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전 산업 분야에 스며들고 있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었던 메타버스를 비롯한 가상 세계 기반 서비스는 한계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팬 플랫폼 중심으로 새로운 가상 세계를 구현해 내고자 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본고에서는 복잡화되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콘텐츠 제공의 형식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고 있는지를 진단해 보았다.
1. 하이브리드 현상의 심화, 스며드는 인공지능
‘하이브리드(hybrid)’는 상이한 성질을 가진 요소들이 뒤섞이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미디어에서는 이에 대해 ‘융합(convergence)’이라는 용어를 오랜 기간 사용해 왔다. 융합이라는 친숙한 용어를 놔두고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으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융합이라는 용어가 주는 통합적 느낌보다는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이 가진 혼종성이 복잡화되어 있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융합이 미디어 생태계가 가지고 있던 수직적 경계를 해체했다면 디지털화,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 활용은 미디어 생태계의 구성요소를 재배치하는 한편 산업의 혼종성을 높이고 있다. ‘가상성(virtuality)’은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현실 자체가 실재를 그대로 보여준다기보다는 편집되거나 창작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화로 이제 콘텐츠 제작 자체가 가상세계적 요소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돌 산업의 경우 메타버스를 이용한 팬 플랫폼 등 가상세계적 요소를 활용하면서 생태계를 다변화해 나가고 있고, 이로 인한 팬덤의 양상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강신규, 2024).
인공지능은 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다. 다만,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공지능은 노동집약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높여 주고, 영상 품질을 높여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디어 제작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되는 측면이 있지만 아직 완성도 측면에서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인공지능은 정책적 측면에서 진흥과 규제의 문제를 떠나 새로운 법·제도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통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도 미디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노창희, 2024a).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전 분야에 스며들고 있는 것은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쟁점은 인공지능이 제작의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용자들은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기술적인 변화와 이용 행태의 변화로 인해 미디어 생태계는 비가역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화는 단절적으로만 일어나지 않고, 과거 제도와의 연속성 속에서 역동적으로 일어난다. 레거시 미디어는 쇠락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미디어 생태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고 있고, 인터넷 기반 매체들은 레거시 미디어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를 그대로 활용하기도 일부를 따다 쓰기도 하며 형식을 참조하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기존의 이용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행동반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본고에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콘텐츠 제공 측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형식’적 측면에 집중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은 특정 기술이 변화를 주도한다거나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전체의 장을 좌지우지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요소들이 혼재되어 복잡화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 미디어 생태계의 복잡화와 형식적 변화
미디어는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개념이지만 디지털화 이전에는 제도적으로 한정적인 의미로 인식되어 온 경향이 있었다. 여기서 의미하는 제도는 규제나 법·제도를 넘어서는 다양한 양식과 관습 및 용도를 포괄하는 역학을 의미한다(Levine, 2015/2021). 디지털화 이전에 미디어가 협의의 의미로 국한된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와 사회구조 상의 문제로 인해 매체의 형식이 극히 한정되어 있었고, 유통에도 기술적, 법·제도적 제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나폴리(Napoli, 2023)는 미디어가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라는 제한된 의미로 주로 통용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의미하는 대상은 신문과 방송이다.
