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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N
IP 영상화, 재미가 중요…생성형 AI 주목”

박종진전자신문 기자

  • FEATURED INTERVIEW
  • 스튜디오N “IP 영상화, 재미가 중요…생성형 AI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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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25년 미디어·콘텐츠 산업에서도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생태계 확장과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가 성장과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I와 메타버스 등 신기술과 창의력을 결합한 신유형 미디어를 의미하는 ‘하이브리드 미디어’가 본격 태동하고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환경이 연계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멀티크로스 콘텐츠’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미디어 시장 주요 트렌드로 짧은 영상 콘텐츠를 의미하는 ‘숏폼’이 자리 잡았다. 영화, 드라마와 같은 방송영상콘텐츠는 물론이고 커머스,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숏폼 도입이 활발하다. 유튜브, 네이버, 틱톡, 인스타그램 등 국내외 플랫폼 가릴 것 없이 숏폼 영상 소비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또 AI 기술을 활용한 각종 제작도구 등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숏폼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숏폼이 아닌 웰메이드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는 OTT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수익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적극적인 경쟁을 하던 시기에서 나아가 흥행이 보장된 외부 콘텐츠를 수급해 독점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존 요금제 대비 저렴한 광고 요금제 출시로 새로운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 경매형 광고와 자체 광고 플랫폼 출시를 예고하며 광고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 또한 수익을 내기 위한 결정이다. 가입자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성장이 정체된 IPTV 등 전통 유료방송 플랫폼 역시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러한 방송영상콘텐츠 시장 격변기에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사들은 콘텐츠 지식재산(IP)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콘텐츠 대비 IP 수명이 짧은 것으로 평가되는 방송영상콘텐츠 특성과 ‘베팅’이나 ‘복불복’에 가까운 방송영상콘텐츠 흥행 여부에 IP 가치를 극대화할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에서 성공한 드라마와 영화를 리메이크하거나 시즌제로 전환하는 방법부터 미래 콘텐츠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인력 확보 노력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잘 만들어진 경쟁력 있는 하나의 IP로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에 대한 관심도 높다.

웹툰과 웹소설 IP를 중심으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는 스튜디오N 사례를 통해 미디어·콘텐츠 기업 전략과 OSMU 접근법, 생성형 AI 등 기술 활용 전망까지 살펴보자.

사진1 스튜디오N 본사 사무실
스튜디오N 본사 사무실
출처저자 제공

2. 재미있는 IP 다양한 포맷으로 영상화하는 ‘스튜디오N’

스튜디오N은 2018년 8월 설립된 네이버웹툰 자회사다. 국내외 웹툰과 웹소설 등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고 있다. 2024년에는 히트작 tvN 드라마 <정년이>로 16.5%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또 다른 네이버웹툰 자회사인 스튜디오 리코와 제작한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는 ‘제26회 BIAF 2024’에서 장편 심사위원상·코코믹스음악상·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장상(기술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스튜디오N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네이버웹툰 작품 IP와 여러 제작사와 공동 제작을 통해 웹툰 원작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역량을 쌓고 있다. 매출도 고속 성장하고 있다. 2021년 84억 원이던 매출은 2022년 470억 원, 2023년 830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제작사와 협업도 활발하다. 스튜디오N은 매년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19년 2개 작품(공동제작 포함)을 공개한 데 이어 2020년 2개, 2021년 4개, 2022년 5개, 2023년 9개, 2024년 8개 등으로 규모를 늘렸다. 2018년 회사 설립 초기 원작 웹툰과 영화 제작을 연결하는 ‘IP 브릿지 컴퍼니’를 목표로 탄생했지만, 내년에는 뮤지컬까지 섭렵하는 다양한 포맷의 방송영상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로 진화를 거듭할 예정이다.

