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 59호(11+12월)

본문

글로벌 리포트

디즈니와 넷플릭스를 통해 보는
2024년 한국 미디어 시장 키워드는 "규모와 수익화"

한정훈(다이렉트미디어랩 운영자)

사이트의 위치:

요약글

2023년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요동쳤다. 스트리밍 시장 침체가 본격화됐고 이들의 인수합병, 번들링은 이제 현실이 됐다. 디즈니+(Disney+), HBO 맥스(HBO Max) 등 글로벌 사업자들도 꺾인 경기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투자자들은 가입자 규모 대신,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TV는 이제 뉴스와 스포츠를 적극 편성하며 TV가 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전통적인 미디어 경제가 무너지는 한 해였다.

케이블 TV 생태계는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이에 케이블 TV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공 사업자 간 갈등이 한층 더 깊어졌다. 2023년 미디어 시장의 주요 사건들을 살피고, 2024년 한국과 미국 미디어 시장을 예측한다.

2023년 글로벌 미디어들의 심기는 불편 그 자체였다. 경기 하락과 함께 미래로 여겨지던 스트리밍 시장이 침체하면서 여러 지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3년 5월 작가 노조 파업, 7월 배우 조합의 동반 파업으로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은 완전 중단됐다. 작가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배우들의 파업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배우들과 스튜디오들은 AI사용에 대한 이견 등으로 120일 이상 파업 중이다.

불편한 진실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할리우드는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 시기를 맞이했다. 2023년 10월 18일 넷플릭스(Netflix)가 900만 명에 가까운 새로운 가입자 실적을 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경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자율이나 투자 등 지난 수년간 미디어 업계를 괴롭혀 온 문제점들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23년 글로벌 미디어 시장 경쟁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지금의 움직임을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2024년 이후를 대비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상황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미디어 기업들은 힘겹게 위기를 넘어가고 있다. 동시에 2024년 스트리밍, 글로벌 스튜디오,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의 키워드는 '생존과 규모' 그리고 '수익성'이다.

현재 미디어 비즈니스의 어려움은 전통적인 TV비즈니스의 침몰 속도에 맞춰 스트리밍의 수익성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성장통(Growing Pains)일 수 있다. 규모와 강력한 수익 창출 모델은 미디어 기업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요 미디어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위기를 넘는 기업은 장기 생존을 위한 긍정적인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지금 미디어 기업들의 변화 움직임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변화 움직임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리고 케이블 TV 생태계의 변화도 염두할 만하다.

2023년 미디어 기업, 채무 급증, 주가 하락

수년간 스트리밍 서비스 투자로 이자율은 증가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수익률은 아직 목표치에 다다르지 못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은 2023년 3분기 스트리밍 적자 폭을 대폭 줄였지만 여전히 2,8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스트리밍 구독자가 6,300만 명으로 절대 규모는 커보이지만, 매각설에 휩싸여 있다. 장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많은 미디어 기업들은 여전히 비용 절감 모드다.

그림1 주요 미디어 기업들의 3분기 주가 흐름
주요 미디어 기업들의 3분기 주가 흐름 그래프

출처: 버라이어티

이런 불안한 상황을 반영하듯, 미국 주요 미디어 기업들의 2023년 3분기 주가 흐름은 매우 좋지 않았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3분기 주가가 19% 빠졌고 넷플릭스, 엔데버(Endeavor) 등도 주가가 떨어졌다. 스트리밍 플랫폼 로쿠(Roku)의 주가만 유일하게 73% 급증했다. 로쿠의 주가 상승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최근 점유율이 급증하고 있는 FAST채널 덕이 크다. FAST는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Free Ad Supported Streaming TV)다. 로쿠의 FAST채널 '로쿠'는 점유율과 시청 시간이 급증하고 있다. 2023년 5월 시청률에서는 피콕과 HBO 맥스를 이기기도 했다.1)

케이블 TV 업계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 시장에서 110만 명 정도의 가입자(인터넷+유료 방송)를 가지고 있는 케이블원(Cableone)은 2023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유료 방송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3분기 현재 14만 5,000명 가입자가 방송 구독을 중단하게 되면 더 이상 '비디오 상품'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이즈가 문제는 아니다.

