJ 런칭

사람처럼 답하고 인간처럼 사고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사회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교육이나 의료 현장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영역도 이제 AI가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테면 음악 스트리밍에 챗GPT가 개입하는 것도 더이상 어색한 일은 아니다.

인간의 목소리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AI DJ가 드디어 등장했다. 글로벌 1위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는 최근 생성형 AI DJ5)를 앱에 데뷔시켰다. 스포티파이의 AI DJ는 사용자가 이전에 들었던 음악 리스트를 바탕으로 음악을 추천해준다. 놀라울 정도로 구독자의 음악적 취향을 잘 맞히며 '사실적인 목소리'가 강점이다.

그림2 스포티파이 AI DJ
스포티파이 AI DJ 홈페이지 화면

출처: https://newsroom.spotify.com

AI DJ의 영어 지원 베타 버전은 2023년 3월 1일 첫 런칭됐으며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할 수 있다. 월 정액제 프리미엄 이용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AI DJ를 도입하기 전에도 스포티파이는 데일리 믹스, 디스커버리 위클리 오토 플레이리스트 등 개인 전용 청취 기능을 도입했었다. 그러나 이런 개인 전용 청취 기능과 AI DJ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픈AI의 생성형 AI 기술과 스포티파이의 개인화 기술(Personalization Technology)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스포티파이는 이용자가 듣는 음악이나 가수, 장르와 관련한 더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AI 기술을 음악 에디터들의 손에 맡겼다고 밝혔다. 결국 알고리즘이 아닌 AI 기술을 통해 음악을 고르고 취향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는 작업이 개인을 더 잘 이해하며 훨씬 정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 DJ와 마찬가지로 스포티파이 AI DJ는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음악 트랙과 아티스트에 대해 실시간 코멘트를 해줄 수 있다. 이 기능에는 2022년 6월 스포티파이가 인수한 '소난틱(Sonnatic)'6)의 AI 문자 음성 변환 엔진(AI text-to-speech Engine)이 활용됐다.

초기 출시 때 DJ 목소리 모델을 만들기 위해, 스포티파이는 기존 스포티파이의 첫 번째 (개인화된) 아침 쇼 'The Get Up'의 진행자 중 한 명으로 활동했던 문화 파트너십 대표(Head of Cultural Partnerships) 자비에르 X 저니건(Xavier X Jernigan)을 책임자로 임명했다. AI DJ의 첫 번째 모델에는 자비에르의 목소리가 탑재됐다. 스포티파이는 "우리는 모든 제품에서 그렇듯이 계속해 반복하고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음악적 취향에 기반해, 스포티파이 DJ는 이용자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새로운 음반을 찾거나 혹은 이용자가 과거에 반복 청취했던 곡을 다시 추천한다. 또 청취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음악 라인업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만약, DJ가 재생하고 있는 음악 리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DJ' 버튼을 클릭해 다음 장르나 무드 음악으로 점프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스포티파이 DJ는 생성형 AI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스포티파이의 최고 R&D 대표 구스타프 쇠데르스트룀(Gustav Söderström)은 보도자료에서 "AI DJ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답을 전달하는 생성형 AI 특성을 반영, 각각 개인을 위한 음악 추천과 개인 취향 뮤직 리스트를 제공한다"며 "당신이 뭘 들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늘 AI는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AI DJ의 선곡 능력은 과거 알고리즘 추천과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현실적인 목소리(Vocal Manifestation)다. 사람의 목소리(Human-sounding Voice)를 가진 알고리즘은 '기술을 사람으로 만드는 강력함'이 있다. 이는 시리나 빅스비의 딱딱한 기계음과는 다르다.

사람처럼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AI DJ가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소난틱'의 힘이다. 소난틱은 '탑 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에서 발 킬머(Val Kilmer)의 목소리를 복원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발 킬머는 해당 작품에서 '아이스맨(Iceman)'을 다시 맡았지만, 2014년 인후암(Throat Cancer) 치료를 받고 난 뒤 목소리를 잃어 연기에 어려움이 예상됐다.7) 그러나 2021년 8월 AI 음성 복원 기업 소난틱은 40개가 넘는 발 킬머의 과거 목소리 샘플을 통해 '발 킬머가 직접 말하는 음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8) 소난틱이 만든 AI 음성은 DJ에도 잘 어울렸다. 저니건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미국 지역 방송사 라디오 DJ와 비슷한 편안함을 줬다는 평가다. 특히, 매년 구독자의 이름을 부르며 (그 혹은 그녀가) 좋아하는 장르나 그룹, 노래를 추천하는 저니건의 목소리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더 다가온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림3 오디오 서비스 구독자 규모
스포티파이 AI DJ 홈페이지 화면

출처: 버라이어티

하지만, AI 추천 알고리즘이 위험한 측면도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이나 평소에 들었던 장르만을 추천해 '음악 다양성'이나 '음악 콘텐츠의 소비 종류'를 크게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 시장은 생성형 AI DJ뿐만 아니라 보이스 명령 기술9)의 발전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음악 구독 모델의 장점은 자신도 모르는 추천 음악을 듣고 의외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지만, AI DJ의 추천은 이런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AI DJ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취향과 음악 소비 습관을 정확히 파악해 심지어 시간대까지 맞춰 음악을 골라준다. 따라서 스트리밍 플랫폼10)의 특징 중 하나인 새로운 콘텐츠를 검색하는 데 시간을 쓰는 상황은 사라질 수 있다.

