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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노하우, 커머스에 입혀’
지역과 상생하는 LG헬로비전

박종진전자신문 기자

  • FEATURED INTERVIEW
  • ‘미디어 노하우, 커머스에 입혀’ 지역과 상생하는 LG헬로비전
본문

1. 들어가며

케이블TV 사업자의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이 시작된 지 만 3년을 넘어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는 2021년 6월 정부 승인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말 그대로 케이블TV 지역채널에서 홈쇼핑 방송과 같은 커머스 방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방송법에 따라 기존에 방송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해 온 홈쇼핑 사업자와 T커머스 사업자의 반대가 있었지만, 지역 농축어민·소상공인과 상생이라는 특성과 지역성을 인정받아 조건부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케이블TV가 유료방송 사업자 중 유일하게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방송을 제공하며 권역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지역채널’을 운영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다.

정부는 케이블TV 사업자가 연매출 4억 원 이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상품만 대상으로 커머스 방송을 할 수 있게 실증특례를 적용했다. 홈쇼핑·T커머스 사업자와 차이를 뒀다. 또 하루 최대 3시간 내에 지역채널에서 지역 행사와 연계해 방송을 할 수 있게 했다. 지역채널 커머스는 코로나19 팬데믹 한가운데 시작, 지역 농축어민과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판로로 자리매김했다. 감염 최소화를 위한 집합금지 명령 등에 따라 지역 축제와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고 오프라인 판로는 막혔다. 그런 상황에서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가 시작되자 다양한 지역 특산물과 특산품들이 몰렸다. 케이블TV가 우리나라 지역 특산물과 특산품의 새로운 유통경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케이블TV 업계에서 커머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LG헬로비전의 지역채널 커머스 사업 사례로 지난 3년사를 정리한다.

2. 미디어·콘텐츠·커머스 아우르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 LG헬로비전

LG헬로비전은 국내 최대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기술과 사람, 지역을 연결해 새로운 미래 생활을 선도하는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홈(Home)과 지역을 연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방송·인터넷, 모바일, 렌탈 등 홈 사업과 미디어, 커머스 등 지역 기반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지역 사업을 운영한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고객 가치 극대화가 사업 목표다.

1995년 종합유선방송법에 의해 설립돼 2019년 지금의 LG헬로비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20년에는 LG유플러스와 협력으로 케이블 기가인터넷 풀 커버리지를 확대했으며, 헬로모바일 LG유플러스 망 사업을 개시했다. 2021년 신규 셋톱박스 ‘헬로TV UHD2’를 출시했으며 케이블 TV 사업자 최초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독점 출시했다. 2024년에는 케이블TV와 IPTV 간 경계를 허문 기술 중립성 상품 ‘헬로tv Pro’를 정식 출시했다. LG헬로비전은 전국 23개 권역 지역 방송국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며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지역채널을 통해 홍보하는 등 다양한 지역 사업을 영위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LG헬로비전은 헬로tv와 초고속 인터넷, 헬로모바일, 헬로렌탈을 통해 집 안의 모든 것과 모든 순간을 쉽게 연결해 고객에게 ‘홈 앤 라이프’의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한다. 또 지역 내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 등을 활용해 문화·관광 공간을 조성하는 지역문화·관광 솔루션 사업자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의 낙후된 공간을 실감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시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에게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이 편리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스마트 단말기 보급, 스마트 교육 공간 혁신 사업 등도 병행하고 있다.

