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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AI와 그리고 느끼는 스트리밍"
한정훈(다이렉트미디어랩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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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전 세계 최고 IT혁신 이벤트 CES에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는 늘 주목받는다. 특히, 미래 기술을 예측하고 경험하는 대상인 TV는 언론과 참가객들의 관심 1순위다.
특히, 이 중에도 핵심인 삼성, LG, 소니(Sony) 등이 CES에 설치한 현장 전시 부스에는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다. CES 2024도 마찬가지였다. CES LVCC 센트럴홀 가장 중심에 위치한 LG전자 부스는 투명 올레드TV를 찍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LG전자가 선보인 세계 최초 무선 투명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최고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3년 CES는 생성형 AI와 TV의 만남이 메인 테마였다. 삼성과 LG, 소니 등 TV 제조사들은 새로운 기술력이 탑재된 TV 세트를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올해 2024년은 AI가 만드는 새로운 TV 생태계가 핫 키워드다. AI는 시청자의 마음을 더 정확히 그리고 빠르게 읽는다. 그리고 시청 경험도 높여줄 수 있다.
CES 현장에서는 AI와 스트리밍 서비스, 오디오, 게임 등이 만나며 진화하는 모습도 목도할 수 있었다. 유레카관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스타트업들은 AI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했다. 또 CES 2024에서 콘텐츠 기업들이 내놓은 키워드는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이다. AI를 만난 콘텐츠는 화면에만 존재하지 않고 온·오프라인 공간으로 확대된다.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혁신 컨퍼런스 CES 2024에서 각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공개한 2024년 사업 전망의 핵심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2024년 키워드는 '생존(Survival)'이다. 인수 합병, 콘텐츠 투자액 축소 등을 통해 생존 틀을 마련하고 구독을 넘은 광고 상품 확대, E커머스, 몰입형 경험, 팬 충성도 상승 등을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이 2024년 목표다. 스트리밍 전쟁으로 체력이 허약해진 미디어 기업들에 수익은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이 됐다. 팬 충성도 상승, 광고 상품 확대 등의 부대 전략도 생존과 수익이라는 상위 개념 내에 존재한다. 세계 최대 혁신 IT 플랫폼 CES에서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수익 추구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생성형 AI의 확산,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 등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미디어 기업들의 전략이 라스베이거스 현장을 채웠다. TV와 미디어 기업의 진화, CES에서 확인한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생존 경쟁을 중심으로 CES 2024 리뷰를 전개한다.
출처: 필자 촬영
100년 된 TV, 이제는 인텔리전트 센터다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는 2024 CES에 앞서 2024년 1월 7일 개최한 'Media Days: CES 2024 Trends to Watch, Presented by CTA'1)에서 "TV는 단순한 스크린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TV는 단순히 화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하고 연결된 모니터로 진화한다"며 "또 고급 제어 기능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은 소비자의 역량을 강화하여 TV가 단순한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영화 전체를 위한 지능형 센터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CTA(https://cdn.ces.tech)
실제 TV가 부엌이나 세탁실과 연결되는 스마트 기기가 된 지는 오래됐다. 그리고 AI와 만나며 더 똑똑하고 섬세해졌다. TV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살 수 있는 E커머스 플랫폼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TV가 만드는 생태계도 기대할 수 있다.
제시카 부스(Jessica Boothe) CTA 리서치 디렉터는 콘텐츠의 변화도 예고했다. 부스는 "앞으로 더 많은 인터랙티브한 TV 프로그램을 보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앞으로 더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이를 통해 시청자는 객체가 아닌 시청 주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TV 경험 경로를 스스로 결정하고 라이브 경기에 베팅하는 등 원하는 모든 콘텐츠를 TV에서 경험할 수 있다.