1-4. 할리우드도 AI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람처럼 대화하는 생성형 AI 챗GPT가 전 세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미국 최대 방송 영화 작가 노조인 WGA(Writers Guild of America)가 드디어 인공지능(AI)을 받아들였다. WGA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대본을 쓰는 것을 일정 부분 허용키로 했다. 다만 작가 크레딧(Writing Credit)을 나누거나 스트리밍이나 VOD로 방송될 때 추가로 받는 잔여 수익 레지듀얼(Residuals)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전미 작가 노조는 작품 서술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11) 챗GPT, 구글의 바드(Bard) 등이 인간을 대체하는 수준의 글쓰기를 선보이자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하는 작가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림4 방송 영화 작가 노조 WGA
WGA 홈페이지 화면

출처: https://www.wga.org/

AI는 연필이지 작가가 아니다.

이와 관련 WGA는 2023년 3월 20일 AI 규제 등을 포함한 주요 요구 사항(Pattern of Demands)을 놓고 회원 투표를 실시했다. 이 요구 사항은 WGA가 주요 스튜디오와 작가들에 대한 대우와 보상을 협의할 때 적용된다. 현재 조약은 2023년 5월 1일 효력이 끝난다. 주요 요구 사항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전송에 대한 작가 수익 배분 확대, 미니 시리즈 확대 현상, 에피소드 집필 시 추가 시간에 대한 보상(Span Protection) 등이 포함됐다. WGA에는 TV와 영화 작가 1만 1,000명이 속해 있다.

논의 결과 일부 예상과는 달리, WGA가 AI 기술을 창작에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WGA는 AI를 창작의 보조자로 인정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WGA는 챗GPT 등 인공지능에 추가 수당이나 작가 크레딧을 부여하지 않고, 재방 추가 보상(레지듀얼)에 영향이 없다면 사용 여부는 작가 개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또 스튜디오의 경우 AI가 생산한 스크립트를 작가에게 전달해 수정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인간 작가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창작자로 간주된다.

AI는 각본 창작의 툴

WGA의 이번 논의 결과는 AI를 작가라기보다 각본의 창작툴(기획안이나 연필과 같은)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WGA는 작가들이 AI 서비스 기업의 크레딧 제공 요청에 휘말리지 않고 테크놀로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번 조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AI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도움 없이 모든 대본이나 각본을 작성했다면 이는 창작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WGA는 밝혔다. WGA는 3월 20일부터 이 조항을 두고 제작자 협회(The 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와 적용 여부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AMPTP가 이 아이디어를 수용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WGA는 AI 생산 작품에 대한 규정도 명확히 했다. AI 생산 작품이 단순히 '문학자료(Literary Material)'나 '원천자료(Source Material)'로 인정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간단히 언급했다. 이들 용어는 작가 크레딧을 할당할 때 핵심이다. 이는 향후 수익이나 추가 수당 배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학자료(Literary Material)는 WGA가 특정 개인을 작가로 인정할 때 작성하는 최소 기본 협약의 기초 용어다. 쉽게 말해 스토리, 각본, 대본, 스케치 등 작가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만약 AI 프로그램이 문학자료를 만들 수 없다면, 특정 프로젝트에서 '작가'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림5 Writers Guild of America West 트위터
Writers Guild of America West 트위터 화면

출처: 트위터

원천자료(Source Material)는 소설, 연극, 잡지 기사와 같은 것들을 말하며 이는 드라마 등을 만들 때 대본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각본(Screenplay)이 원작이 있다면 '원작 각본(Original Screenplay)'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경우 작가는 집필 크레딧(Written by credit)이 아닌 각색(Screenplay by Credit) 크레딧만 받을 수 있다. 집필 크레딧을 받으면 작가는 잔여 보상금(풀 레지듀얼, Full Residual)을 전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원작이 있고 각색 크레딧인 경우 레지듀얼의 75%만 수령할 수 있다.

조합은 챗GPT가 원천자료를 생산할 수 없다고 선언했지만, 작가가 AI가 쓴 스토리를 각색해 완전한 '집필 크레딧(Written by Credit)'을 받을 길을 열어줬다. 조합이 작가들의 창작에 AI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 것은 어쩌면 고육지책으로도 볼 수 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AI의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수만개의 사례를 참조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 표절로도 보기 쉽지 않다.

또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AI 집필에 대한 기준을 시급히 만들 필요성도 있었다. 단순 교양 프로그램이나 퀴즈쇼 등에는 AI를 이용한 대본 집필과 인간 작가의 창작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 AI 작가는 이미 인간의 단순 글쓰기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미국의 영화 배우 노조(SAG-AFTRA) 역시, AI 배우에 대한 기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AI가 만들어 내는 배우 아바타의 경우 별도 인격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또 배우들은 경우에 따라 이미지나 목소리, 유사성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현재 제작자 협회와 근무 조건에 대해 협상 중인 WGA는 향후 2주 동안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파업을 진행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WGA 제안서에는 아래와 같이 쓰여 있다.

