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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 정책의 성과와 미래 방향성

홍무궁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정책펀드인 모태펀드는 미디어·콘텐츠 분야의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K-콘텐츠’ 글로벌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모태펀드의 자금조달은 콘텐츠 산업에 핵심 투자재원으로서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산업 고도화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로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모태펀드의 방향성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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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 정책의 성과와 미래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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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펀드인 모태펀드는 미디어·콘텐츠 분야의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K-콘텐츠’ 글로벌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모태펀드의 자금조달은 콘텐츠 산업에 핵심 투자재원으로서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산업 고도화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로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모태펀드의 방향성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민간 자본에 대한 규제 축소, 해외 자본 유치, 전문 인프라 육성을 통해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들어가며

최근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은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그룹 BTS의 빌보드 핫100 1위, 넷플릭스 TV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과 에미상 수상 등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글로벌 흥행이 연달아 나타나고 있다.

국내 미디어·콘텐츠의 글로벌 흥행과 비약적인 성과는 갑자기 나타난 것인가? 이러한 성과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 유통사의 끊임없는 노력과 코로나 팬데믹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진출 기회 확대는 이른바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무기가 됐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요인이 바로 모태펀드이다. 대다수가 영세한 규모이며 투자 위험성이 높은 산업적 구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펀드인 모태펀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약 20여 년간 지속된 모태펀드의 투자와 콘텐츠산업으로의 자금 유입은 콘텐츠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K-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급변하는 환경은 모태펀드의 역할과 효과성에 대한 질문을 새로이 던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공공성이 강한 모태펀드 투자 전략이 지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비판도 나타나고 있다.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추구해야 하는 모태펀드의 투자 전략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그 간 모태펀드의 성과를 뒤돌아보고, 산업 환경변화를 고려한 미래 방향성은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2. 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 조성 현황

모태펀드는 정부가 개별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전문 투자 기관을 통해 개별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개별 펀드에 출자하는 간접적 금융지원 정책이다. 2000년대 초 벤처버블이 붕괴되면서 급격히 축소된 벤처캐피탈 시장에 대응하여, 창업투자조합에 대한 투자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2005년에 조성됐다. 모태펀드의 주 출자 분야는 총 19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디어·콘텐츠 분야와 관련된 계정은 과기정통계정, 문화계정, 영화계정 등 총 3개로 정리할 수 있다(홍무궁 외, 2022).

과기정통계정은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에 근거한 방송, 인터넷멀티미디어, 전기통신역무제공 및 서비스 등 방송통신사업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로서 최근에는 디지털콘텐츠, 실감 콘텐츠, 메타버스 등의 분야에 출자했다. 영화계정은 한국영화 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중·저예산 영화 제작 및 미개봉 영화 개봉 촉진을 위한 자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계정은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에 의한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서, 장르(게임, 영상, 애니메이션, 출판 등)에 대한 출자를 비롯하여 콘텐츠 IP, 신기술, 수출, 제작·창업 초기, M&A 등 기능을 고려한 펀드를 구성하여 운용하고 있다.

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 조성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태펀드 초기인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문화계정의 총 연평균 결성액은 약 1,40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5년 처음으로 2,000억 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했으며, 2020년부터는 펀드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2024년에는 6,000억 원 이상의 펀드 조성을 계획하는 등 모태펀드 조성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과기정통계정과 영화계정 역시 정부 출자액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며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표1 연도별 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 결성액

(단위 : 억 원)

연도별 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 결성액 - 계정별 2020~2024년도 결성액 정보를 제공
계정 2020 2021 2022 2023 2024
과기정통 605 470 1,100 400* 500*
영화 464 764.4 746 412.2 650*
문화 2,438 2,678.2 2,688.3 4,465.8 6,300*

* 결성예정액

출처한국벤처투자 홈페이지 내 모태펀드출자 현황 자료 재구성

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의 투자 증가는 글로벌 경제 침체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타 산업과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실제로 모태펀드의 전체 출자예산은 2022년 9,378억 원, 2023년 7,095억 원으로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모태펀드에 조성되어 있는 대다수 계정의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디어·콘텐츠 관련 계정의 규모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미디어·콘텐츠 분야 육성과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3. 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의 정책적 성과

3-1. 핵심 투자재원으로서의 역할 수행

그렇다면 모태펀드의 지속적인 투자 확대는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 성과는 무엇인가?