방송의 경우 국가를 막론하고 대체로 강한 규제의 대상이 되어 왔고, 기술적으로도 전파되는데 한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유료방송이 등장하면서 다채널 환경이 가능해졌고, 양방향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근본적인 변화는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이용 관련 논의는 OTT 중심으로 이뤄져 온 경향이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의 수용은 OTT로 국한해서 하기 어렵다. 물론, OTT 자체를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소비로 크게 본다면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SVOD 형태로 OTT를 한정한다면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소비 그리고 이를 겨냥한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은 훨씬 더 폭넓은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시 미디어 얘기로 돌아오면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미디어가 다루는 영역이 넓어진 것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와 플랫폼은 매개하는 기능을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속성을 가진 개념이나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노창희, 2024b).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레거시 영상매체와 디지털 매체 간 형식적 관계는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 입장에서 디지털 매체를 통한 콘텐츠 소비 증가로 인해 이용량 등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레거시 미디어들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뒤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지만 레거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 사이의 관계는 상당히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제작 측면에서의 형식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융합, 스마트미디어, 인공지능 등 주목받는 기술적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경우 기술적 변화의 양상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의 논의들도 기술적 가능성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기술적 가능성 중심의 논의는 변화의 맥락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기술적 변화는 기술의 등장 시점에서 예측한 영향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영역이나 그렇지만 미디어는 기술의 영향에 민감하다. 하지만 미디어의 광범위한 확산이 애초에 의도대로 쉽게 이뤄진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Napoli, 2019/2022). 두 번째, 미디어와 관련된 기술적 분기점을 인터넷의 등장, 스마트폰의 등장,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구분해 본다면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전 분기점들과 비교할 때 산업적, 경제적 영향력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은 인터넷 광고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스마트폰은 모바일 영역에서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물론, 인공지능의 경우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높여주고, B2C로 유료화 서비스를 하고는 있으나 인터넷, 스마트폰의 등장 때의 변화에 비하면 그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인공지능 진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은 수반되어야겠지만 인공지능이 실제로 미칠 영향을 과도하게 예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술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다소 길게 얘기한 이유는 기술의 영향에 대해 접근할 때 기술적 특성 이외에 산업적, 정책적, 이용자적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생산자 중심에서 상대적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작의 중심은 생산자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1인 미디어 시장에서 성장한 크리에이터들은 레거시 미디어로 진출해서 활동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쇠락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이 레거시 미디어에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 숏폼 이용량 증가 등으로 미디어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지만 기존의 미디어들도 이에 대응해 가면서 변화는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형식은 역사적으로 특정되고 고정되지 않으며 중첩되고 교차하고 상호 참조한다(Levine, 2015/2021). 변화는 단절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레거시 미디어 산업이 역동적으로 성장해 온 국가다. 기술적 변화에 따른 제작 양상의 변화도 기존 미디어 산업의 영향력에 자유롭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생태계는 더욱 복잡화되고 있고 산업이 어려워지는 와중에 제작자들은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3. 콘텐츠 제공의 형식적 변화와 양상들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제작 측면에서의 형식적 변화에서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다. 혹은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 사이의 연계다. 국내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콘텐츠 산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주목해 볼 만한 사례들은 등장하고 있다.
CJ ENM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엠호텔’은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BIAIF)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고,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도 수상을 하는 등 주목받은 바 있다(장주연, 2024. 12. 9). 나문희 배우가 출연한 ‘나야, 문희’도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제작된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나야, 문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나문희 배우를 주연으로 한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을 의도하여 공모전을 개최하는데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다(이호재, 2024. 12. 20).
생성형 AI를 통한 영상 제작이 갖는 의미는 인간의 역량과 생성형 AI를 같이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제작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 제작은 여전히 인간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성형 AI를 영상 제작에 활용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생성형 AI와 인간이 협업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프로덕션 경로다(Schomer, 2024. 12. 18). 생성형 AI가 독자적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겠지만 핵심은 인간이 가진 역량을 생성형 AI를 통해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를 통한 영상 제작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2024년 12월에 영상 제작 생성형 AI인 비오2(Veo2)를 출시했다. 비오2는 비오(Veo)가 최대 HD 해상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반면 4K 해상도의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다. 비오2는 사실성 측면에서 큰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받고 있다(김승준, 2024. 12. 17). 구글 딥마인드는 비오2가 세부 정보, 사실성, 인공성 감소 등의 측면에서 다른 영상 생성형 AI보다 향상된 기술이며, 정확한 모션을 표현할 수 있는 생성형 AI라고 밝히고 있다.1) 비오2의 사례와 같이 생성형 AI를 통한 영상 제작 기술은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술은 아래의 그림1과 같이 기획, 제작, 서비스 측면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기획 단계에서는 시장조사를 통해 수요를 조사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 구상을 할 수 있다. 제작 단계에서는 로케이션에 대한 사전 조사 및 자동 영상 촬영, 포스트 프로덕션 등에 인공지능을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 자동 자막 등 재제작, 아카이빙 등에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다.