CES TV+AI=몰입형 체험(Immersive Experience)
CTA가 언급한 새로운 변화는 CES 2024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TV 제조사 등 하드웨어 기업들은 올해(2024) CES에서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CES 2024는 TV를 보는 대상이 아닌 체험하는 대상으로 규정했다. TV 제조사들은 100년 TV의 역할을 재설정했다. TV는 1927년 9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CES 2024 기자 간담회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AI 스크린 시대'를 선언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CES 2024 현장에서 "삼성 AI 스크린은 가정의 중심에서 집 안의 모든 기기를 연결·제어하는 'AI 홈 디바이스'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용 사장은 이어 "차세대 AI 프로세서와 타이젠 OS를 바탕으로 기존 스마트 TV를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사하는 'AI 스크린 시대'를 선도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AI스크린 시대를 열 제품들을 공개했다. 신제품 2024년형 네오 QLED 8K는 저화질 콘텐츠를 8K 화질로 선명하게 바꿔주는 '8K AI 업스케일링 프로', AI 딥러닝 기술로 영상의 왜곡을 줄여주는 'AI 모션 인핸서 프로', 음성만 분리해 대화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액티브 보이스 앰플리파이어 프로' 등을 지원한다. AI 기술을 통해 SD·HD·풀(FULL) HD 등 저화질로 전송되는 라이브 스포츠·콘서트, 스트리밍 콘텐츠까지도 마치 현장 VIP 좌석에서 직접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2024년형 삼성 TV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삼성 생태계의 연결성도 강화했다. 삼성 '타이젠 OS 홈'은 TV에 등록된 계정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또 좋아하는 게임을 선택하면 'AI 오토 게임모드'가 타이틀을 분석해 장르와 환경에 맞는 화질과 음질로 최적화해 주는 등 게이밍 경험도 향상했다.
삼성전자는 AI를 기반으로 한 반려 로봇 '볼리'도 공개했다. 축구공 크기의 노란색 원형 로봇인 볼리는 귀여운 외형과 다양한 기능으로 CES 기간에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LG전자도 TV와 미디어의 미래를 보여줬다. 전시장 부스 초입에 설치된 LG 시그니처 올레드 T는 제품 너머를 볼 수 있는 투명한 스크린으로 CES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제품이다. 검은 TV 화면에 비해 개방감과 주변 인테리어와의 조화가 뛰어나고 '블랙 스크린 모드'를 사용하면 77형·4K 해상도 올레드 TV로서 뛰어난 화질도 제공한다. 엔가젯은 "올레드 TV도 물론 훌륭하다. 그런데 투명 올레드 TV는 정말 놀라운 제품"이라며 "다른 투명 디스플레이 제품과는 달리 고객이 구매 가능한 최초의 제품"이라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AI와 TV, 그리고 경험의 만남이 LG전자의 키워드였다. LG전자는 스마트 TV 플랫폼 '웹OS' 10주년을 맞아 글로벌 스트리밍 협력사와 함께 구축한 '이머시브 스트리밍 터널(Immersive Streaming Tunnel)'을 공개했다. 55형 올레드 디스플레이 140여 대로 터널 내부 벽면과 천장 전체를 감쌌다. 터널 중앙에는 초대형 무선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설치했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애플 TV+의 신작 '마스터즈 오브 디 에어' 예고편 영상을 비롯해 넷플릭스의 '레벨문' 디즈니 +의 '인어공주' 파라마운트+의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 등 웹OS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2024년으로 10주년을 맞은 웹OS는 전세계 2억 대 이상의 LG 스마트 TV를 구동하고 300개 이상 TV 브랜드에 공급되는 운영체제(OS)다. 웹OS에서 경험 가능한 제휴 콘텐츠는 약 3,500개다.
LG전자에도 AI는 핵심이었다. 스마트홈 허브인 동시에 만능 가사 생활 도우미 역할을 하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두 바퀴로 스스로 움직이며 관람객을 맞이했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자율 주행 스마트홈 허브로,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실시간 환경 데이터를 수집한다. 음성·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멀티모달 센싱과 첨단 AI 프로세스를 탑재해 사용자의 상황·상태도 인지한다. 삼성전자 볼리가 '비서'라면, LG전자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와의 소통에 중점을 둔 '친구'에 가깝다는 평가다.
넷플릭스와 워너 브러더스, CES에서 팬을 만나다
넷플릭스(Netflix)는 CES 2024에 처음으로 현장 부스(LVCC 센트럴)를 설치했다. 부스는 3월 공개하는 신작 TV 시리즈 'Three Body Problem'을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체험장으로 구성됐다. CES 2024를 방문한 참가자들은 넷플릭스관을 체험하기 위해 대기 시간 두 시간을 기꺼이 헌납했다. 넷플릭스는 현장 체험 내용을 비밀로 하고, 사진이나 영상도 촬영하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어렵게 전시장에 입장한 고객들은 헤드기어를 쓰고 콘텐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체험 가능한 영상 콘텐츠는 TV 시리즈의 예고편이었다. 이에 대해 실망한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의 오프라인 확장, '체험과 경험'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포맷, '팬들과의 교감' 등 이번 이벤트를 통해 넷플릭스가 전달하고자 했던 전략들은 현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CES 2024에서 본 넷플릭스의 진화는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을 통한 브랜드 확장에만 신경 쓰던 넷플릭스가 2024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외부로 진격하고 있다. 팬들과의 교감을 높이는 동시에 '넷플릭스 콘텐츠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노력이다. '넷플릭스'를 '동영상을 시청한다'는 동사로 만들어낸 이들은 이제 넷플릭스를 경험의 키워드로 진화시키고 있다.