인공지능과 유사한 기술: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유사한 기술에 의해 생산된 서면 자료가 MBA가 적용되는 프로젝트의 원천자료 또는 문학자료로 간주되지 않도록 제공한다.
(ARTIFICIAL INTELLIGENCE AND SIMILAR TECHNOLOGIES: Provide that written material produc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programs and similar technologies will not be considered source material or literary material on any MBA-covered project.)

사실 조합의 트윗을 보면 AI를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조합은 AI 기술을 고려하기보단, AI 기술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주목했다(AI가 어떻게 "고려"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되는지). 결국 AI는 창작 원천이 아니며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뷰티 산업과 AI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전 세계 산업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뷰티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얼굴이나 몸을 꾸미는 방식뿐만 아니라 뷰티 제품을 가상 공간에서 경험하는 데까지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Estee Lauder Companies)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화장품 등 미용용품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가장 앞서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에스티 로더는 사회적으로 거리가 멀고 터치가 없는 시간에도 '하이 터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디어와 테크놀로지, 콘텐츠의 혁신을 말하는 SXSW 2023에서도 에스티 로더는 '뷰티 산업과 AI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림6 SXSW 2023년에 소개된 뷰티 AI '에스티 로더'
AI 기술 적용 화면

출처: 필자 촬영

2-1. 뷰티 산업도 AI가 지배하다.

2023년 3월 12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 중 열린 'Powering Beauty With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에스티 로더는 자신들의 'AI 뷰티 전략'을 공개했다. 에스티 로더의 뷰티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이 회사가 'AI 뷰티'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에 나선 소우미야 코티파티(Sowmya Gottipati) 에스티 로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대표는 뷰티 제품에 AI가 적용되면 '효율적인 밸류 체인' 형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판매 데이터를 고객 수요와 소비 물량(Volume Prediction)으로 전환시키고 AI 공장(가상 공장)과 로봇을 이용하면 제작 비용을 줄이고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코티파티 대표는 "특히, 소비자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AI를 통해 고객의 취향과 피부의 민감성 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면 필요 없는 돈을 쓰는 작업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를 테면 고객의 피부 톤과 생체 정보를 완벽하게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을 사용한다면 제품의 수요와 부가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버추얼 화장(VTO(Virtual Try On) Foundation)이 AI를 만난다면 고객 만족도는 더욱 고도화될 수 있을 것이다. AI를 기반으로 증강현실(AR)에서 화장을 시도할 수 있고 본인에게 더 잘 맞는 더 똑똑한 화장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피부 컨디션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된 스킨케어 제품, 메이크업 제품, 향수 등을 요구에 맞게 즉시 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2. AI를 이용한 진정한 개인화는 뷰티의 미래

AI를 이용하면 '더 개인화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개인에 더 최적화된 미용 용품은 구매자의 만족도를 더 높여줄 수 있다. 따라서 제품 개인화는 '뷰티의 미래(The Future of Beauty)'로도 불린다. 개인 취향 파악은 생성형 AI와의 문답을 통해 충분히 진행될 수 있다. 인간처럼 질문할 수 있는 생성형 AI는 진정한 고객화(True Customization)와 개인화(Personalization)을 이뤄낼 수 있다고 코티파티 대표는 말했다. AI에 기반한 데이터 베이스는 개인에게 적용 가능한 성분과 고객 맞춤형 제품 생산을 위한 상품 배합 비율을 만들 수도 있다.

에스티 로더는 향수 개발에도 AI 개인화 기술을 적용한다. 에스티 로더는 "과거 새로운 향수 발매 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지만 이제는 AI의 후각이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AI를 기반으로 한 검색 툴을 이용해 향과 관련한 정보를 검색하고 온라인 샘플링 데이터나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아울러 제품을 최종적으로 만들기 전에 AI 향수와 관련된 모든 실험을 할 수 있다.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 취향을 파악하고 이 분석 결과로 현장에 바로 대응하고 소비자에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에스티 로더는 2023년 1월 시각장애가 있는 사용자가 더 쉽고 자신 있게 화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최초 인공지능 기반 모바일 앱 VMA(Voice-Enabled Makeup Assistant) 애플리케이션을 영국과 아이슬란드에 출시했다. 에스티로더는 VMA 출시를 통해 시각장애인들도 화장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영국에서만 200만 명 이상의 시력 손상자가 있으며 이 중 34만 명이 시각장애 또는 부분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에스티 로더는 실제 시각장애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탄생시켰다. VMA의 스마트 미러 기술은 에스티 로더의 증강현실 및 AI 기능이 적용됐으며 머신러닝을 사용하여 개발됐다.