3. 강명신 LG헬로비전 미디어그룹장(전무)과 일문일답

그림1 강명신 전무
강명신 전무
출처저자제공
Q.LG헬로비전이 지역채널 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LG헬로비전은 지역 기반 사업자로서 지역성 구현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공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2021년부터 ‘지역채널 커머스’를 새롭게 시도했습니다. 미디어·콘텐츠 사업자로서 역량과 노하우로 지역 특산물 판매를 지원하는 시도였는데요. 케이블TV가 그동안 지역 기반 사업자로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성 구현’에 케이블TV 사업자가 직접 나설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지역채널 커머스 사업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로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 실증특례를 부여받고 사업을 시작할 당시, 지역 농가와 소상공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판매가 축소돼 비대면 방식을 통한 판로 확보가 절실했는데요. 지역 농가와 소상공인에게 방송채널 광고나 홈쇼핑 입점은 높은 자본금 등 진입 장벽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LG헬로비전은 지역채널과 커머스를 접목한 지역 밀착형 방송에 홈쇼핑 대비 적은 비용으로 농가 판로 개척을 지원에 나섰어요. 그 결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농가와 소상공인에 사실상 힘을 보태는 역할을 했습니다.
Q.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 여부와 성공 가능성 등을 놓고 업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데요. 어떻게 다수 사업자의 뜻을 모아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나요?
A.지역채널 커머스가 케이블TV 사업자에게는 생소한 사업이다 보니 초반에는 커머스 사업 추진에 대해 사업자들의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커머스 방송의 취지와 프로세스 등을 공유해가면서 공감대가 형성됐고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도로 사업화를 추진했습니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지정으로 지금은 대부분의 케이블 사업자가 커머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Q.LG헬로비전은 커머스 사업에 대해 ‘상생’으로 설명해왔는데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지역 농어민·소상공인과 대표적인 협업 사례 소개해주세요.
A.지난해 6월 시작한 지역의 오리지널리티를 담은 상품을 만드는 프로젝트 ‘오.로.테’가 대표적입니다. 지역 생산자·제조사, 지자체와 함께 ‘진짜 지역의 맛’을 소비자에게 선보이자는 취지로 LG헬로비전이 그동안 다져온 커머스 역량을 활용해 시작한 프로젝트인데요. ‘오리지널 로컬 테이스트’가 풀네임입니다. 1호 상품은 바로 ‘땅끝마을 해남김치’입니다. LG헬로비전과 전라남도 해남군이 손잡고 만들었는데요. 해남군 직영 온라인 쇼핑몰 해남미소가 원재료를 공급하고 지역 생산업체를 섭외했으며 LG헬로비전은 지역채널 커머스 역량을 활용해 상품 개발과 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지자체와 LG헬로비전이 함께 김치 개발에 참여, 식품 안전성과 품질을 보증하는 등 고객에게 상품에 대한 신뢰를 제공했어요.
100% 국내산 재료는 물론이고 배추, 고춧가루, 양파, 천일염 등 주재료 모두 ‘해남산’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땅끝마을 주민들이 함께 키운 재료들로 마을에 있는 제조사에서 만든 김치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현재 LG헬로비전 지역채널 커머스 온라인몰 ‘제철장터’에는 1,000건에 가까운 리뷰가 올라왔고 평점 4.8점을 기록하고 있어요. ‘해남 출신인데 고향의 맛 맞다’ ‘벌써 올해만 다섯 번 주문했다’ ‘국산 재료로 만든다고 하니 믿고 먹는다’ 등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림2 오.로.테 프로젝트 설명
오.로.테 프로젝트 설명. 상세내용 하단 참조

