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 59호(11+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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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포트

웹툰 창작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와 시사점

함민정(고려대학교 정보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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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글

과학기술 발전,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웹툰 산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웹툰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작가들에게 효율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며, 이를 통해 작가는 업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웹툰 창작에 활용되면서 여러 비판이 나왔고, 창작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이 글은 웹툰 플랫폼이 제공 중인 인공지능 기술 현황, 웹툰 창작에 대한 인공지능의 활용 사례와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 인공지능과 창작의 상생을 위한 전망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들어가며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의 삶이 급변하고 있는데,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창작 분야에서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웹툰 분야가 인공지능 기술을 비교적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1) 웹툰 플랫폼이 작가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제공함에 따라 작가는 작품 창작 효율을 높이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더 빠르게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1) 그러나, 창작이 인간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만큼 인공지능이 창작의 어떤 범위까지 활용될 수 있는지 논의는 분분한 실정이다. 웹툰 창작에서 인공지능 도입과 활용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며,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을 저작권을 가진 창작물로서 인정할 수 있는지는 주요 쟁점이다. 이를 근거로, 향후 인공지능이 창작자를 대체할 것인지 논란까지 불거진다. 국내 웹툰 업계에 한정하더라도, 아직까지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웹툰 이용자의 거센 반발로 웹툰 플랫폼도 인공지능을 소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콘텐츠 창작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은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현재 웹툰 산업 내 인공지능 기술과 활용 사례에 대해 전반적 고찰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글은 현재 웹툰 플랫폼에서 인공지능 기술 제공 현황, 웹툰 창작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례 및 작가와 독자의 반응, 그리고 웹툰 창작과 인공지능의 상생을 위한 향후 전망을 논의하고자 한다.

2. 웹툰 플랫폼의 인공지능 기술 제공 및 활용 사례

웹툰은 스토리텔링 기반 시각 콘텐츠다. 작가들은 작품 창작을 위해 스토리 보드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한 컷씩 작화하고 채색한다. 이러한 창작 과정은 한정된 시간(마감 기한) 안에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작가들에게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이때 웹툰 작가의 창작 활동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는 네이버 웹툰의 AI 페인터다. AI 페인터에서 작가가 색을 선택하고 채색을 원하는 곳에 터치하면 인공지능이 그림에 색을 입혀준다. 네이버는 약 30만 개 웹툰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 딥러닝 모델에 캐릭터의 얼굴, 신체, 배경 등 각 영역의 특징을 학습시킴으로써2) 그림 채색 자동화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에 작가들은 채색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채색이 가능하다. 예컨대,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AI 페인터 이용자(작가)가 캐릭터(왼쪽)의 옷 영역에 붉은색을 칠하면, 인공지능이 옷 이외의 다른 영역에 붉은색과 어울리는 색을 자동으로 채색해준다.3)

그림1 네이버 AI 페인터가 채색한 그림
네이버 AI 페인터가 채색한 그림 이미지

출처: 네이버 AI 페인터

작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시간과 에너지를 채색에 소비하는 대신 스토리 발굴과 작화에 집중할 수 있다. 네이버 AI 페인터는 전문 작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웹툰 '이두나!' 원작자 민송아 작가가 AI 페인터에 대해 번거로운 채색 작업을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한 기술력이라 평가한 바 있다.1)

한편, 하이프툰(HypeToon)은 웹툰 창작 과정에서 채색뿐만 아니라 스토리 생성, 그림 생성에도 적극 참여하는 인공지능을 제공할 계획을 공언한 바 있다.4) 하이프툰의 인공지능은 텍스트에 따라 이미지를 생성하는 딥러닝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기본 엔진으로 활용하며, 누구든 스토리 아이디어만 있으면 웹툰을 창작할 수 있는 툴이다. 이 툴을 이용하는 작가는 웹툰 창작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4) 특히, 하이프툰 대표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수의 스토리와 이미지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으므로, 스토리와 작화 등 웹툰 창작 전반에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창작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4)