VMA 애플리케이션은 음성 명령을 활용, 사용자의 메이크업을 지원한다. 또 AI를 활용해 사용자 얼굴에 적용할 메이크업을 파악하고 화장의 균일성과 경계를 평가한다. 또 VMA는 얼굴에서 더 정확한 도포가 필요한 부위를 식별하고 터치업이 필요한 부위를 음성으로 설명한다. 립스틱, 아이섀도 또는 파운데이션이 고르게 발렸는지 오디오 피드백도 준다.

3. AI와 OTT

스트리밍 서비스에 생성형 AI가 적용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편리할 수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장르 영화, 드라마의 리스트와 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 입장에서 AI가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스트리밍 시대, '플랫폼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도 콘텐츠 보유 숫자에 따른 양극화는 현실이지만, AI는 이 현상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

버라이어티 조사 결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넷플릭스를 제외한 다른 플랫폼들은 특정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서만 접속하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서비스를 해지하는 경향이 컸다. 파라마운트+는 응답자의 18%가 한 달 정도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이 응답이 1%에 그쳤다. 다른 말로 하면 넷플릭스는 다른 스트리밍과는 달리 오랜 시간을 머무르고 오랫동안 많은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당연히 넷플릭스가 더 볼 것이 많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맞춰 플랫폼 편식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AI는 이용자도 모르게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신이 평소에 보지 않는 콘텐츠를 추전해주는 '서프라이즈 미(Surprise Me)' 서비스를 2023년 2월 중단했다. 넷플릭스 구독자들이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새로운 콘텐츠보다12) 자신들이 원래 좋아했던 특정 프로그램이나 영화 장르를 찾아보는 경향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AI의 확산도 이유였다. 실제 서프라이즈 미 사용량도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검색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기 때문에 AI 추천 콘텐츠 소비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액센츄어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가 2022년 10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13) 스트리밍 이용 고객의 72%가 자신들이 볼만한 콘텐츠를 직접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7명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켠 뒤 자신이 보고 싶은 드라마를 찾기 어려워했다는 이야기다. 또 응답자의 4분의 1은 시청할 콘텐츠를 선택할 때 10분 이상이 소요됐다고 답했다.

2022년 10월 닐슨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닐슨 조사 결과 18세 이상 스트리밍 사용자의 콘텐츠 시청 결정 시간은 평균 11분에 달해 2019년 이후 52%나 늘었다. 그 당시에는 현재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유한 콘텐츠가 적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큰 폭의 증가다. 또 시청할 콘텐츠를 볼 때 걸리는 시간은 나이가 어릴수록 길었다.

그림7 콘텐츠 결정에 걸리는 시간
18~34분 12.65%, 35~49분 12.67%, 50~64분 9%, 65분 이상 8.4%

출처: 닐슨

콘텐츠 선택 시간 확대는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라이브러리가 깊어지면서 그만큼 선택이 어려울 정도로 볼 것이 많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경우 고객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콘텐츠 검색 시간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점은 '구독자 이탈(Subscriber Churn)'을 가속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300만 명의 TV 패널을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TV 시청률 조사 회사 삼바 TV(Samba TV)14)는 콘텐츠 검색 시간(Content Discovery)과 구독 유지(Viewer Retention) 사이 강력한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즉 콘텐츠 검색 시간이 길수록 서비스 유지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을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다.

삼바에 따르면 시청률 상위 50개 프로그램 중 하나만 보는 가구가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AVOD, SVOD)들은 구독 한 달 뒤 이탈하는 가구도 많았다. 2022년 하반기 조사에서는 파라마운트+가 '하나의 콘텐츠 시청 후 이탈'이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상당수 구독자가 스타트렉의 신작 시리즈를 보기 위해 들어왔다가 시즌이 끝나면 구독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다.

그림8 콘텐츠 검색 시간과 서비스 이용 기간
한 달 동안 시청하는 경우는 파라마운트 18%, 애플TV 16%, HBO Max 10% 이하, 나머지 생략 / 하나의 프로그램만 시청하는 경우는 파라마운트 54%, 애플TV 57%, HBO Max 53% 이하, 나머지 생략

출처: 삼바

삼바 조사에서 하나의 프로그램만 보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이용자 중 55%가 구독 중단 이유로 '볼만한 다른 콘텐츠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보지 않는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는 당연히 없다. 이들 이탈 가구는 관심 있는 다른 것을 찾지 못해 취소를 결정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다른 콘텐츠에 관심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고객들의 취향을 바꾸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미 취향이 결정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3-1. 생성형 AI 시대, 더 강해질 콘텐츠 편식

생성형 AI 시대에는 콘텐츠 편식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알고리즘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사람이 추천하는 느낌의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처럼 대화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 챗GPT(ChatGPT)가 스트리밍에 적용될 경우 이런 '콘텐츠 편식과 편향 구독' 경향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 시간이 늘어날 수 있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탐험하는 구독자 수는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이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에 좋지 않은 현상이다.

글로벌 경기 위기,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 구독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늘어나는 막대한 콘텐츠 투자15)와 높아지고 있는 고객 이탈률16)을 고려할 때 말이다. (2022년 9월 기준 상위 10개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자 이탈률은 5.8%로 전 분기 대비 0.8%포인트 높아졌다.)

