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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기를 맞이한 OTT 시장의 한계와 가능성

김윤지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던 OTT 산업이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작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높은 글로벌 OTT들은 자본의 효율화를 위해 기존 콘텐츠 공급 구성을 수정하는 등 전략을 변화하고 있다.
자본력이 낮은 국내 OTT들의 경우 부족한 제작비 조달을 위해 영화 투자 시스템과 같은 투자 자본을 유치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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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숙기를 맞이한 OTT 시장의 한계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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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던 OTT 산업이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작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높은 글로벌 OTT들은 자본의 효율화를 위해 기존 콘텐츠 공급 구성을 수정하는 등 전략을 변화하고 있다. 자본력이 낮은 국내 OTT들의 경우 부족한 제작비 조달을 위해 영화 투자 시스템과 같은 투자 자본을 유치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영화와 판매 방식이 다른 드라마 산업에서 외부 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채널로 판매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사업자가 제작·투자 구조를 이끌며 중심에 서는 것이 필요하다.

1. 들어가며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던 OTT산업이 최근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작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높은 글로벌 OTT들은 자본의 효율화를 위해 기존 콘텐츠 전략을 수정해 나아가려 한다. 자본력이 낮은 국내 OTT들도 제작비 부족에 맞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면서 산업을 새롭게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매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영화의 투자 자본 등을 국내 OTT 산업 재편 과정에 활용해야 할 필요성도 생겨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업자들 간에 어떠한 역할 재조정과 전략 도입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성숙기를 맞이한 OTT 산업

2-1. 글로벌 시장

2022년 세계 OTT시장은 2천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CAGR) 26.3%씩 증가해 2032년 2조 574억7천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전체 OTT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업자들의 증가와 콘텐츠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개별 사업자들이 느끼는 체감 성장세는 이보다는 크게 떨어진다.

그림1 글로벌 OTT 시장 성장 전망
글로벌 OTT 시장 성장 전망 2022~2032 그래프
단위:십억달러
  • 2022:$200
  • 2023:$251.6
  • 2024:$316.76
  • 2025:$399.12
  • 2026:$503.29
  • 2027:$635.16
  • 2028:$802.2
  • 2029:$1,013.99
  • 2030:$1,282.69
  • 2031:$1,623.89
  • 2032:$2,057.47

글로벌 OTT시장 점유율은 2023년 2분기 기준 넷플릭스(35.3%)가 계속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8.6%), 애플+TV(8.3%), 디즈니+(7.3%), 훌루(7.2%), 파라마운트+(6.0%), HBO 맥스(5.7%), 피코크(3.7%) 순이다. 세계 OTT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온 넷플릭스와 최근 성장세가 높았던 디즈니+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각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규모의 OTT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기타 OTT 비중(16.8%)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림2 세계 OTT 시장점유율 및 추이(2023년 2분기 기준)
세계 OTT 시장점유율 및 추이(2023년 2분기 기준)
자료Parrot Analytics(2023. 8. 3)

주.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구독형 OTT 기준)

이제까지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글로벌 OTT업체들은 북미 시장 성숙으로 인해 북미 외 지역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현재 확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아시아 태평양 시장이다. 아시아 태평양 시장의 현재 OTT 이용률은 북미 지역보다 낮지만 인구 구성 및 디지털화 진전으로 OTT 구독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글로벌 OTT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각 지역에 글로벌 OTT 외에 지역별 OTT가 자리 잡아 이를 통해 지역 콘텐츠를 즐기는 비율도 높아 글로벌 OTT들의 시장 확대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동남아, 중동, 남아프리카 등 16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홍콩 OTT 뷰(Viu)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 높은 한국 콘텐츠 등을 활용해 직접 공급하거나, 각 국가별로 리메이크 콘텐츠를 제작한 뒤 공급해 2023년 3분기 기준 동남아 시장 유료 구독자 1위, 월간 이용자수 2위 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에서 소구력 높은 콘텐츠를 수급하는 게 관건인데, 이런 측면에서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OTT 및 각 지역 OTT들이 신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데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편, 콘텐츠 투자 경쟁 심화로 투자액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OTT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기존 전략들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2022년과 2023년 모두 연간 167억 달러(한화 약 21조7천억 원)를 콘텐츠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즈니는 OTT를 포함한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투자한 금액이 연간 300억 달러(한화 약 39조원)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시기에는 OTT 시장 성장세가 커서 막대한 투자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엔데믹화 이후,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콘텐츠 확보를 위해 이 정도의 금액을 계속 투자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3년 1분기까지도 넷플릭스를 제외한 주요 글로벌 OTT들이 모두 분기 기준 마이너스 손익을 기록하고 있어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더 심화되고 있다.