사진2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출처스튜디오N 제공

3.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와 일문일답

Q.스튜디오N은 어떤 회사인가요? 사업의 지향점도 설명해 주세요.
A.회사는 2018년 소규모로 시작했습니다. 웹툰과 웹소설의 영상화를 위해 설립된 회사인데요. 기존에는 네이버웹툰이 웹툰의 판권을 위주로 판매하다 보니 작품이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되지 않기도 하고, 누군가는 웹툰 지식재산(IP)을 활용하기보다 사재기하는 느낌도 받는 등 웹툰을 영상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것 같아요. 그러던 차에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웹툰 IP 영상화프로젝트를 누군가 애정을 갖고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회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눠서 네이버웹툰의 자회사로 출범하게 됐습니다.
스튜디오N의 지향점은 회사 홈페이지에 나와있어요. ‘Fun or Nothing’. 재밌으면 하고 아니면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잠재적으로 ‘무언가를 한다 안 한다’는 정해진 게 없어요. 다만 ‘재미에 따라’라는 큰 틀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의 재미, 공개됐을 때 이용자·소비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을 지향합니다. 우리가 재미없는데 봐주는 사람이 재미있을 확률은 낮으니까요. 스튜디오N에서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고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3개 장르를 모두 섭렵하는 회사로는 유일하다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Q.영화와 드라마 모두를 하는 회사는 있는데 애니메이션까지 하는 회사는 못 본 것 같습니다. 3개 장르를 모두 제작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A.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기존에 제작사가 각각 있었습니다. 사업 방식과 콘텐츠 서사, 비즈니스 구조가 모두 달라서 별도로 있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각광을 받고 그에 따라 OTT향 영화와 드라마를 모두 제작할 수 있는 제작사가 나타나는 분위기가 있었죠. 스튜디오N은 거기에서 나아가 만화라는 비슷한 성격의 웹툰 IP를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애니메이션까지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에요. 드라마인데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넣었죠.
사진3 스튜디오N 공식 홈페이지 메인화면
스튜디오N 공식 홈페이지 메인화면
출처스튜디오N 제공
Q.<유미의 세포들>이 대표적인 IP 가치를 극대화한 작품 같은데요?
A.그렇죠. 내부에 <유미의 세포들> IP로 확장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웹툰 원작 작가님도 호의적이시고요. 이미 tvN과 티빙에서 드라마 시리즈로 선보였고 반응이 좋았죠.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나왔어요. 극장 관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죠. 내년에는 뮤지컬로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이 나오는 것이죠.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Q.스튜디오N의 ‘원소스 멀티유즈(OSMU)’라고 하면 <유미의 세포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겠네요. IP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전략은 무엇인가요?
A.<유미의 세포들>이 OSMU 대표 사례가 맞습니다. 포맷이 확장되고 있고 드라마는 시즌제로 선보였죠. 이미 시즌 1·2를 선보였고 시즌 3를 준비 중입니다. 남자 캐릭터인 ‘순록’ 관련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란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서 설명드렸던 <유미의 세포들> 뮤지컬 공연은 파일럿 작품으로 대학로에서 쇼케이스를 올렸습니다. 이렇듯 하나의 IP로 다양한 확장을 시도하는 것에 회사가 주도적입니다. 우선 원작 작가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또 미디어·콘텐츠 이용자들의 호응도가 중요하죠.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상화하다 보니 원작자가 반대하면 할 수 없는 허들이 있어요. 원작자와 잘 협의해서 IP를 다양한 포맷으로 활용해 가치를 높이고 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과 같이 시즌제로 가는 드라마가 있고 이미 공개된 작품 중에 시즌제로 논의하고 있는 몇몇 작품이 있습니다. 시즌제는 꾸준히 할 생각이고요. tvN 드라마로 공개된 <여신강림>의 경우 애니메이션화해서 크런치롤이라는 플랫폼에 공개하고 있어요. IP 영상화나 시즌제는 결국 시장 논리로 갈 수밖에 없죠. 인기 있는 것을 리바이벌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당연히 좋아해 주는 것을 더해야 더 나은 스텝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사진4 웹툰 <유미의 세포들> 표지
웹툰 <유미의 세포들> 표지
출처네이버웹툰 제공