그림9 늘어나는 콘텐츠 투자 규모
2013년 약 120억 달러, 2023년 약 240억 달러

출처: 암페어

이에 따라 구독자와 이용 시간을 동시에 늘리기 위해선 콘텐츠 검색 기능의 혁신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은 스트리밍은 혁신과 친하지 않다는 점이다. 검색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서프라이즈 미'를 없앤 넷플릭스 역시,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You might like)' 외에는 뾰족한 고객 프로모션은 없다. 이 정도 테크놀로지는 생성형 AI 시대에 1차원적인 기본 기술이다.

그림10 스트리밍 서비스 취소 이유
관심있는 콘텐츠가 없어서 55%, 비싸서 53%, 가입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줄이려고 43%, 이하 생략

출처: 삼바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AI 시대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 편식도 해결해야 한다.

4. AI와 디지털 헬스

4-1. 병원 진료용 생성형 AI '닥스GPT' 출시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업무 현장을 위한 툴(Tool)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머신러닝을 통해 이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이다. 데이터 원본을 통한 학습으로 소설, 이미지, 비디오, 코딩, 시, 미술 등 다양한 콘텐츠 생성에 이용된다. 한국에서는 2022년 노벨 AI(Novel AI)의 그림 인공지능 등장으로 주목도가 높아졌다. 해외에서는 미드저니, 챗GPT 등 여러 모델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의사(Clinicians)를 위한 전문가용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 '독시미티(Doximity (DOCS))'는 2023년 2월 10일 의학 진료 관련 전문 용어에 훈련된 위한 챗GPT 사이트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닥스GPT(DocsGPT)17)로 불리는 이 생성형 AI는 독시미티의 무료 팩스 서비스와 연동되는 툴이다.18)

닥스GPT의 작동 방식은 챗GPT와 동일하다.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닥스GPT가 답한다.

그림11 닥스GPT 베타 버전(캡처)
사이트 캡처화면

출처: https://www.doximity.com/docs-gpt

닥스GPT에 대한 상세 내용은 이 회사의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공개됐다.

닥스GPT는 실제 의료 현장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메디컬 명령어(메디컬 프롬프트, Medical Prompts)'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19) 웬만한 의학적 질문에는 답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병원은 보험사에 제출할 자료도 만들 수 있다.

만약 보험 회사가 특정 병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길 거부했다면 '지급 거부 재승인 요청(Cigna Rx Denial Appeal)' 등과 같은 명령어를 선택하면 닥스GPT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다. 이 답은 관련 환자의 세부 기록과 함께 보험사에 전송돼 거부 결정을 재검토하고 처방전(The prescription)을 승인할 것을 촉구한다. 또 이메일 등을 통해 환자에게도 같은 내용이 전송된다. 이 회사 제프리 탄그니(Jeffrey Tangney)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독시티미 엔지니어들은 지난 2022년부터 의사들과 협업해 닥스GPT를 실제 의료 현장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협업해왔다"고 말했다.

그림12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대한 질문(닥스GPT 캡처)
닥스GPT 캡처화면

출처: DocsGPT 홈페이지

병원 진료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Healthcare Workflow Automation Tech)은 팬데믹 이후 의료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고 예산이 줄어들자 최근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기 시작한 테크놀로지다.

THL 총괄 이사 조시 넬슨(Josh Nelson)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병원 진료 업무 개선 테크놀로지는 팬데믹 이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노동력 문제와 공급 부족, 비효율성 등을 상당 수준 해결해 줄 조력자"20)라고 말했다. 실제 챗GPT는 의료 상담 및 진료 현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의학 보조원으로서 생성형 AI 필요성 증가

의료 분야에서 챗 GPT의 사용 사례는 닥스GPT뿐만은 아니다. 악시오스는 최근 기사에서 생성형 AI가 도울 수 있는 의료 현장을 묘사했다.

1. 생성형 AI는 의료인들을 위한 '디지털 보조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환자 내방 시 의료 정보에서 필요한 데이터만 뽑아 환자 문진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다. 또 진료 상황 및 퇴원 수속, 환자 상태 체크 등을 환자의 전자 의무 기록에 자동 입력할 수도 있다.

2. 처방전 필요 의약품, 시술 사전 허가, 진료 증명서를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다. 수술이나 시술 전후에 환자에게 관리 지침을 제공하고 환자 질문에도 응답할 수 있다. 환자를 다른 병원이나 의사에게 보내거나 투약문서 작성에도 쓰일 수 있다.