케이블 TV 1위 컴캐스트(Comcast)도 유료 방송 가입자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컴캐스트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2023년 10월 컴캐스트와 차터의 스트리밍 사업 합작사 주모(Xumo)2)가 스트림 케이블 셋톱박스 '주모 스트리밍 박스'를 출시한 것이다. 케이블 TV와 FAST를 모두 볼 수 있는 올인원 셋톱박스다. 케이블 TV 고객들이 유료 방송을 중단하지 않아도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우리가 희망을 가지는 것은 미디어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를 장기 침체가 아닌 성장통으로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자들만이 미래 시장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

그림2 주요 미디어 기업들의 현금 흐름
주요 미디어 기업들의 현금 흐름 그래프

출처: 버라이어티

디즈니, 훌루 100% 합병의 의미는 "규모의 경제"

100년 역사 디즈니도 위기 극복에 나섰다. 디즈니는 2023년 11월 1일(미국 시각) 케이블 TV 1위 사업자 컴캐스트가 보유했던 훌루(Hulu)의 지분, 33%, 86억 1,000만 달러 주식을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9년 21세기 폭스(Fox) 인수로 훌루 지분 66%를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는 이번 계약이 완료되면 전체 지분을 가지게 된다. 디즈니+가 2019년부터 지금까지 100억 달러 손실을 본 만큼, 또 하나의 스트리밍을 가진다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 시장 성공 공식을 감안할 때 당연한 전략이다.

그림3 디즈니+와 훌루의 미국 내 시청 시간 점유율
디즈니+와 훌루의 미국 내 시청 시간 점유율 그래프

출처: 닐슨

디즈니가 훌루 지분을 100% 보유하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먼저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어 구독하는 스트리밍 번들링(Bundling) 트렌드 속에 디즈니가 훌루를 완전 인수할 경우 스트리밍 디즈니+, ESPN+와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훌루와 디즈니+를 통합한 '하드 번들(Hard Bundle)'를 내놓게 되면 더 강력한 오디언스 규모를 가질 수 있다.(다만 컴캐스트가 더 많은 금액을 보상받고 싶어 하는 만큼 최종 협상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훌루의 오디언스 구성은 디즈니+를 또 다른 스테이지로 넘겨줄 수 있다.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연합해 만든 훌루는 라이브 방송과 다양한 스튜디오(FX, FOX, NBC유니버설, ABC)들의 콘텐츠를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고 매출 비중(70%)도 높고 넷플릭스와 함께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다. 지난 7월 1일 기준 분기, 훌루는 월 구독료 9억 3,9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디즈니+의 월 7억 1,934만 달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울러 디즈니의 스트리밍 광고 매출 8억 7,300만 달러의 대부분을 훌루가 차지하고 있다.

디즈니는 인수 성명에서 "컴캐스트 훌루 지분의 인수로 디즈니의 스트리밍 시장 목표는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3) 2019년 NBC유니버설은 훌루의 회사 가치(Guaranteed Floor Value)를 275억 달러로 보고 최소 3분의 1 가격을 보전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디즈니는 훌루 지분을 100% 확보한 뒤 해외 진출 전략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훌루와 디즈니+를 통합해 '성인과 어린이' 모두를 잡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훌루는 2023년 7월 1일 현재 4,83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라이브 TV패키지 430만 명 포함).

그림4 훌루 가입자별 월간 평균 매출
훌루 가입자별 월간 평균 매출 그래프

출처: 악시오스

스트리밍 번들(Bundle, 묶음 상품)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디즈니+와 훌루의 조합은 스트리밍 이탈률(Reduce Churn)을 낮추고 디즈니의 스트리밍 가격 결정권(Pricing Power)을 강화시킬 수 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애널리스트 벤자민 스윈번(Benjamin Swinburne)은 최근 보고서에서 번들링은 '고정 비용에 대응해 스트리밍 수익을 높이는 핵심 방법(Key to Scaling Streaming Revenues Against a Largely Fixed Cost Base)'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5월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에 훌루 콘텐츠를 통합해 '통합 스트리밍 경험(Unified Streaming Experience)'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부터 디즈니는 훌루를 외부에 매각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훌루의 고객 1인당 매출이 디즈니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디즈니+가 인도 지역에서 낮은 객단가로 고생하는 상황에서 2023년 7월 1일 기준, 훌루의 1인당 평균 매출은 10달러(12.39)를 넘어섰다.4) 라이브 채널 상품의 객단가는 거의 100달러에 육박한다.

그림5 디즈니 SVOD 사용자 평균 매출
디즈니 SVOD 사용자 평균 매출 그래프

출처: 버라이어티

따라서 디즈니는 다시 출혈이 있더라도 훌루를 가지겠다는 의지가 크다. 디즈니는 연방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5) 서류에서 "주식 공정 가치(Equity Fair Value)가 회사 가치(Guaranteed Floor Value)보다 높은 것으로 결정되면 최종 결정일에서 45일 이내 차액(공정 가치-회사 가치)을 컴캐스트에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디즈니가 규모의 경제를 더 키울 경우 넷플릭스와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수익 다변화 모델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이미 스트리밍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췄다. 2023년 3분기에도 구독자가 무려 900만 명 증가했다. 광고 모델 시행, 비밀번호 공유 제한 확대(한국) 등도 가입자 확대를 막기는커녕 규모를 키우는 데 되레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23년 3분기 현재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는 2억 4,750만 명이다. 당분간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가 따라잡기 어려운 구도를 구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8% 상승한 85억 달러다.

