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 60호(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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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디어 환경변화와 생존전략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에
대비해야 하는 우리

한정훈(다이렉트미디어랩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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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글

방송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스포츠 중계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다. 더 많은 팬과 만나고 수익을 올려야 하는 스포츠 경기는 방송 미디어의 도움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방송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역시, 스포츠 경기를 이용해 더 많은 구독자와 시청자를 끌어모아야 한다. 많은 시청자는 더 많은 광고 수익과 구독료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스포츠 중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TV와 케이블이 아닌 스트리밍으로 스포츠 중계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NFL, MLB, NBA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 중계는 이제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도한다. 일부 경기는 스트리밍 서비스 단독 중계도 많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스포츠 그리고 미디어 시장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1. 들어가며

미국 크리스마스 시즌은 스포츠 중계 최대 승부처다. 8월 시즌이 시작되는 치열한 미식축구(NFL)에 크리스마스 전후 시기는 상당히 중요하다. 치열한 순위 싸움과 함께 연말 휴가를 즐기고 있는 팬들도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다.

특히, 2023년 크리스마스 주말은 NFL시청률이 대박이 났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중계의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기였다.1) 2023년 크리스마스 주간 NFL 경기 시청률은 기록적이었다.

2023년 12월 24일 폭스(Fox)에서 중계된 마이애미 돌핀스(Miami Dolphins)와 댈러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맞대결의 시청자는 3,150만 명이었다. 이는 1995년 이후 폭스 '이 주의 경기'(America's Game of the Week) 최고 시청률이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시청률도 기록적이었다. CBS와 니켈로디언(Nickelodeon) 채널에서 방송된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와 캔자스 치프스(Chiefs)의 경기는 2,920만 명이 시청해, 1989년 이후 최대 기록이었다.

그러나 2023년 12월 23일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와 LA차저스(Los Angeles Chargers)의 경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버팔로 빌스가 승리를 거둔 이 경기는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에서 독점 중계됐다.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NBC유니버셜의 첫 시도였다. 2024년 1월 13일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 게임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 독점 중계됐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독점 중계된 만큼, 시청률에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NBC유니버셜에2) 따르면 평균 720만 명이 시청해 피콕의 모든 역대 중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NBC의 지역 지상파방송에서 동시 중계된 버팔로 빌스와 로스앤젤레스 차저스의 경기는 110만 명이 시청했다. 이에 반해 스트리밍 시청자는 610만 명에 달했다. 구독자 2,800만 명에 불과한 스트리밍 서비스로서 엄청난 성적을 올린 것이다.

스포츠 중계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케이블 TV와 지상파 TV가 아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피콕 등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중계하는 경우가 증가했고 일부는 스트리밍 서비스 독점 중계로 진행된다. 케이블 TV를 끓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는 코드 커터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자금 여력을 갖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들은 구독자 확보를 위해 스포츠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실시간 스포츠 중계를 하지 않았던 넷플릭스도 골프 중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눈치다. 각종 국가대표 경기, 독일 분데스리가 등 쿠팡 플레이(Coupang Play)가 스포츠 독점 중계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테크놀로지에 민감한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에 들어오면서' 시장도 변하고 있다. 스포츠 방송 중계권료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동시에 AI 등 최첨단 기술이 스포츠 중계에도 도입되고 있다. 목요일 저녁 NFL경기(TNF)를 독점 중계하는 중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3) 하이라이트 편집, 경기 분석, 주요 플레이 재생 등에 AI를 쓰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맞춤형 AI 생성 하이라이트 클립을 제공한다. 특히, 빠른 요약(Rapid Recap)은 경기 중 라이브 경기에 뒤늪게 합류한 스포츠 팬들에게 최적화됐다. 경기 주요 장면을 AI가 빠르게 2분 이하로 요약해준다.

