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 60호(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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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키노라이츠, '콘텐츠 좋아하는 사람
누구나 이용하는 서비스' 목표

박종진(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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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콘텐츠 범람 시대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드라마, 예능, 시사, 교양 등 방송 프로그램은 지상파방송 채널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최신 영화는 극장의 전유물이었다.

1995년 케이블 TV 출범에 따라 CJ ENM·스카이TV·티캐스트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다수 등장하고 tvN, OCN, Mnet, ENA, e채널 등 방송 채널이 200여 개로 확대되면서 방송 콘텐츠가 더욱 확대됐다. 또 2011년 12월 종합 편성 채널 4개가 등장하며 방송 콘텐츠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영화 산업 역시 지속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본 국내 영화 흥행작 지표인 '천만 영화' 역시 2003년 '실미도'를 시작으로 2023년 12월 2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까지 31편이나 나오는 등 꾸준히 한국 영화도 제작·개봉되고 있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성장을 거듭하며 새로운 콘텐츠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초 OTT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 TV 플러스, 파라마운트 플러스 등 글로벌 OTT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 플레이 등 토종 OTT도 출범하며 외국계 OTT와 치열한 콘텐츠 경쟁을 벌이고 있다.

OTT는 자사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해외 독점 콘텐츠' 제공 등으로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과 차별화하고 있다. 특정 OTT가 한 해에도 많으면 50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투자·제작하는 등 콘텐츠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다.

2. 'OTT 콘텐츠 게이트웨이(gateway)' 키노라이츠

키노라이츠는 콘텐츠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 소비자에게 생긴 문제 또는 불편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OTT별로 콘텐츠가 파편화돼 있어 개인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어디서 볼 수 있는지 확인하기 불편하다는 것 △제공되는 방송 영상 콘텐츠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대체 무얼 봐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것 등 크게 두 가지다.

키노라이츠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 검색 서비스와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OTT 통합 검색 서비스로 출발해 사용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또 멜론·지니뮤직 등과 같은 음원 서비스들처럼 모든 OTT 콘텐츠를 아우르는 콘텐츠 통합 랭킹을 제공해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키노라이츠 서비스 이용자가 키노라이츠 웹·앱 서비스에서 구독 중인 OTT를 선택하면 관련된 콘텐츠 정보와 평점, 찐 후기 그리고 신작과 라이선스 종료작, 또 공개 예정작을 일자별로 간편하게 모아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콘텐츠 사용자 편의 해결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이다.

사진1 키노라이츠 앱 화면
키노라이츠 앱 화면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사진2 키노라이츠 통합 랭킹
키노라이츠 통합 랭킹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또 작품·인물과 연결되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론칭, 특정 콘텐츠나 배우·감독 관련 주제로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 커뮤니티'로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이용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예능, 배우, 감독에 대해 글을 작성하면 이 글들을 태그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한다. 글에 언급된 작품과 인물의 데이터베이스와 태그가 연동, 원하는 콘텐츠나 인물의 '덕질'(특정 분야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뜻하는 신조어)을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키노라이츠는 이용자들이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콘텐츠를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 참여 기회도 제공한다. 특정 활동을 할 때마다 멤버십 포인트와 유사한 개념으로 키노라이츠 '팝콘'을 지급한다. 팝콘은 키노라이츠가 마련한 시사회 예매권 이벤트나 OTT 구독권, 팬미팅, 굿즈 등에 응모하는 수단이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생각과 관람평을 공유하고, 감독이나 배우 등 창작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경험의 장까지 제공하고 있다.