그림3 국내외 주요 OTT 기업 관련 부문 손익
국내외 주요 OTT 기업 관련 부문 손익 그래프
자료(좌) 한정훈(2023), (우) 김윤지(2023)

2-2. 한국 시장

한국 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23년 8월 기준, 국내 OTT 이용자 순위는 넷플릭스(1,223만 명), 쿠팡플레이(563만 명), 티빙(540만 명), 웨이브1)(439만 명), 디즈니+(270만 명) 순이다. OTT는 한 사용자가 여러 OTT에 중복으로 가입하는 비중이 높아서, 보통 시장 영향력은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비교한다.2) 같은 시기 시간 기준으로는 넷플릭스(1억 시간), 티빙(4,536만 시간), 웨이브(4,492만 시간), 쿠팡플레이(1,827만 시간), 디즈니+(915만 시간) 순이다.

그림4 국내 OTT 이용 순위(2023년 8월 기준)
국내 OTT 이용 순위(2023년 8월 기준) 그래프
8월 OTT앱 사용자 수 랭킹
1.넷플릭스:1,223만
2.쿠팡플레이:563만
3.티빙:540만
4.웨이브:439만
5.disney+:270만
8월 OTT앱 사용 시간 랭킹
1.넷플릭스:1억 시간
2.티빙:4,536만 시간
3.웨이브:4,492만 시간
4.쿠팡플레이:1,827만 시간
5.disney+:915만 시간
자료모바일인덱스(2023. 9)

사용 시간은 8월 총 사용 시간

국내 OTT들은 한국 콘텐츠에 연간 6천억 원~8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와 경쟁 때문에 콘텐츠 투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OTT들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때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세계 시장에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어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지만, 국내 OTT 사업자들은 국내 영업에만 의존하고 있어 국내시장에서 투자액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가치가 높아지고 글로벌 OTT 투자 수준에 맞춰 한국 콘텐츠 제작비도 상승하면서 국내 OTT들의 부담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 예컨대 한국 드라마의 2013년 평균 편당 제작비는 약 3억 7천만 원이었으나, 10년이 지난 현재 편당 제작비는 적게는 3~4배, 높게는 10배 이상까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3)

이에 따라 국내 OTT 사업자들은 매출액도 증가하면서 적자폭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국내 2위·3위 사업자인 티빙과 웨이브의 경우, 2022년 대비 2023년 3분기까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면, 매출액은 각각 1,315억 원→2,264억 원, 2,301억 원→2,459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적자액도 각각 762억 원→1,177억 원, 558억 원→797억 원으로 증가했다. 제작비가 상승하면 콘텐츠를 제작·공급하는 국내 제작사의 수익은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높은 금액의 드라마를 구매할 수 있는 구매처가 줄어들게 되면 실제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 등 제작 시장이 위축될 위험도 상존한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사용시간 기준 국내 2위, 3위 OTT 사업자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 MOU를 체결(2023.12. 4)하고 통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지분 구조가 복잡한 두 회사의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어 두 OTT의 합병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국내 OTT의 탄생이 단기적으로는 제작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OTT를 견제할 국내 OTT가 존재하는 것이 제작사의 글로벌 협상력을 상승시키고 다양한 판로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수익성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 1) 공식 사명은 콘텐츠웨이브, 이하 웨이브로 칭함.
  • 2) 유료 OTT 구독자의 경우 미국은 평균 2.8개, 한국은 평균 2.7개의 OTT를 중복 가입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 3) <무빙>(디즈니+, 20부작 650억 원, 편당 32.5억 원), <수리남>(넷플릭스, 6부작 350억 원, 편당 58.3억 원), <재벌집 막내아들>(JTBC/VIU 등, 16부작 350억 원, 편당 21.9억 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넷플릭스 등, 16부작 200억 원, 편당 12.5억 원) 등(뉴시스, 2023); 더벨, 2023)