Q.IP의 가치를 지속시키는 ‘OSMU’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솔직히 원소스 멀티유즈보다는 ‘포맷의 변화’라는 말을 선호합니다. 미디어·콘텐츠 업계에서 IP 생명력을 확장하는 방법이자 쉽게 이해되는 말로 OSMU를 널리 사용하고 있긴 하죠. 웹툰의 생명력을 놓고 보면 연재가 종료되고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기 마련인데 드라마, 영화, 뮤지컬로 재탄생하게 되면 원작도 다시 주목을 받게 되고요. 관련 다른 포맷도 조명받게 되죠. 10년 전에 나온 웹툰이 드라마로 성공하면 10년 이상 생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렇지만 그 이후에 작업이 없으면 과거 시대에 머물러 있는 IP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P 생명을 연장하고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인터넷상이나 플랫폼에서 콘텐츠 소비자를 만나는 것에서 나아가 팝업스토어도 열고 IP를 오프라인에서 만날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긍정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Q.스튜디오N이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이다 보니 네이버웹툰의 IP만 활용할 것이라는 관점이 있는 게 사실인데요. IP 활용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A.당연히 네이버웹툰의 웹툰·웹소설만 영상화하는 건 아닙니다. SBS <그해 우리는>이라는 작품은 드라마 작가와 드라마에서 자세히 조명되지 않은 프리퀄을 만들어보자는 얘기 끝에 웹툰이 탄생했죠.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주인공들의 고등학생 때 모습만 담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일본 소설과 <오늘의 웹툰>이라는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해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고요. IP 영상화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모든 방송영상콘텐츠에 원천소스가 있는데요. 일본의 IP일 수도 있고 책을 집필하는 작가일 수도 있고 제한이 있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네이버웹툰 100% 자회사라는 점에서 영상화한 작품이 웹툰과 웹소설 IP 기반이고 90% 정도 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스튜디오N은 재밌는 IP가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들을 영상화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스튜디오N이 제작한 콘텐츠 중 가장 스튜디오N 다운 콘텐츠를 꼽아주신다면요?
A.제일 호평을 받았고 시청률 등 수치적으로도 성공한 작품 tvN 드라마 <정년이>죠. 기획 단계에서 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정말 웹툰 IP가 없었으면 진짜 만들기 어려웠을 겁니다. 1950년 그 시대를 재현해야 하는 데서 오는 제작비 규모와 국극이란 낯선 소재, 여성들만의 서사로 이게 될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웹툰 원작의 힘이 있어서 빛을 발한 스튜디오N의 대표작이고요. 공동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 내부에서 이노베이션상을 매년 주는데 <정년이>가 받았다는 점에서도 훌륭한 작품이 맞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같습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새로운 시도를 항상 찾고요. 매번 회의에서 ‘하던 것 말고’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에 부응하는 게 <정년이>죠. 그동안 모든 작품이 다 좋았지만 그래서 <정년이>를 꼽겠습니다.
사진5 스튜디오N이 제작한 주요 방송영상콘텐츠 포스터
스튜디오N이 제작한 주요 방송영상콘텐츠 포스터
출처저자 제공
Q.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에서 IP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 중 하나가 당연히 IP 영상화잖아요. 수많은 IP 중 영상화를 결정하기까지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하고 어떤 절차를 거치고 있나요?
A.원작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영상화하지는 않습니다. 확률이 높아질 순 있지만요. 스튜디오N의 경우, 내부 회의를 통해 영상화를 할지 말지 결정하고 있어요. 정해진 룰은 없습니다. 담당 PD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IP 영상화를 주도하는 기획 PD가 모여서 각자 제안도 하고 영상화와 흥행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다수의 PD가 동의하고 담당하겠다는 기획 PD가 정해지면 진행하는 형태입니다. 방송영상콘텐츠는 누구나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소수가 아닌 대다수 인원이 참여해서 제작됩니다. 처음 생각한 것과 같은 결이 완료 단계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상황도 생기고요. 평가할 수 있는 장벽은 낮지만 만드는 과정은 어렵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잘된 작품은 다 잘한 거고 흥행에 실패한 작품은 다 못해야 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어려운 게 영상화 기준입니다.
Q.기획 PD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주고 맡기는 시스템인 거군요?
A.IP 발굴·기획부터 영상화까지 짧아도 3~4년의 프로젝트로 진행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완성되는 데까지 담당 기획 PD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잘하는 친구라도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또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되면 더 좋은 거죠. 그래서 영상화가 결정되면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획 PD의 의지와 열정이 영상화 여부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작품과 기획에 대한 혜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드를 리딩할지 읽어서 할지도 중요한데 기획 PD에게는 두 가지에 대한 고민이 모두 존재해야 하고요. 작품이 몇 년 후에 나오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올드패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합니다. 사실 로맨스 드라마는 대부분 안정적이긴 한데 그래도 한 장르에 쏠리지 않도록 포트폴리오상 분배하며 영상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Q.기획 PD가 결정하면 무조건 제작하는 구조라고 보면 될까요?