그림1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스포츠 중계 기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스포츠 중계 기술 사진

출처: 아마존

2. 스트리밍 독점 스포츠 중계가 바꿔놓은 시장

NBC스포츠는 14주 차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 댈러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경기에서 평균 230만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정규 시즌 일요일 NFL 경기 사상 최대 스트리밍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4) 게임의 실시간 시청자 수는 피콕의 전체 구독자 수(2023년 12월 현재 3,000만 명)의 80%에 해당한다.5)

이제 NFL유니버셜의 관심은 스포츠 경기가 피콕(Peacock) 구독자 증가에 도움이 되는지다. 스포츠 팬들의 경우 경기가 있는 달에만 선택적으로 구독했다가 절독할 수도 있다.

그림2 NBC스포츠 NFL 시청률 (단위: 명)
NBC스포츠 NFL 시청률 그래프

출처: 버라이어티

3. 포스트 실시간 TV시대, 멀티 플랫폼으로 간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에 지상파방송 시청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것은 '스포츠가 구독자 증대에 도움을 주느냐'다. 피콕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광고 없는 피리어드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 경험하는 장면이어서 어색함을 느끼는 고객들도 있었다.

광고를 예상했던 시간에 해설자들이 경기를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은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지상파방송의 스포츠 경기 중계 비중이 크다. 따라서 스트리밍 서비스 독점 중계 권한을 가지고 있어도 지상파방송에서 경기를 함께 중계하는 경우가 많다.6)

그렇다면 왜 스포츠 구단들이 스트리밍 서비스 중계 비중을 높이는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TV 시청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피콕은 플레이오프 독점 중계에 1억 1,000만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실시간 TV시대(Post-linear TV) 멀티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NFL의 지상파방송 중계권 계약은 향후 10년 동안 유효하다.7) 그러나 리그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기 중계권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케이블 유명 스포츠 채널 ESPN의 스트리밍 서비스 ESPN+는8) 2022년, 2023년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고 CBS와 NBC는 파라마운트+와 NFL경기를 동시 중계하고 있다.

그림3 NFL 미국 방송 중계권료
NFL 미국 방송 중계권료 그래프

출처: 버라이어티

스트리밍 서비스의 중계 점유율은 확대되고 있다. 수년 뒤에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실히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S&P글로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미국에서 케이블 TV 등 전통 유료 방송 구독 가구는 50%를 간신히 넘는다.9)

향후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가 스포츠 경기를 단독 중계하는 것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피콕은 플레이오프 게임 2경기만 단독으로 중계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스트리밍을 통한 스포츠 경기 시청이 늘어나면서 전통 케이블 스포츠 채널의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 ESPN은 2022년 29억 달러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디즈니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실시간 채널, 극장, 홈비디오 포함)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2023년 ESPN의 매출과 이익은 전년보다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SPN 역시, 케이블 TV를 넘어 스트리밍 서비스로 진격을 준비 중이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ESPN을 이용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SPN을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는 또 다른 스포츠 스트리밍 ESPN+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빅리그 중계권은 ESPN에 있다. ESPN+는 2023년 현재 2,600만 명의 구독자를 기록하고 있다.10)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가 운영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 맥스(MAX)도 2023년 10월 MLB플레이오프, NHL게임 등을 중계하면서 라이브 스포츠 중계 시장에 들어왔다.