3. 양준영 키노라이츠 대표와 일문일답

질문: 키노라이츠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답:
사진3 키노라이츠 양준영 대표
키노라이츠 양준영 대표(1)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대학 시절 경영학과를 다니다 보니 막연하게 관성적으로 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소위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영화만 보러 다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러다 보니 20대 때만 3,000편 가까이 되는 영화를 봤더라고요. 웬만한 한국 영화들은 개봉하면 다 봐서 볼 게 없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해외 서비스로 눈을 돌리게 됐고, 그때 참고하던 해외 서비스를 우리나라 버전으로 만들어 편하게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에 처음에는 '공신력 있는 평점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본 영화들을 엑셀로 기록했고 iMDB와 왓챠피디아(당시 서비스명 '왓챠')에서 평점도 매겼습니다. 또 영화 관련 네이버 블로그 활동도 했고요.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마치 수험생처럼 생활을 하게 되더라고요. 잠깐 봐도 많은 경험을 주고 생각을 얻을 수 있는 영화 보기를 자연스레 취미로 갖게 됐어요. 영화 한 편이면 다양한 인생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를 좋아한 게 결정적으로 창업의 계기가 됐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봤는데 취업도 뾰족한 방법이 아닌 것 같았고, 콘텐츠 회사에 제안을 넣어보기도 했지만 전형적인 답변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일한 방법이 창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키노라이츠 서비스를 활용해 콘텐츠를 좀 더 잘 발견하고 좋은 콘텐츠와 연결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창업을 한 것이고요. 창업 당시에는 사실 사업 모델이나 돈은 어떻게 벌지 하는 부분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질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키노라이츠는 관심사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콘텐츠 중 볼만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선택지를 제공하는 일이죠.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지, 인공지능(AI) 등 기술 활용은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대답: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실 콘텐츠 추천이라는 것에 창업 때부터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긴 합니다. 특히 영화, 드라마, 예능 같은 미디어 콘텐츠는 더더욱 그런 듯합니다. 대다수 사람이 '콘텐츠 추천'을 받아서 감상한다기보다는 다음에 볼 콘텐츠를 '발견'하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방식은 주로 관계적입니다. 지인과 카카오톡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지인이 얘기한 어떤 예능이 보고 싶어질 때도 있고, 회사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드라마를 감상하기도 하며, 좋아하는 상대와 대화할 공통분모를 콘텐츠에서 찾기도 하는 등이 그 예시입니다.

그래서 키노라이츠 서비스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긴 하지만, 일방향적인 추천보다는 발견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OTT 통합 차트를 만들어 현재 가장 트렌디한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게 돕거나, 공신력 있는 신호등 평점으로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비교해볼 수 있게 해드리거나, 커뮤니티 등에서 재밌는 글을 보다가 다음에 볼 작품을 발견할 확률을 높여주는 방식을 제공하는 거죠.

AI 기술도 저희 메타 데이터와 유저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발견'을 원활하게 하는 데 사용할 계획입니다. 키노라이츠는 현재 AI는 아니지만 자동화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고, 향후 GPT(딥러닝 언어 모델) 등 AI를 활용해 더 고도화된 큐레이션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질문: 키노라이츠가 현재 제공하는, 또 지향하는 콘텐츠 추천 방식은 무엇인가요?
대답:

키워드입니다. 이용자와 관계 지향적인 키워드를 선별하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보정하는 기준도 있습니다. 개인화 추천을 가장 잘하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가 유튜브인데요. 과거에 봤던 쇼츠나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그중에서 이용자가 선택하잖아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추천받은 콘텐츠를 그대로 보기보다는 이용자가 발견한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행태를 고려하면 개인사에 기반한 콘텐츠 추천만으로 100% 커버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한 콜렉션 리스트들,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볼 수 있게 하는 통합 랭킹, 키노라이츠 이용자가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했는지 신호등 평점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거죠. 신호등 평점에서 초록색이면 봐야겠다는 이용자들도 있고요. 오프라인에서 발견하는 행위를 온라인으로 옮기기 위해 유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관계 지향적으로 사용자끼리 추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하는 과정을 만든 거죠. 예를 들어 커뮤니티에 '어떤 콘텐츠를 봤는데 잠깐 나오는 조연 배우가 너무 멋있고 콘텐츠도 재밌다. 그래서 짤방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소개하면 다른 이용자들이 배우나 콘텐츠에 대해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다른 사람들도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큐레이션은 이용자의 관심사와 비슷한 영화나 장르물 위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현재 키노라이츠가 축적하고 있는 콘텐츠 메타 데이터, 사용자 기록 데이터, 커뮤니티 게시글 데이터 등을 정제해서 가용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데요. 향후 이러한 빅데이터를 콘텐츠 큐레이션 AI 학습용 데이터로 제공하고, 고도화된 AI 자동 추천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 '서울의 봄'을 부모님과 같이 봐도 되나, 시리즈 '마스크걸'에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느냐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생성형 AI '챗GPT'와 같이 상용화된 AI 엔진을 활용해 키노라이츠 특화 챗봇 서비스를 개발, 계속 고도화하는 방식이 될 것이고요. 현재 커뮤니티 챗봇 서비스를 우선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사진4 키노라이츠 앱 화면
키노라이츠 앱 화면(2)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사진5 키노라이츠 커뮤니티
키노라이츠 커뮤니티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질문: 키노라이츠가 콘텐츠 추천·평가 등과 관련해 데이터를 쌓는 행위를 '인간지능'이라고 정의하시잖아요.
인간지능이 무엇이고, 실제 의미 있는 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답:

키노라이츠는 장르와 주연배우, 결말 이외에도 다양한 기준에 따라 콘텐츠를 카테고리화해 추천합니다. 콘텐츠를 직접 수집·분석·정리한 '인간지능'을 토대로 이용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콘텐츠를 엄선해 제공하고 있는데요. 영화와 드라마는 장르가 동일해도 스토리가 다르고 같은 결말도 언제 어디서 보는지, 누구와 보는지, 기분이 어떤지에 따라 사람마다 같은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차이가 있어 음악과 달리 개인화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드라마·영화는 보통 1~2시간 내외 분량 콘텐츠인데요. 이용자 관심사와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 인공지능(AI) 기반 추천의 정확도가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계속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거죠. 정확히 말하면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들을 잘 정제해서 축적하기 위해 메타 데이터 영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축적한 콘텐츠 데이터 '인간지능'을 사용하고 있고요. 향후 사용자들의 평가, 리뷰 데이터뿐 아니라 커뮤니티 내 게시글 등을 AI로 잘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를 계속 잘 쌓고 분류하고 있습니다.

질문: 키노라이츠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로 해외에는 '로튼토마토', 한국에는 '왓챠피디아'가 있습니다.
이들 서비스와 공통점, 또 차별화된 강점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다른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포인트도 있을까요?
대답:

두 서비스 모두 키노라이츠 입장에선 아주 잘 만든 선배 서비스입니다. 비슷한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저희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키노라이츠는 창업 시점부터 '유틸리티 - 커뮤니티 -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3단계 성장을 계획했어요.

OTT 통합 검색과 평점, 정보 제공 기능으로 유틸리티를 완성한 뒤 현재는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상황입니다. 로튼토마토나 왓챠피디아는 현재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효과를 키노라이츠만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다른 서비스에서 벤치마킹하는 부분이나 배우고 싶은 점은 이용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구축한 전략인데요. 두 서비스 모두 이 부분을 너무 잘 성공시켜서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현재 키노라이츠에서 콘텐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OTT 플랫폼, 콘텐츠 장르는 어떻게 되나요.
또 키노라이츠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서비스나 만족하고 있는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대답:

크게 영화, 드라마 등 TV 시리즈와 예능, 유튜브 콘텐츠와 같은 웹 예능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장르는 멜로, 공포, 스릴러,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 등 28개이고요. 2023년 말 기준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 개수는 총 138,237개입니다. OTT 플랫폼 기준으로는 넷플릭스, 티빙, 쿠팡 플레이,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왓챠, 애플 TV 플러스, 네이버 시리즈 온, 구글 플레이 무비, U+ 모바일 TV,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라프텔, 씨네폭스 등 13개입니다.