현재 미국 넷플릭스의 주력 상품은 월 15.99달러 스탠다드 요금제다. 여기에 최근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건 6.99달러 광고 포함 상품(월)이다. 넷플릭스에 광고는 미래다. 광고 상품 확대를 위해 11달러 저가 유료 상품도 없앴다. 넷플릭스가 광고 상품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당연히 규모의 경제 그다음을 보는 전략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2024년 키워드는 '수익 다변화'다. 이 여정의 중심은 당연히 광고다.

2022년 11월 넷플릭스가 광고 모델을 도입하고 몇 달간은 비난 일색이었다. 광고 상품의 CPM이 지나치게 비싸,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조롱도 많았다. 그러나 광고 모델 도입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넷플릭스는 2023년 11월 1일 광고 기반 상품 글로벌 활성 이용자(Global Monthly Active Users)가 1,5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림6 One Year Into Netflix Ads
One Year Into Netflix Ads 이미지

출처: About Netflix

창업 이후 줄곧 광고의 경제를 거부했던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3일6) 수익 확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광고 모델을 도입했다. 넷플릭스가 광고 상품을 런칭한 2023년 11월은 2분기 연속 구독자가 감소해7) 위기를 겪고 있을 때다.

넷플릭스는 실제 광고 모델 구독자(월 6.99달러)를 밝히지 않았다. 월 활성 이용자에는 한 계정에 묶인 여러 프로필의 사용자가 포함된다. 2023년 10월 넷플릭스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8) 신규 가입자가 900만 명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1,500만 명이 주는 울림은 크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넷플릭스가 이제 본격적인 수익화 전략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3분기 광고 상품 매출이 2분기 대비 70% 성장하며 순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국가별로 신규 가입자(광고 상품을 판매하는 국가)의 30% 정도가 광고 기반 상품 가입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설명대로 자사의 광고 상품 비중이 전체의 30%라면 구독 중심 수익 구조가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넷플릭스의 광고 모델 도입은 늦은 편이었다. 훌루는 물론이고 경쟁사인 HBO 맥스, 피콕(Peacock), 파라마운트+(Paramount+) 등은 일찍이 광고 기반 상품을 판매해왔다. 이들 모두 스트리밍 수익화를 위한 조치였다. 넷플릭스 역시, 광고 모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공동 CEO는 "아직은 (광고 모델) 초기 단계이며 아직 우리가 원하는 규모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광고 강화를 위해 넷플릭스는 최근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스냅(Snap)에서 영입했던 제러미 고먼(Jeremi Gorman)을 해임하고 기존 넷플릭스 스튜디오 부문을 책임졌던 에이미 레인하드(Amy Reinhard)를 광고 담당 대표(President Of Advertising)에 임명했다. 광고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모습인데 광고를 잘 아는 사람보다는 넷플릭스를 잘 아는 인사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조치다.

그림7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 인상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 인상 그래프

출처: LA타임스

스트리밍 서비스 성장률이 둔화됨에 따라 광고 모델의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적자 개선을 위해 광고 없는 상품 가격을 높여 왔지만, 심리적인 저항에 부딪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월 이용 가격이 저렴한 광고 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 상품과 프리미엄 상품의 평균 가격 차이는 월 평균 5.44달러다.

그림8 광고 기반 상품 가격 비교
광고 기반 상품 가격 비교 그래프

출처: LA타임스

넷플릭스의 광고 모델의 가격 경쟁력은 더 높아지고 있다. 10월 프리미엄 상품 가격은 3달러 인상된 22.99달러로 올렸다. 베이직 플랜 가격은 월 11.99달러다. 현재 광고 지원 상품 가격은 6.99달러(Basic with Ad)이며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스탠다드 플랜 가격은 15.49달러다. 광고와 광고가 없는 상품의 가격 차는 10달러에 가깝다. 소비자들이 광고 상품을 선택할 매력은 충분하다.