넷플릭스를 몸으로 경험한 이들은 온라인 시청 몰입도도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에서의 추가 매출(상품)도 무시할 수 없다.
출처: 필자 촬영
넷플릭스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도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Strange Things)'의 공간(The Upside Down)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오프라인 숍을 열었다. '기묘한 이야기'의 상징인 붉은색 로고를 테마로 한 미로를 지나야 숍에 들어갈 수 있다. 1980년대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머리가 아닌 몸으로 '물아일체'를 경험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플랫폼 체험 공간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23년 10월 넷플릭스는 2025년 플랫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상설 오픈한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과 같은 인기 드라마를 컨셉트로 한 옷이나 음식 등을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넷플릭스 하우스(Netflix House)'로 불리는 이 장소는 2025년 미국에 두 곳이 오픈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2023년 12월 6일 LA2)에 '오징어게임'을 실제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오픈하기도 했다. 이 곳에서 소비자들은 월 39달러를 내고 70분 동안 6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오프라인 경험은 구독으로 이어진다.
다른 미디어 기업들도 CES 2024 현장에 체험 부스를 만들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도 캐릭터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CES 2024 C스페이스에 열었다. 웨더 뉴스(Weather News Channel)를 운영하고 있는 알렌미디어 그룹(AMG, Allen Media Group)은 C스페이스 입구에 자사 미디어 기업들의 채널들을 볼 수 있는 회의 부스를 만들었다. C스페이스를 찾은 참가객들은 AMG 콘텐츠와 이들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FAST, Free Ad Supported Streaming TV)를 경험할 수 있었다. AMG가 서비스하고 있는 지역 채널 로컬 나우(Local Now)는 지역의 뉴스, 날씨, 스포츠, 교통, 엔터테인먼트 뉴스를 지역사에서 제공받아 FAST로 서비스한다. 미국 225개 마켓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450개 무료 채널을 통해 1만 8,000개 영화, TV 채널, 다큐멘터리가 방송된다.
출처: 필자 촬영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은 현장 촬영 부스를 C스페이스 지하에 구축했다. 숏폼 스튜디오는 TV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전통적인 TV 스튜디오는 이제 필요없다. 크리에이터와 AI 시대, 팬들과 교감할 수 있는 업슛 카메라 1대면 충분하다.
출처: 필자촬영
소니 역시, '고스트 버스터즈' 등 팬들의 향수가 짙은 영화 공간을 현실로 가지고 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원더버스(Wonderverse, Oakbrook Center)라는 콘텐츠 몰입형 공간을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에3) 2023년 12월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언차티드(Uncharted)', '쥬만지(Jumanji)', '배드 보이즈(Bad Boys)', '좀비랜드(Zombieland)'와 같은 최고 인기 소니 작품들을 멀티미디어 경험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원더버스에서는 좋아하는 콘텐츠의 테마를 입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풀 서비스 레스토랑도 경험할 수 있다.
2024년 콘텐츠 체험은 가상 공간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 등 혼합현실(MX) 테크놀로지4)를 활용한 하드웨어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 루트가 되고 있다. VR 헤드셋은 2026년 276만 대로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버라이어티
2023년 6월 공개한 혼합현실 헤드셋이자 공간 컴퓨팅 애플 비전 프로(Vision Pro)5)는 하이브리드 경험(물리적과 디지털이 혼합된)이 사람들이 소통하고 배우는 일반적인 경험으로 승화될 가능성을 열어줬다. 애플은 비전 프로의 공식 판매일을 2024년 2월2일로 정하고 1월 19일부터 선주문(3,500달러)을 받겠다고 밝혔다.
애플에 따르면 비전 프로에서는 애플TV+, 디즈니+, 맥스(MAX) 등의 유료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를 100피트 넓이 온라인 스크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또 이머시브 비디오(Apple Immersive Video)라는 새로운 포맷도 공개했다. 애플에 따르면 이 콘텐츠는 공간 오디오(Spatial Audio)를 이용, 180도 3D 8K 화질을 보장하며, 사용자를 액션 속으로 들어가게 해준다.