키노라이츠 이용자들은 종료 예정작 기능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콘텐츠 검색과 더불어 커뮤니티 기능이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른 기능들은 일주일에 1~2번 들어오는 패턴이지만, 커뮤니티 기능은 하루에도 N번씩 들어오고 머무는 시간도 압도적으로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질문: 2018년 창업 이후 사업 첫 위기와 극복 동력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대답:

단연 자금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2018년 정부 지원 사업인 예비 창업 패키지 합격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요. 예비 창업 패키지 합격은 사회생활을 창업으로 시작한 제 개인적으로 키노라이츠 서비스를 키울 수 있는 도약점이 됐습니다. 공동 창업자와 개발자, 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담당자 등 저 포함 총 4명이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서비스와 시스템 개발, 직원들 인건비 등에 대표와 공동 창업자의 자산을 활용했고 결국 가능한 대출까지 다 받아쓴 상황에 직면했는데요.

기적적으로 2018년 추경으로 탄생한 예비 창업 패키지 사업에 합격, 8,000만 원을 지원받아서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엔젤 투자도 받으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추가 자금을 확보하고, 멘토를 얻게 되는 중요한 계기를 맞이했습니다. 멘토는 창업 성공 경험이 있는 개인 투자자였는데요. 현재까지도 주기적으로 교류하며 과거 멘토의 경험을 토대로 한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있습니다.

질문: 이후 키노라이츠가 카카오벤처스 시드 투자를 유치하기 전까지는 위기는 없었나요?
대답:

그렇지 않죠. 이제는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안 나실 수도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OTT 산업 자체의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조차도 우리나라에서 잘 안 됐던 시절이었고요. 왓챠(당시 왓챠플레이) 정도가 서비스를 제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엔젤 투자금 등으로 서비스를 꾸려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 커뮤니티 '인스티즈'에서 키노라이츠가 'OTT에 콘텐츠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없는 서비스'로 소개되며 예상하지 못한 큰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졌고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자들이 몰렸습니다. 기뻐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당시 수익 모델이 전혀 없었고, 사업 자금이 소진돼 0원에 가까워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동 창업자 둘만 남고 직원들과 이별하는 방법밖에는 없던 상황이었는데요. 고민 끝에 결국 모든 직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했고, 다행히 직원 전원이 모두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창업이 첫 사회생활이었던 저로서는 경영자로서 역할에 눈을 뜨게 된 계기, 고용의 무게감과 두려움을 알게 된 위기이자 교훈을 준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질문: 그리고 카카오벤처스 시드 투자 유치와 구글 창구 프로그램 톱3를 연이어 하신 거죠?
대답:

네. 2022년 3월 카카오벤처스에서 시드 투자를 받게 됐는데요. 마치 다시 창업한 느낌이었습니다. 키노라이츠 앱 10만 다운로드 돌파 기사가 연이 되었는데요. 유틸리티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키노라이츠와 콘텐츠 평점 중심의 왓챠피디아의 차이를 카카오벤처스 담당자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던 것과 해외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투자를 받으면 사업에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시드 투자를 받게 됐죠. 그리고 기존에 서비스 개발을 외주로 맡기던 상황에서 나아가 개발자를 직접 고용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서비스를 발전시킬 확실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C레벨 임원 채용도 진행했는데요. 바로 구글 창구 프로그램 성과를 활용했습니다. 톱3로 채택되면서 상금을 받았거든요. 유명 회사에서 시니어급 엔지니어, 제품 총괄을 하던 분을 C레벨로 채용했고 함께 일하던 개발팀도 같이 채용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동시 접속 100명이면 터지던 서버를, 아마존 웹 서비스(AWS)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해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한 IT 시스템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고요. 현재 다양한 서비스 시도를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질문: 매주 공개되는 키노라이츠 랭킹, 어떤 방식으로 순위가 결정되나요.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 중 유의미한 랭킹 사례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답:

여러 내외부 데이터를 합산해서 결정하는데요. 아무래도 키노라이츠 내부 사용자 데이터 비중이 가장 큽니다. 이용자들이 검색한 데이터, 홈 화면에서 상세 페이지로 들어갔을 때, 관련 리뷰를 썼을 때, 평가를 했을 때, 커뮤니티 글을 썼을 때 등 내부 데이터 수치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고요. 여기에 네이버와 구글 트렌드 등 포털의 오픈된 지표, SNS 등 외부 트렌드 데이터와 각 OTT에서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차트 데이터를 OTT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 비례해 보정 반영하고 있습니다.

키노라이츠 랭킹의 목표는 자체적으로 순위를 100% 결정해도 방송 영상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인정해줄 때까지 지표와 평가 기준을 고도화하는 것입니다. 공신력 있는 랭킹이 될 수 있게요. 가장 기억에 남는 랭킹은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무빙'이 엄청나게 인기를 얻으면서 8주 연속 1위에 올랐던 건데요. 거의 마지막 화가 공개될 때까지 매주 1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진6 올드보이 20주년 행사 콜라보
올드보이 20주년 행사 콜라보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질문: 키노라이츠는 온라인 서비스에서 나아가 오프라인 활동까지 하면서 콘텐츠 이용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죠?
대답:

최근에 키노라이츠 커뮤니티 서비스에 집중하다 보니 작품별·배우별 사용자들의 팬덤이 많이 모이게 됐는데요. 오프라인에서도 콘텐츠·셀럽과 유저를 연결하자는 생각에 관련 행사를 계속 진행해 왔지만, 커뮤니티 서비스 성장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확장하게 됐습니다. 키노라이츠는 KT&G와 함께 '상상마당 시네마' 운영을 같이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조금 더 수월하게 오프라인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올드보이' 20주년 특별 GV(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박찬욱 감독, 최민식·유지태 배우와 함께 진행했던 건입니다. 이 행사가 발전해 '키노Only GV'라는 정기 행사로 자리 잡았고요. 감독·배우와 키노라이츠 회원들이 좋은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하는 행사인데요. 이 행사를 프로그램화해서 매달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마지막 행사로 조현철 감독님의 '너와 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질문: GV 행사 등을 하면서 자연스레 크리에이터와 협업도 이뤄지겠어요?
대답:

OTT 신작 시리즈나 개봉 영화들이 공개를 앞두고 키노라이츠 커뮤니티에 인증샷을 올리는 케이스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김선호 배우와 키노라이츠 단관 행사를 진행했던 영화 '귀공자'를 시작으로 영화 '화란'의 송중기 배우, 드라마 '거래' 유승호 배우, 황정민·정우성 배우 등 영화 '서울의 봄' 배우진, 김윤석 배우 등 영화 '노량' 배우 등 다양한 분이 저희와 마케팅 프로모션을 함께했습니다. 소규모 투자로 공동 제공 작업도 하고 있는데요.

사진7 영화 <화란> 배우진 인사
영화 <화란> 배우진 인사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사진8 영화 <거래> 배우진 인사
영화 <거래> 배우진 인사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사진9 영화 <서울의 봄> 배우진 인사
영화 <서울의 봄> 배우진 인사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사진10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배우진 인사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배우진 인사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2024년 올해 첫 키노라이츠 공동 제공 개봉작은 미국 비디오 게임 유통사 '게임스톱(GME)' 사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덤 머니'였습니다. 앞서 지난해 2023년을 결산하면서 '2023 키노라이츠 유저가 응원한 인물'을 선정했는데요. 랭킹 1위에 김남길 배우가 선정됐습니다. 김남길 배우가 1위 선정 소감을 직접 보내왔고요. 랭킹 1위를 기념, 김남길 배우의 팬들을 위해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 배우 이름을 딴 브랜드관 '김남길관'을 운영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했습니다.