A.매주 기획 아이디어 3~4편을 가지고 회의를 하는데요. 회의에 올라온 IP에 대한 진행 여부 투표를 통해 과반수이면 회사에서 장점으로 보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합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반대한다고 해서 제작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기획 PD에게 슈퍼패스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줘요. ‘이 작품 될 테니까 믿어주세요’와 같은 건데 슈퍼패스를 사용하면 그 작품은 영상화할 IP 중 하나가 됩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콘텐츠 개발을 시스템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리에이티브가 마이너스 되는 상황이 많아요.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고, 당연히 권한이 남발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그렇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7년 차 회사인데 슈퍼패스가 남발되지 않고 가뭄에 콩 나듯 진행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이 바로 대표적인 슈퍼패스 작품이에요. 담당 PD의 열정이 중요하고 본인이 믿음이 있다고 하면 제작을 추진하게 됩니다.
Q.네이버웹툰 IP 외에 다른 IP 영상화 계획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이것도 특별한 선이 있으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웹툰 IP를 선택하는 이유는 경쟁력 있는 IP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기획 PD들이 회의에 올리는 과정에서 모든 원천 IP가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가끔 회사 외부에서도 본인의 글을 갖고 계신 분이 영상과 웹툰을 제작해달라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것 또한 열려 있습니다. <마인>과 <힘쎈여자 도봉순> 등 드라마를 집필한 백미경 작가가 쓴 글을 드라마화하고 웹툰화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포맷에 대한 한계, 원천 IP에 대한 한계 등 모든 한계를 두고 있지 않은 기준이 없다는 게 기준이라고 할 수 있고요. IP 자체가 매력적이면 당연히 진행할 수 있다. 그만큼 열려 있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Q.회사 내 기획을 담당하는 PD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회사 구성원은 어떻게 꾸려져 있나요?
A.회사의 큰 틀은 PD입니다. 16명의 기획 PD가 하나 이상의 작품을 진행하고 있고요. 기업 재무와 전략 등 스탭조직에 3명 외에는 모두가 PD입니다. 회사 업무의 경우 필요에 따라 네이버웹툰의 서포트도 받고 있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아웃소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획 PD 16명은 모두 IP 발굴과 시나리오 기획이 가능한 분들이고 이 중에 4명은 현장에서 제작 PD 역량도 있는 분들입니다. 스튜디오N 임직원도 멀티유즈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Q.영상화 대상이 되는 IP에 제한은 없다고 하셨는데 해외 IP도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A.네 제작할 수 있죠. 국내 IP가 워낙 많아서 현재로선 제작하는 데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네이버웹툰의 미국 IP나 왓패드 등 북미 IP도 언젠가는 제작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 내 왓패드 영상화를 진행하는 팀이 있고, 한국 IP로 미국 제작사와 제작을 논의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미국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예정이에요. 현지 제작사와 협업은 해당 국가나 문화권의 시각을 담기 위한 차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IP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포맷의 다변화’만 있을 것 같진 않은데요. 다른 계획이 있을까요?
A.올해는 우선 급한 것과 바쁜 것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가 성장하려면 콘텐츠 흥행에 따른 자체 수익보다는 파생되는 수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굿즈 등 상품(MD)이나 IP의 부가가치가 사업화될 만한 무언가를 해보자는 방향은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잘 만들더라도 나오는 수익은 한정돼 있습니다. 수수료 베이스 수익모델이기 때문이에요. IP 확장을 횡과 종으로 나눈다고 하면 OSMU는 종으로 다양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고 롱텀으로 갈 수 있는 횡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Q.스튜디오N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다양한 OTT 플랫폼과 협업했는데요. 플랫폼을 고르는 기준이나 플랫폼별 특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아이템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것은 아니고 OTT에서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작품을 경험해 본 결과, 플랫폼별 성향이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일단 주 고객층인 타깃이 다릅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디가 더 맞겠다라는 게 직감적으로 있는데요. 드라마 시리즈냐 영화냐에 따라 우선 달라요. 스튜디오N이 제작하는 드라마라고 하면 어느 OTT가 더 맞을 것 같다, 가이드를 받을 수는 없지만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맞는 적합한 플랫폼 찾아가는 것 역시 노하우이고 경쟁력이죠. 저희가 예상한 대로 플랫폼과 매칭이 되면 작품 제작을 럭키하게 진행하고요. 매칭이 안 되면 2순위, 3순위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렇게 작품을 제작·공급하다 보니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유일한 드라마·영화 제작사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과 같이 모든 플랫폼과 작업하는 유일한 회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플랫폼을 나누고 있지 않고 각자 강점이 있어서 그에 맞춰 움직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글로벌 타깃과 국내 타깃도 크게 구별하지 않아요. 글로벌 시장에서 한 방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게 글로벌 OTT의 특징이고 국내향 작품의 경우 콘셉트나 성향에 대한 이해가 높은 국내 채널의 특징 등 다른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Q.스튜디오N이 제작사로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을 꼽자면요?