오.로.테 프로젝트 설명

  1. 오.로.테 프로젝트 추진

    지역 고품질 원물 - 지역 전통비법 - 지역 생산시설

    • 상품 차별화
    • 품질 신뢰
    • 스테디셀러化

    1) 지역 '원조'의 맛을 고객에 선보임으로써 2) 지역의 자존심·자부심을 지키고 3) 지역 정체성 담긴 '오리지널 스토리' 발굴

  2. 케이블TV '지역 상생' 포지셔닝 확립
    • TV/온라인 몰 '제철장터' 판매 확대
    • 지역 pain-point 해결하는 '로컬 솔루션 커머스'
    • 지역 기반 케이블TV 정체성 강화
  3. 지역 경제 선순환 생태계 구축
    • 오.로.테 프로젝트 상품 연내 추가 런칭
    • 지역의 지속가능한 자생적 성장 지원
    • '지역 특산품'의 문화적 자산화
출처LG헬로비전
Q.‘오.로.테’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지역채널 커머스 상품은 다수가 지역 특산물로 대표되는 과일, 채소, 육·어류 등 원물이었어요. 신선하고 품질 좋은 상품이지만 제철 상품, 생산 시기 등을 고려하면 사시사철 고르게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이 많았죠. 그래서 꾸준하게 지역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지원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좋은 재료를 가지고 1차 가공품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 지역 생산자와 제조사를 연결하고 지자체와 LG헬로비전의 역량이 합쳐져 해남 김치가 탄생했어요.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을 활용해 국내산 100%의 먹거리를 만들게 된 거죠. 이후 ‘풍기 홍삼 두유’ ‘남원 추어탕’ ‘순창 고추장 불고기’ 등이 탄생했습니다. 사실 해당 지역에서 지역 특화 상품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구하고 현지 제조시설에서 생산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는데요. 지역 순환을 지키고 지역 밀착형 커머스라는 취지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지역 재료와 제조공장을 활용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어요.
그림3 국내산 먹거리
국내산 먹거리
출처LG헬로비전
Q.소비자에게 국내산 100%가 가장 큰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지역 반응은 어떤가요?
A.사실 유통·e커머스 경쟁 환경은 치열합니다. LG헬로비전은 좋은 지역 상품으로 지역을 서포트한다는 원칙이 가장 큰 경쟁력인데요. 그러다보니 지자체와 함께 연중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찾게 됐고, 브랜딩해서 여러 상품이 탄생하게 됐어요. 특히 해당 지역 재료를 최대한, 안되면 광역권역이라도 해당 동네가 속한 지역에서 해결하자는 취지를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좋아했고요. 또 어떤 상품이든 지역명을 가장 앞에 배치해서 브랜딩한다는 원칙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었습니다. 국내산 100%는 말 그대로 신뢰입니다. 대기업 상품도 샅샅이 뒤져보면 국내산 100%가 잘 없어요. 비결은 수익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판매량을 늘리자는 데 있었고 그 결과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지난해 제철장터 재구매율이 25% 정도인데요. 4명 중에 1명은 다시 이용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 더 늘려나가야죠.
Q.LG헬로비전의 커머스 사업 지향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A.LG헬로비전 지역채널 커머스는 지역 생산자의 상품을 전국 권역 소비자들에게 바로 배송하는 ‘Farm to Table(농장에서 식탁으로)’ 모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역 상품의 경우 지자체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고, 내부 MD들이 상품을 발굴하기도 합니다. 만 3년째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입소문도 많이 나있고 새로운 판로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지자체와 함께 지역명으로 상품을 리브랜딩하는 작업에도 함께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오.로.테 1호 상품인 해남김치는 레시피를 만들어 제조하는 것까지 참여했다면, 지자체 특산품 등 상품을 리브랜딩하는 것도 제안하고 있어요.
강원도에서 사과가 생산되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사과 요즘 엄청 비싼데 지구 온난화로 날이 더워져서 사과 산지가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강원도 양구, 철원, 정선에서 사과가 생산되는데 기온차가 커서 맛도 있습니다. 최근까지 사과하면 경북 청송과 영주가 떠올랐는데 강원도가 새로운 산지로 떠오른거죠. 강원도하면 흔히들 감자, 옥수수, 시래기 정도를 떠올리잖아요. 새로운 사과 산지인 강원도라는 스토리에 양구 사과즙을 중심을 중심으로 ‘강원 사과’를 브랜딩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과 재배를 위해 경북에서 강원도로 이주하신 분도 뵀어요. 단순히 상품 브랜딩을 하기 보다는, 먹는 것을 홍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유입, 새로운 문화 조성 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Q.지역채널 커머스 수익도 발생하나요? 수익으로 지역과 상생한 사례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려요.
A.그동안은 재고 부담이 없는 위수탁 형태의 판매로 판매 수수료분만 매출로 인식해 거래 규모에 비해 매출이 적었는데요. 지난해 ‘오리지널 로컬 테이스트’ 시리즈 등 전략 상품은 직매입 프로세스를 도입해 매출 확대에 일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생산자의 매출 증대에 중심을 두고 있다보니 사실상 커머스 방송 자체는 적자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회사 차원의 순수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Q.사업 초기 커머스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홈쇼핑사를 찾아 노하우도 전수 받으셨잖아요? 실제 사업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설명해주세요.
A.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은 상품 구성이나 규모, 목적에 있어 기존 홈쇼핑 사업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커머스 사업에 관한 기본 역량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커머스 사업을 시작하던 당시 내부에 없는 상품기획(MD), 품질관리(QC) 등 직군을 중심으로 경력직을 영입했고요. 초기에는 홈쇼핑 사업자(T커머스) 대상 벤치마킹을 진행, 커머스 방송 제작 노하우나 편성 전략 등을 학습하기도 습니다. 최근에는 선도 e커머스 사업자를 벤치마킹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검증된 경쟁력 있는 상품 소싱이나 마케팅 기법, 고객 유치·관리 방안 등이죠. 사업 전문성을 위해 외부 홈쇼핑 출신 팀장 보직자도 있고 제품을 기획하고 공급하는 것도 전문가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그림4 LG헬로비전의 커머스 사업