그림4 연간 미국 TV와 스트리밍 중계권 시장 규모
연간 미국 TV와 스트리밍 중계권 시장 규모 그래프

출처: 버라이어티

4. 멀티 플랫폼 시대, 스트리밍+지상파 스포츠 중계

스포츠 중계에서 멀티 플랫폼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지상파 방송11)도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더 많은 경기가 중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케이블 TV와 유료 채널 구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상파가 더 큰 커버리지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 하나에만 경기가 송출되는 것보다 지상파와 함께 나가는 게 더 유리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표1 스트리밍 중계권 보유 스포츠리그
스트리밍(2024년 1월 현재) 중계권 보유 스포츠 리그 모회사
스트리밍(2024년 1월 현재) 맥스(MAX) 중계권 보유 스포츠 리그 NBA, MLB, NHL, March Madness, NASCAR 모회사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스트리밍(2024년 1월 현재) Paramount+ 중계권 보유 스포츠 리그 NFL, College Football, The Masters, college basketball, UEFA Champions League, UEFA Europa, Serie A, NWSL 모회사 파라마운트 글로벌
스트리밍(2024년 1월 현재) ESPN+ 중계권 보유 스포츠 리그 NFL, MLB, NHL, UFC, College Football, F1, Bundesliga, PGA Tour, La Liga 모회사 디즈니
스트리밍(2024년 1월 현재) Prime Video 중계권 보유 스포츠 리그 NFL, Overtime Elite, NASCAR 모회사 아마존
스트리밍(2024년 1월 현재) Peacock 중계권 보유 스포츠 리그 NFL, MLB, WWE, Olympics, Premier League, NASCAR, French Open, College Football and Basketball, PGA Tour 모회사 컴캐스트
스트리밍(2024년 1월 현재) Apple TV+ 중계권 보유 스포츠 리그 MLB, MLS 모회사 애플

출처: 필자 작성

2023년 10월 말 NHL 리그 구단 애리조나 코요테스(Arizona Coyotes)는 자신들의 경기 82개 중 한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를 신시내티에 본사를 둔 E.W. 스크립스 소유 지역 방송 '스코츠데일' 에서 중계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역에 61개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는 E.W스크립스는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 골든 나이츠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 2022-23 스탠리컵 챔피언 결정전의 모든 지역 중계를 라스베이거스의 자사 방송국을 통해 송출하기로 했다. NBA구단인 피닉스 선즈(Phoenix Suns)는 2023~2024년 시즌 애리조나 그레이 텔레비전(Gray Television)에서 대부분 경기를 중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타 재즈도 솔트레이크 지역 지상파 방송사 'KJZZ'를 통해 일부 경기를 중계한다.

이 외 LA지역에서도 더 많은 방송사가 스트리밍과 지상파 중계 조합을 택하고 있다. 2023년 10월 CBS소유 KCAL 채널9은 LA킹스(Los Angeles Kings) 경기 6게임을 이번 시즌(2023-2024) 방송하기로 했다. 1999년 이후 지역 지상파방송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킹스의 모든 경기는 케이블 TV를 통해 방송됐었다.

5. 빅테크들의 스포츠 전쟁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스포츠 중계에 많은 투자를 하며 확실히 이득도 보고 있다.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미식축구(NFL) 의 목요일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가 순항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미국에서 아마존 프라임은 지난 2022년 110억 달러를 투입해 NFL중계권을 따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023년 목요일 NFL 경기(Thursday Night Football) 시청자 수가 2023년 1,186만 명으로 직전 같은 기간에 비해 24% 늘었다고 2024년 1월 2일 밝혔다. 현재 NFL 스트리밍 시청률은 18~34세 시청자층을 포함해 13주 동안 두 자릿수 증가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가 스포츠 경기 중계에 나서면서 시청 연령도 젊어지고 있다. 스포츠 시청자 고령화에 고민하던 이전과 다른 흐름이다. 목요일 NFL경기(Thursday Night Football)는 이전 실시간 채널보다 평균 연령이 7세(48.5)나 더 어렸다. 이전에는 폭스 채널이 목요일 NFL 실시간 방송 중계권을 가지고 있었다.

2023년 11월 30일 시애틀 시호크스(Seattle Seahawks)와 댈러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경기는 아마존 프라임 중계 런칭 이후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당시, 프라임 비디오에는 1,530만 명이 모였다. 시즌 개막 경기(Minnesota Vikings vs. Philadelphia Eagles) 기록 1,510만 명을 깬 것이다.