3. OTT 서비스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 변화

3-1. 콘텐츠 공급 구성 변화

OTT 시장이 성숙기를 맞이함에 따라 글로벌 OTT들은 이에 맞춰 다양한 전략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광고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단속, 요금 인상 등과 같이 요금 전략들을 새롭게 정비하는 한편, 영화, 드라마와 같은 전통적 콘텐츠 외에 스포츠 중계, 예능 및 다큐 콘텐츠 등을 늘려 특화 콘텐츠 시장을 확대하는 등 콘텐츠 전략에서도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콘텐츠 전략에서 나타나는 변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 투자’ 방식에 대한 재검토다. OTT의 콘텐츠 투자 방식은 크게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라이선스 구매’ 방식으로 분류된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는 OTT가 콘텐츠에 대한 모든 투자액을 지불한 뒤, 콘텐츠 IP에 대한 소유권을 완전히 획득하는 방식이다. 독점적 소유는 가능하지만 투자액도 그만큼 높다. ‘라이선스 구매’ 방식은 OTT에서 일정 기간 동안 스트리밍 권한을 갖는 라이선스를 콘텐츠 제작사로부터 구입하는 형태다. 투자액은 낮지만 해당 OTT가 독점적으로 방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과거 IPTV VOD 등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선 라이선스 구매 방식이 우선시되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할리우드와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경쟁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방식으로 콘텐츠를 확보해 OTT 시장을 안착시키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점점 더 많은 구독자들이 특정 OTT에서 원하는 콘텐츠만 본 뒤 구독을 해지하는 경향, 즉 ‘이탈률’이 높아지면서 투자액이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꾸준히 구독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구성을 고민하면서 투자비가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라이선스 콘텐츠도 적절히 섞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OTT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의 길이도 조금 짧아지는 추세다. 과거 OTT는 ‘몰아보기’를 할 수 있도록 드라마 시리즈를 한꺼번에 선보이며 성장해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드라마들의 경우 90년대 이후 대체로 16부작이라는 긴 형태가 정착되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드라마가 어느 정도 재미있다고 소문이 난 뒤에야 광고가 늘기 때문에 시리즈를 다소 길게 잡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세트 제작과 같은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시리즈가 길어야 편당 제작비를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또는 OTT의 입장에서 16부작 드라마는 다소 비효율적이다. 여러 넷플릭스 시청 데이터 연구를 종합하면 최적의 시리즈 길이는 6부작이다. 넷플릭스 사용자의 75%가 하루 최대 4.5개의 에피소드를 시청하기 때문이다(Lall, S., & Sivakumar, R., 2021). 즉, 평균 사용자들이 4~5편을 몰아본 뒤 잠시 쉬기 때문에 6부작으로 구성하면 두 번에 나눠 보면서 시리즈를 마칠 때 새 영화 한편을 보기에 적당하다. 게다가 시청이 시작된 시리즈 가운데 평균 45% 정도는 끝까지 완주되지 못한다. 넷플릭스 사용자의 절반 정도는 시리즈 시청 시작 이후 25%가 되지 못한 지점에서 시청을 중단하곤 한다. 절반 가까운 드라마가 완주되지 않는다면, 긴 시리즈일수록 OTT 업체에겐 손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16부작을 완주하는 것은 시간과 감정 소모가 커서 시청을 시작하기에 주저함이 있다. OTT 업체들은 이런 시청자들이 시청을 시작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춰 주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 OTT 콘텐츠 시리즈의 길이도 짧아지는 추세다. 예전에는 흔치 않던 8부작, 10부작, 12부작이 늘어났고, 이보다 더 긴 시리즈라면 시즌1과 시즌2로 나눠 공개되기도 한다. OTT가 구독자들의 발을 묶어 놓기 위해 고안했지만, 시청자들이 긴 호흡 유지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대응인 셈이다. 시청자들의 건너뛰기를 막기 위해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드라마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OTT업체들의 입장에서 대응이 더 어려운 것은 30분, 1시간짜리 요약본만 보고 전체 시리즈는 아예 보지 않는 시청자들이다. 방송에서 OTT로 건너갔던 시청자들이 유튜브 요약본만 보며 아예 OTT를 켜지 않기도 한다. 이 때문에 OTT들도 이런 변화 추세에 맞춰 예능이나 스포츠 중계를 늘려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긴 시리즈에 비해 감정 소모가 적어 진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스포츠 중계는 시즌이 이어지는 동안 구독을 해지할 위험이 낮다. 모두가 기존 콘텐츠들보다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덜 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3-2. 콘텐츠 판매 전략 변화

