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 59호(11+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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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일자리와 노동 환경 변화

주목 경제 시대, 크리에이터 생태계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

강혜원(성균관대 기업가정신과 혁신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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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글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졌던 유튜브에 유재석, 나영석 PD 등 레거시 미디어 출신 크리에이터들이 진출하면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IP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퍼스널 브랜드가 있는 파워 크리에이터와 열정 노동을 요구받는 무명 크리에이터의 간극이 커지는 상황을 살펴본다.

1. 들어가며: 레거시 미디어 출신 유튜브 크리에이터 약진

2023년 크리에이터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 중 하나는 유재석, 신동엽 등 영향력 있는 MC들의 유튜브 진출일 것이다. 2022년 11월 15일 2분 42초짜리 클립으로 시작한 유재석 '핑계고'의 구성은 단순하다. 진행자 유재석이 tvN <유 퀴즈 온더 블럭>의 공동 MC 조세호, SBS <런닝맨> 고정 출연자인 개그맨 지석진 등과 함께 사무실 한편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것이다. 1인 크리에이터들이 주로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선보여온 토크 위주 포맷을 표방하고 있는 콘텐츠이지만, 1년 만에 구독자 144만 명, 최대 조회 수 963만 회를 기록하며 큰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핑계고는 채널이 급성장함에 따라 배우와 가수를 망라한 유명한 연예인들의 홍보 창구로서 각광 받게 되었다. 글로벌 OTT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무빙>에 출연한 배우 차태현·조인성·한효주, SBS <악귀>의 각본을 쓴 김은희 작가, 올 추석 화제작이었던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30일>의 주조연을 맡은 배우 이동휘, 강하늘 등이 연달아 출연했다. 이뿐 아니라, 솔로 가수로 신보를 발매한 BTS 멤버 지민과 슈가, 아이돌 그룹 세븐틴 등이 신곡 홍보 창구로 이 채널을 선택했다.

그림1 유튜브 채널 뜬뜬의 '핑계고' 인기 동영상
유튜브 채널 뜬뜬의 '핑계고' 인기 동영상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 뜬뜬 DdeunDdeun

유명 연예인들뿐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 출신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다른 유튜브 채널들도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9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나영석 PD(에그이즈커밍)의 채널 십오야(개설 당시 채널명 나나나)는 '삼시세끼' 시리즈의 스핀오프 콘텐츠를 방영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에그이즈커밍은 강호동이 출연하는 '라끼남'을 케이블 채널과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방영하는 시도를 거쳐 '출장십오야' 등 자체 콘텐츠를 활발하게 제작·공개하면서 2022년 3월 구독자 400만 명을 돌파하였다. 나아가 2023년 6월부터는 웹툰 작가 출신 크리에이터 침착맨 채널에 직접 출연하여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기본기를 배워왔다는 컨셉트로 저비용 토크 포맷 프로그램을 시도하여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림2-1 '침착맨' 채널의 나영석 PD 출연 콘텐츠
'침착맨' 채널의 나영석 PD 출연 콘텐츠 이미지

출처: Youtube 침착맨 채널

그림2-2 채널 십오야의 스트리밍 콘텐츠
채널 십오야의 스트리밍 콘텐츠 이미지

출처: Youtube 채널십오야 채널

2. 명성이 재화가 되는 주목 경제 시대, 크리에이터 양극화 우려

레거시 미디어 출신 연예인과 제작자들이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이유는 투입 비용 대비 수익 창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출연자 입장에서는 의상이나 분장 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는 데다, 회당 최소 7,000만~8,000만 원으로 추정되는 간접 광고(PPL) 수익을 방송사와 달리 출연자와 분배한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일간스포츠, 2023.10.06.). 제작자 입장에서도 방송사에 비해 주류 등 협찬 가능 품목의 폭이 넓고 제작 협찬 제약도 덜할뿐더러, 포맷에 따라 제작비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토크쇼 형식으로도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기 진행자들을 섭외하는 데 적극적일 만하다.

그림3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한 시사주간지 타임(TIME) 표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한 시사주간지 타임(TIME) 표지

출처: 시사주간지 타임(TIME)

유명 연예인에게 높은 수익 분배를 약속 가능한 근거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누려온 유명인의 인지도가 콘텐츠의 성공을 담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의 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방향으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이용자의 인지적 자원을 두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어떤 정보가 생산되느냐'보다 '어떤 정보가 주목을 끄느냐'가 중요한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 관심 경제)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최수진, 2021).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들이 단시간에 주목하는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 레거시 미디어에서 축적해온 인지도와 호감은 채널 성장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에서 명성을 축적해온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에 진출하여 이용자들의 주목을 끌수록, 이 같은 현상이 전체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미칠 영향력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통 미디어 생산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올리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를 제공하는 것을 주축으로 하는 크리에이터 플랫폼 중에서도 유튜브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전 세계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20억 명 이상으로 추정될 뿐 아니라(2021년 기준), 국내에서도 이용자가 가장 많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 지위를 몇 년째 지키고 있다.