제이 마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부사장(VP)은 보도 자료에서 "우리는 여전히 시작 단계에 있지만 팬과 광고주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두 번째 시즌에서 목요일 밤 NFL이 만든 기록적 성과는 고무적"이라며 "우리는 TNF를 아마존 프라임 최고 프랜차이즈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작 및 기술 팀의 중계 서비스 품질 향상 노력과 혁신은 큰 공로를 인정받을 만하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또 다른 스포츠 네트워크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40개 메이저 스포츠 팀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Diamond Sports Group)이다. 다이아몬드는 메이저리그 베이스볼과 NBA, NHL 등의 지역 경기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마존 인수설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이미 뉴욕양키스(New York Yankees)와 브루클린 넷츠(Brooklyn Nets) 중계권을 보유한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RSN)인 예스 네트워크(YES Network)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미국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에서 유튜브 TV(Youtube TV)를 뺄 수 없다. 유튜브 TV는 VOD뿐만 아니라 케이블 TV처럼 실시간 채널을 편성하는 가상 유료 방송 사업자(vMVPD)다. 미국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다. 유튜브 TV도 스포츠 경기 중계를 강화하고 있다. 구독자 확대를 위해서다. 유튜브 TV는 NFL 일요일 경기(The NFL Sunday Ticket)를 중계하고 있다. 미디어 시장 분석 기관 안테나(Antenna)는 2023년 10월 NFL이 130만 명의 유튜브 TV 구독자를 끌어왔다고 분석했다. 선데이 티켓 구독자(유료 TV나 스트리밍) 중 41%는 유튜브 TV 신규 가입자였다. 즉, NFL을 보기 위해 유튜브 TV에 가입했다는 이야기가12) 된다.

그림5 미국 애플 MLS 시즌 패스 신규 구독자
미국 애플 MLS 시즌 패스 신규 구독자 그래프

출처: 악시오스

그림6 The Netflix Slam 포스터
The Netflix Slam 포스터

출처: Netflix

2019년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애플 TV+도 스포츠 중계로13) 가입자 확대 전기를 마련했다. 메이저리그 야구(MLB)와 메이저리그 축구(MLS)를 중계하고 있는 애플 TV+는 아르헨티나 축구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Lionel Messi)의 미국 리그 이적으로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메시가 데뷔한 2023년 7월 21일 애플TV+의 MLS 시즌 패스는 신규 가입자가 11만 명 증가했다. 시즌 개막 1주일 전에는 일 평균 구독자가 5,400명에 불과했다. 안테나에 따르면 애플 TV+의 7월 신규 구독자는 83만 3,500명이었다. MLS 패스 가격은 시즌 29달러다.14) 애플은 2022년 MLS 중계로 10년 25억 달러를 지불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셈이다.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도 스포츠 경기 중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15) 넷플릭스는 2024년 3월 24일 테니스 이벤트 'The Netflix Slam'을 방송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스페인 테니스 스타 나달과 알카라스의 대전이다. 넷플릭스는 이 외에도 추가 경기를 계획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영어와 스페인어 시장에도 방송될 예정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1(Formula 1)' 선수들과 프로 골퍼들의 골프 경기 '스윙(Full Swing)'16)을 방송한 바 있다. 현재까지는 넷플릭스가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거나 시즌 중계권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모든 상황은 변할 수 있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2023년 7월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NBA 시즌 방송 중계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6. 스트리밍 스포츠, 테크에도 집중

스포츠 테크놀로지, 이른바 스포츠 테크(Sports Tech)는 CES 2024 전시회에서도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콘텐츠 분야 주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혁신 제품과 서비스가 소개되는 전시회인 만큼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VR) 기술이 탑재된 다양한 스포츠 경기 중계 솔루션과 서비스가 나온다. 전시회에도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스타트업과 각 국가 전용관이 위치한 테크웨스트 베네치안 엑스포(Venetian Expo)에도 많은 기업이 제품을 전시했다.

스포츠 테크(Sports Tech)를 키워드로 CES 2024에 나온 기업만 171개다. 이 기업들은 스포츠 중계와도 관련이 깊다. 스포츠 팬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중계권자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광고 기술, 스포츠 팬 분석, 제작 등에 테크놀로지를 접목하려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인 셈이다. 특히, 스포츠 경기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오리지널 콘텐츠다.