먼저, 미디어·영화·게임·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장르에서 모태펀드의 자금을 통해 투자 기반을 확보했다. 미디어·콘텐츠 분야 벤처투자에서 모태펀드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벤처투자 신규 투자 금액 중 약 45.7%를 모태펀드가 차지할 만큼 투자재원으로서 정책펀드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영화, 공연, 전시, 게임, 음악, 애니·캐릭터, 방송, 출판, 만화 등 여러 장르에 대해 폭넓은 투자를 통해 중요한 투자재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모태펀드의 투자 금액이 증가하고 있는 동시에 전체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태펀드의 투자금이 산업의 투자 기반이 되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표2 미디어·콘텐츠 분야 벤처투자 신규 투자 금액 및 모태펀드 신규 투자 금액

(단위 : 억 원)

미디어·콘텐츠 분야 벤처투자 신규 투자 금액 및 모태펀드 신규 투자 금액 - 구분, 2020, 2021, 2022, 합계의 정보를 제공
구분 2020 2021 2022 합계
미디어·콘텐츠 분야 벤처투자 신규 투자 금액 5,297 9,044 9,865 24,206
모태펀드 신규 투자 금액(억 원) 영상·공연·음반 2,290.9 2,380.8 3,346 8,017.7
모태펀드 신규 투자 금액(억 원) 게임 793.1 1,488.3 765 3,046.4
모태펀드 신규 투자 금액(억 원) 합계(전체 대비 비중) 3,084(58.2%) 3,869.1(42.8%) 4,111(41.7%) 11,064.1(45.7%)
출처한국벤처투자 Market Watch 2020~2022 자료 재구성

모태펀드는 위험성으로 인해 민간 투자자가 쉽게 투자할 수 없는 프로젝트 투자, 창업 초기(3년 이하) 스타트업 대상 투자를 확대하며, 민간 투자자의 공백이 발생하는 투자 소외 영역에서 중요한 투자재원이 되고 있다. 콘텐츠산업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프로젝트 단위의 투자유치가 필요하며, 제작 초기나 창업 초기 자금조달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 모태펀드는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힘든 투자 소외 영역에 대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신진 제작자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기업인 ㈜블루홀은 창업 초기인 2009년 모태펀드의 자금을 유치하여 대표작인 <테라>와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키고 글로벌 게임사로 자리 잡았다. 영화 <범죄도시2>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자금조달이 축소되고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취소된 상황에서 모태펀드의 선제적인 투자 집행을 통해 해외 촬영분을 국내 촬영과 CG로 대체하여 개봉에 성공했고, 손익분기점 대비 5.4배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큰 상업적 성과를 달성했다. 이처럼 모태펀드 자금은 안정적인 벤처투자 재원인 동시에 효과적인 정책적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디어·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림1 모태펀드 대표 투자 사례 블루홀스튜디오의 배틀그라운드(左), 범죄도시2(右)
모태펀드 대표 투자 사례 블루홀스튜디오의 배틀그라운드(左), 범죄도시2(右)
출처블루홀스튜디오 및 비에이엔터테인먼트

3-2. 모태펀드 자급유입을 통한 산업 고도화 유도

미디어·콘텐츠 분야는 프로젝트 투자 비중이 높고, 고위험(High Risk), 고수익(High Return) 구조이며, 영세기업의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투자 기반이 약하고 투자 실패확률이 높다는 투자 시장의 인식이 높다. 이러한 콘텐츠산업의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고 투자를 유도하여 본격적인 산업 성장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모태펀드는 도입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진입하여 투자와 선진적 시스템 정착이 필요한 장르에 산업고도화를 유도하며 실질적인 마중물 역할을 담당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00년대 중반 국내 영화산업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영화산업은 2000년대 초 벤처붐과 문화산업진흥정책으로 재무적 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산업의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천만 관객 영화가 탄생하는 등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투자금이 과잉 공급되고 편당 수익률이 급감하고, 기업 영세성으로 인해 회계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영화산업의 양적 성장과 민간투자 위축을 동시에 겪으며 성장 및 쇠퇴의 갈림길에 있는 시기, 정부는 모태펀드 문화계정과 영화계정을 조성하여 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임계점을 지켜주고, 자금 운용 과정에서 시장 투명화와 선진화를 유도했다. 투자가 위축되는 시기 모태펀드는 공적 투자를 확대했고, 문화산업 전문회사 의무화, 회계 및 감사 의무화 등 투자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를 정착시켰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6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평균 투자수익률이 13.3%로 개선되고 연간 관객 수가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침체됐던 영화 투자 시장이 활성화됐다(한국수출입은행, 2014).

그림2 국내 상업영화 전체 매출액 및 투자수익률
국내 상업영화 전체 매출액 및 투자수익률. 상세내용 하단 참조
국내 상업영화 전체 매출액 및 투자수익률
국내 상업영화 전체 매출액 및 투자수익률 - 2002~2013년 전체 매출액, 투자수익률의 정보를 제공
구분 전체 매출액(단위 : 십업원) 투자수익률(단위 : %)
2002 0 -8.9%
2003 0 -8.1%
2004 239.1 -6.2%
2005 451.7 7.9%
2006 568.1 -24.5%
2007 479.9 -40.5%
2008 407.3 -43.5%
2009 526.5 -13.1%
2010 508.4 -11%
2011 613.7 -14.7%
2012 836.1 13.3%
2013 909.9 15.2%
  • 국내 영화산업 투자 위축기(2004~2011)
  • 모태펀드 문화계정 조성(2006)
  • 모태펀드 영화계정 조성(2010)