LG헬로비전의 커머스 사업
출처LG헬로비전
Q.LG헬로비전은 방송 및 지역채널 제작 등 미디어, 콘텐츠 분야가 핵심 사업영역입니다. 케이블TV 커머스가 미디어·콘텐츠 사업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알려주세요.
A.미디어와 커머스가 다른 듯 하지만 결국 콘텐츠라는 측면에서는 같고, 그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다른 것 같습니다. 결국 TV 판매방송 콘텐츠를 통해 상품 소싱이나 개발 등이 진행되고, 이 상품들이 e커머스 제철장터몰에서 함께 판매가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미디어 커머스의 연장선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LG헬로비전이 갖고 있는 미디어·콘텐츠 경쟁력을 통해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미디어 커머스로 확장을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제철장터 커머스를 접목해 간접광고나 상품 협찬 등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부터 요리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상품과 레시피를 기반으로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형태로 진화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Q.커머스 사업은 처음이지만, 미디어 기업으로 장점을 살린 측면 또는 유리했던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A.미디어 기업으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점이 LG헬로비전 지역채널 커머스가 다른 커머스 사업자와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지역 케이블TV 사업자이기 때문에 다양한 스토리를 빨리 접하고, 잘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전국 각지에 직원들이 나가있기 때문이죠. 한 번은 강원도 고랭지 무가 폐기 위기에 놓여 있어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산지 폐기 위기의 특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게 한 사례죠.
그림5 LG헬로비전의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
LG헬로비전의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
출처LG헬로비전
이렇게 지역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커머스 사업과 연계하는 것이 저희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LG헬로비전은 서울, 충청북도, 제주를 제외한 전국 23개 권역에서 접점이 있기 때문이죠. 가수 장윤정 출연 ‘제철 요리해 주는 옆집 누나(제철누나)’, 가수 박군·나태주 출연 ‘태군 노래자랑’ 등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각지를 누비며 지역 제철 음식, 특산물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며 커머스 상품을 함께 홍보할 수 있는 것 역시 경쟁력입니다.
또 LG헬로비전뿐만 아니라 모든 케이블TV 커머스에 해당되는 얘기인데요. 2021년 6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판매 창구와 방식이 생긴 거잖아요. 사실 홈쇼핑에서 방송을 하려면 수천만 원의 기본비용이 들고, 또 대량 생산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지역에서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소생산하는 분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게 수수료를 홈쇼핑 대비 절반이나 10분의 1 수준 등 파격적으로 낮추고 어느 정도만 생산돼도 편성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상품 다양성 차원에서 보면 케이블TV 커머스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2021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34개월 동안 몇 개의 상품을 판매했나요?
A.240개 이상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김해 진영 단감, 고흥 유자, 고창 복분자, 완도 전복 등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들이 많았고요. 대부분 판매량도 높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상품은 진도 울금인데요. 잡곡류인데 진도 대표 특산품인 전복과 비교해도 생소한 상품이고, 다른 커머스 사업자들은 잘 다루지 않는 상품이어서 소비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방송을 진행했는데요. 오히려 소비자들 반응이 뜨겁고 구매를 많이 하셔서 예상외로 많이 판매됐던 기억이 납니다.
Q.지자체나 지역 공공기관·소상공인·농축어민 등이 남긴 지역채널 커머스에 대한 생생한 평가와 소감 공유 부탁드립니다.
A.앞서 말씀드린 ‘땅끝마을 해남김치’를 공동 개발한 해남미소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고요. 제조사인 해주물산은 물론이고 김치 재료를 수급하는 땅끝마을(해남 송지면) 농어민들 역시 부가가치가 창출된 것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한 지역 소상공인들의 대부분은 평소에 홈쇼핑 방송과 온라인몰에 입점하고 싶었지만 진입장벽이 높고 여건이 되지 않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채널 커머스를 통해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도가 높다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그림6 제철장터 e커머스 서비스
제철장터 e커머스 서비스
출처LG헬로비전
Q.지역채널 커머스에 이어 제철장터 e커머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제철장터의 다른 e커머스 대비 강점은 무엇일까요?
A.제철장터 강점은 지역성입니다. 지역의 스토리가 담긴 의미 있는 상품을 고객 취향에 맞게 구성해 공급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지역을 이롭게 하는 걸 우선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유통 마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가급적 생산자 직거래 방식을 추구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앱) 업그레이드를 통해 판매자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판매자들이 우리와 입점 계약만 맺으면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팔기를 원하는 상품을 직접 올려놓고 가격을 정해서 팔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 MD들이 직접 개입해 상품 상세 페이지라든지, 품질 관리 등에 있어서 깐깐하게 검수하고 승인하는 절차는 있습니다.