넷플릭스는 광고주의 선택지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에도 들어갔다. 넷플릭스는 15초와 30초 광고가 포함된 '광고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10초, 20초 및 60초 광고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 미국 광고주들은 넷플릭스 화면에서 2024년부터 QR코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협찬(Sponsorships)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내년(2024년) 시작된다. 레인하드 대표는 회사 블로그에서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업계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제품과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그 측면에서 많은 진전을 달성했지만 말이다"라며 "현재 존재하는 것보다 더 크고 더 나은 것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비즈니스도 시작했다. 2023년 9월 넷플릭스는 시즌5에 맞춰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9) 팬들을 위해 아이스크림 'Scoops Ahoy Ice Cream'을 내놨다. 11월 6일 기묘한 이야기의 날을 기념해 텍사스, 네바다, 조지아(애틀랜타)에서 오프라인 판매 행사도 벌였다. 2019년에도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3 기념 아이스크림을 배스킨라빈스와 협업해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달랐다. 넷플릭스는 월마트용 아이스크림 상품을 직접 기획했다. 해당 아이스크림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도 판매됐다.10) 이는 넷플릭스 브랜드를 활용한 수익 확장 사업의 시작일 수 있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는 2025년 플랫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과 같은 인기 드라마를 콘셉트로 한 옷이나 음식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넷플릭스 하우스(Netflix House)'로 불리는 이 장소는 2025년 미국에 두 곳이 생기고 향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수년 전부터 팝업 스토어를 글로벌 시장에 오픈해 '브랜드의 현장 경험'을 실험해왔다. 드라마 '브리저튼(The Queen's Ball: A Bridgerton Experience)'에서 영감을 받아 술을 함께 마시고 춤추는 공간을 만들었다. LA 그로브 쇼핑몰에 만든 팝업 넷플릭스 스토어도 같은 컨셉트였다. 2023년 12월 6일에는 '오징어게임'을 실제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LA에 이벤트로11) 문 열었다. 플레이어들은 70분 동안 6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이용 요금은 월 39달러로 추가 수익도 노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몇 년간 40여 개의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다.

그림9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팬들을 위한 'Scoops Ahoy Ice Cream'
'Scoops Ahoy Ice Cream' 이미지

출처: Netflix Tudum

브랜드 아이스크림을 내거나 오프라인 이벤트를 하는 것은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미디어의 기존 문법을 파괴해온 넷플릭스가 이런 기법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다. 넷플릭스도 이제 비정상적인 스트리밍 성장 환경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 팬들을 극에 몰입시키는 것과 동시에 추가 수익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생존 위기에 직면한 케이블 TV

2024년은 또 기존 미디어의 수익 질서가 재편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 이런 조짐은 이미 2023년부터 있어 왔다. 특히, 케이블 TV가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디즈니와 전송료 분쟁을 겪던 차터(Charter)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에 합의하는 대신, 디즈니+를 인터넷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케이블 TV와 스트리밍 묶음 상품의 등장을 예고하는 전조이기도 하다. 차터 CEO는 디즈니가 프로그램 사용료를 높이는 동시에 케이블 TV와 직접 경쟁 상대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는 것에 분노하며 "유료 방송 기존의 생태계는 무너졌다"고 말한 바 있다.

방송을 포기하는 케이블 TV 회사들도 늘고 있다. 대신 인터넷 비즈니스로 사업을 돌리고 있다. 컴캐스트 역시, 2022년 이후 인터넷 가입자 규모가 방송을 역전했다. 미국 24개 주에 스파크라이트라는 방송 브랜드로 110만 구독자를 보유한(인터넷+방송) 케이블 TV 사업자 케이블원은 2023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유료 방송 구독 고객이 14만 5,000명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95만 8,000명으로 절대 다수였다.

케이블원 CEO12) 줄리 라울리스(Julie Laulis)는 인터넷에 집중하기 위해 '방송 사업을 완전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울리스 CEO는13) "현재 남아있는 방송 상품 구독자를 줄이면서 서서히 이 사업을 접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사업을 포기한 케이블 TV 회사는 케이블원 혼자가 아니었다. 2023년에만 4개의 다른 케이블 TV 방송사들이 전통적인 방송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14) 케이블 TV가 방송을 포기한다는 것은 100%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된다는 의미다. 케이블 TV는 방송을 중단하는 대신, 유튜브TV, 넷플릭스 등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인터넷과 묶어서 파는 '소프트 번들(Soft Bundle)'을 확대하고 있다.

결론

디즈니, 케이블 TV, 넷플릭스 등 현재 글로벌 미디어 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주요 사업자 모두, 변화에 직면해 있다. 2024년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아울러 스트리밍의 TV화는 더 가속될 것이다. CNN이 스트리밍(MAX)에 뛰어든 이상, 경쟁 채널인 폭스 뉴스 등도 가만있지 못할 것이다. 스포츠에 이어 유료 뉴스 채널이 스트리밍에 진출하면 모든 케이블 TV 산업은 바뀐다. CNN은 1년에 케이블 TV 수신료로 만 9,000억 원 이상을 번다.

이들 기업이 그리는 지형에 따라, 미디어 산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 역시, 이런 미디어 산업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후 글로벌 미디어 지도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케이블 TV의 수익 모델 붕괴(홈쇼핑 분쟁),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성 악화(티빙과 웨이브의 적자), 광고 모델의 진화(넷플릭스, 티빙 광고 도입) 등의 문제는 한국 미디어 시장을 괴롭히는 고질병이다. 이에 2024년의 미디어 산업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확인하는 것과 동일하다. 한국에도 역시, '수익'과 '규모'는 현재 가장 핫한 미디어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