CES 2024 참가 스포츠 테크 기업들을 분류하자면 크게 4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스포츠 경기 중계 솔루션, 경기 분석 솔루션, 운동선수나 개인의 운동 능력 분석 서비스, 그리고 스포츠 콘텐츠를 이용한 게임이나 웹 3.0 콘텐츠 기업들이다.

그림7 CES 2024 프랑스 국가관 'LA FRENCH TECH' 홍보 홈페이지
CES 2024 프랑스 국가관 'LA FRENCH TECH' 홍보 홈페이지 사진

출처: Business France

올해(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는 국가관 'LA FRENCH TECH'에서 스포츠 테크를 핵심 테마로 들고나왔다.

이 중 AI 브라이트(AI BRIGHT)는 생성형 AI를 이용, 혁신을 꿈꾸고 있는 스포츠 스타트업이다. AIMOOV 스마트 카메라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동작을 익히지 못했거나 접근 가능하고 유연한 코칭을 원하는 등 가끔 운동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하도록 특별히 설계됐다. 테크놀로지가 바꾸는 스포츠의 미래를 보길 원하는 참가객들 위한 세션(3개)도 마련됐다.

1월 10일(현지 시각) 오후 2시부터 40분간 LVCC노스홀(N258)에서 진행되는 'AI Revolutionizes Sports & Entertainment at the Olympic Games'에서는 파리올림픽을 변화시키고 있는 인텔 관계자 등이 참석해 AI기술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7. 한국도 스포츠 스트리밍 시대 돌입

한국은 스포츠 중계가 전체 스트리밍 시장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쿠팡 플레이는 스포츠 경기 단독 중계를 앞세워 구독자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쿠팡 플레이는 스포츠 중계를 앞세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493만 명을 기록, 전년(약 367만 명)보다 34.3% 성장했다. 스포츠 이벤트에 더해 오리지널 콘텐츠 'SNL코리아'도 흥행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3년 다른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아시안컵과 AFC 챔피언스리그 등 아시아축구연맹 주관 경기 통합 중계권인 'AFC 패키지'와 김민재가 뛰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중계권을 모두 가져왔다.17) 빠른 성장세에 로컬 1위 스트리밍 서비스인 티빙의 자리도 넘보고 있다. 티빙은 OTT 월간 이용자 수(MAU) 부문에서 토종 OTT 1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12월 티빙 MAU는 506만 2,274명으로 쿠팡 플레이(492만 6,756명)와 격차가 13만 6,000명이다. 2022년 12월 당시 격차(51만 3,000여 명)와 비교하면 74% 줄었다.

쿠팡의 선전으로 긴장 상태에 돌입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국내 프로 스포츠 인기 1위 프로 야구 스트리밍 및 뉴미디어 중계권에 대거 입찰했다. 티빙, 네이버 컨소시엄(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 스포티비(SPOTV)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티빙이 입찰 사업자 중 가장 많은 액수(약 400억 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전 입찰자였던 포털·통신 컨소시엄(네이버·다음·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이 2019년 5년간 1,100억 원(연 220억 원)을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티빙이 제안한 계약금은 2배에 달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경쟁을 의식, 스포츠 중계 품질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2024년 1월 4일 네이버, 아프리카TV와 함께 AI 미디어 기술 공동 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회사는 시청자가 선호하는 팀과 선수들을 AI가 분석해 원하는 비디오 클립을 자동 추출해서 제공하는 AI 하이라이트 공동 사용을 계획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도 당분간 스포츠 방송 중계 시장을 TV 방송국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에 따른 중계권료 인상과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스포츠 중계 흐름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는 결정적 시기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아시안 게임과 같은 종합 스포츠 이벤트들을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담 중계하는 때일 것이다. 사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올림픽(디스커버리, NBC유니버설) 중계를 스트리밍 서비스 혹은 유료 방송이 전담하고 있다. 한국도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아날로그 시대 만들어진 방송 정책적 수단으로 시장 변화를 따라잡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스트리밍 스포츠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정책과 전략이 사업자와 정부 모두에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