LG헬로비전은 늘 다른 사업자들과 어떻게 다르게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상품·서비스 차별화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은 후발주자이고 초기 사업자이다 보니 기본적인 틀을 갖추는 게 급선무이지만, 올해 7월이면 앱 출시 1년을 맞게 되는데요. 지역성을 더 깊게 고민하고 구현하는 데 매진할 계획입니다.
Q.2024년 6월, 케이블TV 커머스 사업이 만 3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감회와 앞으로의 포부 설명 부탁드립니다.
A.사업 관련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복잡하고 힘들고 경쟁 환경도 급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업을 시작한 3년 전과 지금의 환경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가도 오르고 경기도 많이 타고 e커머스 사업 자체가 환경이 변했어요. 사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사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쉽지 않은 사업임은 분명한데요. 어려움이 있으니까 기회의 요소가 많다, 식품 제조를 해보니까 차별화된 것 만드는 건 어렵지만 기존 제품보다 조금 좋게 만드는 것은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남원 추어탕을 만들 때 얘긴데요. 보통 추어탕에 들어가는 시래기가 평균 20이라고 치면 30을 넣으면 맛이 달라지거든요. 원가를 약간 포기하면 식품을 프리미엄으로 만드는 게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실제 남원 추어탕에 그렇게 적용했고요. 돈을 버는 건 다른 문제지만 사업을 한 번 하면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포인트죠.
또 지자체와 생산자와 직접 만나면서 지역의 니즈(needs)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지역과 접점이 커지다보니 케이블TV가 지역에 실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더 알게 되고 일종의 컨설팅, 브랜딩 작업, 제품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영역이 보다 넓어졌어요. 케이블TV는 말 그대로 지역 밀착형 사업이어야 하는데 지역성을 강화하는 데 커머스 사업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과 반드시 연결돼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요. 다만 식품과 커머스 상황이 빨리 변하고 각종 인증도 받아야 하고 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고, 신뢰성 중요하니까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끈기를 가지고 하면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Q.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기간이 1년 남았는데요. 케이블TV 커머스 사업 제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필요합니다. 실제 지난 3년 동안 커머스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지자체와 소상공인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광고나 홈쇼핑 진출에 한계가 있어 오프라인 판로에 의존해왔던 소상공인·생산자들의 물품을 판매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지자체 축제·행사들과 연계해 특산품을 소개하면서 추가 방송 요청들도 많이 있었고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사업 운영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은 규제 샌드박스로 사업 기한 및 제한적인 조건이 정해져 있어 추가적인 투자나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운 상황인데요.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한 제도화가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더 많은 지역의 생산자, 소상공인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다른 사업자들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Q.마지막으로 LG헬로비전 지역채널 커머스를 애용하는 시청자들에게 약속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여러 가지 많은 물량을 많이 판다고 약속드릴 수는 없지만요. 소신을 갖고 양질의 제품을 만들거나 생산하는 분들과 거래하고 싶은 것, 그걸 신뢰성 있게 스토리텔링을 잘해서 잘 판매하는 사업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의지를 갖고 있다는 말씀드리고요. 지역 파트너분들께는 LG헬로비전 활동이 그 지역에 기여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신에 맞춰주신다면 좋은 파트너가 관계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생산자 분 중에서 이익과 철학을 공유하는 분들과 함께하겠다는 게 목표에요. 저희는 유통기업의 역량 있는 파트너지만 한 번도 해당 기업명으로 브랜딩하지 못한 기업들에게 공동 개발한 상품을 통해 이름을 찾게 했거든요. 제철장터는 브랜드를 서포트하는 장의 역할을 할 겁니다. 언제든 자기 브랜드를 찾고 싶은 분들은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또 다양한 페인(pain) 포인트가 있는 지자체들도 협업을 제안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케이블TV 이제 곧 30년의 사업이 되는데요. 회사 내부에 알게 모르게 굉장히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 정보들이 많이 있는 집합체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접근법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바로 커머스 사업을 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고 동력, 노하우인데요. 전국에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까 지역과 해당 지역 식품, 특산물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을 갖고 있어요. 지역 문화 전수에 대한 의무감도요. 먹는 건 경험이라 널리 알려야 하고, 제철장터를 통해 다양한 우리 음식이 전국에 알려지다 보면 세계 속의 K-푸드로 자리매김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7 커머스 사업과 K-푸드
커머스 사업과 K-푸드
출처LG헬로비전