방송작품(콘텐츠) 단계별 인공지능·디지털 기술 활용 예시
- 시장 조사 : 트렌드 및 경쟁사분석
- 기획 : 기획구성, 대본구성
- 제작 : 촬영 장비·장소 확보, 촬영 및 녹화, 제작데이터 백업 및 관리
- 후반제작 : 입력 및 변환, 편집, 시사
- 송출(플랫폼) 및 아카이빙
1. 기획
(1. 시장 조사, 2. 기획 단계)
- 시청 선호(흥행예측)(시청 이력 분석 활용)
- 자동 구성(대본 등)
- 사전 시각화
- 음원 편곡
2. 제작
(3. 제작, 4. 후반제작 단계)
- 자동 영상 획득(직캠)(중계 요약 생성)
- Virtual Production
- 영상 특수효과(VFX)
- 디지털 휴먼
3. 서비스
(5. 송출(플랫폼) 및 아카이빙 단계)
- 자동자막(언어 번역)
- 메타데이터
- 아카이브
- 불법 차단
국내 레거시 방송미디어 사업자들도 제작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기획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종편과 보도 채널에서 기획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다. 종편과 보도 채널에서 기획 단계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유는 뉴스 기획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 11. 29).
구분 | 기획 단계 | 제작 단계 | 서비스 단계 |
---|---|---|---|
지상파(텔레비전) | 9.2% | 14.4% | 18.4% |
종합유선방송사업자 | 1.8% | 4.4% | 6.5% |
인터넷 텔레비전 | 0.0% | 3.3% | 3.3% |
종편·보도 방송 채널사용사업자 | 38.8% | 10.5% | 0.0% |
일반 방송채널 사용사업자 | 10.8% | 12.7% | 1.6% |
합계 | 11.1% | 9.4% | 6.9% |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 눈에 띄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의 미래는 진화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영상 제작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보다 플랫폼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는 2025년에 생성형 AI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 제고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를 통해 검색, 쇼핑, 광고와 같은 핵심적인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하고 있다(박성규, 2025. 1. 3). 네이버는 2025년 상반기에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AI 브리핑’을 출시할 예정이다. AI 브리핑은 기존 AI 챗봇과 달리 결과에 대한 요약, 출처 표기와 영상, 이미지와 같은 콘텐츠도 제공될 예정이다(이주현, 2025. 1. 6). 네이버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숏폼 콘텐츠를 상단에 배치시키고 치지직과 연동한 콘텐츠 제작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하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도 숏폼인 ‘펑’의 기능을 강화하여 콘텐츠의 길이를 늘리고 공개 시간도 세분화하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헬릭스 숏츠’ 기술 도입을 통해 AI가 웹툰과 웹소설을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 나가고자 시도하고 있다(신상민, 2025. 1. 10).
대표적인 1인 미디어 플랫폼 SOOP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OOP은 생성형 제작 기술인 SAVVY, AI 비서 SOOPI, 하이라이트 다시보기 생성형 AI SHARK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심지혜, 2024. 12. 29).
메타버스와 영상 콘텐츠의 접목은 기대만큼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SKT의 경우 ‘이프랜드’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이명재, 2024. 12. 26). KT의 경우에도 메타버스 플랫폼인 ‘메타라운지’, ‘지니버스’를 종료했다(최은수, 2024. 12. 16). 하지만 여전히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기업들이 있다. 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은 UGC 플랫폼 ‘오버데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진영, 2025. 1. 7). 롯데이노베이트는 2024년에 칼리버스를 런칭했다. 칼리버스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등이 가능한 플랫폼이다(임유정, 2024. 12. 27).
메타버스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는 ‘팬 플랫폼(fan platform)’이다. 팬 플랫폼은 아이돌과 관련하여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나 가상 공간을 의미한다. 팬 플랫폼은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팬덤 활동을 유도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한다(강신규, 2022).