3. AI는 의료 맞춤 식단(MTMs, Medically Tailored Meals) 설계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를 위한 처방 식단 개발 이후, 식사 메뉴와 재료 리스트를 작성하도록 AI에게 명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려도 많다. 오픈AI도 지난 2022년 11월 챗GPT가 완전하지 않고 성능이 다양하며 질문에 따라 매우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AI 얼라언스 대표(Head of Alignment) 얀 레이크(Jan Leike)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21)에서 "AI는 가짜 긍정과 거짓 부정을 모두 특성으로 가지고 있다"며 외형적인 툴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이슈는 AI는 항상 답을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질문이라도 AI는 늘 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답은 의료 현장에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제 병원에서는 AI 적용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독시미티 측도 닥스GPT가 질문에 답하기 전 검토하고 편집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적용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닥스GPT는22) 수익 달성 루트가 불투명하다. 악시오스는 "의료 전문가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한 뒤 구독이나 광고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4-2. 챗GPT, 미국 의사 면허 시험 통과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가 인간의 건강을 책임질 정도로 더 똑똑해지고 있다. 많은 임상 수술과 진단이 언젠가 인간 의사가 아닌 머신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

챗GPT는 최근 미국 의사 면허 시험(USMLE, U.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의 세 파트(Parts)를 모두 통과했다. 비록 악시오스는 챗GPT가 의사 면허 시험 중 최신 리서치 파트는 합격선을 겨우 넘었지만 라이선스 확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보도했다.23) 의사(MD) 과정을 거친 의사는 의료 면허를 위해 USMLE를 통과해야 한다.

그림13 의사 면허 시험 연구(출처 논문 캡처)
논문 캡처화면

출처: 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2022.12.19.22283643v2

연구원들이 지적했듯, 의대 2학년은 파트1 시험을 준비하는데 수백 시간을 쓰며, 파트3는 주로 의대 졸업 학생(Medical School Graduates)들이 응시하는 어려운 시험이다.

Step 1: 의대 첫 2년 동안 배운 기초 지식(Assesses foundational medical science typically obtained during the first two years of medical school)

Step 2: 임상 의학에 대한 평가(Evaluates the applicant's knowledge of clinical medicine)

Step 3: 환자 관리에 대한 임상 지식의 적용 평가(Assesses the application of clinical knowledge to patient management)

이 실험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안시블헬스(Ansible Health)24)가 진행했다. 이 회사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치료 치료 방법 개선을 위해 다양한 AI와 머신러닝 툴을 연구해왔다.

안시블헬스 CEO이자 전직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 잭 포(Jack Po)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챗GPT가 출시되었을 때 테크 세계가 많이 흥분했고 그래서 우리는 기술이 과장된 것인지 아니면 유용한 것인지 알고 싶었다"며 "검증을 시작하면서 결과에 상당히 놀랐다. 무엇이 옳은지뿐만 아니라, AI가 어떻게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림14 안시블 사이트(화면 캡처)
안시블 사이트 캡처화면

출처: 안시블 사이트

포와 연구원들은 챗GPT의 의학계 적용 가능 여부를 위해 USMLE 시험 응시를 테스트했고 먼저 "어떤 답변, 설명 또는 관련 콘텐츠도 구글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논문은 현재 동료 심사(Peer Review) 중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챗GPT가 한번도 의학 지식(Medical Dataset)에 대한 훈련 없이 높은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하나의 문제는 연구자들이 "일련의 불확실한 답변(Indeterminate Answers)"은 제외했다는 것이다. 이는 챗GPT가 의학적인 조언을 피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챗GPT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드시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인 의료용으로 쓰이는 것을 경계해왔다.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의 투자자이자 현재 브라운대학 의대 재학생인 공동 저자 모건 치텀(Morgan Chatham)은 "그 대답들은 너무 일반적이어서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이런 의학적 판단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생성형 AI의 특징 때문이다.

챗GPT는 사용자가 웹 문서를 보며 스스로 정리할 필요가 없도록 알아서 데이터를 정리해준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좋아하는 친구를 위한 음식을 찾는다고 입력하면 구글은 연관된 내용이 있는 문서들을 나열한다. 그러나 챗GPT는 처음부터 내게 필요한 내용만 맞춤형으로 정리해 '개들이 먹을 수 있는 초콜릿과 같은 음식을 추천한다'는 답을 내놓는다. 마치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듯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연속성'도 뛰어나다. 이전에 사용자와 나눈 이전 대화를 기억해 다음 답변에 반영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이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관광 코스 좀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구글이나 챗GPT나 첫 번째 결과는 유사한 답변을 보여준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차이가 난다. 챗GPT는 '추천된 코스 중 남산을 포함한 하루 스케줄도 짜달라'는 명령에 앞의 내용을 반영한 결과값을 보여준다.