4. 강명신 전무는…

미디어·콘텐츠 전문가로 LG헬로비전 최초 여성 전무다. 한국외대 독어독문학사, 동대학 신문방송학 석·박사로, 케이블TV 업계에서 미디어 전문성을 기반으로 콘텐츠 역량을 제고하고 지역사업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디어그룹장에 앞서 LG헬로비전 영업그룹장, 미디어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한 지역채널 커머스, 지역채널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제작, 다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협업 등 LG헬로비전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5. 나가며

케이블TV 사업자가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지역채널 커머스 사업이 만 3년을 맞이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최초 2년의 실증특례를 부여받은 데 이어 2년의 유효 기간이 추가됐지만 이대로라면 2025년 6월 중 지역채널 커머스 사업은 종료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셈이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불분명해 투자를 지속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지역의 새로운 유통 창구로 활약했다. 지역 특산물과 특산품 오프라인 핵심 창구였던 지역 축제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며 지역 경제에 위기 경보가 켜졌다. 축제가 열리지 않아 관광객이 줄어들었고 상품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지역 경제에 새로운 창구가 되어준 것은 지역채널 커머스였다.

하루 3시간 케이블TV 가입자만 접할 수 있는 지역채널 커머스가 초기에는 낯설었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낮은 수수료를 책정해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하자 새로운 판매 창구에 대한 지역민과 소비자 관심은 높아졌다. 실제 2021년 금산인삼축제가 취소되고 오프라인 물량 판매처를 찾지 못했던 지자체와 지역 공공기관은 케이블TV 커머스를 활용, 금산인삼을 홍보하고 비대면 판매 기회를 얻었다.

당시 금산축제관광재단 관계자는 ‘인삼축제 취소로 오프라인에서 판매 물량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홈쇼핑에 입점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컸다’며 ‘금산인삼 슈퍼위크와 케이블TV 커머스방송을 병행, 금산인삼을 홍보하고 비대면 판매 기회를 얻어 지역민 반응이 뜨거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 저렴한 가격과 마땅찮은 판로 등으로 산지 폐기 위기에 놓인 채소는 케이블TV 커머스를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바로 횡성 고랭지 무 케이스다. 강원도와 횡성군은 산지 폐기 위기에 놓인 횡성 고랭지 무를 케이블TV 지역채널을 통해 판매했다. 고랭지 무 약 2,000상자를 판매해 올린 수익만 2,300만 원에 달했다. 1년 간 농민들의 노력과 정성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지만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가 새로운 길이 되어줬다.

비결은 대다수 TV 홈쇼핑 입점 수수료가 5,000만 원이라면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 수수료는 최소 500만 원까지 저렴하다는 점이다. 기존 홈쇼핑 사업자가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을 케이블TV 커머스가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특산물·특산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지역 기업과 농축어민·소상공인과 힘을 합쳐 지역을 브랜드로 상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지역 경제 활성화에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지역 관광지가 주목받았고 ‘로컬’과 ‘지역’이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덩달아 지역과 동네 기반 상품,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78개 권역으로 나눠서 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블TV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지역과 접점을 활용하고 극대화하는 것이다. 지역채널 활성화, 케이블TV 경쟁력 제고, 지역상품 판로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선 지역채널 커머스가 필요하다는 게 대다수 케이블TV 사업자 입장이기도 하다.

남은 실증특례 기간은 이제 1년이다. 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케이블TV 지역성 강화를 위해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 실증특례의 길을 열었듯 지금까지 역할과 기능을 모두 고려해 제도화를 준비해야 할 때다. 무조건 지금의 방식이 아닌 장점은 극대화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수정하는 방식으로,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과 케이블TV의 접점을 늘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