- 2) Squid Game The Trials Experience - Netflix tudum
- 3) Wonderverse, Sony Pictures' First World of Immersive Adventures, Coming to the Chicago Area in December | Sony Pictures Entertainment
- 4) Doubting Tim Cook's Doubters on Mixed Reality
- 5) Apple Vision Pro Headset: VR Pricing, Availability Announced at WWDC
스트리밍 시대와 생존
콘텐츠 시장은 '스트리밍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CES는 2024 콘텐츠 전망에서 "2019년 시작된 스트리밍 시대는 이제 스트리밍 세대(The Streaming Age)로 확대됐다"고 선언했다. 스트리밍을 통해서만 콘텐츠를 보는 이들이 주류가 된 것이다. 스트리밍 세대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소설과 같은 번들링(Novel Bundling)', '라이브 스포츠', '다중어 라이브러리'다.
노블 번들링(혹은 소설 번들링)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용어다. 소설을 사 모으듯, 구독자들이 원하는 스트리밍을 스스로 묶는 것이다. 라이브 스포츠 확대 역시 스트리밍의 변화다. 맥스(MAX), 애플TV+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두 라이브 스포츠를 편성하고 있다. 구독자들을 매일매일 사이트에 방문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트리밍을 통한 다언어(멀티 언어 콘텐츠) 소비도 늘었다. 다양성과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콘텐츠 시청 중 자막을 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CTA는 스트리밍의 한 트렌드에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Trend), 다중어 및 인터내셔널 라이브러리 증가(Multilingual and International Libraries)'를 꼽았다.
출처: CTA(https://cdn.ces.tech)
하지만, 모든 스트리밍이 즐겁지는 않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2024년 키워드는 '생존(Survival)'이다. 인수 합병, 콘텐츠 투자액 축소 등을 통한 생존 틀을 마련하고 구독을 넘은 광고 상품 확대, E커머스, 몰입형 경험, 팬 충성도 상승 등을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이 2024년 그들의 목표다. 스트리밍 전쟁으로 체력이 허약해진 미디어 기업들에 수익은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이 됐다. 팬 충성도 상승, 광고 상품 확대 등의 부대 전략도 생존과 수익이라는 상위 개념 내에 존재한다.
CES에서도 수익 발생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생성AI의 확산,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 등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미디어 기업들의 전략이 라스베이거스 현장을 채웠다. CES에서 스트리밍 이슈는 주로 세미나, 세션을 통해 전개됐다. CTA, 디지털 할리우드, 버라이어티 엔터테인먼트 세션에서는 현재 업계가 안고 있는 많은 이슈가 논의됐다. 이들 세션의 핵심 단어는 'AI', '팬', '수익', '생존' 등이었다.
다양한 미디어 플레이어가 등장한 서밋
참석자들의 눈길을 잡은 세션은 디즈니의 세션이었다. 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 다나 왈든(Dana Walden), 알렌 버그만(Alan Bergman), 리타 페로(Rita Ferro)는 패널로 참석한 디즈니 글로벌 광고 담당 대표와 함께 '테크&데이터 쇼케이스6)(Disney's Tech and Data Showcase at CES)'를 CES에서 열었다.7)
출처: 필자 촬영
코스모폴리탄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디즈니는 최신 광고와 기술(애드 테크)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디즈니 최고 경영진은 글로벌 마케터들에게 실시간 및 스트리밍 플랫폼이 제공할 수 있는 광고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디즈니는 광고주가 개별 소비자 그룹을 타겟팅할 수 있는 기술과 혁신에 전략을 집중했다.
디즈니 글로벌 광고 담당 사장 리타 페로는 "2023년은 디즈니 역사상 광고 기술 투자가 가장 많은 해였다"며 "디즈니+의 글로벌 확장이 이뤄졌기 때문에 광고 기술 투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즈니의 기술은 전 세계 시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의도적으로 스트리밍용으로 구축됐다. 한 번 구매하면 어디든 전송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디즈니는 미국에서 디즈니+와 훌루(Hulu)을 통합했다. 디즈니+ 콘텐츠를 훌루로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얼리 대표는 "훌루와 디즈니+를 통합한 이후 기대보다 더 이용 시간이 늘고 몰입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시청하고 있으며,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는 CES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새로운 수익원도 공개했다. 소비자들이 디즈니 플랫폼에서 본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E커머스 '게이트웨이 숍(Gateway Shop)'이다. 디즈니 커머스, 성장 및 아이덴티티 부문 수석 부사장인 아제이 아로라(Ajay Arora)는 "게이트웨이 숍은 디즈니 최초 쇼핑 TV 광고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팬들과의 교감도 강조했다. 디즈니는 격년으로 치러지는 공식 팬클럽 모임인 'D23' 행사에서 특별 이벤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팬들과의 교감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2024년 행사의 경우 8월 중순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리며 디즈니에 크게 공헌한 레전드를 기리는 행사를 갖는다. 디즈니는 또한 2023년 11월에 브라질 상파울루(Sao Paolo)에서도 D23을 여는 등 글로벌 확대 가능성도 테스트할 계획이다.