일찍이 2005년 전후 '플랫폼으로서 웹'을 주창한 웹2.0개념이 '개방', '공유', '협력', '참여'라는 4가지 네트워크 기반 키워드를 통해 구체화되었을 무렵부터, 유튜브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 초창기 마이크로 블로그 마이스페이스(Myspace) 등과 함께 개인 미디어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각광받은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를 선정하며 평범한 개인들이 미디어 생산자로 발돋움한 것의 의미를 기리기도 하였다.

초창기 유튜브가 국내에서도 각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정신 때문이었다. 게임 분야의 '대도서관', 뷰티 분야의 '씬님', 미스터리 스토리텔링이라는 장르를 구축한 '디바제시카'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 창작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미디어 분야 종사자가 아닌 '누구라도'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성공 신화를 보여주었다.

그림4 국내 유튜버 세대 구분
국내 유튜버 세대 구분 이미지

출처: 김용태(2023.08.23.)1)

국내에서 영상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성장하면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도 점차 주제·분야별로 세분화되었고, 자본과 기획력을 갖춘 기성 미디어들이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특히 영상 산업에서 IP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방송 프로그램 IP를 활용한 스핀오프 웹 예능을 제작하거나, 자사 방송 프로그램을 숏폼 형태로 재가공하여 제공하는 등 다양한 부가 수익 창출 시도가 활성화되었다.

3. 크리에이터 생태계에서 다양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점차 전문화·대형화되는 추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다양한 이해관계 중에서 개인들의 창작물을 매개하는 플랫폼으로서 본연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중장기적으로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다양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는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명백한 사실이다. 소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 하는, 구독자 규모를 기반으로 창작자가 이윤을 창출하는 플랫폼들은 양면 시장(Two Sided Market)을 특성으로 한다.

그림5 유튜브 플랫폼이 보여주는 양면 시장으로서의 특징
유튜브 플랫폼이 보여주는 양면 시장으로서의 특징 이미지

출처: 강혜원, 2023

콘텐츠 이용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혹은 광고 시청을 대가로 무료로 콘텐츠를 감상하고, 크리에이터는 잠재적인 직간접 수익을 기대하며 무료로 플랫폼에 자신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즉,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각각의 크리에이터와 취향을 공유하는 불특정 다수 시청자가 플랫폼을 찾게 하기 위한 핵심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여 이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주요 요소로 여겨지는 이유다. 유튜브는 2007년부터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을 통해 크리에이터들과 수익을 공유해왔으며, 국내외 사업자들과의 경쟁 속에서 아프리카TV의 '별풍선'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방송 중 직접 과금 시스템 '슈퍼챗', 채널별 구독 시스템, 커머스 기능 등을 순차적으로 추가해왔다.

4. 마치며

2018년 구글은 자사 I/O 컨퍼런스에 유튜버 박막례를 초대했다. CEO 선다 피차이가 직접 그녀를 만나 노고를 치하하였고, 2019년에는 유튜브의 CEO 수전 워치츠키가 직접 방한해 '박막례 할머니' 채널에 출연하여 함께 한식을 만들면서 여성으로서 삶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70대 여성의 활기찬 일상을 보여주는 '박막례 할머니' 채널이 전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개인이 세대와 성별, 국적을 뛰어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말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유튜브 정신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림6-1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구글 CEO 선다 피차이 출연 콘텐츠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구글 CEO 선다 피차이 출연 콘텐츠 이미지

출처: Youtube 박막례 할머니 채널

그림6-2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 출연 콘텐츠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 출연 콘텐츠 이미지

대사관 직원 출신으로 여행 유튜버를 거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블스 플랜'에 출연한 유튜버 '곽튜브', 트랜스젠더의 일상을 들려주던 유튜버에서 출발해 큰 인기를 끌게 된 방송인 '풍자'…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바탕으로 레거시 미디어에 진출하여 큰 성공을 거둔 인물들의 존재는 방송계에 활력을 주는 동시에 수많은 무명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창작에 뛰어들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창작자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비단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뿐 아니라, 오늘날 소셜 미디어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데 놓치지 않아야 할 기본 정신이다. 개인 창작자와 플랫폼의 윈-윈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은 유튜브와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사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