A.장단점이 있겠지만 인하우스 프로덕션은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정 기업 그룹 소속이면 그 회사 플랫폼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 그런 것이요. 하지만 스튜디오N은 그런 게 없어요. 저희 계약을 담당하는 변호사분들이 국내 모든 플랫폼의 계약기준을 다 봤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 말씀드렸지만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나아가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를 구분 없이 잘 만들 수 있는 제작사라는 점이죠.
사진6 스튜디오N 사무실에 주요 작품 상패가 정리돼 있다
스튜디오N 사무실에 주요 작품 상패가 정리돼 있다
출처저자 제공
Q.권 대표님은 2023년 해외진출유공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셨는데요. 글로벌 성과와 향후 진출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A.어떻게 보면 OTT 플랫폼 작품을 많이 해서 받은 상입니다. 지난해 OTT 작품 중 <더 에이트쇼>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1위를 차지했어요. 글로벌 OTT향 작품이 올해 많이 나올 예정인데요. 1월 <중증외상센터>와 2월 <멜로무비>가 우선 글로벌 플랫폼에서 공개됐습니다. 그 외에도 올해 몇 작품 더 있습니다. 사실 그 상을 받으면서도 민망했지만, 글로벌 OTT 콘텐츠 해외 공개가 K-콘텐츠와 글로벌 시청자의 접점을 늘려주는 것이니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부터 일본 제작사랑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JTBC 드라마 <알고있지만>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공개됐어요. 이것과 별개로 스튜디오N이 한 일본 드라마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개되면 한국 제작사가 일본 드라마를 제작하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요. 직접적인 글로벌 진출이니까요. 향후 사업 방향에 따라 현지 법인 설립도 검토해야 할 것 같습니다.
Q.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스튜디오N 신규 기대 작품을 꼽아주신다면요?
A.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지만 <재혼황후>가 개인적으로 기대작입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IP를 영상화하는 것이라 관심이 많은 상황이에요. 작품 제작하기 전 단계인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 있는데 올해 촬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마 내년에 공개될 건데 판타지 장르라서 공력을 많이 쏟아붓고 있습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라서 지금까지 스튜디오N이 제작한 모든 작품 중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될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보지 못하던 그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기대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10개 이내 작품이 스튜디오N 제작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Q.올해 ‘하이브리드 미디어’와 ‘멀티크로스 콘텐츠’ 개념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스튜디오N이 테크를 활용해 제작한 작품 소개 부탁드려요.
A.버추얼 프로덕션을 활용한 바 있고 여러 기술 활용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운수 오진 날>이 대표 사례죠. 작품 자체를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어요. 당시 ‘Asian Academy Creative Awards(AACA)’에서 오리지널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작품 자체가 ‘택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버추얼 프로덕션을 활용하기 용이했어요. 택시 운전기사가 연쇄 살인범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는데요. 실제 로케이션 촬영을 하면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해 스튜디오에 택시를 놓고 좌우 후방에 실제와 같은 화면을 띄워놓고 찍었어요. 국내 최초 버추얼 프로덕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기술과 작품 컨셉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Q.앞으로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에 있어 활발히 활용되거나 주목받을 것 같은 기술이 있다면요?