4. 급변하는 콘텐츠 산업과 모태펀드의 미래 방향성

콘텐츠 산업의 규모가 증가하고 투자가 확대되면서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로 대표되는 대형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은 높아졌으며, IP를 활용한 가치 창출은 장르에 상관없이 발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업 구조로 자리 잡았다. 그 간 모태펀드의 지속적인 투자가 국내 콘텐츠 산업의 성장에 기여한 점은 분명하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태펀드의 한계를 파악하고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비판도 증가하고 있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최근 콘텐츠 산업의 구조는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며 대형 플랫폼의 유망 콘텐츠 선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 등 대형 플랫폼의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콘텐츠 제작비가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대형 플랫폼에 선택받지 못한 제작사는 물론 티빙, 웨이브와 같은 국내 플랫폼의 경영성과는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모태펀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한 제한 등 대기업 자본 대상의 규제가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책적으로 규제가 이어질 경우, 해외 플랫폼의 막대한 자본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시장 자체가 종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투자한 주요 대기업들은 주요 대형 프로젝트의 손실이 이어지면서 제작 단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홍무궁 외, 2023).

그림3 OTT 국내 이용자 수
주요 OTT 최근 이용자 수. 상세내용 하단 참조

주요 OTT 최근 이용자 수

단위 : 명

주요 OTT 최근 이용자 수 - 구분,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DAU(일간 활성 이용자 수)
구분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DAU(일간 활성 이용자 수)
넷플릭스 1,141만 273만
쿠팡플레이 508만 60만
티빙 494만 119만
웨이브 399만 104만
디즈니+ 329만 45만
왓챠 54만 8만
그림4 국내 주요 OTT 매출 성과
국내 주요 OTT 매출 성과. 상세내용 하단 참조

국내 주요 OTT 매출 성과

단위 : 억원

국내 주요 OTT 매출 성과 - 구분, wavve(매출, 영업이익), TVING(매출, 영업이익)
구분 wavve TVING
매출 영업이익 매출 영업이익
2020년 1,802 -169 155 -61
2021년 2,301 -558 1,316 -762
2022년 2,735 -1,217 2,476 -1,192

이러한 국내 콘텐츠 산업 투자 시장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모태펀드 운용의 방향성과 전략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자본 규모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고 대기업 투자 자본의 유입을 정책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기업 투자 자본의 모태펀드 유입을 검토할 시점이다. 현재의 콘텐츠 시장은 글로벌 흥행을 거둘 수 있는 슈퍼 IP 보유 여부가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슈퍼 IP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플랫폼과 같이 막대한 자본 투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필연적으로 대기업 등의 대규모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대형 콘텐츠 제작사나 배급사는 대형 프로젝트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인해 위험성을 감수하고 소수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기 주저하는 상황이다. 결국, 대기업 등 산업 자본의 모태펀드 참여 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자금과 정책 자금을 함께 활용하는 매칭펀드 형태의 정책펀드를 신설하여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슈퍼 IP 제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정부는 대형 프로젝트에도 제한 없이 투자하는 “K-콘텐츠 전략펀드” 신설을 통해 5년간 약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발표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23). 모태펀드 문화계정의 운용 기간이 2035년까지임을 고려할 때, 이처럼 자본유입에 대한 규제가 적고 슈퍼 IP 제작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책펀드 확대가 이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국내 미디어 및 콘텐츠에 관심이 높은 해외 투자자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정책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과 성공은 다른 해외 투자자들이 K-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 콘텐츠 기업도 재무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자본 규모가 큰 해외 투자자 유치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VC와 콘텐츠 기업 모두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적절한 창구 탐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모태펀드와 같은 정책펀드를 활용하여 해외 투자자와 국내 VC 및 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교류 기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콘텐츠 분야 투자 인프라 육성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미디어·콘텐츠 분야는 타 산업과는 구분되는 산업 및 투자구조의 특성이 명확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문 VC 육성 체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콘텐츠 VC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전문 인력 양성을 추진할 시점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미디어·콘텐츠 분야 정책금융 전문기관을 조성하여 전문성 확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5. 마치며

미디어·콘텐츠 분야 정책펀드의 지속적인 투자는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라는 성과로 결실을 맺었는데, 투자수익 관점에서 정부는 엄청난 투자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에 모태펀드가 크게 기여했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1조 원 규모의 별도 펀드를 조성하여 투자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 환경변화를 인정하고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하면서도 과감한 시도를 추진하는 정부의 움직임에서 정책펀드의 미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2000년대 중반 영화산업처럼 국내 콘텐츠 산업은 중요한 갈림길에 위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로벌 주류 문화로서 성장할지 혹은 트렌드에 불과할지 다양한 전망을 예측할 수 있지만, 그 간의 정책성과를 뒤돌아보면 모태펀드와 같은 정책자금이 효과적으로 투입될 때 콘텐츠 산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향후, 미디어·콘텐츠 분야 모태펀드의 움직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