반면, 구글에서는 이전 검색 결과와 상관없이 새로운 정보를 단순히 제공한다. 따라서 챗GPT는 사용자와 상호작용(대화)에서 질문 의도에 더 근접한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대화형 생성 AI(Generative AI) 개발은 여전히 초기 단계다. 이에 전문가들은 의료 작업을 대체하기보다 강화시키고 도와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안시블은 챗GPT의 답을 훈련된 전문 의료진이 검토한 뒤 환자들에게 치료나 특정 개념을 설명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후 아마도 건강 검진(Wellness Checks)과 다른 일반적인 의사 업무(General Practitioner Tasks)에는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3. 메타, AI를 이용해 수천만 개의 단백질 구조 예측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3년 3월 16일 메타가 AI를 이용해 수천만 개의 단백질(Proteins) 구조를 예측하는 도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연구자들은 "생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해를 더 깊게 하고 새로운 약물의 발견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메타의 리서치 부문인 메타 AI는 새로운 AI 기반 컴퓨터 프로그램 'ESMFold'를 이용해 6억 1,700만 개의 예측 단백질의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단백질에 기초한 약은 심장병, 특정 암, HIV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이 덕분에 많은 제약사가 인공지능(AI)을 신약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AI를 사용하는 것은 현재 약물과 신약 후보군들의 유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은 질병들을 해결할 수 있는 분자구조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25)

그리고 메타의 ESMFold는 알파벳 자회사인 딥마인드(DeepMind)의 단백질 예측 모델 알파폴드(AlphaFold)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폴드는 2022년 약물 탐지를 가속화할 수 있는 2억 1,400만 개 예측 단백질 데이터베이스26)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타는 "ESMFold가 알파 폴드에 비해 60배 이상 빠르지만 아직 정확하지 않다"며 "ESMFold 데이터베이스는 이전에 연구되지 않았던 유전자 서열로부터 예측을 했기 때문에 더 방대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3월 16일27)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메타 AI 연구 과학자 알렉산더 리브스(Alexander Rives)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자들이 단백질의 생물학적 기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메타는 2022년 11월 ESMFold에 대한 논문을 2022년 11월 출판 전 공개(Preprint Server)한 바 있다.

리브스 박사는 "유사한 구조를 공유하는 단백질은 유사한 생물학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높은 해상도로 구조를 볼 수 있다면 이 단백질들의 실제 생화학적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에 따르면 ESMFold에 의해 예측된 단백질의 약 3분의 1은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기능을 파악하는 탐구는 10년 동안 계속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단백질은 최종 구조를 형성하기 전에 끊임없이 접촉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단백질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과학자들에게 매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AI 모델은 며칠이면 기존 현미경으로 할 수 없는 단백질 구조 예측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타 연구진은 단백질 구조 예측에 몇 개의 글자나 단어로부터 텍스트를 예측할 수 있는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AI를 사용했다. 이는 챗GPT가 인간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대화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메타 과학자들은 ESMFold 프로그램에 단백질 유전 암호를 형성하는 아미노산을 나타내는 일련의 문자를 입력했다. 그리고 나서 AI 모델이 공백이거나 숨겨진 섹션을 순서대로 채우는 방법을 익했다. 일단 AI 모델이 완전한 서열을 생성하면, 새로운 서열 구조를 예측하기 위해 ESMFold는 기존 단백질 서열과 구조 사이 관계를 배울 수 있다. 메타 과학자들은 "ESMFold의 강점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속도로, 연구자들이 의학, 건강, 음식 등의 분야 등의 다양한 응용을 위해 대규모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일부 과학자는 알파폴드(AlphaFold)가 ESMFold에 비해 정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빠른 분석 속도보다 정확한 분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메타는 ESMFold가 이미 다양한 학교 리서치 그룹과 바이오테크 회사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백질 모델 예측에서 구글과 메타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메타에 따르면 ESMFold 모델은 2022년 출시 이후 2023년 3월까지 대략 한 달 평균 25만 번 다운되며 매 시간 1,000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

이에 반해 딥마인드(DeepMind)에 따르면 알파폴드(AlphaFold)는 2021년 처음 출시된 이후 190개국 이상에서 100만 명이 넘는 연구자와 생물학자가 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300만 개의 단백질 구조를 확인했다. 딥마인드 대변인은 "현재 ESMFold의 정확도가 많이 높지 않지만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카고 대학 분자공학 부교수 앤드류 퍼거슨(Andrew Ferguson)은 월스트리트저널와의 인터뷰에서 "딥마인드와 메타의 AI 단백질 예측 모델은 각각 그들의 강점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것들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4-4. 헬스케어 AI, 유방암 검진에 사용되는 AI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AI를 적극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Google)은 2023년 3월 14일 의료 상담 챗봇 등이 포함된 새로운 다양한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툴을 대거 선보였다.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28) 기반 구글의 생성형 AI는 Med-PaLM 2로 불린다. 구글은 이 AI 챗봇은 전문 건강 검진 의사의 85% 수준까지 따라왔다고 언급했다.