현재 우리나라 OTT 시장 성숙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드라마 산업뿐 아니라 영화를 포괄한 영상콘텐츠 산업 전체를 함께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 영상콘텐츠 산업은 전통적으로 영화 산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는데, 영화산업이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늦어지면서 OTT와 함께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OTT 모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두 산업의 위기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영화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영화관 관람객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하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반면 OTT 드라마 분야는 현재 제작구조에서 감내할 수 있는 제작비 부족이 원인이다. 즉, 영화는 투자 자본은 존재하나 수익성이 떨어져 투자가 위축되는 것이 문제인 반면, OTT는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워 제작비 조달이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OTT 산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가 위축된 영화 투자 자본을 드라마 제작으로 유인해 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영화 투자자본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자본이 계속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영상콘텐츠 산업 자본 축적에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산업은 문화산업 투자의 중심이 되어 왔으나 영화 투자 수익 부진으로 투자의 맥이 끊길 경우 문화산업 투자가 전체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자본 투자의 방식이 상이해 영화 자본을 드라마 분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 영화는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가 문화산업 지원정책 차원에서 영상전문투자조합의 영화 투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한 이래로 벤처투자자들이 꾸준히 투자해 온 분야다. 벤처투자자들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하며 배급을 담당하는 대기업, 제작을 담당하는 제작자들과 함께 ‘한국영화 메인투자 시스템’을 구성하면서 제작 자본을 투자하며 영화산업을 빠르게 성장시켜 왔다.

그림5 한국영화 메인투자 시스템 구조
한국영화 메인투자 시스템 구조
  • 투자배급사(전략적 투자자)→(유치)→재무적 투자자(금융기관 등)
  • 투자배급사(전략적 투자자)→(유치)→공적 투자자(지자체 등)
  • 투자배급사(전략적 투자자)→(유치)→펀드 A
  • 투자배급사(전략적 투자자)→(유치)→펀드 B
  • 투자배급사(전략적 투자자)→(제작관리, 투자유치)→제작사→(영화제작)→A영화 프로젝트 SPC
  • 투자배급사(전략적 투자자)←(투자유치 일임)제작사→(영화제작)→A영화 프로젝트 SPC
  • 투자배급사(전략적 투자자)→(메인투자 20~30%)→A영화 프로젝트 SPC
  • 재무적 투자자(금융기관 등),공적 투자자(지자체 등),펀드 A,펀드 B→(부분투자 70~80%)→A영화 프로젝트 SPC
자료김윤지(2023)

한국영화 메인투자 시스템이란 배급을 담당하는 전략적 투자자가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메인 투자자’ 역할을 하면서, 벤처투자자, 기관투자자 등과 같은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나머지 투자 자본을 유치해 영화 제작을 완성시키는 형태다. 제작자들의 경우 규모가 영세해 직접 제작비 펀딩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메인 투자자’가 제작사를 대신해 펀딩 구조를 완성하고 제작자는 영화 제작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때 ‘메인 투자자’는 투자 구조를 이끄는 동시에 영화관 배급 등을 통해 매출처를 확보하고, 상영 뒤 수익이 확정되면 이를 배분하고 나누는 역할까지 담당했다. 한국 영화산업은 2000년대 이후 메인 투자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함으로써 내부 자본이 부족한 영화 제작 현장에 외부 자본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드라마는 방송사나 OTT 등으로부터 대부분의 제작비를 조달해 제작하는 구조라 영화처럼 외부 자본을 활용하는 투자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다. OTT 등장 이전에는 주로 방송사가 70~80%의 방영료를 제공하고, 나머지 20~30%는 제작사가 직접 조달해 제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OTT 등장 이후에는 글로벌 OTT가 제작비에 10~15% 내외의 마진을 더한 금액으로 드라마와 IP를 선구매하거나, 국내 OTT들과 방송사들이 함께 투자해 드라마를 선구매하는 형태가 많았다.