대표적인 팬 플랫폼으로 ‘위버스’를 꼽을 수 있다. 위버스는 하이브의 자회사인 위버스 컴퍼니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팬 플랫폼이다(강신규, 2024). ‘우리(We)’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다. 위버스에서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부터 굿즈 구매까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위버스는 유료 멤버십과 온라인을 통한 콘서트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팬들에게 제공한다(오윤지·김치호, 2024).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베리즈(Berriz)’라는 팬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회사를 통해 콘텐츠와 아티스트를 확보할 경우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최유리, 2025. 1. 6).
팬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K-POP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강력한 경쟁력에 기인한다. 팬 플랫폼은 오프라인에서의 강점을 어떻게 플랫폼화 시킬 수 있느냐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도 기존의 미디어 서비스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 디즈니나 CJ ENM과 같이 방송, 영화 등 레거시 미디어에서의 경쟁력을 가지고 디지털 시장에 진출한 경우 다른 디지털 매체에 비해 이점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나 수익 다각화나 가치 창출에 있어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콘텐츠를 레거시 미디어와 디지털에서 동시에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장점이 있지만 어느 한쪽의 이용률을 잠식할 수 있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나타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또한, 콘텐츠 자체로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제한적이어서 IP 활용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 대비 높은 가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팬 플랫폼은 팬들의 강한 충성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팬 플랫폼을 통해 팬덤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강점이 있다.
한편, 넷플릭스의 경우 IP를 활용해 굿즈를 파는 전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24년 최고 화제작이었던 흑백요리사의 경우 도시락 등 IP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의 경우 간편식을 비롯해 관련된 각종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정민경, 2025. 1. 7). 넷플릭스가 이와 같이 IP 기반 관련 상품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자 하는 것은 OTT 산업이 가지고 있는 수익성 측면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물론,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콘텐츠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낮은 OTT 산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장성이 있는 수익 모델 발굴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레거시 미디어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스타들이 출연하는 롱폼 형식의 예능이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유재석이 출연하는 ‘풍향고’가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풍향고는 1화가 조회수 천만을 넘어서는 등 이용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방송의 중심축이었던 롱폼 예능이 유튜브로 넘어가는 이유는 출연료가 높은 스타들을 기존 방송의 영향력 감소로 인해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반면, 유튜브는 조회수가 나오면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롱폼 형식에 익숙한 중·장년층의 유튜브 시청이 늘어나면서 유튜브에서 롱폼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이다(정민경, 2024. 12. 24). 반면, 유튜브 중심으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들은 기존 방송으로 넘어와 평판의 획득을 위해 출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노창희, 2024c).
이와 같이 미디어 생태계는 하이브리드화되면서 새로운 형식을 창출하기도 하고 다른 영역을 참조하기도 하며 복잡화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변화가 아주 급격하게 이뤄진다기보다는 맥락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4. 제언
기술의 진화에 있어 가장 간과되는 부분 중 하나는 이용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디지털화로 인한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다채널 환경에서 시청자가 시간, 생활 리듬 등으로 인해 채널이 다양해진 환경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확인되었던 부분이다(Napoli, 2019/2022).
이와 같은 제약 속에 놓여 있는 이용자가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은 기존의 관습을 일부 변경하면서 새로운 맥락을 수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튜브에서 기존 레거시 방송과 유사한 유형의 예능을 시청하는 것이다. 유사한 유형이라고 할지라도 방송의 예능과 유튜브의 예능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유튜브 예능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볼 수 있고 방송보다 유연한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추천 기능에 의거하여 선택에 드는 인지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의 활성화는 아직 콘텐츠 소비의 관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의 영향을 미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의미한 관습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팬 플랫폼으로 보이나 이는 기존 미디어와 디지털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유형의 플랫폼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팬덤에 기인하여 연결성을 확장해 낸 것이 팬 플랫폼인데,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은 이와 같은 접근을 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미디어 이용과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도 수평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미디어 생태계는 앞으로 더욱 복잡한 역학관계가 발생하는 장(field)이 될 가능성이 높고, 다양한 하이브리드 전략이 시도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살펴본 것처럼 성공 사례는 수많은 시도 중 극소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용자가 가진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수용 능력을 벗어난 콘텐츠 제공 방식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원 구조는 악화되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는 구도 속에서 인공지능과 가상 세계를 활용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숏폼 추천이 대세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기 어렵겠지만 유튜브에서 롱폼이 주목받고 있는 사례 등을 보면 무조건 대세를 추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사업자들이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용 관습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기존의 미디어 이용 문법을 고수하고 있는 이용자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이용하지는 않더라도 자꾸만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써 보기 전까지는 정체를 확인하기는 어렵고, 막상 경제적 비용과 수고를 들여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25년, 새롭게 등장할 성공한 사례는 어떤 형식이 될 것인가?