의사의 진단 수준까지 올라선 구글 헬스AI

구글에 따르면 이 의료 상담 솔루션은 이전 버전보다 18% 성능이 향상됐으며 유사한 AI 모델의 능력을 훨씬 능가한다. 구글은 "AI가 의료 지식을 검색하고, 의료 질문에 정확하게 답하며, 추론을 제공하기 위해 학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챗GPT(ChatGPT)도 의학 시험을 통과했지만 합격선을 겨우 넘었다.29) 하지만, 오픈AI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AI GPT-4를 2023년 3월 14일 런칭했다.30) 오픈AI는 GPT-4의 경우 고급 추론(Advanced Reasoning)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챗GPT는 변호사들이 치르는 자격 시험(Bar)에서 하위 10% 내 성적을 기록한 반면 GPT-4는 상위 10%의 우수한 성적으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GPT-4는 유료 구독자(GPT-4)들만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의 헬스케어 AI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구글 엔지니어링 및 연구 부사장인 요시 마티아스(Yossi Matias)와 건강 AI 책임자 그레그 코라도(Greg Corrado)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31) "(Med-PaLM 2)가 실제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구글은 내부 글에서 "이 툴을 과학적 사실성, 정밀성, 의학적 합의, 추론, 편견, 해로움 등 14가지 의학적 기준에 대해 테스트했을 때 상당한 차이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또 "이런 격차를 좁히고 이 AI기술이 건강을 개선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연구원들과 세계 의료계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구글은 2018년 개발한 대화형 AI 기술 '듀플렉스(Duplex)'32)를 통해 수십만 개 의료기관에 전화를 걸어 공공 의료 보험(Medicaid)을 채택할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듀플렉스는 실제 통화처럼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결과는 구글 서치에 반영된다. 구글은 "무료 또는 저비용 진료(Free or Low-cost Care)를 제공하는 지역 헬스케어 기관도 구글 검색에 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33)

고품질 저비용 서비스 위해 AI 제공

구글은 이미 각종 의료 기기에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AI가 의료 기기에 탑재되면 고품질 저비용으로 의료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간단한 정비와 짧은 탐색 시간으로도 병을 충분히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헬스 케어 시스템에 잘 적용되려면 환자의 건강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구글은 스마트워치 건강 측정 서비스 핏빗(Fitbit)의 새로운 버전을 공개한다. 일부 서비스는 구독 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호흡수, 피부 온도 및 혈중 산소 농도의 변화와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구글 최고 헬스 책임자(Chief Health Officer) 카렌 드살보(Karen DeSalvo)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헬스의 미래는 소비자가 주도할 것"이라며 "사람들은 더 개인화된 통찰력, 서비스 및 관리를 통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AI가 탑재된 '초음파 장치(Ultrasound Devices)'는 대만에서 초기에 유방암을 진단하고 케냐에서는 임산부의 임신 연령을 결정하는 데 사용됐다. 또 다른 구글의 AI 툴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흉부 엑스레이에서 결핵의 징후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림15 초음파 AI검진(구글)
초음파 AI검진 캡처화면

출처: 구글

AI를 기반으로 한 의료와 개인 진료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화 치료에 초점을34) 맞춘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 베리라이프 사이언스(Verily Life Sciences)는 2023년 1월 200여 명의 직원35)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AI가 인간 방사선 기사들이 놓친 암도 탐지하기 시작했다.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이 강한 헝가리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AI 적용을 실험 중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년에 3만 5,000번 이상의 검사를 진행하는 5개의 병원과 클리닉에서, AI 시스템이 2021년부터 적용됐다. 헝가리는 현재 방사선 전문 의사와 방사선 기사가 놓칠 수 있는 암의 징후를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헝가리의 경우 2021년 이후 방사선 기사가 진단하지 못한 유방암 중 22건을 AI가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이용한 유방암 검진 확산

미국, 영국, 유럽 의원과 병원 또한 AI 유방암 진단 시스템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유방암 진단은 230만 건, 사망자는 68만 5,000명이었다. 미국 국립암센터(The National Cancer Institute)는 유방암의 약 20%가36) 유방조영술(Mammograms) 검사에서 누락된 것으로 추정했다.

뉴욕타임스는37) "AI를 통한 유방암 진단은, AI가 공중 보건 진료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라며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모든 연령, 나라, 체형의 여성들에게 정확한 결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렇다고 구글이 AI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구글도 '닥터 구글(Dr. Google)'은 가끔 사용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위험한 건강 가이드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구글은 유튜브 헬스38)에 유통되는 의료 정보의 신뢰성을 판별하는 '정보 패널(Information Panels)'을 운영하고 있다. 또 유튜브는 이용자들의 건강 관련 질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찾는' 기능도 제공한다.

구글은 또 100개 이상 나라에서 사용자들을 무료 건강 위기 지원 서비스와 연결하는 '쓰루라인(ThroughLine)'39)과의 제휴도 발표했다. 드살보 대표는 "이 서비스는 검색 결과의 최상단에 노출된다"며 "자살, 가정 폭력 및 기타 개인적인 위기를 검색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학은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경험의 건강한 조합이 필요한 분야다. 구글의 건강 부문 머신러닝 리서치 그룹을 이끌고 있는 외과 의사이자 과학자인 앨런 카티케살링엄(Alan Karthikesalingam)은 "AI만으로는 건강 관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결국, 치료와 진료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

앞으로도 AI의 산업 침투는 더 넓고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각 영역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특히, 의료나 교육 등 개인 건강과 정보를 다루는 산업에서는 AI를 '잘쓰는 법'을 아는 것이 필수다. 개인 정보를 다루는 AI가 이를 악용할 경우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기능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AI의 능력은 사람의 통제를 넘어갈 수도 있다. 이에 미래에는 AI 능력을 통제하고 각 영역에 효과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