A.제작에 도움이 되면 좋고 그런 관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향후 연출, 촬영감독, 제작 PD, 작가 외에도 생성형 AI를 다루는 전문가가 현장에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운 미래에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에도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할 것 같아요. 숏폼이나 광고와 같이 현재 생성형 AI 기술이 활용되는 분야에서 나아가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에도 생성형 AI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5년 내에 분명히 적극 활용될 것 같습니다. 그런 때가 오고 나면 ‘예전에는 현장에 100~200명이 상주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하네’와 같은 얘기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책상에 앉아서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많고 관련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향후 콘텐츠 제작 판도를 크게 바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Q.생성형 AI 제작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다면요?
A.해외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베타버전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몇몇 베타 클립을 접하게 됐는데 이 정도면 바로 내보내도 되는 수준이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일단 실제 촬영을 한 다음 편집을 하는 방법도 있겠고 아예 생성형 AI로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도 올 것 같습니다. 제작현장의 구성원 변화도 중장기적으로 있을 것 같습니다. 생성형 AI 활용 관련 아웃소싱이나 전문회사가 나와서 그런 사업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미 컴퓨터그래픽(CG) 회사들은 생성형 AI 활용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Q.생성형 AI 활용에 따라 또 어떤 기술들이 주목받을 수 있을까요?
A.버추얼 휴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습니다. 버추얼 휴먼 배우를 개발해 아예 새로운 배우를 등장시킬 수도 있겠고, 이미 인기 있는 배우들을 버추얼 휴먼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 배우들이 1년에 한두 작품을 하게 되는데 버추얼 휴먼을 활용하면 더 많은 작품 참여가 가능하니까 수요도 있고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고인이 된 스타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재생할 수 있잖아요.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려고 합니다. 생성형 AI를 잘 활용하는 전문가 직군도 생겨나겠죠. 촬영이나 편집 과정에서 빛이 오른쪽으로 들어와서 왼쪽으로 나갈 때 어떻게 표현해야 자연스러울지 판단하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한데요. 그런 걸 잘해나갈 수 있는 생성형 AI 전문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사진7 스튜디오N이 제작한 주요 방송영상콘텐츠 포스터
스튜디오N이 제작한 주요 방송영상콘텐츠 포스터
출처저자 제공
Q.2024년 스튜디오N은 <정년이>로 잘 마무리한 것 같은데요. 지난해 총평과 2025년 새해 목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스튜디오N의 2024년은 시도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해입니다. <닭강정>, <더 에이트쇼>, <정년이> 등 흔히 보지 못하는 소재와 문법의 영상이었는데도 많은 관심을 얻고 성과를 냈습니다. 지난해에도 다양한 작품을 열심히 준비해서 올해 많이 공개될 것 같아요. 지금은 내년 2026년에 추수할 작품의 씨를 뿌려야 하는 시기거든요. 노동의 굴레라고 해야 할지 그 속에서 열심히 돌고 있습니다. 현재 IP 100여 개를 영상화 검토하고 있고 내년에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 도전을 앞두고 준비하는 해가 될 것 같네요.
Q.마지막으로 미디어·콘텐츠 시장에 거는 기대와 정책·제도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A.올해 시장은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플랫폼들이 긴축하면서 제작 편수를 많이 줄였거든요. 방송채널에서 폐지했던 수목 드라마 편성을 결정하는 등 연초에 보니 올해는 조금 늘어나는 느낌이 있어서 나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생성형 AI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드라마와 영화로 대표되는 K-콘텐츠 위상이 높아졌지만 다가오는 AI 시대에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보이지 않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 비전을 갖고 있고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도와 인프라가 반드시 바탕이 돼야 하거든요. 과거 영화 시장에 아이맥스가 매물로 나왔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결국 아이맥스는 지금도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서비스입니다. 세계적으로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에 생성형 AI를 다 쓰고 일반인이나 크리에이터도 사용할 가능성이 높잖아요. 정부가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등 기술 투자를 늘려주길 기대합니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AI 기술 부족으로 제작 주권을 잃지 않도록요.

4. ‘인터뷰이’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는…

권 대표는 영화 제작·마케팅 전문가다. 이력의 시작은 광고대행사다. 광고대행사에서 프로젝트 론칭 전담 AE 업무를 10년간 담당하다가 CJ엔터테인먼트로 전직했다. CJ엔터에서 4년간 마블·파라마운트 등 해외 영화 마케팅을 담당했고 이후 3년간 한국영화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에서 3년간 마블 영화 마케팅 등을 담당했으며 CJ ENM으로 복귀해 한국영화사업본부를 이끌었다. CJ ENM 재직 당시 영화 <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아가씨>, <1987> 등의 투자와 마케팅·배급 등을 총괄했다. 2018년 스튜디오N 설립과 동시에 대표로 합류, 재미있는 IP 영상화를 주도하고 있다.