참고문헌
- 1) 강신규(2022).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 한국언론학보, 66권 5호, 5-56.
- 2) 강신규(2024).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 서울: 컬처룩.
- 3) 과학기술정보통신부(2024. 11. 29).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의 인공지능·디지털 기술 활용현황」 설문결과 발표. 보도자료.
- 4) 김승준(2024. 12. 17). 4K 영상도 AI로 만든다…구글, ‘비오2’ 공개. 뉴스1.
- 5) 노창희(2024a). 미디어 산업의 동태적 변화와 생성형 AI의 미디어 시장 영향에 대한 전망.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2024년 춘계 방송과 미디어 기술 워크숍.
- 6) 노창희(2024b). 미디어 사업과 플랫폼의 상생 발전을 위한 정책 방안 모색. ‘2024년 한국방송학회 봄철정기학술대회 AI 시대, 망 이용이 우리 사회와 미디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 발제문.
- 7) 노창희(2024c). 숏폼 중심의 소셜 비디오 등장, 크리에이티브 시장 ‘빅블러’ 현상 부추겨. 신문과 방송, 644호, 33-36.
- 8) 박성규(2025. 1. 3). 네카오, 새해 공통분모는 ‘생성형AI 고도화’. 마이데일리.
- 9) 박진영(2025. 1. 7). “AI 업은 메타버스 죽지 않았다”…IT업계, 도약 위한 ‘숨고르기’. 아주경제.
- 10) 신상민(2025. 1. 6). 유튜브에 내준 숏폼…네카오 ‘심기일전’. 뉴스토마토.
- 11) 심지혜(2024. 12. 29). SOOP, 영상 제작에 생성형AI 도입한다. 뉴시스.
- 12) 오윤지·김치호(2024). 팬 경험을 활용한 팬 플랫폼 전략 : 위버스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연구, 20권 2호, 194-209.
- 13) 이명재(2024. 12. 26). 수익 악화에 사업 철수… 기로에 선 메타버스. 머니투데이방송.
- 14) 이주현(2025. 1. 6). 네이버·카카오 “AI 기술로 수익 본격화”. 한국경제.
- 15) 이호재(2024. 12. 20). ‘나야, 문희’ ‘엠호텔’ 등으로 상업화 첫 걸음 뗀 AI 영화계. 동아일보.
- 16) 임유정(2014. 12. 27). 롯데, AI 도입 확대와 글로벌 사업으로 혁신 경영 앞장. 데일리안.
- 17) 장주연(2024. 12. 9). CJ ENM, AI 단편영화 ‘M호텔’로 국내외 영화제서 연이은 ‘쾌거’. 일간스포츠.
- 18) 정민경(2024. 12. 24). 유재석 ‘풍향고’ 4회분 조회수 2800만...롱폼 예능 부활?. 미디어오늘.
- 19) 정민경(2025. 1. 7). 편의점으로 간 ‘흑백요리사’와 ‘오징어게임’. 미디어오늘.
- 20) 최유리(2025. 1. 6). 카카오, 위버스에 도전장...SM 업고 글로벌 팬덤 플랫폼 띄운다. 아시아경제.
- 21) 최은수(2024. 12. 16). 메타버스 열기 뚝…SKT, ‘이프랜드’ 내년 3월 접는다. 뉴시스.
- 22) Google DeepMind. Ve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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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Napoli, P, M.(2019). Social media and the public interest. 백영민(역)(2022). 소셜미디어와 공익: 가짜뉴스 시대의 미디어 정책. 서울: 한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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