사진11 영화 <소년들> 배우진 인사
영화 <소년들> 배우진 인사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사진12 '키노라이츠 인물 랭킹 1위'로 선정된 김날길 배우 인사
'키노라이츠 인물 랭킹 1위'로 선정된 김날길 배우 인사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질문: 대기업들과 제휴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죠?
대답:

LG유플러스와 LG유플러스 IPTV 'U+tv'의 OTT 통합 랭킹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메타 데이터 부분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에는 카카오택시 블루의 뒷좌석 엔터테인먼트(RSE)용 콘텐츠를 공급합니다. 키노라이츠 콘텐츠 DB와 트렌드 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요. 카카오에는 OTT 신작, 공개 예정작, 종료 예정작 정보에 이어 키노라이츠 평점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2024년 1월 4일부터 다음 포털에 자사 영화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키노라이츠의 별점 데이터를 포털 다음에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다음에서 영화 제목을 검색하면 개봉일, 출연진 등의 정보와 함께 키노라이츠 회원이 평가한 영화 별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13 LG유플러스 x 키노라이츠 OTT 데이터 제휴
LG유플러스 x 키노라이츠 OTT 데이터 제휴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사진14 카카오 x 키노라이츠 OTT 데이터 제휴
카카오 x 키노라이츠 OTT 데이터 제휴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사진15 카카오모빌리티 제휴
카카오모빌리티 제휴 사진

사진제공: 키노라이츠

질문: 마지막으로 키노라이츠의 미래 비전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답:

창업부터 지금까지 키노라이츠의 미션과 비전은 늘 한 가지였는데요.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에게 연결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앞으로 콘텐츠와 사람, 콘텐츠와 콘텐츠, 사람과 사람을 계속 연결해나가면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인 만큼 사용자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나아가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콘텐츠 감상 여정에서 키노라이츠 서비스를 반드시 이용하게 되는, 그런 서비스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4. 나가며

OTT 사업자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수 제작하고 해외 독점 콘텐츠를 수급하며 콘텐츠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구글·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이용자에게 합리적인 사전 설명도 없이 월 구독료를 30~40% 인상하며 부담을 안겼다.

구글이 광고 없이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을 10,450원에서 14,900원으로, 넷플릭스는 스탠더드와 프리미엄 요금을 13,500원과 17,000원으로 각각 인상한 이후 베이직 요금 신규 가입을 제한하며 사실상 인상 정책을 단행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9,900원 단일 요금제에서 동시 접속 인원을 기준으로 요금제를 스탠더드 9,900원, 프리미엄 13,900원 등 복수로 개편하며 사실상 인상을 결정했다.

국내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티빙은 베이직·스탠더드·프리미엄 7,900원·10,900원·13,900원 요금에서 9500원·13,500원·17,000원으로 월 구독료를 인상했다. 또 합종연횡도 지속되는 추세다. 티빙이 KT의 OTT 시즌을 인수한 데 이어 웨이브와 해외 진출 및 글로벌 서비스 대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논의에 돌입했다. 양사 합병이 이뤄지면 월 구독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유튜브가 장악한 스트리밍 시장 사례를 볼 때 OTT 통·폐합 등 이용자 선택권 축소는 중장기적으로는 어쩌면 사실상 인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비싼 요금만큼 똑똑한 콘텐츠 소비가 필요한 시대다. 수많은 콘텐츠가 제작·제공되고 있지만 어디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지 찾느라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간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허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OTT 콘텐츠 중 무엇을 볼지 몰라서 검색만 하다가, 예고편만 보다가 결국 서비스 종료 버튼을 누르는 이용자를 일컬어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키노라이츠와 같이 OTT 콘텐츠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더 많아져서 합리적인 OTT 구독과 콘텐츠 시청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