그림2 하이프툰의 인공지능 기반 웹툰 제작 툴 제공 목적
하이프툰의 인공지능 기반 웹툰 제작 툴 제공 목적 이미지

출처: 하이프툰 홈페이지

3. 웹툰 창작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과 비판 사례

웹툰 창작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 여론과 부정 여론이 공존한다. 대체로 인공지능이 AI 페인터처럼 창작 보조 도구로 활용되는 데는 긍정적인 편이나, 자체적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편이다. 일부 웹툰 작가는 인공지능 기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작업 효율을 향상시켰지만, 독자들은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의 퀄리티에 의문과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주로 인공지능이 작가의 업무를 보조할 수 있어도 사람의 창의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논의에서 비롯된다. 다음에 소개될 두 가지 사례가 이러한 회의적인 시선을 더 강화하는 원인이 되었다.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블루라인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독자들에게 사물·옷·손 모양이 부정확하다는 점, 그림이 전체적으로 선명하지 않다는 점, 머리카락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 받았다.5) 이에 독자들은 웹툰 창작에 인공지능을 사용한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하였고, 블루라인스튜디오는 콘티, 선화, 배경 작업 등 창작의 영역에서 수작업을 했지만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종 보정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했음을 인정하였다. 이와 더불어 이 작품의 캐릭터 생김새가 일본 애니메이션 '무직 전생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의 캐릭터, 미국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캐릭터와 유사했으므로, 독자들은 작화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에 블루라인스튜디오는 문제 작화들을 모두 수정하여 작품을 다시 업로드하는 곤욕을 치렀다. 독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 작품의 낮은 퀄리티와 타 작품의 작화 도용 등을 이유로 낮은 평점을 줌으로서 이 작품의 1화 별점은 10점 만점에 1~2점대를 기록하였다.

웹툰 '팝콘예술학교'

2023년 네이버 웹툰의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웹툰이 등장하였다.5) 이 공모전에 출품된 '팝콘예술학교'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낮은 작화 퀄리티로 비판을 받았다. 예를 들어, 작품 속 캐릭터들이 교실에 앉아 있는 장면이 있는데, 하체 부분이 완성되지 않아 마치 캐릭터들이 하반신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은 10점 만점에 1.56점의 낮은 평점을 기록하면서 인기 순위도 수직 하락하였다. 네이버는 공모전 1차 접수 단계에서 인공지능 창작 작품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사례를 통해 2차 접수 단계부터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만화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2022년 9월 작가 크리스 카시타노바는 그림 생성 인공지능인 미드저니를 이용해 창작한 만화 '여명의 자리야'의 저작권을 미국 저작권청에서 승인 받았다가6) 2023년 2월 저작권 등록 취소 통보를 받았다.7) 이 작품은 작가가 작품 스토리를 직접 창작했고, 그림 생성 인공지능인 미드저니가 스토리와 여러 그림을 조합한 결과물이다. 최초 미국 저작권청은 이 작품에 쓰인 인공지능을 창작 도구로 인정하고, 창작 도구를 활용해 작품을 만든 작가에게 저작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후 저작권청은 "'인간의 저작물이 아닌'(Are Not the Product of Human Authorship) 작품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없다"면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에 대해선 저작권을 박탈하고 작가의 글, 작가의 그림 선택과 배치에 대해선 저작권을 부여하였다.8)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글과 그림의 배치 방식에 저작권을 인정받음으로써 인공지능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작품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오히려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8)

그림3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이미지

출처: 네이버 웹툰

그림4 웹툰 팝콘예술학교
웹툰 팝콘예술학교

출처: 네이버 웹툰

그림5 만화 여명의 자리야
만화 여명의 자리야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4. 마치며: 웹툰 창작과 인공지능의 상생을 위한 전망

웹툰 창작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작가들의 창작 부담을 줄이고 콘텐츠에 집중할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긍정적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을 창작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작화, 채색 등에서 수고를 덜어주고 작업 효율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웹툰 작가들은 매우 집약적으로 일하며 부족한 작업 시간, 금전적인 문제,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데, 인공지능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창작 보조 수단 이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즉, 작품을 창작하는 창작자의 일원으로서 인공지능은 부정적이다.

창작 분야와 인공지능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웹툰 창작서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논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창작 활동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를 우선 정의해야 한다. 즉, 창작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지침과 더불어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웹툰 창작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경우, 이를 웹툰에 명시하여 독자들에게 인공 지능 적용 여부를 알릴 수도 있다. 또한, 인공지능의 창작 알고리즘을 고도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앞서 몇 가지 사례에서 살펴봤 듯, 인공지능 창작물이 저작권 침해 위험에서 벗어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어야, 작가와 독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인공지능 발전에 참여한 작가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려면 기존 작품 데이터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학습시켜야 한다. 만약 작가가 인공지능 개발과 개선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면 많은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웹툰 창작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지만,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작가 이현세의 일화를 통해 인공지능과 창작자의 긍정적 협업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이 작가는 지난 44년간 창작한 4,174권 분량의 만화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인공지능이 작품의 세계관과 작화를 따라 작품을 창작하게끔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과 창작자의 협업은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

현재 작가와 독자, 웹툰 플랫폼과 정부는 웹툰 산업에서 인공지능의 역할, 권리, 의무, 그리고 혜택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과 창작자가 서로 보완하고 협력하여 웹툰의 품질과 다양성을 향상하는 데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과 웹툰 창작의 조화로운 발전은 창작자와 독자, 그리고 웹툰 산업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