디즈니 최고 브랜드 책임자(Chief Brand Officer) 아사드 아야즈는 인터뷰에서 "슈퍼볼이나 코믹콘과 같이 브랜드가 모든 세대 팬들과 만나는 행사와 유사하다"며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D23 이벤트의 일부는 처음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도 제공된다"고 강조했다.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디즈니 DTC서비스는 현재 150개 국, 40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조 얼리(Joe Earley)는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엄청난 성장 속도를 자랑했다. 그는 디즈니+, 훌루, ESPN+, 인도의 스타+ 서비스 구독자 수가 2억 2,5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또 얼리는 디즈니는 어린이와 가족 친화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대명사이지만, 훌루를 통해 성인 시청자를 위한 다양한 옵션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조 얼리 대표는 현장에서 "디즈니는 우리가 서비스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3위 안에 드는 최고 스트리밍 사업자"라며 "핵심적인 시장 차별화 요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광고 역량(Key Marketplace Differentiator is Our Unmatched Advertising Capabilities)"이라고 말했다.
멀티모달 시대 멀티 플랫폼
게임은 영상 콘텐츠의 원천이다. IP 확장에 게임이 가장 앞장서고 있다. CTA도 2024년을 전망하면서 게임의 IP 확장을 첫째로 꼽았다. '슈퍼 마리오' 영화는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현재도 40개가 넘는 영상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게임 원작 영화, 드라마에 익숙하다.
CES 2024에서 소니는8) 게임과 콘텐츠가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여줬다. 소니는 영화나 콘텐츠로 제작된 자사의 게임 콘텐츠를 자랑하듯 전시했다. 2023년 소니는 그란 투리스모 영화(Gran Turismo Film)에 이어 HBO에서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를 피콕에서 게임 '트위스티드 메탈(Twisted Metal)'을 TV 콘텐츠로 각색해 출시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에미상 13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트위스티드 메탈은 시즌2를 확정지었다. 소니는 이와 관련한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도 현장에서 공개했다.
출처: [Highlight] CES® 2024 Press Conference|Sony Official - YouTube
이어 소니는 2개의 새로운 게임 IP기반 프로젝트를 공개했다.9) 'God of War'와 'Horizon'이다.
CES에서 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는 '테크놀로지'다. TV의 진화, 스트리밍의 확장 및 변신, 게임과 만나는 콘텐츠 등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요소는 기술이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를 잘 이해하는 테크놀로지가 필수다. 2024 CES는 앞으로 우리에게 더 필요한 엔터테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이벤트가 됐다.
우리의 미래를 정의하는 새로운 플랫폼(The Global Platform Defining Our Future)
1월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몰렸다. CES를 주최하는 CTA는 1월 9~12일 CES 2024 참관객이 총 13만 5,000여 명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CES 2023 방문객 11만 5,000여 명보다 17% 증가한 것이다. 또 팬데믹으로 축소됐던 CES 2022 의 4만 5,000 명의 3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CES 2024에는 150여 개국 4,300여 기업이 참가했다. 지난해 CES 2023 3,200여 개보다 34% 늘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기업이 1,148개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760여 개 기업이 참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그러나 중국 기업보다 한국 스타트업이 노출도가 더 높았다.
CES 2024 전시 공간도 지난해보다 14.4% 넓어졌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와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 베네치안 엑스포 등에 펼쳐진 총 전시 공간은 약 250만 제곱피트(약 23만 2,257㎡)였다. 지난 2023년에는 약 218만 5,000 제곱피트(약 20만 2,993㎡)였다.
베네치안 엑스포 내 유레카 파크에 부스를 마련한 스타트업은 1,200개를 훌쩍 넘었다. 이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은 440여 곳이 부스를 차리고 전 세계에 기술을 알렸다.
킨제이 파브리지오(Kinsey Fabrizio) CTA 수석 부사장, CES 및 멤버십 담당은 자료에서 "한 주 동안 참관객을 포함해 전 세계 기술 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주요 발표와 제품 출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기술에 대해 협업하고 영감을 얻을 기회를 가졌다"며 "참가객들은 서로 만나고 꿈꾸고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 있는 쇼를 경험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