이후 일부 드라마 제작사들이 특정 OTT로부터 모든 제작비를 받아 IP를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외부 자본을 조달하는 형태도 나타났다. IP를 확보한 상태에서 외부 자본을 통해 제작비 부족분을 채우고, 여러 방송사와 OTT에 판매함으로써 IP 보유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제작사들이 직접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역량을 보유해야 하는데, 인력과 자본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취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와 같은 예외적 형태를 제외한다면, 방송사와 OTT라는 단일 판매처의 선구매에 의존해야 했고 이에 따라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어도 제작자가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려웠다.

특히 영화산업에 투자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부족 자본을 조달한 뒤 관람객으로 거둔 수익을 해당 투자자들에게 배분해 주는 방식이 제도화되어 외부 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투자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배급망 확보 등과 같이 투자자들에게 나눠 줄 수익을 극대화하는 역할이 필수적이고, 이런 역할 담당자의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예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투자자들의 접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제작비 부족에 직면한 드라마 산업에 영화와 같은 투자시스템 정착을 통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려 한다면, 영화의 배급망 확보와 같이 투자자들에게 나눠줄 수익을 극대화하는 판매 전략 전환이 필수적이다. 과거 드라마 산업은 방송사나 OTT 사전 주문 제작에 의존하는 형태여서 판매 다각화를 통한 수익 추구가 필요 없었고, 기대수익이 낮기 때문에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제작비가 부족한 드라마 산업에 외부 자본을 유치하려 한다면 영화산업의 배급사업자처럼 메인 투자 외에 판매 기능을 담당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높이는 사업자가 중심에 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림6 드라마 투자 파이낸싱 구조 변화 방향(예시)
드라마 투자 파이낸싱 구조 변화 방향(예시) 이미지
  • OTT
    • OTT → 유치 → A OTT, B OTT, 재무적 투자자(금융기관 등), 공적 투자자(지자체 등), 펀드 A, 펀드 B, ... → 부분투자(70~80%) → A 드라마 프로젝트
    • OTT → 제작관리, 투자유치 → 제작사 → A 드라마 프로젝트
  • OR
  • 스튜디오 기업
    • 제작사 → 투자유치 일임 → 스튜디오 기업 → 유치 → C채널, D채널
    • 제작사 → A 드라마 프로젝트
    • 스튜디오 기업 → 신규 강화 역할 → 메인 투자(20~30%) → A 드라마 프로젝트
자료김윤지(2023)

드라마 판매를 영화 배급과 비슷한 기능이라고 본다면, 이 역할을 국내 OTT 혹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스튜디오 기업들이 담당해 볼 수 있다. 국내 OTT라면 투자 드라마를 해외 OTT들에게 재판매해 수익을 높여가는 동시에 향후 제휴 OTT들을 해외 시장 진출의 디딤돌로 활용이 가능하다. 스튜디오 기업들이라면 여러 제작사들과 드라마를 제작한 뒤 다양한 국내외 OTT와 방송 채널에 판매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드라마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이들의 기능이 적극적으로 수행되면서 투자 구조를 이끌어 갈 때 외부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투자도 가능할 전망이다.

4. 마치며

과거 투자자들이 드라마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OTT들의 오리지널 투자 선호 등으로 사실상 복수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판매하기 어려워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투자비 상승 등으로 글로벌 OTT들도 투자비가 낮은 라이선스 구매도 늘리고 있어 판매 다각화를 꾀하는 관점에서는 긍정적 변화가 조성되고 있다. 2023년 12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시청 기록 통계에 의하면 총 1천억 시청 시간 가운데 55%는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45%는 라이선스 콘텐츠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2023. 12. 12). 라이선스 콘텐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벤처투자자 등 영상산업 외각의 재무적 투자자들을 드라마 제작에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에 대한 더 많은 제작·시청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영화 투자 때에도 그랬듯이 더 많은 데이터와 정보가 공개되어 투자를 위한 기초자료로 쓰일 수 있을 때 투자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